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엔터테인먼트 회사 (2)
(170)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완료되었다. 일주일도 더 걸렸다.
사무실은 역시 돈을 발라놓으니 고급스러워 보였고 깨끗했다.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서 속이 쓰렸지만 이런 사무실이 생겼으니 기분은 좋았다.
이영남도 사무실을 보고 좋아했다.
“굿! 베이스캠프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아!”
“리틀 브라운 방은 저쪽 창가야. 뷰가 가장 좋은 곳이지. 저기서 바라보면 이태원 거리가 한눈에 다 보이지.”
“형 자리는?
“나야 비상근이니까 없어도 돼.”
“그러면 안 되지. 사용을 안 해도 만들어 놔야지. 그리고 평상시 형이 없을 때 회의실 같은 것으로 활용하면 되잖아.”
변상철도 그게 좋다고 하였다.
“그래. 회사가 설립되었는데 대표이사 사장실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돼. 상담실을 대표이사실로 해.”
그래서 룸 3개를 만든 건 이영남이 사용하는 방과 사장실, 그리고 YN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쓰기로 하였다.
중앙 홀을 사무실로 쓰고 중앙 홀 한쪽에 칸막이 파티션을 하고 변상철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집기를 사는 건 변상철에게 맡겼다.
변상철은 자기 아버지 침대공장에서 거래하는 가구점에 부탁해 일체의 사무실 비품을 들여오게 했다.
책상과 걸상, 책장, 그리고 회의용 탁자, 탕비실의 냉장고 등이 들어오자 사무실 분위가 물씬 풍겼다.
KT에 이야기하여 인터넷을 깔고 책상마다 컴퓨터를 설치했다.
강시혁은 취업 포털 사이트에 펀드매니저 구인광고도 냈다. 3년 이상 경력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냈다.
전에 강시혁이 대리운전을 할 때는 워크넷의 구인광고를 주로 보았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 구인광고는 잡 코리아 같은 포털 사이트에만 광고를 냈다.
[K&B파트너스와 함께 미래를 설계할 펀드매니저를 초빙합니다.
경영학이나 경제학, 회계학을 전공한 학사로 펀드운용 실무경력 3년 이상인 분을 모시겠습니다. 투자자산운용사, 투자 상담사 및 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는 우대합니다.]
광고가 나가자 바로 지원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인재들로 넘쳐났다. 그것은 강시혁이 분식집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지원해봐서 잘 안다.
서너 명 모집에 수백 명씩 지원자가 오는 경우가 많아 강시혁은 서류심사에 탈락하여 면접도 못 본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강시혁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이름 있는 기업은 피했다.
마찌꼬바 같은 작은 회사를 지원했는데 운이 나쁜지 이곳도 잘 안되었었다.
배동수가 와서 YN엔터테인먼트로 쓸 방을 보았다.
깨끗한 룸에 책상이 두 개가 들어가 있고 컴퓨터도 있었다.
강시혁의 방이나 이영남의 방엔 책상 하나에 응접소파가 들어갔지만 YN엔터테인먼트로 쓸 방은 응접 소파는 없고 책상만 두 개 들어가 있었다.
그래도 자기 책상이 생겨 배동수는 상당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고맙습니다. 형님.”
강시혁에게 정중히 인사까지 했다.
“우선 법인부터 만드세요. K&B파트너스 법인설립을 도와준 법무사 사무실 전화번호가 여기 있어요. 여기 사무장이 아줌마인데 친절하고 잘 해줘요.”
“바로 찾아가 보겠습니다.”
“갈 때 준비서류를 가져가세요.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 그리고 주민등록 등본도 가져가세요. 감사인 변상철 씨도 똑같은 서류를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준비를 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같이 가져가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법인통장은 아직 만들 수 없으니 출자금 2억은 배동수씨 개인통장으로 들어갑니다. 법인설립 후 다시 돈은 빼내 내 통장으로 보내주어야 합니다.”
“예? 다시요?”
“K&B파트너스도 아직 사업자등록은 내지 못했습니다. 등록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에서는 사업자등록을 내야 법인통장을 만들어줍니다.”
“아, 그럼 법인통장 만들고 정식 출자금이 YN엔터테인먼트 법인 통장으로 들어오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야 회계처리가 가능합니다. 우선 배동수 씨 개인 계좌번호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시혁은 이날 은행에 직접 가서 2억 원을 배동수씨 개인통장으로 보내주었다.
배동수는 자기 통장에 찍힌 2억 원을 보고 감개가 무량한 표정으로 통장을 보고 또 보았다.
“뭐해요? 통장에 자본금 들어왔으면 빨리 법무사 사무실 가지 않고!”
“아, 알겠습니다. 형님!”
강시혁은 변상철이 뭣을 하고 있나 보았다.
변상철은 자기 책상에 앉아서 그동안 비품을 산 영수증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엑셀에 입력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야, 상철아! 아니 변 부사장! 지금 뭐해?”
