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81화 (181/199)

181화 일본 재즈 음악가 (1)

(181)

강시혁이 말했다.

“사카모토 선생은 한국에 오실 때 관광비자가 아닌 취업비자로 오셨죠?”

“90일 미만 단기취업 비자로 왔습니다. C-4 비자입니다. 이 비자 내느라고 한국에 오는 것이 좀 늦었습니다.”

“그랬군요.”

“이것도 아는 사람을 통해 받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활동 바랍니다. 사카모토 선생은 주로 밤에 많이 활동하시는 분이지만 낮에 필요하시면 우리 사무실에 나오셔도 됩니다. 책상은 하나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배동수가 말했다.

“제 방에 책상이 하나 비지만 제가 영어가 짧아서..... 상철이 형이 좀 도와주실래요?”

“그러지. 뭐.”

그래서 사카모토 선생은 엔터테인먼트 간판이 붙은 방에서 배동수와 함께 있기로 했다.

사카모토 씨가 배동수한테 물었다.

“여기는 영업만 하고 스튜디오는 따로 있나요?”

“예? 아, 예. 그, 그렇습니다. 외주도 많이 줍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광고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일감이 있으면 여기 하청을 주라고 해도 되겠네요.”

“네. 영화 같은 것은 제작기간이 오래 걸려 우리는 주로 교육용이나 홍보 관련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 예정입니다.”

변상철이 말했다.

“사카모토 선생은 오늘 오셨으니까 호텔에서 쉬시고 오후 6시에 만나면 어떨까요? 같이 식사하시고 모레부터 나가게 되는 클럽도 같이 구경하시면 좋겠습니다.”

“클럽은 여기에 있죠?”

“그렇습니다. 여기서 걸어서 갈 정도입니다.”

변상철은 윤진형이 나가고 있는 클럽을 오늘이라도 구경시켜 주리라고 마음먹은 것 같았다.

사카모토 씨가 와서 사무실이 소란스럽지만 펀드매니저 김진석은 책상에 앉아 열심히 주식시세만 검색하고 있었다.

강시혁은 사카모토 씨에게 김진석도 소개를 시킬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서로 일하는 분야가 틀리는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자기가 아니더라도 변상철이나 배동수가 소개를 시키겠지 하였다.

사카모토 씨는 사무실을 둘러보고 다시 호텔로 갔다. 저녁 6시에 오겠다고 하면서 갔다. 그동안 이태원 거리를 구경해보고 싶다고 하였다.

이영남이 말했다.

“사카모토 선생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니 이태원 거리 구경은 내가 안내를 해줄게.”

사카모토 씨와 이영남이 사무실을 나가자 강시혁은 변상철과 김진석을 자기 방으로 불렀다.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말했다.

“우리가 현재 쓸 수 있는 돈은 7억이라고 했지?“

“맞아.”

“내가 장명건설을 눈여겨보라는 것은 이 회사가 한 달 안에 액면분할 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야.”

“확실한 건가?”

[확실하지. 홍 사장과 이영진 상무의 협의 이혼시의 조건에 이것이 있었으니까!]

강시혁은 일본에서 홍 사장 측에서 제출했던 협의이혼 조건 3가지가 생각났다.

그것은 첫 번째가 ‘장명건설의 장기농성은 금년 말로 끝내고 내년 1월 31일까지 발행주식에 대한 액면분할을 실시한다.’ 였다.

그리고 주총 승인을 위해 주주총회는 그 이전에 열도록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조건으로는 ‘액면분할 실시가 어려우면 홍승필 사장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에 매월 5%의 이자를 지급한다,’ 로 되어있었다,

세 번째는 ‘액면분할 후 15일 이내에 홍 사장 보유지분을 삼방그룹에서 인수한다.’ 였다.

강시혁은 주식 매집은 지금이 적기라고 보았다. 그것은 지금이 12월 중순이기 때문이었다.

연초 쯤 해서 액면분할을 위한 주총 승인을 위해 주주총회가 열리면 소문은 다 난다. 세력은 이때 정보를 포착하여 주식 매집에 들어갈 것이다. 아니 홍 사장 측에서도 지금쯤 매입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옆에 있던 펀드매니저로 들어온 김진석이 말했다.

“장명건설은 현재 발행주식이 600만주군요. 거래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을 할 소지는 다분히 있는 회사입니다.”

