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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43화 (143/199)

143화 건설주 대박 (8)

(143)

색다른 음식에 비서실 직원들은 좋아했다.

어떤 여비서는 남친을 이곳에 데려와 또 사달라고 해야 되겠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 식당은 서빙하는 종업원도 외국인이었다. 터키인 같았다.

종업원은 비서실 직원들을 보고 아름답게 생긴 한국여성이라고 하면서 엄지 척을 해주었다. 그리고 수제 쿠키를 슬며시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어떤 여비서는 이 쿠키를 자기 가방에 넣기도 하였다.

강시혁은 속으로 오늘 밥값이 얼마나 나왔을까 하고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

한 사람당 4만원으로 계산하면 자기까지 9명이니까 36만원이 나올 것 같았다. 5만원으로 계산하면 45만원이 나올 것 같았다.

아무리 대기업에 다닌다고 해도 자주 오는 데는 아닌 것 같았다.

최하나가 입가를 냅킨으로 닦으며 말했다.

“강 대리님! 2차 가시는 거죠?”

“2차뿐이겠습니까? 3차도 안내하죠.”

“그러다가 살림 말아먹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혼자 사니까 말아먹을 것도 없습니다.”

혼자 산다는 말에 최하나의 눈빛이 또 반짝거렸다.

앞에 앉은 남자 비서가 말했다.

“강 대리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자, 그럼 2차 가실까요? 입가심은 한번 하고 가야죠.”

강시혁이 시계를 보았다.

아직 클럽에 갈 시간은 아닌 것 같았다. 호프집에서 생맥주나 한잔하고 이동하면 딱 맞을 것 같았다.

한두 사람씩 자기 짐을 챙겨서 터키 음식점인 케르반을 나왔다.

강시혁이 카운터에 가서 음식 값을 계산하려고 하는데 주인이 음식 값을 이미 받았다고 하였다.

“받다니요? 누구한테요?”

“저기 안경 쓰신 분이요.”

주인은 그러면서 유길준 대리를 가리켰다.

강시혁이 웃고 있는 유길준 대리에게 갔다.

“아니, 왜 유 대리님이 식대를 냅니까? 내가 쏘는 날인데!”

“월급쟁이가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래서 좀생이한테 법인카드 얻어가지고 왔어요.”

“이사님한테요? 그래도 되는 겁니까?”

“직원들 단합대회 한다는데 법인카드도 안 빌려주면 되나요? 법인카드는 이런데 쓰라고 있는 건데. 그런데 좀생이가 이 카드를 주면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뭐라고 했는데요?”

“2차는 안된다고 합니다. 누가 좀생이 아니라고 할까봐!”

“아이고, 2차는 제가 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미안한데요?”

“미안해 할 것 없습니다.”

“호프집은 요 뒤에 있습니다. 가시죠.”

그래서 모두 호프집으로 갔다.

강시혁이 자리에 앉자 유길준 대리가 최하나를 불렀다.

“최하나씨는 강 대리 옆에 앉아요.”

최하나는 머뭇거림이 없이 바로 강시혁의 옆에 앉았다.

최하나는 어느새 화장을 고쳤는지 화장품 냄새가 났다. 입술도 더 붉어진 것 같았다.

강시혁은 거북했다. 강시혁은 인공미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수제 생맥주가 한잔씩 돌아갔다.

나이 많은 여자 대리가 말했다.

“최하나가 키가 커서 강 대리님하고 잘 맞는 것 같네요. 강 대리님도 여기 우리 일행 중에서 제일 크잖아요.”

“예? 아, 예.”

“최하나 예쁘죠?”

“예? 예, 예쁩니다.”

“최하나는 서울 S여대 무용학과를 나왔어요. 회사 들어오기 전엔 모델 생활도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모델을 못하게 해서 우리 그룹에 들어온 거예요.”

“그, 그렇습니까?”

강시혁이 그러면서 슬쩍 최하나를 보았다.