“영수증 정리하고 있어. 날마다 정리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헷갈려.”
“회사 잘되면 경리직원 채용해 줄게. 여기 빈 책상이 몇 개 더 있잖아. 부사장님께서 손수 영수증이나 정리하고 있으면 되겠어?”
변상철이 있는 사무실엔 빈 책상이 네 개나 더 있었다.
나중에 회사 확장에 따라 직원채용 할 때를 대비하여 책상을 더 갖다놓은 것이다.
강시혁이 이영남의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가 보았다.
이영남은 책상에 기대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세상에 팔자가 늘어진 놈은 바로 이놈이야.]
“리틀 브라운, 아니지 이제 회사가 설립되었으니 이 감사지. 이 감사는 지금 뭐하는 거야?”
“일본 사카모토 쯔요시 씨의 연주 장면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나와 있어. 그래서 들어본 거야. 형도 한번 들어볼래?”
강시혁이 잠깐 들어보는 척을 하였다.
“좋군.”
“좋지? 참, 사카모토 씨는 주변문제가 해결되어 다음 주에 오기로 했어.”
“그래? 그럼 일본 아이돌 그룹 초청하는 문제를 협의하면 되겠네.”
“원래는 이번 주에 오기로 했었는데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가 안 되어 한주 연기 했었어. 이제 사무실 마련되었으니 자신 있게 오라고 한 거지.”
“그럼 사카모토 씨는 낮엔 우리사무실에 있다가 밤에 클럽 같은데 가서 라이브 연주하면 되겠네. 돈은 몇푼 벌게 해 줘야지.”
“지금 윤진형도 사카모토 씨가 올 데만 바라보고 있어. 포스터까지 만들어 클럽 입구에 붙이겠다고 했어. 일본 재즈음악의 천재 사카모토 쯔요시 씨 내한 공연 이라는 포스터 말이야.”
“배동수의 친구 한 사람이 일본 J-pop카페 운영자라고 하니까 거기에다 선전을 해도 되겠네.”
“물론 그렇게 해야지. 나는 그것보다도 크리스마스 날이 닥쳐오니 가족 초청 콘서트를 하려고해. 사카모토 씨를 모시고 하면 아마 아버지도 잘한다고 박수를 쳐줄 거야. 음악을 모르는 분들도 사카모토 씨의 음악을 들으면 바로 빠져버리거든.”
"회장님 부부와 이영진 상무도 오시겠네. 그럼 그날은 나도 옷을 깨끗이 입고 서빙 준비를 해야지. 서빙하면 또 강시혁 아닌가!“
“식사들은 하고 오실 거니까 그날 차나 대접하면 되겠지. 형도 무대에 나와 기타반주를 해줘.”
“기타는 클럽에 근무하는 기타리스트 윤진형이 해야지!. 나는 아마추어잖아.”
“물론 진형이 형이 잘하긴 하는데..... 아버지나 영진 누나가 외부인은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사카모토 씨는 외부인 아닌가?”
“그 사람은 특별히 초청한 일본인이니까 괜찮아. 더군다나 아버지도 사카모토 씨의 스승인 에디 히긴스 정도는 알거야.”
“흠, 그렇겠군. 아버지 세대라면 에디 히긴스를 알겠군.”
윤진형은 변상철의 친구다.
이태원 바닥에서 노는 예술인이라 복장이나 머리 스타일도 요란했다. 밖으로 들어나는 문신도 있고 가끔 한쪽 귀걸이를 할 때도 있었다. 회장 같은 연배의 사람들이 결코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윤진형은 사카모토 씨와 같은 중년도 아니고 젊은이라 이영남과 자주 어울리는 사람으로 볼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회장은 윤진형이 나타나면 얼굴을 찌푸릴게 분명하였다. 자기 아들을 꼬여내어 클럽이나 다니며 술이나 마시고 심하면 뽕이나 하는 놈들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사카모토 씨는 이영남과 어울릴만한 나이도 아니고 이름 있는 일본 예술가라고 하니까 영빈관 초청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잠깐 한국에 체류하고 떠날 사람이니 이영남과 어울려 못된 짓을 하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영남이 계속 생글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형! 가족 콘서트는 원래 누구 아이디어인줄 알아?”
“회장님 지시인가?”
“아니야. 영진 누나 아이디어야.”
“오, 그래?”
“우리가 부모님한테 받기만하고 준 것이 없거든. 이번 기회에 효도 한번하고 사카모토 씨 제자를 초청하는 이벤트를 한다면 짱돌 하나를 던져 두 마리 새를 킬링하는 거지.”
부모 이야기가 나오자 강시혁은 대전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났다.
자기는 효도한번 못해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처음으로 100만원을 부쳐준 게 전부였다.
그것도 성질내면서 보내줬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영남의 스마트폰 벨이 울렸다.
“어, 누나!”
이영남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이영진 상무 같았다.
