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이익 실현 (4)
(162)
다음날 강시혁은 이태원에 있는 부동산을 찾아갔다.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부동산이었다.
“사무실 하나 보러 왔습니다. 나온 것이 있습니까?”
60대 정도 되는 부동산 사장은 강시혁의 아래 위를 훑어보며 말했다.
“몇 평 짜리를 찾습니까?”
“한 30평정도 되면 좋겠습니다.”
“나온 것이 하나 있는데 대로변에 있는 신축 건물이라 좀 비쌉니다.”
“얼마입니까?”
“보증금 5천만 원에 월 400만원입니다. 테라스도 있고 탕비실도 있는 사무실입니다. 7층 건물의 5층에 있는 사무실이라 앞에 보이는 전망도 좋습니다.”
“월세가 400만원이나 합니까?”
“대로변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사무실도 있긴 합니다. 월 임대료가 300만원이나 350만 원짜리도 있지만 그쪽 원한다면 소개해 드리죠.”
그래서 부동산 사장을 따라서 사무실 구경을 했다.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고 이면도로에 있는 사무실은 후졌다. 마음에 드는 건 대로변에 있는 400만 원짜리였다.
그런데 이 400만 원짜리도 인테리어 공사는 해야 될 것 같았다. 테라스와 탕비실이 있는 건 좋은데 좀 낡았다. 하지만 위치는 좋은 것 같았다. 이태원 역에서 가까운 119안전센터 근방에 있어서 이영남이 자기 집에서 슬슬 걸어오기도 좋을 것 같았다.
일단은 이영남에게 보여주고 계약을 하려고 했다.
“잘 보았습니다. 이따 저녁에 다시 오죠. 같이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우리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정식 계약은 아니더라도 약속 이행금 얼마를 걸어놓으세요. 그래야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소개 안합니다.”
“얼마를 걸어야 합니까?”
“알아서 하세요.”
“50만원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그리고 계약을 하게 되면 임대료는 선불인거 아시죠?”
“예? 그, 그런가요?”
“다 그렇게 합니다.”
이영남에게 카톡을 보냈다.
“이태원역에서 가까운 119안전센터 근방에 좋은 사무실이 나왔네. 30평인데 테라스도 있고 탕비실도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았어. 리틀 브라운도 저녁에 와서 한번 봐. 리틀 브라운이 좋다고 하면 바로 계약을 할게.”
“저녁에 갈게.”
“그런데 인테리어는 좀 해야 될 거야.”
“필요하면 해야 되겠지. 그런데 119안전센터 근방이면 나도 좋아. 집에서 가깝잖아. 그런데 나한데 빌린 돈은 정말 내일 갚는 거지?”
“아, 그건 걱정 마. 이자도 함께 보낼 테니까.”
[역시 이놈은 돈에 지독한 놈이야.]
저녁에 이영남이 영빈관으로 왔다.
변상철도 바로 왔다.
“저녁 먹기 전에 사무실부터 보러가지.”
“그럴까?”
강시혁은 이영남이 사무실을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하면 계약 예약금 50만원이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부동산 업자들도 참 약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 예약금조로 생각지도 않은 돈을 받아가니 말이다. 역시 삶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았다.
부동산 사장은 어떤 아줌마와 함께 연애라도 하는지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강시혁이 친구들이 함께 오전에 본 사무실을 다시 보고 싶다고 했다.
“문 열려졌으니 보고 오세요. 손님 올 줄 알고 문을 안 잠갔어요.”
부동산 사장은 아줌마와 연애하느라 같이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부동산 업자는 눈웃음치며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 사무실 보러 두 사람이나 왔는데 손님이 계약을 예약해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랬나요?”
“아마 그 사무실은 보여주면 서로 계약을 하겠다고 했을 겁니다. 위치 좋은데 나온 사무실은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이 됩니다.”
강시혁이 이영남과 변상철에게 사무실을 안내했다.
변상철은 사무실이 넓은데 놀라는 눈치였다.
“임대료가 비싸겠는데?”
강시혁은 이영남에게 아부 좀 했다.
“여기 전망이 제일 좋은 덴 칸막이를 하고 리틀 브라운 전용 방으로 하면 되겠지? 아, 물론 인테리어는 산뜻하게 꾸밀 거야. 신설 병원처럼 그렇게 인테리어를 꾸밀 거야.”
이영남은 어린놈이 뒷짐을 쥐고 둘러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뒷짐 쥐고 걸어가는 폼이 자기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이 계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테리어 비용은 집기까지 해서 돈 천만 원이면 뒤집어쓰겠지.”
변상철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 임대료가 얼마라고 했지?”
“5천만 원 보증금에 월 400만원이야.”
“와, 비싸네. 거의 우리 아버지 침대공장 임대료 수준이네. 그런데 매월 그렇게 임대료가 나갈 텐데 수익 모델은 있는 거야?”
“그건 오늘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 해보자.”
“사업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사무실을 얻어도 될까 말까한데 아직 구체적인 수익모델도 없이 사무실부터 얻는 건가?”
