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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67화 (167/199)

167화 법인 설립 (5)

(167)

문화재단 관장과 신종화도 가고나자 강시혁은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했다.

높은 사람들에게 전화를 해줘야 자기가 편해지기 때문이었다.

“영빈관 파견자 강시혁 대리입니다.”

“오, 그래. 강 대리!”

“회장님과 이영진 상무님은 방금 가셨습니다.”

“무슨 일로 갑자기 두 분이 영빈관을 들렸나?”

“폐자재 창고에서 창업회장님이 보관하셨던 그림 네 점이 발견되어서 보러 오셨습니다.”

“그런가? 알았네.”

최 이사에게도 전화를 했다.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내용과 똑같이 보고했다.

보고 내용을 듣고 난 최 이사가 말했다.

“그래서 고양이 새끼가 들어와서 잡으러 다니시다가 그림을 발견하셨다 이 말씀이시군.”

어째 전화 받는 태도가 좀 삐딱한 것 같았다.

“예, 보일러실 옆 창고라 폐자재만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 발견은 자네 눈 밝아서 했겠지만 발견했다는 보고는 사전에 나한테 했어야지! 안 그러신가요? 강시혁 선생?”

“그, 그건, 그림이 회사 물건이 아니고 돌아가신 창업회장님의 물건인 것 같아서.....”

“강 대리님은 지금 소속이 어디신가? 비서실 아니신가요?”

최 이사는 계속 쪼아댔다.

이제는 자네라고 부르지도 않고 강 대리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아침에 꽈배기를 먹고 출근했나? 왜 이렇게 비비꼬아!]

아마 비서실 직원들이 모두 이런 식으로 최 이사에게 당해서 좀생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강시혁은 이쯤해서 자기가 꼬리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제가 생각이 좀 짧았던 것 같습니다. 이영진 상무님 댁에 심부름을 자주 다니다보니 그쪽에 먼저 보고를 한 것 같습니다.”

“알겠네. 자네가 비서실 대리로 발령난지가 얼마 안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보고나 잘해주게. 보고 한다고 해서 돈 들어가는 일이 아니잖은가?”

“죄송합니다.”

최 이사도 이 정도 선에서 끝내었다. 길게 갈구면 자기도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상대방은 자기보다 직급이 한없이 낮은 대리에 불과하지만 상대는 문고리 담당 비서이기 때문이었다.

“오늘 일어났던 일은 주간업무 보고에 반영이나 잘해 놓게.”

“알겠습니다.”

강시혁은 최 이사에게 그림을 찍어두었던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카톡을 하기 시작하면 시시때때로 카톡으로 쓸데없는 지시를 할 것 같아서였다. 주간업무 보고를 보낼 때나 뒤에 첨부자료로 보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강시혁이 시계를 보았다. 오늘 배동수를 만나기로한 시간이 다되었다.

강시혁이 슬슬 이태원역으로 갔다.

그런대 지하철역 앞 3번 출구 앞에 있는 파리바게트 앞에서 배동수를 만났다.

“배동수 씨!”

“아, 강 대리님!”

“식사 안했죠? 커피숍 가지 말고 점심이나 먹으러 갑시다.”

그래서 이태원 119안전센터 뒷골목에 있는 가마솥 순대국 집으로 갔다.

순대국밥을 먹으며 강시혁이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자본금 2억 정도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개인사업체가 아니고 주식회사죠?”

“물론입니다. 나중에 회사를 운영하면서 큰돈이 필요하시면 차입 형태로 펀드사에서 돈을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소정의 이자를 펀드사에 지급하거나, 아니면 비율을 정하고 나눠 먹기식으로 해도 됩니다.”

“펀드사는 설립이 되었습니까?”

“설립 중에 있습니다. 며칠 후면 법인 등기서류가 나올 겁니다. 상호는 K&B파트너스입니다. 강시혁의 'K'와 변상철의 ‘B'를 따서 만든 겁니다.”

“변상철 씨도 투자를 많이 했겠네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K&B파트너스는 자본금이 10억인데 내가 5억, 리틀 브라운 이영남 씨가 4억5천, 그리고 변상철이 5천만 원을 출자했습니다.”

“하, 그런데 참 돈들이 많으시네요. 저는 회사 대리로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큰돈 조달은 어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돈은 많이 없어요. 부모님 돈도 가져와 출자금에 보탰죠.”

“부럽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교통비를 걱정해야 될 입장입니다.”

“신불자는 아니죠?“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데 아직 신불자는 아닙니다. 까딱하면 신불자가 될 처지죠.”

