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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44화 (144/199)

144화 중국 출장 (1)

(144)

삼방그룹 비서실 직원들은 잘 놀았다.

이들은 삼방그룹 공채 직원들이라 공부도 잘했겠지만 노는데도 선수였다. 소리까지 질러가며 놀았다.

확실히 이태원은 젊은이들의 해방구였다.

비서실 직원들이 이영남의 춤을 보고 감탄한 듯 말했다.

“정말 바비 브라운 같네. 바비 브라운이 환생한 것 같아. 스텝이 똑 같아.”

강시혁이 빙긋이 웃었다.

[저 앞에서 춤추는 젊은이가 누군지 알면 너희들은 아마 깜짝 놀랄 거다.]

비서실 직원들은 이영남의 실물을 보지 못해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이영남은 계열사 사외이사로 있는 사람이지만 회사에 거의 나타나지 않다보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임원들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사원이나 대리급들이 알 까닭이 없었다.

잠시 음악이 그치고 휴식타임이 되었다.

비서실 직원들은 맥주를 더 마실 사람은 더 마시고 집에 갈 사람들은 슬며시 빠져나갔다. 술이 약하거나 집이 먼 사람들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러자 비서실 직원들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비서실 직원들은 직장생활에 단련이 된 사람들이다. 적당한 선에서 일어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일어날 사람은 먼저 일어난 것이다. 누가 붙잡는 사람도 없었다. 술이 많이 취하다 보니 고우 맨 고우, 이즈 맨 이즈 였다.

그런데 인공미녀 최하나는 계속 강시혁의 옆에 앉아서 놀았다.

밤 11시가 되자 유길준 대리가 말했다.

“자, 벌써 11시가 다 되어가네요. 오늘은 여기에 와서 신나게 놀았으니 이제 그만 들어갑시다. 밤늦게까지 노는 건 좋은데 지하철 못타면 되겠어?”

그래서 모두 일어서기로 했다.

강시혁이 술값을 계산하려고 했더니 종업원이 와서 말했다.

“형님! 리틀 브라운이 다 계산하고 갔습니다.”

“”뭐라고?“

강시혁이 무대 위를 보았더니 다른 악사들은 있는데 이영남의 얼굴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전화를 걸었다.

“리틀 브라운! 왜 술값을 계산했지?”

“형! 내가 삼방그룹의 사외이사야. 사외이사가 삼방 직원들 술 한 잔 사준 게 뭐 나쁜가? 그 사람들 덕분에 나도 월급 받으며 먹고 살고 있는데!”

“그, 그렇지만 오늘은 내가 비서실 직원들에게 신고식을 하는 날이라 내가 내야 맞는 것 아닌가?”

“하하. 형도 돈 없잖아! 걱정 마. 나 전화 끊어. 사랑해, 형!”

[사랑해 형? 이 자식이 정말 징글맞게 왜 이래!]

강시혁이 유길준 대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유길준 대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술값 많이 나왔죠?”

“아, 그거 걱정하지 마세요. 계산 다 끝났습니다.”

강시혁은 이영남이 술값을 계산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유길준 대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담을 지워서 미안하군요. 클럽 결재는 법인카드로 계산하기 곤란해서.....”

“미안해 할 것 없습니다. 저도 오늘 기분 좋게 놀았습니다. 신고식은 이만하면 됐죠?”

“거창한 신고식이었습니다. 하하.”

강시혁은 비서실 직원들을 이태원역까지 바래다주었다.

지하철역에서 헤어질 때 인공미녀 최하나가 말했다.

“또 놀러 올게요.”

[또 놀러와? 싫은데.....]

하지만 미소 띤 얼굴로 기분 좋게 말했다.

“예. 놀러 오십시오.“

강시혁은 토요일과 일요일엔 잠만 잤다.

지난주에는 주식 투자하느라 신경을 많이 썼고 술도 많이 마셔 야외활동은 하지 않았다. 영빈관 지하실 자기 방에서 잠만 잤다.

월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주식 거래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4억 원을 오늘 몽땅 투자할 셈이었다. 그렇게 되면 20억 빌린 건 다 투자하는 것이 된다.

강시혁이 몰빵한 장명건설은 안정성 지표는 그리 나쁘지가 않았다.

문제는 최근 실적이 악화되었고 노사분규가 잦다보니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 것이 문제였다.

궁극적으로는 최고 책임자인 삼방그룹 총수인 이건용 회장이 욕을 먹는 것이었다.

[장명건설은 대기업인 삼방건설이 투자해 자기자본비율이나 부채비율은 양호해. 그래서 전문가들도 장명건설은 안정성 지표는 좋은데 성장성 지표가 최근 주춤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앞에 있는 악재만 걷어지면 올라갈 확률은 많을 것 같아.]

