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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61화 (161/199)

161화 이익 실현 (3)

(161)

삼방건설 사장이 회장실로 왔다.

회장은 마침 전자 사장과 차를 마시고 있었다. 건설 사장이 전자사장 옆에 앉으며 말했다.

“회장님 지시대로 공사 하나 장명건설에 밀어주었습니다.”

“보고는 받았소. 그런데 그게 어디 공사였더라.”

“서해지역 광역도로 건설공사입니다. 삼방건설과 장명건설이 같이 도로공사 발주에 응찰했는데 저희는 금액을 좀 낮게 써넣어 장명건설이 낙찰 받게 해주었습니다.”

“400억 짜리 공사라고 했었나?”

“그렇습니다.”

“매출액에 20%는 되겠군.”

“그래서 장명건설 임직원들이 동요 없이 일을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바로 공시도 했습니다. 이제 종업원들도 모두 알고 도로공사를 장명건설이 하게 되었다는 경제신문 보도도 나왔습니다.”

“오래 끌어온 임금협상을 타결했으니 이제 회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겠지.”

“그건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나는 노사분규현장에 시민단체까지 가세해서 올 연말은 넘기나 했더니 의외로 빨리 끝나서 다행이요. 지금 장명건설 사장 들어와 있소?”

“예, 조금 전까지 저와 차를 같이 마셨습니다. 아직 안가고 건설 임원들과 업무협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겁니다.”

“여기 오라고 한번 해봐요.”

“알겠습니다.”

건설 사장은 핸드폰으로 장명건설 사장을 불렀다.

잠시 후 장명건설 사장이 회장실로 왔다. 삼방건설 부사장을 하다가 장명건설 사장으로 간 사람이었다.

사장은 허리를 크게 구부리고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회장에게 인사를 했다.

“부르셨습니까?”

“앉아요. 그동안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하여 나한테 많이 혼났을 텐데 이젠 얼굴색이 편걸 보니 다행이네.”

“너무 오래 끌어 회사에 손실을 끼쳐 죄송합니다.”

“이제 회사를 살려야겠지. 앞으로 공사 수주를 맡는데 열심히 뛰어보도록 해요. 그리고 삼방건설 사장도 장명 건설을 잘 밀어주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두 사람이 동시에 쌍으로 대답을 했다.

회장이 이번엔 전자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전자에서 평택시에 건설하는 제3공장 말이요. 거기 옹벽공사는 장명건설에 밀어줘요.”

“예, 알겠습니다. 하지만 거긴 지반이 약하고 토사유출이 심한 지역인데......”

장명건설 사장이 전자사장에게 말했다.

“장명건설이 작은 회사지만 레미콘 타설과 철골시공은 완벽하게 잘합니다. 사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현장에 가보고 견적 가져와 봐요.”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오늘 보니 장명건설은 상한가 쳤던데?”

“또 투기꾼들이 장난을 하는 것 같습니다.”

회장이 말했다.

“그래서 회사를 키워야 돼. 회사가 작으니까 투기꾼들이 작은 돈 가지고도 주가를 그렇게 밀어 올렸다가 빼버리지.”

“저희 재무팀에서 계속 모니터링은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장명건설은 이제 우리 그룹 품안으로 왔으니 잘 키워야겠지. 거기 종업원들도 모두 내 새끼들이 아니겠소? 급여도 차츰 올려줘야겠지.”

“고맙습니다. 회장님.”

“그런데 강성노조에서 쉽게 서명을 해주었으니 참 다행이요. 노사분규가 오래 지속되면 사람들은 으레 나를 욕하지.”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강성 노조하고도 잘 지내도록 해요. 그런데 그놈들이 상급 노조 단체와 시민단체도 합세하고 농성했는데 서명을 해준 게 의외네.”

“실은 어느 컨설팅 회사에서 와서 M&A 의사를 내 비쳤던 모양입니다. 거기에 자극을 받고 농성을 풀었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자사장이 장명건설 사장에게 말했다.

“주가가 폭락되니까 누군가 싸게 인수해보려고 입질을 하려고 했던 것 같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말을 옆에서 듣고 회장은 미소를 지었다. 어제 이영진 상무가 보고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영진 상무는 회장에게 강시혁과 자기가 공모하여 장명건설에 M&A추진을 한다는 정보를 흘리고 했다고 했다. 틀림없이 장명건설 직원들은 자극을 받을 것이란 말도 했다.

그래도 회사 주인이 이름 없는 컨설팅 회사보다는 굴지의 재벌인 삼방그룹이 되는 것이 낫기 때문에 협상테이블로 나올 거란 말도 했다.