최하나는 다리를 꼬고 앉아 도도한 자세로 맥주를 마셨다. 호프집이 약간 어두워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바비 인형 같았다.

강시혁도 혈기왕성한 젊은이다.

인공 미인이든 자연 미인이든 미인을 보았으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이 있는 남성의 욕구가 끓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내가 이러면 안 되겠지. 심은혜를 만났을 때도 순간의 실수로 내 인생이 이상한 방향으로 갔었는데.]

비서실 직원들은 처음에 호프집에 와서는 강시혁에 대하여 이것저것을 물었다.

그러더니 시간이 좀 지나 맥주가 뱃속에 들어가고 하니까 이제 두세 사람씩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길준 대리가 지방방송 그만 하라고 해도 통제가 잘 안되었다.

강시혁도 옆에 있는 최하나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화할 내용도 없어 강시혁은 술만 마셨다. 그래도 여자를 앉혀놓고 대화가 없다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언가 질문거리를 찾았다.

“최하나 씨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2년 되었습니다. 강 대리님은 전공이 영문학이라고 하셨던가요?”

“전공은 영문학이지만 영어는 잘 못합니다. 그 흔한 어학연수도 못 다녀왔었으니까요.”

“어머, 저는 호주에 1년간 있었는데요.”

“영어 잘하시겠네요.”

“잘 못합니다.”

유길준 대리가 핀잔을 주었다.

“두 사람이 이제는 자기들끼리만 대화를 하는 것 같군.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어요?”

이 소리에 강시혁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척 했다.

화장실을 다녀오자 이제는 나이든 여자 대리가 한마디 했다.

“어디 갔다 이제와요? 최하나 씨 혼자 외로웠는데!”

이 소리에 여비서들이 까르르 하고 웃었다.

강시혁은 난처했다.

[내가 이 여자하고 엮이는 건 싫은데! 무용학과를 나와 모델까지 한 이 인공미인을 난 감당할 능력도 없는데 말들을 요상하게 하네!]

강시혁이 이내 웃으며 말했다.

“전화 한통하고 왔습니다. 저 앞에 대로변 길 건너에 있는 해밀턴 호텔 뒤에 내가 잘 아는 클럽이 있습니다. 내 후배 친구가 거기서 기타리스트 생활을 합니다. 우리가 갈 테니 자리 하나 비워두라고 했습니다.“

“우와, 클럽?”

그러면서 여비서들이 박수를 쳤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클럽에서 놀지도 못하고 돌아가면 서운하겠죠. 앞에 있는 맥주가 남았으니 천천히 마시고 이동하면 됩니다.”

그러면서 강시혁은 자기 컵을 들어 최하나의 잔에 부딪쳐 주었다.

여비서 중에서 누군가가 이 모습을 보고 찰칵하고 사진을 찍었다.

강시혁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 사진이 또 퍼져나간다면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애인이냐고 물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다고 그 사진을 없애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다만 점잖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비서실 소속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비선 조직의 비서입니다. 이영진 상무님이나 회장님이 행사에 참석하시면 선 그라스를 낀 채 조용히 뒤에서 경호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진이 자주 찍히는 것은 안 좋습니다. 이해해 주십쇼.”

유길준 대리가 말했다.

“그래. 맞아. 강 대리는 비선 조직에서 특수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몸을 봐 바. 완전히 몸짱이지. 가슴도 나오고 이두박근 삼두박근이 발달해 있잖아. 인간 병기처럼 생겼잖아.”

강시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인간 병기는 아니고요. 그저 영빈관 지하에서 바벨운동 좀 했을 뿐입니다. 유 대리님은 저보다 선배시고 선임 대리라 제가 깍듯이 모시겠습니다.”

그러면서 강시혁은 유 대리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유길준 대리가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헤헤. 모시긴 뭘 모십니까. 같은 직급인데.”

하지만 유길준 대리는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왼손으로 안경을 위로 올리면서 아주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기보다 체격이 좋은 사람이 꼬리를 내리고 잘 모신다니 우쭐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최하나가 강시혁에게 말했다.

