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엔터테인먼트 회사 (1)
(169)
변상철과 이영남은 커피까지 마시고 돌아갔다.
강시혁은 이제 법인등기만 나온다면 바로 K&B파트너스의 영업을 시작하여야 한다. 그런데 판을 벌려 놓았지만 솔직히 말해 구성원 중에 펀드운영 경험자는 없다.
강시혁도 사모펀드사 등록은 어떻게 하고 고객은 어떻게 모집하는지 모른다. 고객의 신탁계약서의 양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강시혁은 아무래도 펀도 운영 매니저 한 사람을 고용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본금도 많지 않고 사무실도 이제 공사 중인데 누가 올수 있겠나 하였다.
그렇다고 이렇게 시작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 소꿉장난도 아니지 않은가?
주변에 펀드 운영을 할 매니저를 찾지 못한다면 공개모집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잘못하다가 K&B파트너스 출자금 5억만 날리는 것 아닌가?]
강시혁은 불안감이 앞섰다.
전문가를 모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되면 바로 인건비가 나간다. 모집한 사람에게 배동수나 변상철처럼 250만원의 급여를 줄 수도 없었다. 더 많이 줘야 했다.
걱정은 되지만 지금 사무실도 얻고 또 법인 설립중이라 포기할 수도 없었다.
끝까지 갈 데까지는 가야한다는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웬 돈을 100만원이나 부쳤어?”
“아, 생활비 하시라고 보내드린 거예요. 매월 그렇게 보내드리죠.”
“그 돈으로 네 적금이나 하나 들어야겠다.”
“그러지 마세요. 오로지 생활에 보태라고 보내드린 돈이에요. 그러니 마음 놓고 아버지랑 외식도 하고 그러세요.”
“아니다. 우리야 없으면 없는 데로 살면 그만이다.”
강시혁은 이상하게 짜증이 생겨 성질을 냈다.
아마 사모펀드사를 설립하면서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아, 옷도 하나 사 입고 그러세요! 너무 구질구질하게 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젠 나를 욕할 거예요. 대기업에 다니면서 부모님 옷도 한 벌 안 해드린다고 할 것 아녜요!”
갑자기 큰 소리를 내자 엄마가 화들짝 놀랐다.
“아, 알았다. 우리가 알아서 쓸게.”
그러면서 엄마는 전화를 끊었다.
엄마에게 소리를 지른 것이 좀 미안했다.
사회에 나온 지 처음으로 100만원 보내놓고 유세떤다고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재단 신종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일러실 창고에서 가져갔던 고서화 두 점은 감정평가가 나왔습니다.”
“오, 그래요? 어떤 분이 그리신 거랍니까?”
“조선 후기 실경산수화가로 안중식, 조석진의 그림이었습니다.”
강시혁은 좀 실망되었다. 발견한 그림이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김홍도나 신윤복의 이름은 들어봤어도 안중식과 조석진은 한 번도 들어본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에이, 난 또 김홍도나 신윤복 그림인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안중식, 조석진 두 분도 아주 유명하신분입니다.”
“그래요? 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서...... 그러면 그분들 그림도 몇 백만 원 합니까?”
“잘은 몰라도 천만 원은 넘을 겁니다.“
“그으래요?”
“그래서 관장님은 이번에 뜻하지 않게 그림을 얻은 기회에 조선 후기 실경산수화전을 열겠다고 했습니다.“
“달랑 두 점 가지고 전시회를 해요?”
“관장님은 조선후기 산수화를 소장하신 분들을 몇분 알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분들을 설득해 찬조 출품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로 했습니다.”
[흠. 미술대학 관장을 지냈다니 소장자들까지도 아는 모양이네.]
“그럼 전시회가 거창하겠는데요?”
“사무국장님이 벌써 언론사에 보낼 보도 자료도 만들어 놨습니다.“
“그래요?”
“관장님은 또 이영진 상무님의 부군 되시는 분이 A일보사의 아드님이라 직접 언론사 회장님께 전화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대대적인 홍보 요청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 뭐, 뭐라고요?”
이건 너무 오버한 것 같았다.
홍 회장도 지금 삼방그룹이라면 불편하게 생각할 텐데 전화하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었다.
[관장이나 사무국장은 이영진 상무의 이혼 소식을 모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강시혁은 관장도 이벤트에 강한 여자라고 보았다.
대학교 학장이었다가 삼방 문화재단에 영입되었으니 무언가 그 값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 아닌가 했다.
강시혁은 자기도 K&B파트너스가 설립되면 빨리 이벤트를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이벤트가 돈을 벌지, 아니면 날릴지 모르지만 빨리 판을 벌려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강시혁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현재 법인설립은 법무사 사무실에 의뢰한 상태고 인테리어도 공사 중이라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아침에 골프연습과 밤에 바벨운동이나 열심히 했다. 경호원으로서 다른 건 몰라도 몸매 하나만큼은 확실히 해두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자기에게 무기가 있다면 같은 비서실에 근무하는 유길준 대리나 오남수 대리보다는 덩치도 크고 몸매도 좋다는 것뿐이었다.
