182화 일본 재즈 음악가 (2)
(182)
강시혁은 이제 화물 터미널 분쟁 현장에 가려고 하였다.
양복을 입다가 문득 양복은 분쟁 현장에서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싸움을 하다가 찢어지면 어떻게 해. 나만 손해지.]
그래서 회사 제복을 입고 가기로 했다.
제복은 문화재단 경비반장 시절에 지급받은 것이 있었다. 다행히 제복엔 문화재단이란 표시는 없었고 삼방그룹 로고와 함께 삼방이란 글자만 있었다. 잠바 형태로 된 제복이었다.
제복을 입고 면장갑을 끼니 완전히 공돌이였다. 덩치 좋은 공돌이였다.
하긴 영빈관을 돌아다니며 드라이버로 전기시설을 점검할 때는 공돌이가 따로 없었다.
강시혁은 삼방 로지스틱스의 김종래 사장에게 전화를 바로 걸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성격이 지랄 같은 개종래 라고 하는 사람이니 쫄따구가 전화하면 건방지다고 할지 모른다.
그래서 로지스틱스의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총무가 회사 살림을 맡는 곳이라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걸기로 한 것이다.
삼방그룹 전산망에 들어가 로지스틱스 총무과장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로지스틱스 총무과장님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어디시죠?”
“저는 비서실 강시혁 대리입니다. H물류 분쟁 현장에 지원을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아, 그건 의왕시에 있는 화물터미널로 가시면 됩니다. 거기 현장에 사장님도 지금 나가계십니다. 우리 회사 현장 사무실도 있으니까 거기 터미널 직원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비서실 강 대리님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혹시 사장님이 중국 출장 중에 만나셨던 분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아, 말씀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원요청을 한 것 같군요. 우리 회사 일로 수고가 많으시겠습니다.”
[개종래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또 회사 내에서 떠벌린 모양이군.]
강시혁은 벤츠를 몰고 의왕시로 갔다.
현장에 도착하면 어떤 몸싸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회사 대 회사의 분쟁이라 무식하게 주먹다짐 같은 것은 없으리라고 보았다. 그건 바로 형사입건이 되기 때문이었다.
분쟁은 서로 밀어내는 정도의 몸싸움이 되지 않을까 했다.
강시혁은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의왕시로 갔다.
터미널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컸다. 축구장 몇 개를 합친 것보다 큰 것 같았다.
“으와, 엄청나게 크네! 이게 땅값만 해도 얼마야?”
수많은 트럭들이 들락거리는데 4.5톤 화물차에서부터 16톤짜리 윙바디 트럭도 있고 컨테이너 차량들도 있었다.
경비원에게 삼방 로지스틱스 현장 사무실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리고 현장에 가기 전에 벤츠는 주차장에 곱게 주차를 시켰다. 분쟁 현장에 가서 차를 다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을 찾아가기도 전에 분쟁 현장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치를 하고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현장엔 양복을 입은 사람도 많지만 제복을 입은 사람들도 많았다. 제복을 입은 사람은 화물차 기사들 같았다. 김종래 사장의 얼굴도 보였다.
“사장님 저 왔습니다. 비서실 강시혁 대리입니다.”
“음? 왔군! 고맙네. 여기까지 와줘서. 강 대리가 이제 왔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네.”
양복을 입고 있는 로지스틱스의 관리직 직원들은 제복을 입고 나타난 사람이 비서실 대리라고 하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보면 덩치 좋은 화물차 기사로 볼 것이 틀림없었다.
제복을 입은 기사들은 뒤에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분쟁 해결은 회사에서 하는 일이니 자기들은 상관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런데 상하차 장소에 삼방 로지스틱스의 트럭들은 안보이고 전부 H물류 트럭들만 정차되어 잇엇다. 이미 H물류에서 선점을 한 것 같았다.
역시 이 장소는 좋았다. 대형 트럭들이 들어왔다가 잘 빠져나가는 장소이고 사무실도 바로 옆이라 편한 장소였다.
삼방 로지스틱스는 이곳을 H물류에게 빼앗긴 것 같았다.
김종래 사장은 강시혁이 와서 기운이 나는 모양이었다.
H물류 직원들을 향해 악을 쓰기 시작했다.
“차 안 뺄 거야? 여기가 너희들 혼자 쓰는 곳이야? 빨리 빼!”
H물류의 간부인 듯한 50대가 뒷짐을 지고 이죽거렸다.
“빼긴 뭘 빼? 이곳은 우리가 쓰기로 침 발라 놓은 곳인데!”
“당신 사장 나오라고 해! 어디서 상무 따위가 이죽거리고 있어?”
“이봐요, 사장님! H물류가 삼방 로지스틱스보다 두 배는 더 큰 회사요. H물류 사장이 삼방 사장하고 군번이 같은 줄 아슈? 당신 정도는 내가 상대해야겠지.”
그러자 뒤에서 삼방 로지스틱스의 관리직들이 차를 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덩치 좋은 H물류 관리직들도 못하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서로 밀고 밀치고 하였다.
