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59화 (159/199)

159화 이익 실현 (1)

(159)

강시혁은 장명건설의 상호를 바꾸는 것을 환영했다.

장명건설은 장명건설을 창업한 김장명의 이름을 딴것이라 좀 찝찝했었다.

김장명은 이영진 상무가 이혼한 홍 사장의 매형이었다. 그러니까 보수 언론재벌인 홍 회장의 사위가 되는 사람이었다.

장명건설은 부실한 회사였지만 홍 사장이 이영진 상무와 결혼하는 바람에 좋은 가격에 삼방그룹에 매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5%의 지분만 놓아두고 처분을 한 것이었다.

지분을 남겨둔 것은 5%의 지분만 가지고 계속 사장 자리는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홍 사장이 이영진 상무와 이혼을 했다.

삼방그룹 회장 이건용은 그동안 김장명이 괘씸었했다. 부실한 회사인데 감정평가를 부풀려 매각했기 때문이었다.

이것 때문에 이영진 상무는 그룹 내에서 입지가 약화되었었다.

이영진 상무가 경영참여 후 첫 작품인 M&A인데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이건용 회장은 장명건설의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대표이사를 삼방건설 부사장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교체를 시켰던 것이었다.

삼방건설이 장명건설의 30%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 주주라 대표이사 사장을 교체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이영진 상무는 이 기회에 김장명의 5%지분과 홍승필 사장의 5%를 마저 인수하고 싶었다. 그리고 장명건설을 키우고 싶었다. 그래야 자기가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기 노사분규로 주가가 바닥을 기는 시기였다. 그래서 지분 인수를 주춤하고 있었다. 김장명이나 홍승필은 주가가 싼 지금 지분매각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홍 사장은 홍 사장 나름대로 이 기회로 돈을 벌고 싶었다.

이혼도 했고 약물 중독에 따른 약값도 많이 들어가고 일본서 새로운 사업자금도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주가가 약세지만 더 떨어트린 후 매집을 하고 다시 상승장에서 되팔려고 했다.

홍 사장은 삼방그룹에서 장명건설을 인수한 이상 그냥 놔두지는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작은 회사이므로 종합 건설회사인 삼방건설이 한두 개의 공사만 밀어줘도 바로 일어설 수는 있으리라고 보았다.

강시혁은 처음엔 장명건설에 투자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주식 자체를 쳐다보기도 싫었다. 주식투자 함부로 했다가 혼이 난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돈을 빨리 벌고 싶어 은행융자를 받아 건대 앞에 분식집을 차렸었다. 그런데 건대 앞 분식집이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장사가 안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보고 팔았다.

그 돈으로 장사 시작할 때 융자받은 돈을 갚아야 하는데 주식투자를 했던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듣고 투자했다가 망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돈으로 주식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빌린 돈으로 투자했다가 망한 것이다.

이자는 계속 나가고 생활비도 나가고 하다 보니 어쩔 수없이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강시혁은 이후 투잡을 뛰면서 내일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주식이라면 이가 갈렸던 그였지만 일본에 가서 새로운 사실에 눈을 떴다. 그것은 유령회사인 가와라 흥업 때문이었다.

가와라 흥업은 삼방전기 주식 10만주에 대하여 가압류를 걸었었다. 돈을 빌려줄 능력도 없는 회사가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다고 하면서 가압류를 건 것이었다.

이것을 보고 강시혁은 가와라 흥업이 장명건설에도 가압류를 걸 것으로 보았다. 홍 사장은 장명건설에 자기 지분 5%가 있어 충분히 장난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가와라 흥업은 실적도 없는 이름 뿐의 회사다. 홍 사장에게 돈을 빌려줄 여력도 없고 이유도 없다. 주식투자를 위한 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강시혁은 확신을 갖고 자기도 장명건설에 몰빵 투자를 한 것이다. 이영남에게 빌린 돈 20억을 모두 쏟아 넣은 것이다.

이제 노사분규가 끝나고 임금협상이 타결되었다니 7%가 오른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의 투자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것이다.

이영남이나 이영진이 장명건설에 투자했다면 법에 걸린다. 이들은 회사 정보를 알 수 있는 대주주들이었다. 그리고 회사의 경영자였다, 이영진 상무는 그룹에 상근 상무이사고 이영남은 사외이사다. 회사의 내부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강시혁은 회사의 임원도 아니고 주주도 아니었다. 말단 대리에 불과한 사람이다. 내부자 정보를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20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했어도 법망에 걸리는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 것이다.