대기업 사원들 중에는 공부도 많이 하고 컴퓨터 업무를 많이 보아서 그런지 거북목처럼 된 사람도 있지만 강시혁은 그렇지 않았다.
팔뚝도 굵고 가슴이 나와서 특별히 운동을 한 사람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운동을 많이한 사람처럼 보이기는 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최 이사에게 주간 업무보고와 공적조서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최 이사는 공적조서가 마음에 안 드는지 유길준 대리에게 좀 고치라고 지시를 했다고 했다.
최 이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적조서 잘 받았네. 그런데 초딩이 처럼 썼네? 문장력이 그게 뭔가?”
“죄송합니다.”
“내가 유길준 대리에게 좀 고치라고 했네. 그런 줄 알고 나중에 유길준 대리 만나면 밥이라도 사게.”
“알겠습니다. 이사님!”
법무사 사무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법인 등기서류 다되었어요. 내가 사장님 사무실로 갖다드릴까요?”
“아, 아니, 내가 찾으러 가죠. 사무실은 지금 인테리어 공사 중입니다.”
법무사 사무실엘 갔다.
사무장 아줌마가 법인 등기부등본 발급 받은 것과 법원 등기소에서 사용하는 법인 카드 같은 것을 주었다. 그리고 자기네들이 만들었다는 정관과 이사회 회의록 같은 것도 주었다.
강시혁이 서류를 보았다.
등기서류에는 상호가 주식회사 K&B 파트너스로 되어있고 본점 소재지는 이태원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 법인의 1주당 금액은 만원으로 되어있고 발행주식 총수는 10만주로 되어있었다. 이렇게 되면 이 회사 주식은 강시혁이 5만주, 이영남이 4만 5천주, 그리고 변상철이 5천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사업목적은 투자매매, 투자중개, 투자일임 등 여러 가지가 적혀 있었다. 이것은 법무사 사무실에서 다른 회사 것을 보고 넣은 것 같았다.
그리고 임원에 관한 사항도 나와 있었다. 대표이사는 분명히 강시혁으로 나와 있고 주민등록번호 앞의 6자리도 나와 있었다.
사내이사로는 이영남이 나와 있고 감사로 변상철이 되어있었다.
[히히, 이제 된 건가?]
강시혁이 서류를 대봉투에 넣으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무장님.”
“아휴, 뭘요.”
“그럼 이 서류 들고 본점 소재지인 용산 세무서에 가면 되겠군요. 사업자등록은 당일이나 다음날 나오니까 빨리 해야겠군요.”
강시혁은 건대 앞에서 분식집을 할 때 사업자등록증을 낸 경험이 있었다.
그때도 세무서에 가니까 바로 해준 걸로 기억이 났다.
“금융투자업은 바로 가시면 안 될 겁니다. 금융위원회 등록을 먼저 해야 할걸요? e-금융센터에 한번 문의해 보세요.”
맞았다. 강시혁도 이건 인터넷 검색을 할 때 본 기억이 났다. 등록도 해야 하고 전문요원도 확보가 되어 있어야 했다. 이건 전문가 모집 후 진행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시혁이 그런 게 있냐고 사무장에게 물으면 쪽팔리니까 아는 체를 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흠, 흠.”
강시혁이 이영남에게 전화를 했다.
“리틀 브라운? 법인 등기서류가 나왔네.”
“오, 빨리 나왔네.”
“그런데 사업자 등록을 하려면 금융위원회 등록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우리가 펀드사를 운영하려면 전문가 한사람은 있어야 할 것 같아.”
“그건 형이 알아서 해. 나도 그 방면에 대해선 잘 몰라. 금융 분야에 경험이 좀 있긴 하지만.”
“리틀 브라운이 금융 분야에 경험이 있어?”
“아버지 때문에 조금 했어.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아서 뛰어나오긴 했지만.”
“난 처음 듣는 소리네.”
“내가 미국 시카고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밴드 일을 좀 했지. 형한테 이야기 안했나?”
“리틀 브라운이 실용음악으로 유명한 콜롬비아 칼리지 시카고를 나온 건 내가 알지.”
“하루는 클럽에서 일을 하는데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이 날 잡으러 왔었어. 아버지가 음악대학 입학을 허가한건 졸업 후 MBA 과정에 입학하기로 한 건데 내가 말을 안 들었거든.”
“흠. 그래서 끌려갔겠군.”