H물류 직원들을 보니까 가끔 노사분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덩치 좋은 노조 간부들 같았다.
터미널 제복을 입은 나이 든 사람이 혼자 나와 말리지만 소용이 없었다. 터미널 제복을 입고나온 사람이 김종래 사장에게 말했다.
“우리가 정해준대로 사이좋게 쓰면 되는 걸 이렇게 싸웁니까?”
“저놈들이 자기들 차가 많다고 더 넓게 써야 된다고 떠드는 것 아닙니까!”
“이거 벌써 이틀째 이러고 있으니 영업 손실이 얼마입니까?“
강시혁이 H물류 상무이사 앞으로 갔다.
“당신이 H물류 상무요?”
“당신이라니! 어디서 젊은 사람이! 보아하니 기사인 것 같구먼!”
“좋게 말할 때 여기 정차된 트럭들 다 빼!”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이사의 가슴을 툭툭 쳤다. 일단은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였다.
“아니, 이 사람이!”
“빨리 빼!”
그러면서 더욱 세게 가슴을 쳤다.
H물류 이사 옆에 있던 덩치들이 눈을 부라리며 다가왔다.
“뭐야, 뭐! 당신은 뭐야? 보아하니 젊은 친구가!”
“너희들 정말 차 안 뺄 거야? 아니면 견인차 불러 다 빼낼 거야!”
“너희들이라니!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그러면서 덩치가 강시혁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자 강시혁의 주특기가 나왔다.
바로 멱살을 잡으려도 하던 덩치의 손을 잡고 비틀어버렸다. 중국에서 날치기범을 잡았을 때처럼 했다.
강시혁이 팔을 비틀며 종아리를 툭 치자 덩치가 바로 주저앉았다. 강시혁이 더 세게 팔을 비틀자 덩치가 비명을 질렀다.
“악!”
다른 덩치들 여러 명이 강시혁을 잡으려했다.
강시혁이 얼른 덩치의 팔을 놓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제복을 벗었다.
강시혁의 문신이 들어났다.
“어떤 새끼들인지 들어와 봐. 박살을 내버릴 테니!”
덩치들이 주춤했다.
사실 덩치들은 운동을 한 사람들은 아니다. 술과 삼겹살로 몸이 비대해진 물류회사 간부들일 뿐이었다.
이들은 강시혁이 팔뚝도 굵고 앞가슴이 나온 대다가 문신이 있고 깍두기 머리라 완전 조폭으로 본 것 같았다. 강시혁을 잡으려고 하다가 주춤했다.
사실 강시혁도 진짜 싸움을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진짜 싸워 다치기라도 하면 바로 경찰에 형사 입건이 된다. 그래서 조심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기선 제압용이고 엄포일 뿐이었다. 그러나 가끔 이것이 먹혀들어갈 때가 있기는 하였다. 그것은 강시혁이 알바를 할 때 많이 겪었던 일이기도 했다.
H물류 상무라는 사람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흥! 이제는 하다하다 안되니까 용역 깡패라도 데려온 모양이네. 이봐요 사장님! 당신 높은 관료 출신이라 점잖은 줄 알았더니 하는 짓은 양아치네!”
“뭐라고?”
강시혁은 H물류 상무의 말이 너무 거친 것 같았다.
그래서 몰래 스마트폰으로 음성녹음 붉은색 앱을 클릭했다.
H물류 상무는 계속 이죽거렸다.
“차관이나 지냈다는 양반이 삼방그룹에서 월급 몇 푼 받는다고 더러운 짓은 도맡아 놓고 하네. 에이 더러워. 퉤!”
“아니, 이 사람이!”
“우리도 깡패 데려와 당신 팔을 꺾어볼까?”
“뭐, 뭐라고?”
김종래 사장이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
김종래 사장이 아무리 성질 더러운 개종래 라는 별명을 지녔어도 역시 관료 출신이었다. 험한 꼴을 보고 산 사람은 아니었다. 상무라는 사람이 당신, 당신 하며 이죽거려도 쌍욕 같은 것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보고 삼방 로지스틱스 관리직 직원들이 대항을 하면 좋겠는데 강하게 받아치질 못했다. 전형적인 월급쟁이일 뿐이었다. 김종래 사장에게 평소 야단이라도 맞은 적이 있다면 개종래 잘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하였다.
다시 말해 삼방 로지스틱스의 관리직들은 분쟁이 있다고 해서 나왔지만 자기 일처럼 적극성은 보이지 않았다. 괜히 몸싸움을 하다가 다치면 자기만 손해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강시혁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강시혁이 벗었던 제복을 다시 입으며 H물류 상무에게 말했다.
“당신 이리 와봐!”
“당신이 뭔데 오라 가라 하는 거야? 당신 삼방 로지스틱스 직원 맞아?”
“옷에 붙은 이 마크 안 보여? 당신 입은 잘 놀리는데 한 번 더 떠들어봐. 주둥이를 다 뭉개 줄 테니까! 여기서 옥수수 다 빠지게 해줄까?”
