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법인 설립 (1)
(163)
강시혁이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주식 시장이 끝날 시간은 아니었다. 장명건설 주식은 다 팔았지만 그래도 장명건설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나 궁금했다.
증권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장명건설은 차트가 장대 음봉이 나오고 하한가로 직행하였다.
[오, 마이 갓! 상투 잡은 사람들 곡소리 나겠네. 이 사람들도 더 올라갈 줄 알고 그렇게 되었겠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가 나왔었다.
최근 합병설 풍문에 대한 회사의 조회공시 요구였다.
회사에서는 합병을 검토한 바가 없음 하고 짤막한 문장 하나를 내 보냈다. 주가 폭락은 이 문장이 결정타였던 것 같았다.
역시 주식은 어렵고 무서운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자기와 같은 승자가 있으면 패자 또한 있어야하는 것이 냉혹한 주식시장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남에게서 카톡이 왔다.
[형, 돈 잘 받았어. 이자도 잘 받았어. 어디에 투자했었는지는 모르지만 투자가 실패하지는 않은 것 같네. 역시 시혁이 형이야. 내가 사람을 잘 보긴 했어.]
[리틀 브라운이 돈을 빌려줘 이번에 이익 좀 봤지. 고마워.]
강시혁은 자기가 빌린 돈을 어디에 투자했고, 또 얼마를 벌었고 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영남도 이 부분에 대하여는 질문하지 않았다.
[저녁에 영빈관에 들릴게. 지난번 돈 빌려줄 때 작성한 차용증은 돌려줄 테니까 찢어버려.]
[그리고 지금 나 법무사 사무실에 가는 중이야. 법인 등기는 내가 하는 것보다 전문가한테 맡기는 게 낫겠지.]
[수수료 더 들더라도 법무사에 맡기는 게 좋아. 혼자 하다보면 돈도 더 들고 시간도 더 들어가는 수가 있어.]
[맞아.]
[아, 그리고 K&B파트너스 출자금 4억 5천만 원은 바로 형 통장으로 입금을 시켜줄게. 아마 법인 설립할 때 은행 잔고증명을 보자고 할지 몰라.]
[그러면 통장을 새로 만들어야겠는데? 통장 새로 만들고 계좌번호 알려줄게.]
[만들고 카톡으로 알려줘.]
강시혁은 이태원역 앞에 있는 IBK기업은행으로 갔다.
여기서 통장을 하나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선 자기의 출자금 5억 원을 이 통장으로 송금했다.
계좌번호도 이영남에게 카톡으로 알려줬다.
이영남은 불과 10분도 안되어 자기의 출자금 4억 5천만 원을 보내왔다.
[형, 내 출자금 4억 5천만 원 보냈어. 이제 법인이 설립되니까 사무실 임대 보증금이나 인테리어 비용은 자본금에서 쓰면 되겠네.]
[고마워.]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나하고 이영남은 출자금 모두 통장에 넣었다. 계좌번호 알려 줄테니 너도 5천만 원 넣어라.”
“지금 은행에 가는 중인데 며칠 걸릴지 모르겠어.”
“그럼 내가 5천만 원을 네 통장으로 보낼 테니 새로 개설한 내 통장으로 다시 보내줘. 그리고 융자금 나오면 갚으면 되잖아.”
“그럼 나야 좋지.”
그래서 강시혁은 5천만 원을 변상철에 빌려주고 변상철은 이 돈을 자기가 출자한 것처럼 하여 새로 개설한 통장으로 보내주었다.
이제 통장에 10억 원이 모두 들어온 것이다.
강시혁은 10억 원이 든 통장과 사무실 임대 계약서를 들고 법무사 사무실로 갔다. 법인등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법무사 사무장을 만났다. 사무장은 40대 아줌마였다. 사무장이 법인설립 이야기를 듣고 법인 등기에 관한 필요서류를 적어주었다.
등기이사의 인감증명서, 인감도장, 주민등록 등본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준비 서류가 많은 것 같네]
사무장이 말했다.
“설립 법인이 사모펀드사라고 했죠? 그럼 자본금이 10억이겠네요. 10억 이상은 공증해야 돼요. 10억이 든 통장을 가지고 공증인 사무실에 다녀오셔야 해요.”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신설법인의 정관과 발기회의 의사록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건 우리가 준비하죠. 전에 다른 사모펀드사가 작성한 정관과 의사록이 있으니까요.”
사무장은 이런 일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법인 등기에 관해선 척척박사였다.
강시혁은 이태원 주민센센터에 가서 자기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 등본도 발급받았다.
이영남과 변상철에게도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 등본을 떼어 놓으라고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강시혁은 공증 사무실에가서 자본금 10억에 대한 공증도 받았다.
강시혁이 영빈관 지하에서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이영남이 왔다.
“어, 왔어? 저녁 먹었어?”
“점심을 늦게 먹었어.”
“그럼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 해.”