“생각해 둔건 있어.”
이영남이 뒷짐을 진채 말했다.
“형! 계약해. 인테리어 비용은 돈 아끼지 말고 해. 집에서 가까운 것 하나는 좋네.”
부동산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사무실 잘 보았습니다. 친구들이 마음에 들어 하니 내일 계약하죠.”
“그럼 내일 12시까지 나와요. 건물 주인하고 계약해야 하니까요. 인테리어 공사는 보증금 완납하고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강시혁이 이영남을 쳐다보며 말했다.
“리틀 브라운이 사무실이 생겨서 좋네. 이제부터 사무실서 친구도 만나고 차도 마시고 그래. 그동안 커피숍 전전하느라고 고생했는데 베이스캠프가 마련되었으니 얼마나 좋아.”
이 말에 이영남은 기분이 좋은지 생글거렸다.
셋이 삼겹살집으로 갔다.
“자, 이제부터 상호와 사업목적을 정해야겠지.”
“형은 무슨 좋은 생각이 있어?”
“지난번에 우리가 K&B컨설팅을 사칭하고 다녔으니 상호는 K&B로 하고 펀드사를 설립하면 어떨까? 펀드사를 해야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할 수 있잖아.”
이영남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 생각을 가졌는데 형도 그 생각을 한 것 같네.”
강시혁은 이번에 장명건설 투자로 크게 돈을 벌어보았다. 그래서 펀드사를 설립 후 이영남과 힘을 합쳐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더구나 장명건설은 삼방건설과 합병이 가짜뉴스라 주가가 곧 빠질 것으로 보았다. 그동안 너무 올랐기 때문에 풍선에 바람 빠지듯이 폭삭 주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다가 액면 분할시점에 다시 오를 것으로 보았다.
액면분할은 홍 사장과 이혼 협의서를 작성할 때 요구사항이기도 했다., 금년 말까지 액면 분할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강시혁은 이 경우 자기 개인이 투자하는 것보다 펀드사가 투자하는 형식을 빌리면 좋을 것으로 보았다. 회사에 대한 정보는 자기보다는 이영진 상무나 이영남이 잘 알고 있어서 이들을 잘 활용하면 될 것도 같았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면 사무실 임대료 따위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고기가 구어지고 소주잔이 돌아갔다.
이영남은 재벌 아들이지만 삼겹살은 물론 소주도 잘 마셔 그거 하나는 좋았다. 이놈은 어느 땐 서민 기질도 있어 보이기는 하였다.
변상철이 소주를 한잔 마시고 말했다.
“그러면 그 펀드사는 주식회사로 할 것인가?”
“당연하지. 펀드사에 돈을 맡기로 오는 사람들이 적어도 주식회사 정도는 되어야 돈을 맡기지 개인사업자 같으면 맡기겠어?”
“그야 그렇겠지만 설립자본금이 들어갈 텐데? 더군다나 펀드사면 일반 법인과 달라 최소 자본금 기준이 있을 걸?”
“전에는 20억인데 많이 완화됐어. 지금은 10억이야.”
“10억이어도 그렇지. 10억이 뉘 집 애완견 이름인가?"
이영남이 말했다.
“그럼 우리 셋이 돈을 출자하여 10억짜리 펀드사를 만들면 어떨까?”
변상철이 말했다.
“나는 힘들어. 솔직히 말해 백수나 다름없는 내가 무슨 돈이 있나? 그리고 돈이 있어 펀드사를 설립하더라도 누가 우리를 보고 돈을 맡기겠어. 부동산 같은 것을 투자하려면 많은 돈도 들어가는데.”
“그럼 형은 빠지겠다는 건가?”
“까놓고 말해서 또 우리가 부동산 전문가나 주식 전문가도 아니잖아. 무슨 수로 고객 돈을 불려준단 말인가? 의욕은 좋지만 좀 생각해봐야 될 문제 아닐까?”
이영남이 강시혁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형은 얼마를 투자할 수 있어?”
“글쎄. 10억짜리 펀드사를 설립한다면 절반은 투자할 수 있겠지.”
“5억 말인가?”
“그 정도는 동원할 수 있을 것 같아.”
5억이라는 소리를 듣고 변상철이 깜짝 놀랐다.
“형이 무슨 5억이 있어? 엊그제만 해도 돈이 없어 투잡 뛰던 사람이!”
강시혁은 지금 수중에 45억 4천만원이란 거금이 있었다.
장명건설로 대박 난 돈은 내일이면 모두 출금이 가능하다. 이영남에게 빌린 20억과 이자 6백만 원을 제하더라도 25억 3천 4백만 원이 남는다.
이 돈은 강시혁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돈이다.
강시혁은 이 돈을 전부 투자해도 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이 돈 만큼은 아무한테도 이야기 하지 않고 꼬불쳐 두기로 했다. 하도 가난을 겪은 그인지라 이 돈 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5억만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다.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5억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아. 투잡 뛰면서 적금 들었던 것 찾고, 다시 융자 좀 받고 대전에 계신 부모님 신세도 지고하면 대충 맞춰질 거야.”
