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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68화 (168/199)

168화 법인 설립 (6)

(168)

이혼을 했다면 한국 사회에선 짠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이혼을 했다면 사람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괜한 흥미를 갖는다.

이영진 상무가 이혼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면?

이영진 상무의 배우자였던 홍 사장이 약쟁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어 사람들은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듯이 할 것이다.

강시혁이 최 이사에게 좀 더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해야 당신에게만 알려준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었다.

“이사님! 이영진 상무님은 이혼협의서에 서명은 했습니다. 법원의 결정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일본에 가서 서명했다면 이미 법원의 결정이 나왔을 텐데?”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강 대리 역할이 중요하겠는데?”

“예?”

“이혼했다고 하면 집적거리는 남자들이 있을 것 아닌가?”

“아직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고 해도 홍 사장 측에서 보도 통제를 하고 있다면 당분간은 이혼사실이 안 밝혀지겠지. 그들은 언론 재벌이 아닌가! 하지만 요즘 SNS가 발달해서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의 이혼사실이 세상에 밝혀지는 것은 지금은 아닐 것으로 보았다.

홍 사장이 장명건설 주식의 자기 지분을 삼방건설에 모두 양도하고 나서 나올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내가 25억 4천만 원을 벌었으니 홍 사장은 50억 이상을 벌었을 거야. 그리고 그 50억을 재투자하고 액면분할 때 또 돈을 먹겠지. 그리고 증자 후 주식 전부를 삼방건설에 넘긴다면? 2백억 이상 먹겠는데?]

이렇게 되면 홍 사장은 주가조작의 몸통이고 강시혁은 깃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강시혁은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던 홍 사장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시혁이 여전히 고개를 낮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하실이라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지만 이런 모습으로 말했다.

“이사님! 혹시 이영진 상무님의 법원 결정서류가 확인되면 이사님께 즉시 보고 드리죠.“

“내가 그걸 물어보는 건 다른 이유는 없네. 지금 SNS에 연예인 K양과 홍 사장 관련설이 가끔 나오기 때문에 그러네.“

“배우 겸 가수인 K양이 약물 복용으로 일본 경찰에 체포된 적은 있었죠. 오사카 닛폰바시 병원에서 투약을 한 사실이 있었죠. 한국에서도 걸려들었었죠? 그러니 홍 사장과 친하다면 홍 사장도 뽕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겠죠.”

“홍 사장과 K양의 관계가 SNS에 자주 나오는 건 좋지 않아. 기업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지.”

“그런 건 있겠네요.”

“그래서 이혼설이 슬슬 고개를 드는 것 같아. 이영진 상무는 얼굴도 예쁘지만 똑똑하다고 소문이 난 사람인데 남편이 그렇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겠나.”

“그건 그렇습니다.”

"나야 나이로 봐서는 회장님을 모시고 끝나겠지만 자네들 세대에서는 이영진 상무를 회장으로 모시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니 회사의 주인이 세상에 가십거리로 있으면 안 되겠지. 이영진 상무 보필을 잘해 드리게.“

“그때까지 제가 잘리지 않고 잘 근무할 수 있을까요? 공채직원도 아닌데?”

“자네야 남들이 갖추지 않은 걸 갖추지 않았는가?”

“스카이 출신도 아닌데요?”

“자네는 태권도 5단에 유도가 5단이고, 또 눈이 밝아 밤에도 숨겨진 그림을 찾아내고, 또 전기기능사 자격도 있어서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척척 전기를 고치는 사람이 아닌가? 더구나 영어도 나불거린다며? 자네는 삼방그룹에서 만수무강하겠는데?”

“아이고, 만수무강은 이사님이 잘 봐주셔야지요.”

“참 자네에게 포상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네. 무턱대고 아무 때나 상을 줄 수는 없고 연말에 모범사원 표창을 할 때 포함시키도록 했네.”

“저를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공적조서를 써야하는데...... 자네가 초안을 잡아서 보내게. 그럼 내가 다듬어 결재를 올리겠네.”

“공적조서는 어떻게 쓰죠?”

“인터넷 찾아봐. 공적조서가 딴 것이 있나? 근사하게 포장하면 되지.”

“포장을 어떻게 하지요?”

“그림을 발견할 때 고양이가 그림을 찢으려고 해서 태클로 달려들어 고양이를 잡다가 얼굴을 다쳤다고 써. 또 그림을 꺼내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넘어졌지만 그림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고 몸으로 감싸고.... 뭐, 그런 식으로 잘 쓰란 말이야. 이 사람은 밥을 떠먹여 줘도 잘 모르네!”

“하, 제 공적조서를 제가 쓰기가 좀 민망스러워서....”