강시혁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와서 테이블에 앉았다.
이영남이 품속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다.
“이건 형이 나한테 20억 빌릴 때 써준 차용증이야. 이제 돈 갚았으니 찢으면 되지?”
그러면서 이영남은 차용증을 강시혁이 보는 앞에서 찢었다.
[이 녀석은 많이 해본 솜씨네.]
또, 이영남은 백팩에서 자기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강시혁에게 주면서 말했다.
“법인 임원 등기서류야.”
“고마워.”
“그리고 지난번에 이야기 했듯이 법인 대표이사는 형이 하는 거야. 상철이 형은 부사장을 할 거니까 등기이사로 하고 나는 감사로 하면 돼.”
“나도 그 생각이야.”
“그럼 앞으로 내가 형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럼 나는 리틀 브라운을 감사님으로 불러야 하나?”
그러면서 둘은 낄낄거리고 웃었다.
그러다가 강시혁이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법인 설립은 스무드하게 돌아가는데 앞으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게 걱정이야.”
“머리를 짜야 되겠지.”
“그래서 나는 자본금 10억을 가지고 장명건설 주식을 사서 모을까 해.”
“장명건설은 며칠 전 상한가 쳤던 것 같던데?”
“삼방건설과 합병설은 가짜라 지금 하한가 가고 있어.”
“그런 주식을 왜 건드리려고 하지? 무슨 호재 있나?”
“합병설로 올랐던 주식이 다 빠지고 나서 횡보할 때 조금씩 사모아야지. 금년 안으로 액면 분할한다는 것이 이영진 상무와 홍 사장의 이혼조건 중 하나였으니까.”
“액면분할? 호재이긴 한데.....”
“그래서 장명건설에 투자해보려고 하는 거야.”
“홍 사장도 약값이 필요했던 것 같네. 그런 치사한 조건을 달았으니. 이혼하면 깨끗이 떠날 것이지 더럽게 구질구질한 인간이네.”
“자본금만 투자하면 투자액이 적어 펀드 모집을 하면 좋겠는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
“펀드모집은 너무 걱정할 것 없어. 필요하면 내가 투자금을 더 넣고 영진 누나에게도 투자하라고 할 테니까!”
“그건 말하지 마. 내가 영진 누나한테 찍히는 수가 있어. 회사일 안하고 쓸데없는 짓하고 다닌다고 할 것 아닌가?”
“벌써 영진 누나한테 말했어. 셋이 투자해서 K&B파트너스를 설립한다고 했어.”
“뭐라고?”
“그랬더니 눈을 반짝이면서 관심을 표하던데?”
“그랬.....나?”
“나는 일본의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오면 일본의 유명 아이돌 그룹을 초청할까 생각중이야. 그 아이돌 그룹을 길러낸 사람이 사카모토 쯔요시 씨 거든.”
“투자금 이야기 하다가 왜 갑자기 일본 아이돌 그룹을 말하는 거지?”
“일본 아이들 그룹을 불러 공연기획을 하려는 거야. 행사비용을 K&B파트너스에서 투자 하는 거지.”
“뭐라고?”
“어때? 재미있지 않나?”
“그런데 우린 펀드사지 공연을 기획하는 엔터테인먼트사가 아니잖아?“
“엔터테인먼트사를 하나 설립하면 되지. K&B파트너스가 투자한 엔터테인먼트사를!”
“뭐라고?”
“법인설립 절차야 이번에 형이 K&B파트너스 설립하면서 잘 알 것 아닌가? 엔터테인먼트 회사 하나 세우는 건 시혁이 형한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러면서 이영남이 생글생글 웃었다.
“나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하여 잘 아는 바도 없어.”
“문화재단 큐레이터 애인인 배동수라는 사람을 잊었나? 그 사람 보기보다는 유명한 사람이야. 그 사람을 불러 엔터테인먼트사 사장을 시키고 형은 그 회사 감사나 등기이사를 하면 통제가 되겠지.”
“허, 거기까지 생각했나? 그런데 배동수가 애니메이션 전문가지 공연 전문가는 아니잖아?”
“대학 다닐 때 홍대 앞에서 언더그라운드 밴드 활동도 했던 사람이야. 예술하는 사람들은 원래 음악도 잘 알아.”
“그렇다면 기타리스트 윤진형이 더 음악 전문가가 아닌가?“
“진형이 형이 음악 전문가는 맞지. 그런데 그 형은 관리형은 아니야. 매니지먼트엔 안 맞아. 그래서 배동수를 택한 거야.”
“그으래? 리틀 브라운 이제 보니 사람 관상도 볼 줄 아는 모양이네.”
“돌아가신 창업 회장님께 조금 배웠어. 배동수는 엔터테인먼트 사장 정도는 할 사람이야.”
“나는 펀드사 사장을 할 사람이고?”
“형은 아니야. 형은 사장이 못돼.”
