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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74화 (174/199)

174화 엔터테인먼트 회사 (6)

(174)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와 이영남을 벤츠에 태웠다.

강시혁이 운전대에 앉아서 룸미러를 쳐다보며 말했다.

“유엔 빌리지로 가면 됩니까?”

“그렇게 하세요.”

이영남이 끼어들었다.

“형! 유엔 빌리지 어디 있는지 알아?”

“응, 알아.”

한남동에 있는 유엔 빌리지는 대리 운전할 때 몇 번 가보았었다.

이곳엔 레스토랑이나 카페들이 있어 은근히 대리 손님이 나오는 곳이다. 회식이나 비즈니스보다는 데이트 손님이 많았다. 반포동에 있는 서래마을도 데이트 손님이 많은데 이쪽도 데이트 손님이 많이 나왔다.

특히 데이트 손님을 대리 운전할 때는 가격을 깎지 않아서 좋았다.

강시혁이 운전하는 벤츠가 좌회전 신호를 넣고 유엔 빌리지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영남이 가자고 했던 선율이란 레스토랑은 미로 같은 골목을 한참 지나가야 있었다. 이곳은 강시혁이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곳이다.

[여기도 좋은 집들이 많네. 대사관도 많은 것 같은데? 숲도 있고 골목이 뭔가 분위기 있는데?]

“형! 저기 하얀 집 앞에 세우면 돼.”

나무가 우거진 이런 깊숙한 골목은 일반인들은 접근하기도 어려운 동네 같았다.

미술관처럼 생긴 현대식건물에 작은 간판이 있었다. 선율이란 간판이 붙어있었다.

선율이란 글씨는 캘리그라피 글씨체인데 그 위에 작은 영문으로 쓴 레스토랑은 정자로 쓰여 있었다.

이 간판만보고 누가 밥을 먹으로 올 것 같지는 않았다.

차를 몇 대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어 쉽게 차를 댔다.

먼저 온 차들이 몇 대 있었는데 전부 고급 외제 차들이었다.

안으로 들어갔다.

긴 복도엔 그림과 도자기 같은 것이 있었는데 고급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바닥도 인조 대리석인 것 같았다.

식사를 할 수 있는 홀이 나왔다.

그런데 무대가 마련되어있었고 햐얀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이태원 클럽에서 자주 듣는 팝음악이 아니고 클래식 음악이었다.

40대의 우아한 여성이 나오더니 이영진 상무를 바로 알아봤다.

“어머, 이게 누구야? 이영진 씨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어쩜 이렇게 예뻐지셨나? 정말 오래간만에 우리 집에 오네요.”

그러면서 여지는 뒤에 따라오는 강시혁을 힐끔 쳐다보았다.

강시혁은 이 여자가 여기 레스토랑의 주인여자인 것으로 짐작했다.

주인여자가 창가 쪽 테이블을 안내하여 주었다. 창은 통유리 창이었다.

그런데 밖을 내다보고 강시혁은 깜짝 놀랐다. 한강이 파노라마처럼 쫙 보이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두워져 강 건너편 압구정동 아파트의 불빛만 보이지만 낮에 보면 경치가 죽여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아, 진짜 금수저들은 이런 곳에 와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한강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구나.]

금수저들은 이태원에 와서 팝음악을 들으며 외국음식을 먹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진짜 하이 소사이어티들은 이런 곳을 오는구나 하였다.

강시혁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빈자리도 있지만 몇 군데 손님들도 있었다. 외국인들도 있는걸 보니 주변 대사관에서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이런 곳은 레스토랑 종업원들도 영어를 못하면 근무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이영진 상무와 이영남이 창가에 앉자 강시혁은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이영남이 말했다.

“어? 형! 왜 거기 앉아? 이리와.”

“두 분 식사하시는데 내가 끼기가.... 나는 여기서 먹지.”

“에이,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이쪽으로 와.”

이영진 상무도 웃으며 말했다,

“이리 오세요. 같이 식사해요.”

그러면서 의자 하나를 뒤로 빼주었다.

강시혁이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이영진 상무 쪽보다는 이영남이 앉아있는 곳에 가까이 앉았다.

이영남이 메뉴판을 보며 말했다.

“누나! 여기 왔으니 스테이크로 할까?”

“그러지. 강 대리님은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저도 같이....“

이영남이 메뉴판을 접으며 말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와 샐러드를 시킬게. 그리고 와인은 뭐로 할까? 프랑스산으로 할까? 칠레산으로 할까?”

