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엔터테인먼트 회사 (5)
(173)
오후 3시가 되었다.
펀드매니저 면접을 보러 두 사람이 왔다.
원래는 세 명이 면접을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오지를 않았다. 아마 의사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두 사람만 면접을 보았다.
신종화가 상냥하게 웃으며 응시자를 안내했다.
그래도 사무실엔 신종화 이외엔 사람이 없으니 면접을 보러온 사람들이 수상하게 보는 것 같았다.
특히 YN엔터테인먼트 간판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놈의 회사가 돈이 없어 사무실도 같이 쓰는구나 하는 것 같았다.
첫 번째 면접을 보러온 사람은 경험이 많은 사람 같았다.
강시혁이 질문을 하려는데 이 사람이 먼저 질문을 하였다.
"K&B파트너스는 현재 종업원이 몇 명입니까?“
“이제 발족한 회사라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세 명입니다.”
“자산규모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자본금은 10억이고 신설회사라 펀드모집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혹시 리딩방을 하는 곳은 아닙니까?”
“아닙니다. 주식펀드를 주로 운용하지만 주식 리딩방 같은 것은 안합니다.”
“그럼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사입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식펀드를 운용하는 것은 맞지만 작은 회사의 주식도 손을 댑니다.”
“그러면 제가 이 회사에 들어온다면 펀드운용보다는 펀드자금을 끌어오는 일을 주로 하겠군요.”
“지금 있는 돈으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 모으는 일은 시키지 않습니다.”
“지금 주식시장이 좋지 않습니다. 인텍스펀드인 S&P500지수에 투자한다면 수익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채권펀드나 부동산펀드는 운용을 하지 않겠군요.”
“앞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면 그쪽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주식펀드와 엔터테인먼트사 운영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그럼 엔터테인먼트펀드를 운용하시겠군요.”
“엔터테인먼트는 직접 경영참여입니다. 이 회사 역시 신설회사고 운용자산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성장을 하고 싶다면 채용을 해드릴 수 있습니다.”
“연봉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6천 플러스 알파입니다. 운용실적에 따라 더 드립니다.”
응시자가 눈동자를 굴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변상철이 속으로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자기는 K&B파트너스의 부사장이지만 연봉이 3천이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아예 연봉도 없었다.
변상철은 걱정이 되었다.
자기의 급여는 물론 펀드매니저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를 계산하면 몇 달 안 있어 K&B파트너스는 박살이 날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이 응시자를 행해 웃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K&B파트너스는 신설회사고 작은 회사입니다. 그렇지만 알차고 단단하게 갈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채용여부는 내일까지 우리가 문자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응시자가 면접장 문을 나서자 신종화가 얼른 다음 사람을 안내하였다.
다음사람은 면접장을 들어오자 자기 이름을 크게 말했다.
“김진석입니다.”
그러면서 허리를 크게 꺾어 인사를 하였다.
“의자에 앉으세요.”
응시자가 의자에 앉자 강시혁이 관상을 보았다.
일단 선하게는 생긴 것 같았다. 그렇지만 강시혁은 관상쟁이가 아니다. 그 이상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었다.
제출한 응시원서를 다시 보았다. 조금 전에 면접을 본 사람에 비하여 나이가 적고 경력도 짧은 것 같았다. 나이는 배동수 또래로 보였다.
하지만 투자상담사 등 자격증은 두 개나 가지고 있었고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스카이대학 출신은 아니었다.
이 사람은 자기가 먼저 질문하지 않고 강시혁과 변상철의 얼굴만 긴장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강시혁이 천천히 말했다.
“펀드사는 두 군데나 옮겨 다니셨군요.”
“예, 한군데는 펀드사가 너무 높은 실적을 강요해 그만두었습니다. 두 번째 간 곳은 시니어 매니저와 다투고 그만두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는 것은 좋지만 젊은 나이에 두 군데나 옮겨 다니는 걸 보니 적응을 잘 못하는 친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주식펀드를 운용하는 펀드사입니다. 신설법인이라 아직 펀드 수탁을 받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자본금만 가지고 운용을 하다가 차츰 고객확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물론 처음 들어온 분에게 펀드모집을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질문은 하지않고 눈만 깜박이며 강시혁이 말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
“또 많지 않은 자본금도 일부는 현재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한 상태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오셔서 보았겠지만 YN엔터테인먼트사는 우리가 100% 투자한 회사입니다.”
“아, 그럼 공동으로 사무실을 같이 쓰는 회사가 아닙니까?”
“다 우리 회사입니다.”
“그러면 경영참여 형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엔터테인먼트사도 이제 신설한 회사입니다. 우선은 일본 아이돌 가수를 불러 공연을 할까 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이 친구는 눈만 껌벅이며 듣기만 했다.