하면서 성큼성큼 H물류 상무 앞으로 걸어가자 상무가 뒷걸음질을 치며 말했다.
“이, 이 사람이 왜 다가오는 거야?”
“주둥이 한 번 더 놀려봐!”
그러면서 강시혁이 두 손으로 상무의 멱살을 잡았다.
“이, 이거 못 놔? 켁켁!”
강시혁이 H물류 이사의 발을 걸자 이사가 멱살을 잡힌 채 무릎을 꿇었다.
H물류 덩치 두 사람이 다가와 말렷다. 이제는 같이 덤비지 않고 말렸다.
“이봐요! 형씨! 이 멱살 잡은 손은 놓고 말합시다.”
강시혁이 상무를 뒤로 밀면서 멱살 잡은 손을 놓았다. 상무가 휘청하며 넘어질 뻔하였다.
강시혁이 상무를 바라보며 한마디 더했다.
“당신 주둥이 잘못 놀리면 옆구리 칼침 맞는 수가 있어!”
김종래 사장이 좋아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당한 것을 강시혁이 와서 통쾌하게 해주니 시원한 모양이었다.
일단 양측이 서로 물러났다.
김종래 사장이 강시혁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강 대리 잘했어. 저놈은 혼 좀 나야 돼!”
“사장님! 그래도 저놈들은 차는 안 뺄 것 같은데요? 견인차 부를까요?”
“그건 좀.... 모두 덩치가 큰 대형트럭 들이라..... 그리고 저놈들이 몸으로 막겠지.”
“그럼 우리 트럭을 가지고 저놈들 못나가게 뒤를 다 막아버리죠. 그럼 저놈들도 영업을 못하니까 무슨 제의를 할 겁니다.”
“좋아. 그게 좋겠네. 그렇게 하세.”
강시혁이 제복을 입고 있는 삼방 로지스틱스 기사들에게 말했다.
“저놈들 못나가게 저기 정차된 차 후미에 우리 차 박아놔요.”
“그럼 우리도 영업 못할 텐데.”
“곧 해결될 거예요. 우선 있는 대로 박아요.”
관리직 사원 한사람이 말했다.
“저기 세 번째 트럭은 키가 꽂혀있네요. 곧 나갈 치 같으니까 저차 뒤에서부터 막으면 되겠네요.”
강시혁이 말했다.
“키가 있다고요? 그럼 내가 운전대 올라가서 바로 뒤로 뺄 테니까 제일 가까운데 있는 기사님이 얼른 차를 박아요. 뒤를 막는 것이 아니라 세 번째 트럭이 있던 상하차 장소에 우리 차를 쑤셔 넣으란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우선 차부터 가져오세요.”
옆에서 다른 관리직 간부가 말했다.
“비서실에서 오셨다고 했지요? 저 트럭은 스틱일 텐데 운전할 수 있겠어요?”
“대형 1종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입니다.”
“오, 그래요?”
관리직 사원들은 대형 1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승용차를 운전하는 2종 면허증 소유자들이 많았다.
기사 한사람이 차를 가져오자 강시혁이 상하차 장소에 정차된 H물류의 3번째 트럭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운전대 위로 올라갔다.
“어?”
H물류 사람들이 쫓아왔다. 강시혁이 잽싸게 시동을 걸었다.
H물류 기사 한사람이 트럭에 올라오려고 하자 강시혁이 왼발로 가슴을 찼다. H물류 기사가 뒤로 벌렁 넘어졌다.
강시혁이 트럭을 재빨리 빼냈다.
그 순간 삼방 로직스틱스 트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와 동시에 삼방 로지스틱스 차량은 또 다른 차량의 후미를 전부 막아버렸다.
H물류 상무가 악을 썼다.
“차 안 빼?”
“못 빼!”
“같이 죽자는 거야 뭐야?”
“그래 같이 죽자!”
소란이 벌어지자 다른 회사 직원들과 화물차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터미널 회사에서 신고했는지 경찰들이 왔다. 하지만 경찰들은 개입하지 않았다. 폭행으로 누가 다치면 개입하겠지만 아직은 지켜서 보자는 태도였다.
머리 벗겨진 터미널 간부가 왔다.
“이러지 마시고 협상을 하세요. 협상을!”
H물류 상무가 터미널 간부에게 고함을 쳤다.
“당신들이 상, 하차장 배정을 잘못해서 이런 것 아냐?”
“우리는 똑같이 잘 했는데요?”
“회사 크기가 다르잖아. 우리는 1천대가 넘는 트럭을 가지고 있지만 삼방은 불과 수백 대가 아닌가!”
“우리가 그런 것 일일이 따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면 애초부터 두개의 에리어를 신청하지 그랬습니까?”
“그러면 돈 더 나가잖아.”
“자, 자. 오늘은 일단 해산하세요. 날도 어두워지는데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이때 강시혁의 카톡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이영남이 보낸 것이다.
[형! 언제 와? 오늘 와?]
[오늘은 못갈 것 같아. 여기 일이 아직 안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