회장이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자, 모두들 고생들 했소. 특히 장명건설 사장이 그동안 분규로 고생 많이 했소. 이제 다 잘 될 거요. 그리고 장명건설 주가는 며칠 후면 다시 원 위치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주주들 문의가 들어오면 친절히 답변이나 해 주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일들 봐요.”

사장들이 모두 일어서서 회장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갔다.

사장들이 나가고 나서 회장은 무언가를 한참 생각했다.

그러더니 전화로 이영진 상무를 불렀다.

“너 이리 좀 와 봐라.”

잠시후 이영진 상무가 회장실로 왔다.

“의자에 앉아봐라.”

이영진 상무가 의자에 앉았다.

“장명건설은 이제 공사를 밀어주기로 했다. 아마 매출은 많이 늘 것이다.”

“고마워요. 아빠.”

“그런데 조금 전에 임금협상이 쉽게 끝난 것은 컨설팅 회사의 M&A추진 때문이란 말을 장명건설 사장에게서도 들었다. 거기 종업원들이 M&A에 자극을 받은 것은 사실인 모양이더구나.”

“영빈관 강 대리가 수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강 대리가 쓸 만한 녀석인 것 같으니 차라리 장명건설 총무과장으로 발령을 내면 어떨까 한다.”

“예? 그건 안 됩니다.”

“영빈관에 혼자 파견 나간 사람을 과장을 시켜줄 수는 없다. 업무강도가 과장이 할 일도 아니다. 차라리 이 기회에 부하를 다루는 관리직으로 들어가 회사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익히는 것이 어떻겠냐? 사업보고서나 기안 같은 것을 작성하는 실무를 다루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

“그건 안돼요. 영빈관에 두어야 해요.”

“거기 있으면 승진이 어려운데도?”

“그래도 안 됩니다. 강 대리는 거기에 있어야 해요.”

언제나 고분고분한 딸이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 반대를 하는 모습을 보고 회장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얘가 왜 이러나? 공을 세운 녀석에게 승진도 시켜주고 키워주겠다는데 반대를 하네.]

“내가 보기엔 강 대리가 예의도 있고 몸도 빠릿빠릿한 것 같아서 관리직으로 성장을 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반대를 하니 할 수 없지. 하지만 잘 생각해보아라. 내가 편하다고 다른 사람의 성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건 알고 있어요.”

“알겠다. 이 문제는 급한 문제가 아니니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자기가 강시혁을 함부로 불러낼 수 없다. 회장도 강시혁을 키워주려고 하는 의도인줄은 알지만 강시혁이 다른데 가고 새로운 경호원이 오는 것은 싫었다.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이 외모나 체격도 좋지만 정서적으로 무언가 맞는 것 같아 좋았다. 그래서 언제나 강시혁과 함께 있으면 편했다. 더구나 강시혁은 이혼의 아픔이 있어 자기와 통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사람이 다른데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장명건설이 상한가를 친 다음날.

강시혁은 두 주먹을 움켜쥐고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오늘이 바로 결전의 날이 될 것 같아서였다,

장명건설은 합병설로 이날도 무섭게 올라가고 있었다.

일봉차트가 붉은 기둥을 뿜어내며 어제보다 16%이상 상승했다. 주가는 2만원을 넘어 21,100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2만원이 넘었다!]

강시혁은 무조건 팔기로 했다.

물론 주가가 21,100원을 넘어 22,000원, 23,000원 등으로 올라가면 자기는 더 큰돈을 번다. 하지만 다시 세력이 던지는 물량이 많아 2만 원 이하로 흘러내린다면?

그럼 지금 파는 것보다 못한 것이 된다.

강시혁은 분할매도를 하기 시작했다.

강시혁이 던지기 시작하자 누군가도 따라 던지는 것 같았다.

주가는 2만원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 쉬었더니 주가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강시혁은 맹렬히 던지기 시작했다. 점심시간도 잊은 채 컴퓨터에 코를 박고 거래만 했다.

회사 사무실 같으면 옆에 동료가 말도 걸고 상사가 부르기도 하지만 이 영빈관 지하실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오로지 강시혁의 숨소리만 들렸다.

강시혁은 빌린 돈 20억을 가지고 장명건설을 평균 8,800원에 매입했었다. 그래서 사논 주식은 22만 7,297주였다.

이날 20만주를 정리했다. 평단가 2만원에서 정리했으므로 현금화가 된 것은 무려 40억이나 되었다.