그러면서 이영남은 고개를 좌우로 살살 흔들었다.
조금 기분은 나빴다.
“하긴.... 난 사장 재목이 아닐 수도 있지.”
“상철이 형도 잘 하면 계열사 사장은 할 사람으로 보여.”
[씨팔. 상철이도 사장을 한다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을 안 해주는 것 같네. 싸가지 없는 자식! 형들을 함부로 평가하고 있어? 기분 나쁘게.]
“형은 사장 재목은 아니고 그 위의 회장 재목이야. 대 그룹을 이끌 회장 재목이 틀림없어. 몸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가 대단해. 10성 마나가 뿜어 나오는 것 같아.“
[이 자식은 어린놈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것 같네.]
“하하. 좋게 말해주니 고맙다. 그럼 배동수도 우리 사무실에 나오라고 했으니까 K&B파트너스가 출자하는 형식으로 해서 엔터테인먼트사를 설립해 주자.”
“바로 그거야. 배동수를 시켜 공연 기획을 하고 애니메이션 제작도 맡기고 하면 될 거야.”
“좋았어.”
“결국 그런 공연기획이나 제작도 돈 싸움이거든. 돈 질러놓고 이벤트 벌리는 사업이지.”
“그런가?”
“하지만 사모 펀드사는 달라. 투자 대상에 대한 분석력과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겠지.”
[이 녀석은 어느 땐 철딱서니 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지만 가끔가다가 어른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
“좋아. 배동수를 시켜서 앤터테인먼트사를 만드는 건 나도 찬성이야. 그런데 K-POP이 유행인데 역으로 일본 애들을 데려오는 J-POP이 먹혀 들어갈까?”
“모르는 소리! 언젠가 일본의 아이돌 그룹인 아라시가 우리나라에 와서 서울 올림픽 공원 펜싱 경기장에서 공연했다는 이야기 못 들어봤어?”
“그런 일이 있었나? 난 먹고 사느라고 바빠서 그런덴 통 관심이 없어서......”
“4인조 그룹인 세카이노 오와리는 벌써 여러 번 내한 공연을 했어. 올 때마다 표가 매진되고 팬들이 떼 창을 부른 건 모르지?”
“그랬나?”
“그래서 난 사카모토 쯔요시 씨가 오면 공연 주선을 한번 해보겠어."
"좋아. K&B파트너스가 돈을 벌려면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을 해야겠지.“
이영남이 드럼을 치는 동안 강시혁은 운동을 했다.
웃통을 벗고 바벨 연습을 했다. 아무리 자기가 K&B파트너스의 대표를 하더라도 이영진 상무의 경호원인 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영빈관에 들어와 날마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강시혁은 팔뚝이 아주 두꺼워졌다.
앞가슴 근육 살도 전보다 많이 나왔다. 강시혁은 실상 이 운동을 경비원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태권도나 격투기 선수 출신도 아닌 자기가 국내 재벌그룹 딸의 경호원 자리를 유지하려면 몸매부터 근사하게 보여야 할 것이다. 그래서 바벨운동은 거르지 않고 꼭 하는 것이었다.
이영남이 화장실을 갔다 오다가 강시혁의 벗은 몸을 보고 다가왔다.
언젠가 처럼 강시혁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이 녀석은 징글맞게 왜 또 이러지?]
“형! 몸매 정말 좋아. 여자들이 많이 반하겠어.”
“여자들이 돈에 반하지 육체미에 반해서 결혼하는 사람은 없어.”
강시혁은 이영남이 자꾸 자기 가슴을 만지는 것이 싫어서 옷을 입었다.
“오래간만에 나도 드럼 반주에 맞춰 기타를 쳐볼까?”
“좋지!”
그래서 강시혁은 드럼에 맞추어 노래 몇 곡 기타 반주를 했다.
이영남이 돌아가고 나서 강시혁이 혼자 책을 보았다. 만화로 된 회계실무였다.
그런데 책속에서 이영진 상무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강시혁은 자기가 이영남과 어울려 사무실을 얻고 사모 펀드사를 차린 것을 아무래도 이영진 상무에게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삼방그룹 비서실 소속이면서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오너의 입장에서는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상무님. 제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출자하여 사모펀드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삼방그룹 비서실 소속이라 신설법인에 대표자로 이름은 빌려주었지만 상근은 하지 않습니다.
비서실 업무와 상무님 경호업무는 빈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상무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신설법인의 등기이사에서 발을 빼도록 할 것입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답신이 왔다.
[회사업무에 지장이 없다면 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회사에는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강시혁이 또 답신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상무님의 따듯한 배려가 너무 고맙습니다. 제 인생에 상무님 같은 분을 만난 것을 큰 축복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성심을 다해 상무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회신이 들어왔다.
[고마워요. 강 대리님. 강 대리님 마음을 알아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
그러면서 이영진 상무는 또 강시혁에게 아기 곰이 쿨쿨 잠을 자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