이날 밤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에게 카톡을 보냈다.

[주무세요?]

[아뇨.]

[주제넘지만 경영 관련에 관한 이야기를 말씀드려도 될까요?]

[해 보세요.]

[제 생각엔 가와라 흥업이 홍 사장님 지분에 대한 가압류를 건 것도 곧 해지가 되리라고 봅니다.]

[가와라 흥업이 실체가 없는 회사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지금 장명건설은 일단 노사분규가 마무리는 되었지만 종업원들 불만은 여전할 것으로 봅니다.]

[급여가 삼방그룹 계열사 수준이 못된다면 항상 불만은 있겠죠.]

[그래서 이 기회에 상무님이 장명건설 종업원에게 보내는 글을 보내주면 어떨까요?]

[글을?]

[인쇄해서 보내면 시간이 걸리니까 내일이라도 그룹 전산망을 통하여 공지하면 어떨까요?]

[좋은 의견이지만 장명건설엔 대표이사가 현재 있어요. 상무이사인 내 이름으로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물론 대표이사가 계시니까 두 분이 연명으로 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이사 이름 밑에 상무이사 이름도 넣어 합동으로 보내면 종업원들이 더 신뢰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시혁은 바지 사장인 대표이사보다 실세인 이영진 이름을 넣으면 종업원들이 더 신뢰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영진 상무의 카톡이 계속 왔다.

[그럼 내일 그룹 홍보실 실장을 불러 문안을 작성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문안에다가 홍 사장님의 가압류도 곧 풀겠다는 문장도 넣으면 좋겠습니다.]

[흠. 그렇지만 홍 사장이 조만간 풀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요?]

[홍 사장은 반드시 풀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이번 주에 풀 것으로 봅니다.]

[어떻게 확신하죠?]

[감이 그렇습니다.]

[경영은 감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강 대리님 의견을 받아들이죠.]

[감사합니다.]

[노조의 헌신적 희생으로 이번 임금협상이 타결된데 대하여 고마움을 표시하고 곧 대주주 가압류도 풀고 공사 수주에 경영진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역시 상무님은 경영에 탁월한 자질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설마 날 놀리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는 상무님의 영원한 경호원인데요.]

[영원한 경호원?]

[하느님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생에도 상무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다음 생? 호호. 고마워요. 하지만 다음 생에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셔야지요. 그럼 편히 주무세요. 지하실이라 습기가 차고 그런 건 없지요?]

[예. 괜찮습니다.]

강시혁은 수유리 원룸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라고 말할 뻔하였다.

[이불 잘 덮고 주무세요.]

[편히 주무세요.]

이번에도 이영진 상무는 아기 곰이 쿨쿨 잠을 자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강시혁은 토끼가 잠을 자는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다음날은 장명건설 주가가 조금 빠졌다. 이익실현 물량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오후 장엔 다시 사자 세력이 들어오면서 5%가 상승했다. 강시혁이 얼른 자기가 사논 주식을 계산해보았다.

12%가 상승한 상태이므로 지금 몽땅 팔면 2억4천만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물론 세금이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강시혁은 서서히 흥분되어갔다.

[빚은 갚을 수 있다!]

그래도 거래량이 많이 나온 수준은 아니었다.

거래량 대폭 증가는 홍 사장의 가압류 해제 공시가 나와야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수요일 이변이 생겼다.

갑자기 거래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어? 기관과 외국인이 들어왔나?]

주가도 붉은 기둥을 뿜어내며 20% 가까이 올랐다.

강시혁은 지금 팔면 5억 이상의 이익 실현을 볼 것 같았다.

[아니지. 내가 이것 바라고 20억 몰빵을 한건 아니지. 혹시 홍 사장의 세력들이 노사분규도 끝나니까 내일쯤 가압류 해제라도 하려고 지금 매집하는 것이 아닐까?]

이날 주가는 2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차트는 윗 꼬리를 남기면서 종가 15%에서 마감되었다.

강시혁은 자기 주식을 계산해 보았다.

[힉! 25억 4천만 원!]

현재 27%가 상승한 것이다.

강시혁의 예상대로 지금 팔면 5억 이상의 이익실현을 하게 된 것이다.

세금은 놔두더라도 정확히 5억 4천만 원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되었다.