“와, 형 이제 보니 부자네. 대전에 계신 부모님도 낡은 아파트 전세 사신다고 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네. 대전 유지이신 모양이네.”
이영남이 말했다.
“그럼 시혁이 형이 5억을 출자하고 내가 4억 5천만 원을 출자하고 상철이 형이 5천만 원을 출자하면 어때? 5천만 원 정도는 신용융자를 받을 수 있잖아? 그러면 10억 자본금이 마련되는 거지.”
“내가 5천만 원을?”
이번엔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말했다.
“넌 5천만 원 신용융자가 될 거다. 너 아버지 회사에 이름 얹어놓았다며? 그래서 월급 받는 식으로 월급 받아서 너 독서실 비용하고 인강 비용 같은 것 쓴다며?”
“아, 그러면 되겠구나. 내가 아버지 회사 재직증명서 가지고 은행에 가면 가능하겠구나.”
“그러면 될 거야. 내가 어르신 주간 보호센터에 있을 때도 금융기관 광고가 많이 들어오는데 직장인이면 무조건 당일 5천만 원 융자가 가능하다고 했어. 요즘은 한도액이 늘었는지도 모르지.”
“좋아. 내일 은행에 한번 가보지. 그런데 K&B컨설팅이 성립되면 대표이사는 누가하지?”
이영남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당연히 시혁이 형이 해야지. 여기서 출자액이 가장 많잖아! 또 나이도 제일 많고!”
“나는 안 돼. 삼방에 소속되어 있잖아.”
“해도 돼. 나 봐. 여러 곳 회사의 사외이사를 하고 있잖아. 일 년에 한번씩 5월 달에 내는 종합소득세나 더 내면 돼.”
“그래도 회사는 겸직 금지일 텐데.......”
“형, 전에 투잡 뛰었다며? 이것도 투잡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름만 대표이사 걸어놓고 실무는 상철이 형이 하면 되잖아. 그리고 겸직은 임원들이나 해당하지 대리 정도는 해당 안 될 거야.“
변상철이 몸을 앞으로 기울며 말했다.
“그래, 대표이사는 형이 해. 형이 투자액도 제일 많고 또 나이도 제일 많잖아. 그리고 사회 경험도 많고.”
“허, 거 참.”
“그리고 펀드 회사면 K&B컨설팅은 안 맞아. L&K파트너스라고 하면 어때?”
“L&K?"
"이영남의 L과 강시혁의 K를 따서 L&K라고 해야 되겠지.“
이영남이 펄쩍 뛰었다.
“아, 그건 안 돼. 내 이름이 들어가면 안 돼. 잘못해서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무슨 복잡한 일이 생길지 몰라. 무슨 사단이 날거야. 나는 빼줘. 그냥 K&B파트너스로 해. 요즘 사모펀드사들이 상호에 파트너스라는 것을 잘 붙이니까!“
변상철이 말했다.
“자, 그럼 상호와 자본금과 대표이사는 결정했어. 참 회사 주소도 지금 막 보고 온 사무실로 하고! 결정했으니 우리 건배 한번 하고 박수 치지.”
그래서 셋이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고 건배를 하였다. 그리고 박수를 쳤다.
박수 소리에 식당 아줌마가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다음날이 되었다.
강시혁은 자기 통장을 확인해보았다. 장명건설 주식 판돈이 모두 통장에 들어와 있었다.
손가락을 집어가며 금액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45억 4천만 원이 들어와 있었다. 이제 부자가 된 느낌이었다.
이영남에게 돈을 송금하려고 했더니 금액이 많아서 이체가 안 되었다. 그래서 은행에 직접 가서 송금해 주었다.
많은 금액을 송금하는 것을 보고 은행 차장이라는 사람이 물었다.
“금액이 많군요. 실레지만 무슨 자금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 빌린 돈 갚는 겁니다. 채무 상환입니다.”
송금 후 통장을 보니 현재 잔액이 25억 3천 4백만 원이 되었다. 강시혁은 사무실 계약금 500만원만 수표로 찾아서 부동산으로 갔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건물주를 만났다.
건물주는 70대 노인이었다. 헐렁한 옷에 운동화를 신었는데 얼굴에 표정도 없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주니까 건물주는 비로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사업을 하십니까?”
“사모펀드사입니다.”
“요즘 사모펀드사가 많이 생기던데..... 아무튼 돈 많이 버시기 바랍니다. 임대료도 제 날짜에 꼬박 내주시고.”
“알겠습니다.”
“잔금은 온라인으로 내일이라도 보내주면 인테리어 공사는 바로 해도 됩니다. 전자 시건장치는 먼저 입주했던 사람들이 떼어갔으니 새로 다세요. 임대료 선불인줄 알죠?”
“예, 압니다. 잔금도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강시혁은 사무실 계약을 하고 다시 사무실을 가보았다.
이제 이 넓은 사무실에서 자기가 사장 노릇을 한다니 꿈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