강시혁은 조용히 이영남 방을 나왔다. 오누이가 둘이 전화를 하는데 자기가 옆에서 경청을 하면 결례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시혁은 배동수가 사용하는 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들어갔다.
배동수는 법무사 사무실에 제출할 서류를 떼러 주민센터에 갔는지 자리에 없었다.
이영진 상무가 이영남에게 전화로 물었다.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는 끝났다는 문자 받았어. 이제 네가 커피숍 같은데 안가도 되겠다.”
“누나! 이 사무실은 내가 출자만 했지 내가 만든 사무실은 아니야. 아버지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
“안 해.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그룹 경영에 참여 안하고 딴 짓 한다고 벼락이나 떨어지지.”
“책상도 다 들어왔어. 방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빌려줬어.”
“생각보다는 회사 하나 금방 만들었네. 경험도 없는 아마추어들이.”
“강 대리가 역시 유능해. 리더십이 있잖아. 금방 법인 하나 만들고 집기 들여놓는 걸 보니 사장감은 맞는 것 같아.”
“매출을 올려야 진짜 사장이지.”
“잘 하겠지.”
“그런데 거기 자본금이 얼마라고 했지?”
“10억이야. 내가 4억5천, 변상철이란 강 대리 후배가 5천, 그리고 강 대리가 5억이야.”
“5억? 생각보다는 많이 투자했네. 돈도 없다는 사람이.”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을 신용불량자로 알고 있다.
그것은 삼방그룹에서 강시혁에 대한 신원파악을 해보았기 때문이었다.
이영진 상무는 퍼뜩 의심이 생겼다.
[신용불량자였던 것 같은데! 그때 전자사장이 분명히 아버지한테 한 말이 생각나. 강시혁이 신용불량자지만 은행융자로 자영업을 했다가 코로나로 망해 빚을 갚지 못했다고.]
[그리고 신용회복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받고 투잡을 뛰어 매월 갚아나간다고 했었어. 전자사장은 이런 강 대리의 모습을 보고 아주 건전한 청년이라고 말했었지. 오히려 칭찬과 격려를 해줘야할 청년이라고 했었어. 그런데 5억이라니!]
이영남이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은 안하지만 아마 강 대리가 이번에 주식으로 재미 좀 본 것 같았어.”
“주식?”
이영진 상무는 주식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은 일본에 가서 가와라 흥업이 장명건설에 가압류를 거는 걸 보았던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은 홍 사장 측의 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이 가압류로 장명건설 주가가 빠졌을 때 저가 매입을 했으리라고 보았다. 그리고 가압류 해제시 되팔았을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강 대리가 장명건설의 임금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었구나. 생각보다는 영리한 사람이었네.]
그러면서 이영진 상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5억이란 돈은 너무 커보였다. 강시혁의 실력으로 만들 수 없는 돈으로 보았다.
[삼방그룹 대리 자격으로 은행의 신용융자를 끌어들였겠군. 신용회복위원회 변제금을 착실히 갚아나갔다면 추가 융자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부모님 지원도 좀 받고 2억 5천정도 투자해 5억을 만들은 것 같네.]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동안 장명건설 주가가 두 배 올랐었으니까 타임만 잘 맞추었다면 5억 원은 벌수도 있었겠네.]
이영진 상무가 말했다.
“장명건설에 대한 정보가 있으니까 돈을 끌어들여 한번 해본 것 같군. 내부 정보를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니라 문제는 없겠지. 그런데 생각보다는 똑똑한 것 같네.”
“누나! 강 대리 똑똑한 것 이제 알았어? 더구나 그는 무술 유단자야. 인성도 좋고. 내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어.”
“그래? 하긴 나도 신세를 많이 졌지. 우리 남매가 그런 사람을 만난 것이 행운인 것 같구나.”
“고마워. 누나!”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이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2억 5천만 원 정도를 장명건설에 투자해 5억을 만든 것으로 알았다.
이영남은 강시혁이 자기가 빌린 돈으로 10억까지는 아니더라도 5억 이상 번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영진과 이영남은 강시혁이 무려 25억 4천만 원을 벌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이영진 상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신설법인의 상호가 뭐라고 했지?”
“K&B파트너스야. 강시혁의 K와 강 대리 후배 변상철의 B를 딴 거야. 내 이름 이니셜은 넣지 말라고 했어. 아버지가 알면 또 난리가 날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
“잘했네. 그건.”
“나는 K&B파트너스에서 출자한 YN엔터테인먼트사나 잘 키워볼 생각이야.”
“YN은 또 무슨 뜻이지?”
“이영남의 영남이라는 소리야.”
“그래? 상호에 너의 의지가 담긴 것 같다.”
“그 회사가 잘되면 K&B파트너스의 출자금은 돌려주고 내가 지분 인수를 할 생각이야.”
“너 다운 생각이다. 모두 잘되었으면 좋겠다.”
“잘 될 거야. 두고 봐. 그래서 나도 아버지한테 인정받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