강시혁이 오후에 삼방그룹 전산망에 들어갔다.

이 전산망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사원번호를 입력해야 들어갈 수 있는 사이트였다.

정말 장명건설의 대표이사 사장과 상무이사 이영진이 연명으로 보내는 ‘장명건설 종업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장명건설의 정 직원들은 모두 볼 수 있는 글이었다.

글은 이번에 노조에서 뼈를 깎는 고통을 회사와 함께 하기로 하고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어준 데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에 노력하여 금년 안으로 흑자기업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대주주 지분에 대한 가압류도 해지시키고 투명경영으로 향후 종업원들의 대우도 계열사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런데 글을 누가 썼는지 명문이었다. 아마 그룹 홍보실의 뛰어난 인재들이 작성을 한 것 같았다.

다음날도 종가를 확인해 보니 8%이상 증가했다.

아니다 다를까 이날 공시가 하나 나왔다. 대주주인 홍승필 지분 5%에 대한 서울지방 법원의 예탁 유가증권 가압류 해지에 대한 공시였다.

강시혁이 미소를 지었다.

돈을 벌게 된 기쁨도 있지만 자기의 예견이 맞았다는데 더 기뻤다. 그리고 가압류를 해지하겠다는 이영진 상무가 종업원에게 드리는 글도 있었는데 이것이 맞았으니 더욱 기뻤다,.

경제신문에 장명건설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장명건설은 그동안 장기 노사분규와 실적 저조, 그리고 대주주 지분에 대한 가압류 등으로 삼방그룹의 재 매각설이 나왔었다.

하지만 노사분규가 마무리되고 대주주 지분에 대한 가압류도 해지가 되었다는 서울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주가는 원상회복을 하게 되었다.]

[장명건설을 인수했던 삼방그룹의 실제 소유주인 이영진 상무는 앞으로 그룹의 역량을 동원하여 장명건설을 흑자기업으로 만들고 종업원들에 대한 처우도 그룹사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장명건설의 주가는 더 상승의 여력이 있으며 2만 5천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사를 읽어본 강시혁은 이제 주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2만 5천원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자식들 말은 안 믿어. 전에 분식집 팔은 돈 투자할 때 내가 샀던 주식이 세배이상 간다고 했었지? 그런데 3배는커녕 오히려 반 토막이 났으니 이런 엿 같은 놈들이 있나! 이번에도 구라가 너무 세!”

그러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그들은 소액 투자자들의 희망회로를 돌려주기 때문이었다.

이영진 상무에게서 카톡이 왔다.

밤에 카톡을 해왔는데 오늘은 낮에 카톡을 했다.

[홍 사장 측에서 가압류를 해지 했네요. 강 대리님이 이번 주 안으로 푼다는 말이 맞았네요.]

[어떻게 한 말이 맞은 것 같습니다.]

[강 대리님은 경호원이 아닌 것 같아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경호원이 아니라 경영 자문역 같아요.]

[예?]

[제 주변에 경영학 원로 교수님들과 저명인사들의 자문역이 계시지만 홍 사장의 가압류 철회에 대해선 이야기 해주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자문님들께서는 경영의 큰 그림을 그려주시는 분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런 작은 일을........]

[홍 사장 지분 가압류 철회가 작은 일인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내공이 풍부한 자문역들께서는 정말로 삼방의 방향을 잡아주시는 분들이 아닙니까?]

[그리고 그룹 전산망에 장명건설 임직원에게 드리는 글을 봤죠?]

[예, 봤습니다. 누가 썼는지 명문이던데요? 장명건설 종업원들은 이제 상무님을 믿고 동요 없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그리고 참 경제지에도 기사가 나왔던데요?]

[봤습니다. 그런데 혹시 A일보 보셨나요?]

[예? 그건 못 봤는데요.]

[한번 보세요. 경제지보다는 파급력이 큰 보수 일간지니까 장명건설 이름을 알리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거예요.]

강시혁은 잘되었다고 무릎을 쳤다.

영향력이 큰 A일보가 기사를 다루어주었으면 파급력이 대단하리라고 보았다.

A일보가 국내건설 도급순위 100위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장명건설 기사를 내어준 건 이변이었다. 홍 사장의 아버지인 A일보 홍 회장의 역할 때문일 것으로 보았다.

강시혁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주가는 더 올라가리라고 본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