“그래서 어쩔 수없이 MBA과정을 졸업하고 월스트리트에서 1년 정도 금융 쪽 일을 하다가 도저히 못 참고 도망을 나온 거야. 그 후로는 아버지와 원수처럼 지내고 있는걸 형도 아마 눈치 챘을걸?”
“그랬나?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건 알고 있는데 그런 일이 있었군.”
“하지만 난 한국의 펀드사 등록이나 운영 같은 건 잘 몰라. 월스트리트에 있을 때도 별로 일한 것도 없어. 회사를 나가다 안 나가다 그랬으니까. 난 YN엔터테인먼트에나 주력하고 싶어.”
“내가 보기에 리틀 브라운이 관심 갖는다면 YN엔터테인먼트가 한국의 최고 엔터테인먼트사로 우뚝 서리라고 봐.”
“헤헤. 고마워. 형이 많이 밀어줘야 우뚝 서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에스엠이나 하이브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될 거야.”
“헤헤. 금방 그렇게 되겠어?”
“누가 알아? 하이브만 해도 지금 주가가 30만원이 넘던데. 아마 시가 총액이 10조원이 넘는 회사일걸?”
“12조원이야.”
“오, 그래? 역시 관심분야니까 리틀 브라운도 하이브의 시가총액을 다 파악하고 있었군.”
“형, 그런데 이 말을 지금 해도 될지 몰라?”
“무슨 말인데?”
“에이, 나중에 이야기 하지.”
“뭔데? 해봐.”
"YN엔터테인먼트가 크려면 몇 십 년이 걸릴지 몰라. 형,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언제 생긴 줄 알아?“
“모르겠는데?”
“설립연도가 1995년도야. 코스닥 상장은 2000년도고.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나는 회사를 병아리 때부터 키우는 것도 좋지만 M&A를 하며 확장해 나갈까 해.”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런데 M&A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갈걸?“
“펀드를 투자받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싶지 않아. 나중에 YN엔터테인먼트가 증자를 하게 되면 내 개인 돈으로 증자에 참여하려고 해. 형이 도와줄 거지?”
“개인 돈으로 참여한다고?”
“지금 신설 엔터테인먼트사인 YN엔터테인먼트사가 자본금이 2억이 아니야?”
“2억이지. K&B파트너스에서 출자한 2억이지.”
“만약에 YN엔터테인먼트사가 5억으로 증자를 한다면 펀드 투자를 받는 것보다는 내가 추가로 3억을 넣겠다 이 말이야. 10억 증자를 한다면 추가 8억은 내가 넣겠다는 말이지.”
[이놈 정말 맹랑하네.]
강시혁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엔터테인먼트사는 이렇게 K&B파트너스의 출자로 시작하지만 좀 될 성 싶으면 자기가 투자하여 제1 대주주로 올라가겠다는 심보였다.
시카고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음악에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니 나름대로 그동안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영남이 누구인가? 이건용 회장의 핏줄이 아닌가?
비록 혼외 자식이지만 자식은 자식인 것이다. 이영남이 한 테도 아부를 하고 잘 보여야 하는 것이다.
정말 삼방그룹에서 만수무강을 하려면 이영진 상무는 물론 이영남 한 테도 잘해야 하는 것이다.
구두라도 핥으라고 하면 핥을 용의가 강시혁 한 테는 있는 것이었다.
강시혁도 기쁘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오, 좋은 아이디어네. 그러면 탄탄한 YN엔터테인먼트가 되어 수많은 음악인을 길러내는 산실이 될 거네. 대주주가 음악인인데 YN엔터테인먼트가 안 크겠어? 리틀 브라운은 삼방그룹이 밀어주지 않아도 엔터테인먼트 재벌로 우뚝 설 거야.”
“헤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형이 잘 밀어줘야 한다니까! 까부는 놈이 있으면 형이 걷어버리고 말이야.”
“내 원래 담당업무가 오너가족의 경호업무야.”
이 말은 틀렸다.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의 경호요원이지 오너가족 전체의 경호요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영남의 환심을 사기위해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형, 참 요즘 골프 배운다며? 영진 누나에게 들었어.”
“응, 그건 가끔 이영진 상무의 골프장 수행을 할 때가 있어서 배워두려는 거야.“
“형! 잘 배워. 그래서 우리 같이 치러가!”
“내가 낄 자격이 되나?”
“형! 그리고 머리를 올려달라는 건 영진 누나에게 부탁해. 영진누나는 골프가 거의 싱글 급이거든.”
“머리를 올려달라고? 그게 뭐지?”
“하, 이런! 그것도 모르다니! 인도어에서 골프 배우고 처음에 그린에 나가서 라운딩을 하면 머리 얹는다고 하잖아. 그때 같이 쳐준 선배가 머리 올려주는 거야.”
[그러면 이영진 상무가 내 머리를 올려준다는 말인가? 여자가 남자의 머리를 올려줘? 뭔가 기분이 좀 이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