“YN엔터테인먼트사는 이번에 일본의 재즈음악가 사카모토 쯔요시 라는 분을 초빙해 국내 콘서트를 협의할 예정입니다. 한국에도 J-pop덕후들이 제법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 응시자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강시혁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우리 펀드사는 자본금 10억의 아주 작은 펀드사입니다. 아직 펀드를 모집한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운용자산이 많다고 해서 꼭 펀드수입을 많이 올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금액이 많으면 움직이기가 더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대우는 6천 플러스 알파입니다.”
“엔터테인먼트사에 투자한다니 관심이 많습니다. 저도 학생시절에 J-pop펜클럽 회원이기도 했습니다. 또 여기는 신설회사지만 집에서 오기도 편해서 좋습니다.”
강시혁이 지원서류를 다시 보았다.
“주소가 용산구 효창동이군요.”
“그렇습니다. 6호선만 타면 금방입니다.”
“결혼은 했습니까?”
“아직 미혼입니다. 부모님과 현재 같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채용 여부는 우리가 내일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응시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크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잘 부탁합니다.”
면접시험이 끝났다. 강시혁이 면접시험을 보는 상담실에서 나왔다.
신종화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면접 안내를 지원해 주셔서.”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문화재단에 말도 안하고 나왔거든요.”
“저녁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그냥가면 내가 미안하잖아요.”
“아녜요. 다음에 얻어먹죠.”
그러면서 신종화는 자기의 가방을 챙겨들고 강시혁에게 꾸벅 인사를 하였다.
이제 사무실엔 강시혁과 변상철만 남았다.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말했다.
“면접 본 두 사람 중에 누굴 채용했으면 좋겠냐?”
“글쎄. 첫 번째 사람은 경험이 많은 것 같은데 우리같이 작은 회사에 만족할까?”
“질문이 많은걸 보니 펀드업계에서 닳고 닳은 사람은 틀림없어. 유능하긴 할 것 같은데.... 우리가 데리고 있기는 부담스러울 것 같기는 해.”
“두 번째는 일단 나보다 나이가 적은 것 같으니 내가 부려먹기는 좋을 것 같아. 나하고 같이 상근을 하는 처지라면 난 나중에 온 친구가 마음에 들것 같은데?”
“네가 데리고 있을 사람이니 네가 마음에 맞으면 채용하자.”
“더구나 집도 효창동이라니 6호선 지하철타고 세 정거장이면 오잖아.”
“그건 좋아.”
“더구나 이 사람은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고 J-pop동호회 활동을 했다니 배동수 일도 도와줄 수 있지 않겠어?”
“좋아. 그럼 나중에 온 김진석이란 친구를 합격시키자.”
“알았어.”
“내일 오전에 문자 줘. 합격을 했으니 주민등록등본하고 신분증 사본이나 가지고 오라고 해.”
“그렇게 할게.”
“그리고 첫 번째 응시자도 문자는 보내. 경력도 좋고 업무능력도 탁월한 것 같지만 회사가 작아 나중에 모시겠다고 해.”
이런 문자는 전에 강시혁이 취업 지원서를 냈을 때 받아본 경험이 있었다. 그 회사는 마찌꼬바 공장이었는데 강시혁이 인서울 대학을 나온 것이 부담스럽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아예 고졸로 지원했었다.
고졸 지원은 취업은 잘되었는데 일은 힘들었다. 실수도 많고 공장 측에서도 탐탁하지 않게 여겨 그만두기도 했었다.
강시혁이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영빈관에 돌아와 밥통을 열어보니 밥을 새로 해야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쌀을 새로 씻어서 안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이영남의 전화였다.
“형, 뭐해?”
“저녁밥 준비하고 있어.”
“오늘저녁 8시쯤 영진 누나가 우리 사무실을 구경하러 온다고 하네.”
“오늘?”
“미안하지만 차를 가지고 7시 반까지 영진 누나 집으로 가줄래?”
“그러지. 그런데 상철이도 사무실에 대기하라고 할까?”
“상철이 형 지금 퇴근하고 없어. 나 지금 사무실에서 전화하는 중이야.”
“아, 그럼 이 감사 혼자 있겠네?”
“이 감사보다는 그냥 리틀 브라운으로 부르면 좋겠는데.....”
“그래? 그럼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는 리틀 브라운으로 부르지. 그럼 리틀 브라운도 8시까지 거기 있을 건가?”
“여기서 음악이나 듣고 있지 뭐. 형. 저녁 먹지 마. 영진 누나에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할 테니까!”
강시혁이 시계를 보았다.