유튜브에 증권 전문가가 장명건설을 분석한 동영상도 올라와 있었다.

전문가도 장명건설의 자기자본비율이 양호하니까 주가가 더 이상 빠지기는 어렵다고 분석은 했다. 그러나 거래량이 좀 나와 줘야 하는데 거래량이 나오지 않는다면 8천 원 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많다는 말도 했다.

이런 분석 자료가 나와서 그런지 오늘도 개미들의 실망 매물들이 나오고 있었다.

강시혁은 실망 매물을 모두 걷어갔다.

강시혁이 사자 주문에 받쳐 놓은 것은 오후 2시 30분 이전에 모두 체결되었다. 이렇게 해서 20억을 다 투자했다.

강시혁은 평균 단가를 보았다. 20억을 가지고 사들인 장명건설 매입 평균 단가는 8,800원이었다.

[이제 몽땅 쓸어 박았으니 올라가기만 바래야지. 8,800원이 1만원만 돼라. 그러면 10% 이상 먹는다. 20억의 10%면 얼마야? 힉! 2억이네. 2억이면 빚 갚고 1억 이상 손에 쥐네. 제발 그렇게만 되어라.

하느님, 부처님, 그리고 천지신명이시여. 이 불쌍한 중생을 위하여 장명건설 주가가 1만원이 넘도록 하여주시옵소서.]

변상철의 전화가 왔다.

“형, 전화 가능해?”

“응, 해도 돼.”

“지난번에 돈 빌려서 투자한다는 게 뭐야?”

“너도 투자하려고? 다 끝났어.”

“그게 아니고 투자하고 돈 버는 건 확실하건가?”

“모르지. 언제나 투자는 벌수 있다는데 확신을 가지고 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도 있지. 운이 좀 따라야 되겠지.”

“만일 돈을 벌면 정말 사무실을 차릴 건가?”

“그럴 예정이야.”

“그럼 삼방그룹 비서실 대리를 하면서 투잡을 하겠다는 건가?”

“글쎄. 그건 어렵겠지. 어르신 보호센터에서 운전직 근무하면서 야간에 대리 뛰는 거야 상관없겠지만 여기는 다르겠지. 겸업금지는 임원에게 해당되겠지만 직원들도 겸업을 한다면 좋아하지는 않겠지.”

“그럼 사무실 낼 수 없잖아?“

“그래서 나도 고민이야.”

“만일 사무실 내면 내가 가서 앉아 있을까?”

“포천 침대공장은 어떻게 하고?”

“언젠가 형한테 한번 이야기 하려고 했었는데...... 나는 취업이나 침대공장에서 일하는 것 보다 형 주위에 있으면 더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얘 좀 봐라. 내가 삼방 계열사 사장도 아니고 말단 대리인데 내 주위에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가끔 통닭 한 마리는 사줄 수 있겠지.”

“그게 아니고 지금 형은 엄청난 기회를 잡은 거야.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기회를 말이야.”

“너 오늘 약 먹었니? 오늘 왜 이래?”

“그게 아니고 형은 지금 이영진 상무의 경호원 비슷한 일을 하잖아?”

“그게 네 성공하고 무슨 상관이냐?”

“아니야. 그게 엄청난 기회야. 회장이나 그 집의 자녀들과 가깝게 지낸다는 건 하늘이 주신 정말 기회야.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오지 않는 기회지. 형은 그걸 잡은 거야.”

“그렇지만 지금 내 앞길도 아직은 막막하기만 하다.”

“형과 가까이 지내면 삼방건설의 마감공사에 협력업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뭐라고?”

“침대공장을 하다 보니 우리 아버지 주변에 인테리어 하는 분들도 많거든. 대학 기숙사나 병원 같은걸 건축한다면 하다못해 침대라도 납품할 것이 아닌가?”

“야야. 그건 너무 앞서갔다. 지금 난 이제 갓 대리가 된 말단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삼방건설 사장을 어떻게 구워삶아 협력업체가 된다는 거냐? 너무 환상만 쫓는 거 아냐?”

“형이 기회를 만들 듯이 나도 기회를 만들고 싶어.”

“사무실 차릴지 안 차릴지는 모르지만 오는 거야 상관없어. 하지만 사무실 차려도 아직 수익모델도 없고 너 인건비 줄 돈도 없다.”

“아냐. 포천 침대공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만 가고 거기 사무실서 있게 해줘.”

“생각해보자. 하지만 이번 투자한 것이 잘되어야 할 텐데.”

“나도 형의 투자 성공을 빌어줄게. 어디에 투자했는지 모르지만 꼭 성공해서 이태원에 사무실 내봐.”