“그럼 내가 쓰란 말인가? 자네가 써. 사내 수상경력은 나중에 승진심사 때 유리하네. 그런 줄만 알게.”

“알겠습니다.”

“그럼 난 가네. 여의도 국회의원 한사람이 만나자고 해서 가네. 정치권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안 갈수 있나? 안가면 괘씸죄에 걸리겠지. 그럼 난 가네.”

이 말에 강시혁이 빙긋 웃었다.

강시혁은 최 이사라는 사람이 보기보다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 이사는 학벌도 좋고 집안도 좋고 붓글씨도 잘 쓰지만 말이 빠른 게 흠이었다.

말이 빠르면 상대도 긴장을 하기 때문에 썩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았다.

다음날 변상철이 명함과 법인도장을 만들어가지고 영빈관으로 왔다.

“명함 로고가 예쁜데? 배동수가 만들었나?”

“자기가 엔터테인먼트사를 만들면 쓰려고 습작으로 만들어 논 것이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이야기 하자마자 바로 보내준 거야.”

“법인도장은 네가 갖고 있어라.”

“형은 오전에만 영빈관 근무하고 오후엔 K&B파트너스 사무실에 올 건가?”

“글쎄. 수시로 왔다 갔다 하지.”

“투자에 관한 사항은 형이 결정해. 형은 K&B파트너스의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고 나는 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액 주주니까.”

“그런데 넌 5천만 원을 직장인 대출로 융자받았으니까 바로 다음 달부터 이자가 발생하겠구나.”

“헤헤. 형이 알아서 나 월급 주겠지 뭐.”

“내가 어제 배동수를 만났어. 배동수 급여를 수익 발생 전까지는 월250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너도 그 수준이면 어떻겠냐?”

“그러면 나야 좋지. 황공할 따름이지. 그런데 괜찮겠어? 두 사람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합치면 바로 월 천만 원이 깨질 텐데.”

“자본금 있으니까 우선 몇 달간 까먹다가 이후 매출이 발생하면 되겠지.”

변상철과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영남이 왔다.

“어? 상철이 형도 와 있네?”

“명함하고 법인도장을 만들어가지고 왔어.”

이영남도 명함을 보더니 예쁘다고 하였다.

강시혁이 이영남에게 말했다.

“명함 로고는 배동수가 만들어준 거야. 역시 감각은 있는 친구야.”

“그러네.”

“참, 어제 배동수를 만났어. 엔터테인먼트 사장을 맡기로 승낙했어. 사무실도 보고 갔지. 아주 좋아하던데.”

“배동수가 오면 잘 할 거야.”

“엔터테인먼트사가 설립되면 첫 번째 작품으로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추천하는 일본 아이돌 그룹 가수들을 초청하기로 했다고 말했어. 그랬더니 사업성이 있을 거라고 말하던데?”

“그래?”

“한국에서도 일본의 J-pop을 좋아하는 덕후들이 있다고 하면서 자기가 아는 친구가 일본 아이돌 펜클럽 회장으로 있다고 하던데?”

“오, 그래? 잘되었네!”

변상철도 말했다.

“배동수가 애니메이션 하는 친구라 J-pop을 잘 알거야.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들이 인기 있는 것들도 많잖아.”

강시혁이 점잖게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쪽은 잘 될 것으로 믿어. 예술성이 풍부하고 비즈니스 마인드도 갖춘 리틀 브라운이 있고 배동수도 있으니까!”

이영남이 말했다.

“그래도 큰형이 있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하지.”

이제 강시혁은 또 큰형으로 격상되었다.

강시혁은 가만히 앉아서 폼만 잡아도 이렇게 올라가고 있었다.

“엔터테인먼트사도 상호를 정해야겠지. 엔터테인먼트는 리틀 브라운의 제의에 의해 만들어 졌으니까 영남이라는 이름을 따서 YN엔터테인먼트 라고 상호를 지으면 어떨까?”

변상철이 즉각 반응했다.

“YN엔터테인먼트? 괜찮은 것 같은데? YJ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도 있잖아?”

이영남이 쑥스러운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다른 이름으로 해. 쑥스럽게.”

그러면서도 얼굴을 보니까 싫어하는 표정은 아닌 것 같았다.

강시혁이 힘을 주어 말했다.

“오늘 여기서 K&B파트너스 임시 이사회를 연 것으로 하지. 그리고 임시 이사회에서 3가지를 결정한 것으로 하지.”

“3가지? 그게 뭔데?”