밥솥에 쌀을 이제 안치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알았어. 늦지 않게 가도록 할게.”
강시혁은 밥하는 것을 포기했다.
오늘은 본사 회의도 참석하고 면접도 보고 해서 피곤하지만 이영진 상무가 온다니 또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강시혁은 얼른 치아부터 닦았다. 혹시 이영진 상무와 가까이 대화할 때 냄새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발랐다. 남성용 향수도 살짝 뿌렸다.
벤츠 세차를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저녁이라 그것은 포기했다.
그리고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가 사준 버버리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양복을 입었다.
강시혁이 7시 반이되자 이영진 상무 집으로 갔다.
그리고 이영진 상무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고 차에서 내려 기다렸다.
사실 이영진 상무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였다.
저녁 먹고 운동 삼아 슬슬 걸어오면 10분도 안될 거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재벌이었다. 취객들도 많은 이태원거리를 홀로 걷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큰일이다.
더구나 그녀는 미녀였고 옷이나 가방 등이 모두 명품 브랜드들이라 남의 눈에 잘 띤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도 이렇게 차를 타는 것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재벌의 삶이 불편할 수도 있었다.
육중한 대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이영진 상무가 나왔다. 검정색 코트차림이었다.
강시혁이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뒷문을 열어주었다.
“미안해요. 가까운 거리인데.”
“승용차를 타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강시혁은 머리를 숙여주었다.
강시혁은 언제나 예의 하나만큼은 칼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술을 마시는 시간대다. 그래서 그런지 이태원 거리에는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았다.
사무실 근처를 두 바퀴나 돈 다음에 겨우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얼른 주차를 못해서.”
“미안해요. 내가 무리하게 차를 가지고 나오라고 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호호. 강 대리님은 언제나 로봇 같아요.”
“죄송합니다.”
“거봐요. 또 그러잖아요.”
그러면서 이영진 상무는 명랑하게 웃었다.
이영진 상무가 마스크를 썼다.
강시혁과 이영진 상무가 사무실이 있는 건물로 왔다.
강시혁은 엘리베이터 벨을 누르고 이영진 상무가 먼저 타야 자기도 탔다. 그리고 난후 조심스럽게 5층 버튼을 눌렀다.
5층 사무실에 도착하였다.
사무실은 이영남이 있어서 그런지 모두 불이 켜진 상태였다.
이영진 상무는 문 양옆에 있는 두 개의 상호 간판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강시혁이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이영진 상무가 사무실을 둘러보고 말했다.
“사무실이 아담하네요.“
이영남이 자기 방에서 톡 튀어나왔다.
“어? 누나 왔어?“
“네 방은 어디지?”
“여기야.”
“흠. 좀 좁은 것 같은데 이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더 큰 데로 옮겨라.”
“사무실이야 지금이라도 큰데 옮길 수 있지만 돈을 번 다음에 할 거야. 나도 스스로 창업하여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려야지.”
강시혁이 얼른 탕비실에 가서 녹차를 두잔 타왔다.
이영진 상무가 차를 마시다가 YN엔터테인먼트 팻말이 있는 방을 보았다.
“저기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쓰는 곳인가?”
이영진 상무가 엔터테인먼트사가 쓰는 방을 열어보았다.
“에게! 책상만 달랑 두 개 있네?”
“엔터테인먼트는 여기서 기획만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같은 건 용역줄 거야.”
“호호. 소꿉장난 하는 것 같다.”
“처음 시작은 다 이래.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잡스는 이런 사무실도 없어서 차고의 방 하나를 빌려서 창업했다고 하잖아.”
“힘들면 언제든지 누나한테 이야기해라.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계열사 사장 자리 하나는 마련해 달라고 할 테니까.“
“싫어. 내가 그 큰 회사를 운영할 능력도 없고 자유를 속박하는 것은 싫어. 난 여기 YN엔터테인먼트를 꼭 크게 키울 거야.”
“의지는 좋지만......“
“두고 봐. 성공할거야. 그런데 내가 시혁이 형하고 같이 어울려 엔터테인먼트 회사 창업했다는 것은 아직 아버지에게 말하지 마.”
“안 해. 아버지 알면 화내실 테지.”
“그래서 당분간은 YN엔터테인먼트는 내가 세운 회사가 아니고 K&B파트너스라는 사모 펀드사에서 세운 회사라고 누가 물으면 말해줘.”
“알았어.”
“그런데 누나 기다리느라고 밥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픈데? 밥 사줄래?”
“그래 어디로 갈까?”
“이태원은 복잡하고..... 유엔빌리지 안에 있는 선율 레스토랑 어때?”
“선율? 거기 가본지 참 오래되었네. 그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