강시혁은 이번에 꼭 성공해서 돈을 벌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영남이 원하는 사무실을 차려 이영남이 쉴 곳을 마련하고, 또 배동수나 변상철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였다.

다음날부터는 강시혁이 정말 한가해졌다.

위에서 특별히 지시하는 일도 없고 장명건설 주식을 사들이는 일도 끝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장명건설의 주가 부양에 힘써야 할 때가 아닌 가 했다.

그러나 홍 사장 측에서 장명건설 주식을 사들이는 일이 아직 덜 끝났다면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홍 사장 측은 자기보다도 투자금액이 훨씬 많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시혁은 장명건설의 주가 부양 타임을 일주일 정도 지난 다음 주로 보았다.

이영진 상무의 카톡이 왔다.

[지난주에 비서실 직원들과 회식이 있었나요?]

[예, 있었습니다. 제가 새로 비서실에 전입했기 때문에 신고식을 겸해서 했습니다.]

[그래서 이태원에 불러들였나요?]

가만히 보니까 어째 질문하는 문장이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를 자기가 잘못해서 나무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는 이영진 상무가 이런 일이 없었다.

[불러들인 것은 아니고 비서실 직원들이 이태원을 방문했었습니다.]

[강 대리님은 비선에서 경호업무를 하시는 분입니다.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는 것은 업무수행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강시혁은 클럽에서 놀던 장면을 비서실 여직원 중 누군가가 찍어 SNS에 올렸나 하였다.

여비서들이 이태원에서 뜨겁게 놀았다고 하면서 자랑삼아 올렸다면 이영진 상무가 눈살을 찌푸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에 자기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면 경비원을 비서실 대리로 만들어주었더니 사람들을 이태원에 불러들여 클럽이나 다닌다고 할 것 같았다.

특히 회장님 귀에까지도 들어갔다면?

이렇게 말하면서 화를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놈이 경호업무나 잘 하라고 했더니 그룹사 직원들을 불러들여 술 처먹고 해롱대고 있어? 이놈 당장에 잘라버려.]

그렇게 되면 공채도 아닌 자기는 누가 보호해 줄 사람도 없었다.

잘랐다고 노동청에 신고해도 직원들을 불러들여 술 먹고 해롱대기나 해서 근무태만으로 권고사직을 시켰다고 하면 그만이다. 자기만 피를 보는 것이었다.

강시혁은 납작 엎드리기로 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 비서실 직원은 물론 누구도 상무님 허락 없이는 불러들이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까지는 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 직원이 아닌 분들과 어울리는 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 중국출장을 가게 됩니다. 이번에도 강 대리님이 동행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이요?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할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지시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시혁은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장명건설 투자 후 주가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기가 지루한데 여행이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는 중국 호북성 무한입니다. 비자발급에 관련된 사항은 비서실 직원의 연락이 갈 겁니다.]

“무한이라고? 거긴 코로나 발원지로 유명한 도시가 아닌가? 거기를 왜 가지? 이제 코로나 환자가 안 나오나? 아무튼 이번에도 아름다운 이영진 상무를 옆에서 모시게 되어 싫지는 않군.”

그런데 이영진 상무가 어떻게 회식이 있었는가를 안 것이 궁금했다.

여비서 한 명이 자기와 최하나가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이걸 올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쪽팔리는 것 같아서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 시간 정도 있다가 비서실 유길준 대리의 전화가 왔다.

“이번에 중국 출장을 가신다고요? 최 이사님에게 비자 발급지시 받았습니다.”

유길준 대리는 오늘은 최 이사를 좀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공식적 업무 이야기를 할 때는 그런 표현은 안 쓰는 것 같았다.

“그럼 제가 여권을 보내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거래하는 여행사로 직접 갖다 줘도 됩니다. 그런데 1년 짜리 복수 상용여권이라 삼방그룹에 다니고 있다는 명함을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성질 고약한 사람하고 같이 가게 되었네요. 삼방 로지스틱스 사장님도 같이 간다고 들었습니다.”

“로지스틱스 사장님이요?”

“정부의 차관을 지내다가 우리 그룹사에 오신 분입니다. 김종래 라는 분인데 우리는 개종래 라고 부릅니다. 내가 사원시절에 경영기획실에서 잠깐 모셨든 분입니다.”

“그분이 그렇게 까다롭습니까?”

“조인트까지 까지는 않지만 서류를 집어던지거나 쌍욕을 잘합니다. 어째 정부의 고위관리를 지냈다는 분이 기업체 임원들보다도 입이 더 지저분합니다.”

“그런 분이 계셨군요. 조심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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