“첫째 K&B파트너스에서 출자하여 설립하는 엔터테인먼트사는 상호를 YN엔터테인먼트로 정한다. 둘째, YN엔터테인먼트의 자본금은 2억 원으로 한다. 셋째, YN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사는 배동수로 하고 감사는 변상철로 한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영남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으와, 역시 큰형 멋있어!“

“나중에 큰 이벤트 같은 걸 할 때 돈이 많이 들어가면 단기차입금 형태로 돈을 빌려주면 되겠지. 그렇게 되면 K&B파트너스에서 펀드 가입자를 많이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게 좀 문제네.”

“걱정 마, 형! 지금 내가 영진 누나를 펀드 가입하라고 꼬이고 있는 중이야.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

강시혁은 정말 이영진 상무가 투자를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영진 상무의 재산을 자기가 늘려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

이영진 상무야 대 그룹인 삼방그룹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지만 그쪽 돈은 함부로 빼내서 뭘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K&B파트너스는 작은 개인회사나 다름이 없어서 마음대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돈을 꺼내서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가 관심을 당연히 가지리라고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있었다. 강시혁은 어디까지나 삼방그룹 비서실 소속이다. 월급도 받고 있다.

그래서 K&B파트너스 대표이사를 하는 건 회사에서 문제를 삼을 소지가 다분히 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그만두라면 그만두지 뭐!]

강시혁은 이미 25억 4천만 원이라는 돈을 벌어 논 사람이므로 배짱이 두둑해졌다.

이 돈만 있으면 다시 건대 앞에 가서 이제는 10평짜리 분식집이 아니라 30평이나 40평 되는 가게를 차릴 수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분식집을 할 때는 은행이자가 나갔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때 내가 30평짜리 가게를 가지고 있는 수제 생맥주집 사장과 곱창집 사장을 얼마나 부러워 했었나? 이제 내가 건대 맛의 거리에 가서 50평짜리 가게를 얻는다면 그놈들이 개 무시하지는 않겠지!]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영남이 생글거리며 중국 음식을 시켜주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짬뽕 3그릇과 탕수육을 한 접시 시켰다.

이영남이 탕수육을 먹으며 말했다.

“빨리 사무실이 완공되었으면 좋겠어. 커피숍에 앉아있으니까 자꾸 이 동네 양아치 같은 놈들이 말을 걸어 미치겠어.”

“그놈들이 무슨 말을 거나?”

“끊임없이 투자해 달라는 거지. 그 자식들은 내 얼굴을 보면 돈으로 보이는 모양이야. 내가 보기엔 망해먹기 꼭 알맞은 사업을 가지고 떼돈 번다고 하면서 침을 튀기는데 정말 못 봐주겠어.”

“공갈치는 놈은 없지?”

“요즘 내가 가끔 형들하고 같이 다니니까 그런 일은 없어. 큰형은 이 동네 방범위원이 아닌가?”

변상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방범위원 백 가지고 되겠어? 적어도 경찰서 서장 정도 백은 있어야지?”

“아냐. 먼데 있는 서장보다는 가깝게 있는 방범위원이 낫지. 서장은 관리직이지만 형은 태권도가 5단이라 맞장 뜨면 일곱 명은 그대로 봐버리는 사람이잖아.”

강시혁은 이영남이 저렇게 자기를 알고 있으니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러다가 건달들을 만나 싸움이라도 진짜 붙는다면 개망신 당하는 것이 아닌 가 했다.

[별수 있나? 싸움나면 무조건 피해야지!]

변상철이 다시 말했다.

“리틀 브라운! 만약에 이영진 상무님이 K&B파트너스에 투자한다면 얼마나 할 것 같아?”

“글쎄. 좀 많이 하지 않을까? 영진 누나는 경영 참여하면서 월급도 착실히 모아두고 배당금 받은 것도 많으니까!”

“그럼 몇 억이 아니라 몇 십억은 투자해 줄 수 있을까?”

“그것까지는 모르지만 일단 관심은 있어 하고 큰형을 믿으니까 많이 해줄 거야.”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가 자기를 믿는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나를 믿는다고?]

강시혁은 현재 자기가 이영진 상무 앞에서 보인 능력은 따까리로서의 능력일 뿐이었다.

경영자의 능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설법인의 설립을 앞두고 믿는다고 하니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변상철이 강시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펀드사가 투자한 회사가 벌써 상장이 되어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고 하던데?”

“그런 전문 펀드사야 직원도 많고 경험 있는 펀드매니저들도 많이 고용했겠지. 하지만 우린 자금운용에 대한 경험도 없으니 작게 가야지.”

강시혁은 경험 없이 함부로 하긴 싫었다.

지금은 이영남이 하고 싶은 것을 밀어주는 수준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그리고 배워가면서 펀드사를 키워나가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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