정말 천지신명이 도왔는지, 아니면 영빈관에 새로 모셔 논 창업 회장님의 흉상이 원력을 작용했는지 몰라도 큰돈을 번 것이다.

이 돈은 바로 찾지는 못한다. 증권사 규정상 이틀 후에 출금이 가능하였다.

강시혁은 지하 관리실에서 춤을 추었다.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가며 춤을 추었다. 40억이면 이제 이영남에게 20억을 갚고 자기는 20억을 손에 쥐는 것이다. 다행히 내일도 2만원의 주가가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나머지도 정리해 또 돈이 들어올 수 있었다. 5억원 이상의 돈이 들어올 수 있었다.

강시혁은 자기방 침대에 누웠다. 자기도 이제 파이어족이 될 수 있는 건가 하였다.

그놈의 지긋지긋한 가난을 이제 벗어나는가 하였다.

다음날 주가는 빠졌지만 아직도 주가가 힘은 있었다.

[힘이 있을 때 정리하자!]

강시혁은 나머지 주식도 모두 정리했다. 미련 두지 않고 한 주도 남기지 않고 팔아버렸다.

세금을 제하고 정확히 5억 4천만 원이 추가로 들어왔다.

강시혁의 현금은 이제 45억 4천만 원이 되었다.

[이영남의 돈 20억 갚고 이제 내 재산은 25억 4천만 원이 되는 건가?]

강시혁은 이 돈을 가지고 빚을 갚고 자기의 고향으로 돌아갈까 하였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아파트 한 채 사드리고 자기는 어렸을 때 고기 잡으러 다녔던 금산 봉황천변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놓고 기타나 치면서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다 이영진 상무같이 차분한 여성이나 만나서 같이 살면 더 좋겠지.]

강시혁은 벌써 자기가 파이어족이 된 꿈에 부풀었다.

그러다가 뒤에서 창업회장의 흉상이 제 발로 걸어와 못난 놈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하였다.

[못난 놈! 불알 두 쪽 달린 사내놈이 고작 25억 4천만원가지고 파이어족이 되겠다고? 그룹을 이루어 왕국을 건설해야 할 놈이 껌값 벌었다고 날뛰는 거냐? 찌질이 같은 놈. 이놈아! 세계는 좁고 할 일은 아직도 많아! 기업을 일으켜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세금도 많이 내어 기업보국을 해야지!]

무언가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눈을 비비고 다시 앞을 보았다.

흉상은 사라지고 없었다.

[흉상의 원력으로 돈을 번 내가 이영진 상무를 팽겨 치고 파이어족이 된다니까 흉상이 노여워 한 것 같네. 맞아. 이영진 상무는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파이어족이 될지 몰라서 안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영진 상무는 지금도 회사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어.]

강시혁이 1층으로 올라갔다.

1층의 접견실 한구석엔 여전히 창업회장의 흉상이 놓여 있었다.

강시혁은 안경을 닦는 수건으로 흉상의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제가 잠시 생각을 잘못 먹었던 것 같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이영진 상무를 도와 꺼지지 않은 삼방그룹을 만드는데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돈을 벌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강시혁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흉상에 대고 두 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강시혁이 이영남에게 카톡을 보냈다.

[리틀 브라운! 빌린 돈 20억은 정확히 모레 상환할게. 돈 잘 썼어. 다행히 투자한 것 손실보지는 않았으니 3년물 국고채 이자율은 정확히 계산해서 보내줄게.]

이영남에게서 답신이 바로 왔다.

[오, 축하, 축하!]

강시혁은 이놈이 혹시 자기가 장명건설에 투자했던 걸 아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겠지. 내가 그 이야기는 입도 벙긋 안했는데! 내가 장명건설 투자로 돈 번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아무한테 이야기 하지 말아야지.]

강시혁이 다시 카톡을 보냈다.

[3년물 국고채 이자율이 년3.62%라고 했지? 그럼 20억을 한 달 정도 빌렸으니까 이자는 6백 3만 3천원이 되네. 그것 보내주면 되겠지?]

[6백만 원만 보내.]

강시혁은 이 녀석이 이자를 안 받겠다는 소리를 안 하는걸 보니 창업회장 손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벌이지만 더럽게 계산이 빠른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좌번호 보내. 그리고 내일 사무실 알아볼게. 30평정도 사무실 얻으면 되겠지?]

[우리가 앉을 수 있는 책상하고 손님이 오면 이야기 할 회의실이나 있으면 되겠지.]

[그런데 문제는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그 문제는 만나서 같이 의논하지. 나도 생각해 둔 게 있으니까.]

[상철이도 오라고 할까?]

[좋아. 뜻이 있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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