“네가 알아서 시켜. 강 대리님은 어차피 운전을 하시기 때문에 못하실 것 같고....”

“예, 저는 핸들을 잡으면 술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이영남이 음식을 주문했다.

강시혁이 양손을 무릎에 얹고 이영진 상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는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오기 힘든 곳 같네요.”

“예, 그래도 영업은 잘 된다고 합니다. 조금 전에 본 주인여자가 누구인지 아시죠?”

“저는 처음 보는 분인데요? 우아하게 생기신분 같습니다.”

“전 영화배우 김XX 씨 아닙니까? 아마 우리들하고는 세대가 달라 잘 모르셨던 것 같네요.”

“아, 한번 이름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미남배우와 결혼하셨던 걸로 아는데요?”

“이혼했어요.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사업에 실패해서 돈 떨어지면 아무리 미남이라고 해도 여자 쪽에서 이혼을 요구했겠지. 심은혜는 안 그랬나?]

“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주인 여자 분은 이 레스토랑도 잘되고 그래서 그런지 얼굴은 화사하고 좋은데요?”

“그래요?”

그러면서 이영진 상무는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것 같았다.

자기는 이혼 후 얼굴이 화사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라도 들은 것이 아닌 가 했다.

음식이 나왔다. 이영남이 말했다.

“우리 건배 한번 하지. 형은 술을 못하니까 생수로 건배해.”

그래서 셋이 웃으며 건배를 했다.

강시혁은 그저 고맙고 황송할 따름이었다. 미래의 삼방그룹 주인이 될 공주님과 왕자님이 같이 건배를 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리운전이나 하던 놈이 이렇게 우아하게 식사도 하고 금수저들과 건배를 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영남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기를 잘라 먹었고 이영진 상무는 얌전하게 고기를 먹었다.

강시혁이 이영진 상무를 슬쩍 쳐다보았다.

은은한 조명에 비친 이영진 상무의 옆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분위기 있는 식당과 그리고 밖의 한강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폰으로 사진이라도 찍고 간직하고 싶었다.

[아아. 이렇게 돈 많고 아름다운 여성이랑 결혼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강시혁이 한 번 더 이영진 상무의 옆얼굴을 보았다. 이번엔 이영진 상무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강시혁과 눈이 마주쳤다.

강시혁은 당황했다. 이 사람은 남 밥 먹는 걸 왜 쳐다보지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영진 상무가 얼른 물티슈로 입가를 닦으며 미소를 진채 말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죠?”

“이, 이제 됐습니다.”

그러면서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의 빈 와인 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이영진 상무가 강시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고마워요. 강 대리님”

밖은 춥지만 레스토랑 안은 좀 더웠다. 이영진 상무가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자 강시혁도 양복을 벗어 의자 뒤에 걸었다.

강시혁의 우람한 가슴이 드러났다. 언젠가 이영남이 만져보던 가슴이었다.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이 입은 버버리 티셔츠를 보고 빙긋 웃었다.

이영남이 볼멘소리를 했다.

“어, 형! 왜 나는 와인을 안 따라주는 거야!”

“아, 그래, 미안!“

그러면서 강시혁은 이영남에게도 와인을 따라주었다.

피아노의 곡이 바뀌었다. 음악을 듣던 이영남이 말했다.

“누나. 이거 쇼팽의 곡이지?”

“아니, 슈만의 연가곡 같은데? 슈만이 결혼 전 자기 부인이 될 클라라에게 프로포즈용으로 헌정한 곡이야.”

강시혁은 옆에서 듣다가 비로써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슈만의 연가곡 중 1곡인 헌정(Widmung)은 독일 낭판파 시인인 프리드리히 뤼케르트의 시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시였다.

강시혁은 대학을 다닐 때 이 시를 외우고 다니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처음 앞부분만 기억이 나서 잠시 속으로만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그대는 나의 영혼, 그대는 나의 심장..... 그대는 나의 기쁨, 오, 그대는 나의 고통....]

더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강시혁은 갑자기 와인을 마시고 싶었다. 그렇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생수를 마셨다.

이영진 상무도 갈증이 났는지 갑자기 와인을 마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서로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다가 또 눈이 마주쳤다. 눈에서 강한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강시혁은 얼른 고개를 숙였고 이영진 상무도 이상하게 당황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영남은 고기를 먹으면서 열심히 스마트폰만 보고 있었다.

강시혁이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여, 여기는 경치가 좋네요. 한강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보이네요.”

이 소리를 듣고 이영남이 끼어들었다.