“내가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정통한 소식통에 의하면 액분한다는 소문은 확실해. 그러니 김진석 씨는 장명건설의 주가 움직임을 잘 살펴보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확인해보니까 14,00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대주주 가압류 풀리고 공사 큰 것 하나 수주가 들어와 주가가 크게 오른 적이 있습니다.”

“그랬었죠”

“그 전엔 12,000원대에 횡보했었습니다. 주가가 다시 12.000원대에 내려오면 매입에 들어가라 이말 입니다.”

“알겠습니다. 주가가 내려오면 우선 20%만 담가보겠습니다.”

“아니 몰빵 해도 돼요.”

“옛? 몰빵요? 그건 위험합니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몰빵입니다.”

변상철도 옆에서 말했다.

“나도 몰빵은 반대야. 물론 확실한 정보를 형이 가져온 것은 알겠지만 만약에 안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괜히 자금만 묶이게 되는 것이지.”

“내 말 믿어봐. 두 사람이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 얻은 정보가 있어서 그래.”

변상철은 강시혁이 이영진 상무를 모시고 다니니까 혹시 이영진 상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아닌가 하였다. 신뢰성은 있어보였다.

강시혁이 단호하게 말했다.

“좋은 정보란 자주 들어오는 게 아니야. 기회가 오면 빨리 움직여 잡는 것이 돈을 버는 지름길이야.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해봐.”

김진석이 먼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변상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시혁이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영빈관에서 이영진 상무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오늘 일본의 재즈 음악가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해밀톤 호텔에 투숙 중입니다. 모레부터 이태원 클럽에서 밴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답신이 왔다.

[수일 내로 저도 한번 보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일진홀 연주를 위해 그룹 홍보실 직원이 방문을 할 예정입니다. 강 대리님이 잘 안내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저녁 6시가 되었다.

강시혁이 어슬렁거리며 K&B파트너스 사무실로 갔다. 모두 강시혁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변상철이 회식 장소를 해물탕 집으로 정했다고 했다.

김진석은 그냥 집에 가겠다고 하여 변상철이 붙잡았다. 그래서 6명이 식사를 하러갔다.

식사를 하는 식당으로 기타리스트 윤진형이 왔다.

변상철이 사카모토 씨에게 윤진형을 소개했다.

“같이 일하게 될 기타리스트입니다.”

사카모토 씨가 반갑게 악수를 해주었다.

윤진형이 말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유명하신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일 낮에 저희 업소에 오셔서 호흡을 한번 맞추어보시죠.”

윤진형은 일본말을 모르고 영어도 서툴러 이영남이 통역을 해주었다.

식사를 하면서 강시혁이 사카모토 씨에게 말했다.

“사카모토 씨의 한국 내 모든 활동은 YN엔터테인먼트가 매니저 역할을 할 겁니다.”

“이영남 씨에게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내일은 삼방그룹 홍보실 직원이 나올 겁니다.”

“삼방그룹요?”

“여기서 멀지않은 곳에 클래식 음악홀이 있는데 거기도 하루 연주회를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협의하기위해 삼방그룹 홍보실 직원이 온답니다.”

사카모토 씨가 미소를 지었다.

여기저기서 자기를 부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으니 일단 기분은 좋은 모양이었다.

김진석이 해물탕을 먹으며 말했다.

“K&B파트너스나 YN엔터테인먼트가 신설회사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런데 모두 영어를 참 잘하시는 것 같네요.”

식사를 끝내고 윤진형과 김진석은 먼저 가버렸다.

나머지 사람들만 사카모토 씨와 술을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카모토 씨는 의외로 소탈하고 말도 잘 하였다.

다음날이 되었다.

전화가 왔기에 그룹 홍보실 직원이 전화한줄 알았는데 비서실 최 이사였다.

“강 대리? 나네. 최 이사네.”

“넵, 이사님!”

“자네 요새 몸이 근질근질하지?”

“예?”

“몸 한번 풀 기회가 왔네.”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삼방 로지스틱스 김종래 사장님을 알지?”

“압니다. 전에 중국에 갔을 때 뵈었죠.”

“그 분이 자네를 초청했네.”

“예? 저를요? 무슨 일로 저를 초청하는 겁니까?”

“종합 화물터미널에서 좋은 상하차 장소를 차지하려고 H물류와 싸우고 있는데 자네가 있어야 한다고 하네.”

“제가요?”

“그쪽에서 깡패들을 불렀는지 덩치들이 와서 우리 화물차가 못 들어오도록 막는다는데 자네가 가서 실력발휘를 해야 되겠네.”