“신불자 아니면 되었습니다. 이제 고정 월급이 나가기는 하는데 아직 수익이 발생하는 입장이 아니라 최저 임금만 지불합니다.”

“그럼 200만원 내외가 되겠네요.”

“그렇다고 최저 임금만 드리면 사장 체면이 안서니까 월 250만원으로 하죠. 그러면 연봉 3천만 원입니다.”

“많던 적던 고정월급이 있다면 해보겠습니다.”

“나중에 회사 운영하면서 필요한 경비는 법인카드를 쓰면 됩니다. 그런데 참 엔터테인먼트사 이름을 정해야 되겠네요.”

“강 엔터테인먼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강 엔터테인먼트?”

“강 대리님 출자금이 제일 많은 것 같아서요.”

“에이, 다른 이름으로 하세요. 난 엔터테인먼트 쪽은 잘 몰라요.”

이 말을 하면서 강시혁은 픽 웃었다.

자기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아서였다.

[지금 K&B파트너스 라는 사모펀드사를 설립하지만 내가 사모펀드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잖아? 그리고 삼방그룹에는 여러 계열사가 있지만 나는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아는 게 없지 않은가.

나는 전자도 모르고, 건설도 모르고, 전기도 모르고, 화학도 모르지 않은가. 내가 지금 잘하는 건 따까리 밖에 잘하는 게 없지. 하지만 누구는 뱃속부터 배우고 나왔나? 부닥치면서, 배워가면서 하는 거지!]

강시혁이 말을 멈춘 것 같아 배동수가 힘을 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상호를 정하는 문제는 제가 음악하는 친구들과 한번 의논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설립하는 엔터테인먼트사가 꼭 음악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영화는 투자금 회수가 오래 걸립니다. 음악쪽 을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영남씨 말로는 K-pop도 유행이지만 J-pop도 국내 덕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아이돌 가수를 먼저 초청하기로 했습니다. 이영남 씨가 잘 아는 재즈음악가가 길러낸 아이돌 가수라고 합니다.”

“제 친구 중에서 지금 일본 아이돌 가수 펜클럽 회장을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같이 의논해서 하겠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잘되면 이런 사람들은 채용해도 좋을 겁니다.”

“엔테테인먼트사의 사장은 배동수씨입니다. 채용과 승진이나 해임은 모두 사장의 고유 권한입니다. 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사의 감사로는 변상철씨가 들어갑니다. 변상철 씨는 K&B파트너스의 이사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K&B파트너스의 감사는 이영남 씨이겠네요.”

“그렇습니다. K&B파트너스의 대표는 나고 감사는 이영남 씨입니다. 변상철 씨는 K&B파트너스의 이사이지만 회사에서는 상근 부사장으로 근무할 예정입니다.”

“이제 대충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선 배동수 씨의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인감도장 같은 것을 준비해 두세요. 설립 절차에 들어가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식사 다하셨으면 사무실 구경 갑시다. 현재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좀 시끄러울 겁니다.”

강시혁은 배동수를 데리고 임대한 사무실로 갔다. 인테리어 공사 중이라 어수선 했다.

인테리어 업자가 강시혁이 온 것을 알고 인사를 하였다.

“자재는 최고급으로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평당 50만 원짜리 공사지만 퀄리티는 평당 70만 원처럼 해 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인테리어 업자가 다른 곳으로 가자 강시혁이 배동수에게 설명했다.

“룸은 세 개를 뺄 겁니다. 룸 하나가 바로 엔터테인먼트사가 쓰는 사무실이 될 겁니다. 그리고 가운데 룸은 상담실인데 상담실은 K&B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쓰면 됩니다.”

“사무실이 의외로 넓네요. 이 정도면 임대료가 비싸죠?”

“보증금 5천에 월 임대료 400입니다.”

“어휴, 비싸네요.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로 존경심이 갑니다. 직원들 월급주고 임대료 주고 다 그럴 것 아닙니까?”

“우리가 자본금 2억을 보내는 것은 며칠 후에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도 설립전이라 법인통장은 정식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내 개인이름으로 만들었습니다. 법인설립 등기 나오면 통장은 법인통장으로 전환할 겁니다.”

“저는 그런 것 잘 모릅니다. 강 대리님, 아니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되는 것 아닌가요?”

“강 대리라고 부르세요. 아직 삼방 소속이니까요.”

“그러면 형이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보아하니 변상철 씨나 이영남 씨도 모두 강 대리님에게 형이라고 부르더군요. 연세도 저보다 많으시잖아요.”

“뭐 좋을 대로 하세요.”

“그러면 저도 이제 강시혁 사단에 들어가는 겁니다.”

“강시혁 사단이라니?”