“형! 여기보다는 건너편에서 이쪽을 보면 더 경치가 좋데!”

“그래?”

“조선시대에 한명희라는 사람 알지?”

“알지. 사극에서도 봤는데. 세조가 왕이 되는데 공을 많이 세운 신하가 아닌가?“

“그 한명희가 저기 강 건너에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지었는데 이쪽을 바라보고 시도 읊고 술도 마시고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어.”

“리틀 브라운은 음악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아는 게 많네!”

“헤헤. 압구정동에 사는 내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야. 그래서 조선의 수묵화에 보면 이쪽 경치를 그린 그림도 많데.”

“그래? 오늘 나도 많은걸 배우네!”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주인여자가 와서 생수통을 바꾸어주고 갔다.

주인여자가 가면서 이영진 상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멋있게 생기신분 하고 같이 왔네요.”

이영진 상무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미소는 어쩐지 쓸쓸함이 배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강시혁은 아마 주인여자가 자기와 신분이 맞지 않는 사람하고 비교를 해서 그런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강시혁 역시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슈만의 연가곡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마음속에 흐르고 있었다.

강시혁은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이영남과 이영진은 술을 제법 마셨다.

이영남은 자기의 소원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어 기분이 좋아 마신 것 같았다. 강시혁의 얼굴을 쳐다볼 때마다 벙긋거리며 마셨다.

이영진 상무 역시 술을 마시는데 가끔 한강의 불빛을 바라보며 고독한 모습으로 마셨다.

혼자된 처지라 자기의 신세를 한탄이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옆에 있는 강시혁이 모든 게 다 좋은데 신분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

이영진 상무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와인을 마시는 것 같았다.

그것은 가끔 이영진 상무가 내쉬는 숨소리에서 캐치할 수가 있었다.

식사를 거의 다하고 나자 강시혁도 졸음이 왔다.

오늘은 본사 회의다, 펀드매니저 면접이다, 이영진 상무 방문이다, 하면서 사건이 많다보니 몸이 피곤해진 것 같았다.

강시혁은 졸음을 쫓기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이영진 상무 앞에서 결코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강시혁은 지금 결혼시장에서 상품가치가 아주 나쁘지는 않다.

우선은 인서울 대학을 반듯이 나왔다. 그리고 들어가기 힘들다는 삼방그룹의 비서실 대리다. 비록 문고리 담당으로 따까리 담당을 하고 있지만 대리는 대리인 것이다. 연봉도 한국 사회에서 그 정도면 되었고 체격도 좋고 인물도 괜찮은 편이었다.

흠이 있다면 집안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가 돈이 없어 지방도시에 전세를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를 뜯어가는 수준은 아니었다.

강시혁이 전세를 마련할 돈은 없었지만 지금은 25억 4천만 원이라는 돈을 벌어 논 상태였다. 강남은 모르지만 강북지역의 아파트는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또 결혼은 했었지만 아직은 호적상 총각이다. 이만하면 안정된 직장의 대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수 있지 않은가?

결혼상담소에 찾아가면 좋은 여자를 소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시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기도 자기의 마음을 모르겠지만 그냥 이영진 상무의 주위에 있고만 싶었다.

강시혁은 꼿꼿한 자세로 앉아 커피를 마셨다.

이영진 상무와 이영남은 아직 식사 중이었다.

강시혁은 원래 식사를 빨리하는 편이었다. 대학 다닐 때 빨리 먹고 알바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또 대리를 뛸 때도 빨리 먹고 투잡 일을 나가야하기 때문에 밥을 빨리 먹었다. 먹는 것이 아니라 거의 흡입 수준이었다. 그래도 언제나 건강했다. 먹는 만큼 노동량도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이영진 상무가 와인을 마시다가 강시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만 마셔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마음껏 드십시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 말에 이영진 상무가 미소를 지으며 남은 와인을 마저 마셨다.

이영남은 자세가 벌써 흐트러져 다리를 꼬고 등을 굽힌 채 앉아 있었다. 나이프를 바닥에 떨어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영진 상무는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학창시절 모범생이었고 지금은 많은 사람을 거느리고 있는 삼방그룹의 부회장 급 상무이사라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이영진 상무가 웃으며 말했다.

“강 대리님이 영빈관을 맡은 후 영남이가 명랑해져서 고맙습니다.”

“제가 한 일도 없습니다.”

“강 대리님이 온후로 영남이가 약에 손도 안대고 명랑해졌다고 아버지께 말씀은 드렸습니다.”

“예? 회장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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