“아니, 그걸 왜 제가......”

“자네는 일본 사무라이를 일곱 명이나 물리치고 중국에 가서는 날치기 범을 잡는 무용을 떨치지 않았는가! 그래서 오늘 사장단 회의 때 김종래 사장이 특별히 비서실장에게 부탁했다네. 강 대리가 지원나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예? 제가요?”

“회장님도 참석하신 회의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회장님도 승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비서실장님께서 강 대리가 며칠만 지원해주라고 지시 했으니 얼른 로지스틱스 사장에게 가보게.”

“며칠이나요?”

“오늘이라도 끝나면 되지만 잘 안되면 며칠이라도 걸리겠지. 좋은 상하차 장소의 선점은 영업과도 직결되어 있으니 그리 알게. 또, 자네의 무용을 떨칠 기회가 다시 한 번 왔으니 이 아니 좋은가!”

강시혁은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 앞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니 현장에 가봐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이런 일이 생기네. 로지스틱스 사장 김종래가 개종래 라고 하더니 그 말이 맞긴 맞는 것 같네. 제기랄!]

“그런데 그런 건 종합 화물터미널 회사 측에서 중재가 안 되나요?”

"중재가 잘 안되니까 그렇지. 삼방 로지스틱스나 H물류가 모두 재벌의 계열사라 말리기가 힘드니까 그렇지. 빨리 가봐. 사장단 회의에서 새카만 대리 이름이 나왔다는 건 영광이니까.“

강시혁은 할 수 없이 이영진 상무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홍보실 직원과 사카모토 씨의 미팅은 제가 주선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로지스틱스의 분쟁에 지원하러 가야 합니다. 사카모토 씨의 미팅은 이영남 씨에게 부탁을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답신이 왔다.

[홍보실 직원 미팅은 연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영남이가 홍보실 직원에게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지스틱스의 지원 문제는 저도 사장단 회의에 참석을 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말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회사 일이라면 어느 계열사가 되었든 지원을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혹시 제가 없는 동안 영빈관에 피아노를 치러 오신다면 대문 비번번호 XXXX번을 누르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잘 해결하고 오시길 기도해 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상무님.]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가 자기 몸을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감격했다.

자기를 향해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얼굴도 떠올려보았다. 자기는 직원이기 때문에 지시에 따라야 하지만 오너의 딸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무사 기도를 해준다니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로지스틱스 일은 원만히 해결하고 상무님을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은 변상철에게 전화를 해주었다.

“야, 내가 갑작스레 삼방 로지스틱스 분쟁 현장에 지원 나가게 생겼다. 나 없는 동안 사무실 잘 부탁한다.”

“어, 그래? 형 없는 동안 장명건설이 12,000원대로 내려오면 어떻게 하지?”

“매수해! 분할 매수해! 하지만 매수 들어갈 때는 나에게 문자로 좀 알려줘.”

“그렇게 할게.“

강시혁이 문자로 알려달라고 하는 것은 자기도 개인 돈으로 매수할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지난번에 장명건설 주식투자로 한번 돈을 벌었었다. 무려 25억 4천만 원을 벌었었다. 재벌 주변에서 알짱거리다 보니까 이런 횡재라도 한 것이다.

강시혁은 그 중에서 5억은 K&B파트너스 투자금으로 집어넣었기 때문에 현재 20억 정도는 개인 투자가 가능한 상태였다.

강시혁은 이영남에게도 카톡으로 자기가 출장 간다는 것을 알려줬다.

[리틀 브라운! 내가 삼방 로지스틱스 분쟁 현장에 지원 나가기 위해 영빈관을 비워야 할 것 같아.]

[어? 그럼 사무실 안 들릴 건가?]

[그렇게 될 것 같아. 하지만 분쟁이 해결되면 바로 복귀할게.]

[형이 없으면 안 되는데! 형은 우리들의 구심점인데!]

[하하. 다들 잘 하고 있잖아. 혹시 나없는 동안에 드럼 치러 영빈관 올 때는 대문 비번 XXXX번을 누르면 돼.]

[정말 자리 비우는 것 같네.]

[대문 비번은 이영진 상무와 리틀 브라운에게만 알려주는 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영빈관의 모든 재산의 주인은 이영진 상무님과 리틀 브라운 이거든.]

[그럼 형, 빨리 돌아와. 형하고 어디 갈 데가 있어서 그래.]

[어딘데?]

[나중에 말할게.]

강시혁은 이놈이 어딜 가자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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