“이영남 씨나 변상철 씨가 그러던데요? 자기들은 강시혁 사단의 맴버라고 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네.”

“형님! 잘 알겠습니다. 사무실 보니 막 의욕이 생깁니다. 엔터테인먼트사가 설립되면 열심히 뛰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아우님!”

강시혁과 배동수는 웃으면서 서로 힘주어 악수를 하였다.

하루가 지났다.

강시혁이 관리실에서 주간업무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정문 벨이 울렸다.

모니터를 보니 고개를 숙인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 뒤에는 그랜저 신형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랜저를 타고 온 이 남자가 누구지?]

남자가 고개를 드는데 뜻밖에도 최 이사였다.

[이크! 이 좀생이가 웬일이지?]

강시혁이 인터폰으로 말했다.

“예, 지금 나가겠습니다.”

강시혁이 얼른 뛰어나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허리를 깊숙이 구부리고 인사를 하였다.

“아, 이사님 아니십니까? 웬일이십니까?”

“웬일이라니? 내가 못 올 데를 왔나?”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최 이사가 마당에 들어서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장례식 때보다도 많이 달라진 것 같네. 가정집 같지가 않고 이제는 무슨 공연장이나 대형 카페 같은 분위기네.”

“사무실은 지하에 있습니다. 우선 1층 접견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강시혁이 최 이사에게 접견실을 보여주었다.

일반 회사의 접견실과 달리 유럽 궁전의 내부처럼 꾸민 것을 보고 최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좋군. 엔틱한 분위기가 나네. 샹들리에도 아주 고급스럽고 화려하네. 방들을 다 터서 그런지 아주 넓네. 창업회장님 흉상은 저쪽에 있군.“

“2층 한번 보시겠습니까? 미술품이 보관된 곳입니다.“

“됐네. 내가 아무리 이사라고 해도 문화재단의 재산을 함부로 열람할 수 있나. 사무실이 지하라고 했나? 사무실로 가세.”

강시혁이 지하 관리실을 구경시켜주었다.

“CCTV모니터를 보니까 관리실은 아파트 관리실하고 똑같네. 잠은 어디서 자나? 여기서 생활한다고 했지?”

강시혁이 자기 방도 보여주었다.

일부러 조명을 하나만 켰다.

“뭐야, 방에 가구가 하나도 없네.”

그러면서 최 이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문을 닫았다.

“의외로 고생하는 것 같군. 이 넓은 집에 혼자 있으면 밤에 무섭겠는데?”

“예. 밤엔 가끔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리고 귀신 울음소리도 들립니다.”

“귀신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하지만 경호요원이 그런 것 무서워하면 어떻게 합니까?”

“참, 자네는 태권도 5단에다가 유도가 5단이라고 했지?”

“앉아계십시오. 영빈관의 명물 대추차를 타오죠.”

강시혁은 최 이사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썼다.

직속 상사라 기왕 온 김에 뇌물은 못주어도 친절하게는 대해줘야 할 것 같아서였다.

최 이사가 차를 마시면서 강시혁의 책상위에 있는 책들을 보았다.

알기 쉬운 경영학이나 만화 회계실무 같은 책을 보고 약간 비웃는 웃음을 날렸다.

“지하실이라 공부하기는 좋겠네. 그런데 좀 습하지 않나?”

“겨울엔 괜찮습니다.”

“전기기능사 책도 있네. 전기는 볼 줄 아나?”

“여기를 한번 보세요.”

그러면서 강시혁이 벽에 걸린 전기 기능사 자격증을 가리켰다.

“기능사 자격증이 있네. 비서실 직원 중에서 여기서 근무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는 것 같네.“

“비서실엔 인재들이 많지 않습니까? 대기업의 인재들은 비서실과 기획실에 다 모여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재는 무슨 놈의 인재! 다 그렇고 그런 놈들이지!”

“비서실 직원들은 모두 스카이 대학출신인 것 같던데요?”

“스카이 대학을 나오면 뭐하나? 입만 나불거리는데. 스카이는 나도 나왔네!”

“그래도....”

“그건 그렇고. 여기서는 회장님 댁과 이영진 상무님 댁이 가까우니 자네를 자주 부르나?”

“가끔 부르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주로 무슨 일을 시키나?”

“그것은..... 죄송합니다. 이사님은 제 직속 상사라 보고를 드려야하지만 아무래도 사생활 관련일도 많아서......”

“알았네. 곤란하면 말 안 해도 되네. 그렇지만 하나만 딱 묻겠네. 이영진 상무가 이혼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이혼이 확정된 사실인 것은 맞나?”

[이 인간이 이걸 알고 싶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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