“술이 좀 남았는데 제가 따라드리죠.”

“고맙습니다.”

강시혁이 최하나에게 술을 받았다. 이어서 강시혁도 최하나의 잔에 첨잔을 해주었다.

둘이 동시에 맥주 한 모금 씩을 마셨다.

최하나가 물었다.

“강 대리님은 운동을 언제부터 그렇게 배우셨어요? 태권도가 3단에 유도가 3단이라면서요?”

[뭐? 유도가 3단? 태권도 3단도 사기 친 건데 유도가 3단이란 건 또 언제 붙은 거야. 누가 말을 막 만들어 내는 것 같네.]

“잘못 전해진 이야기입니다. 학교 다니면서 알바 하느라고 그렇게 운동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저는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 좋아요. 운동 많이 하신 분들이 대개 점잖잖아요.”

그러면서 최하나는 생긋 웃으며 더 강시혁에게 밀착했다.

[이거 큰일 났네. 갈수록 태산이네.]

강시혁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클럽으로 출발하시죠.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앞에 남은 술잔은 다 비워주세요.”

그래서 강시혁까지 포함하여 9명이 일어서서 함께 남은 술을 마셨다.

일어서니까 확실히 최하나의 키가 컸다. 남자인 유길준 대리와 거의 비슷한 키였다.

정말 이런 여자에게는 덩치 큰 강시혁이 옆에 있어줘야 어울릴 것 같기는 하였다.

클럽은 제법 손님들이 많이 들어온 상태였다. 불타는 금요일이라 그런 것 같았다.

현란한 조명이 번쩍이며 무대 위에서 요란한 밴드의 음악소리가 들렸다.

비서실 직원들은 번쩍이는 불빛과 강한 비트음악 소리만 듣고도 얼굴이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종업원이 달려와 강시혁에게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였다.

“형님 오셨습니까?“

종업원은 강시혁이 가끔 이곳에 왔었고 기타리스트 정진형과도 잘 아는 사람이라 바로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리 있냐?”

“예, 형님. 이쪽으로 오세요.”

종업원이 자리를 잡아주자 유길준 대리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여기서는 강 대리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는군요.”

강시혁이 미소를 지으며 좀 뻥을 쳤다.

“이태원의 웬만한 클럽에서는 모두 나에게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안 그러면 나한테 죽죠.”

이 말에 유길준 대리는 또 강시혁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당산대형 같은 사람이 자기와 같은 직장의 같은 대리라는데 기분이 좋았다.

“내가 알기로는 강 대리님이 영빈관을 맡은 지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이태원을 꽉 잡고 있는 것 같네요. 회사 들어오기 전에도 여기서 노셨습니까?”

[놀긴! 이 사람아 내가 놀 새가 어디 있나. 빚 갚기 위해 대리운전 뛰느라고 정신없었는데.]

강시혁이 눈을 내리깔고 점잖게 말했다.

“내가 용산 경찰서 방범위원을 맡다보니 자연히 몇 군데 밤업소를 압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호, 방범위원까지! 그러면 그 방법위원 위촉장과 태권도 3단 품증을 복사해서 저한테 보내주세요. 앞으로 인사고과 하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겁니다.“

[방범위원 위촉장이야 있지만 내가 국기원에서 발행하는 태권도 품증이 있을 리 있나.]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대학교 학부 졸업장만 있으면 되겠죠. 그런 너저분한 것 첨부하면 오히려 남들이 웃을 것 같습니다. 좋은 뜻으로 말씀하셨지만 그만 두겠습니다.”

“우리 좀생이가 그런 걸 좋아해서.... 좀생이는 서예대전에서 대통령상 받은걸 자주 자랑합니다.”

“하하, 그런가요? 그럼 최 이사님은 원래 서예를 전공하신분인가요?”

“취미로 했답니다. 학교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흠. 역시 서울대 출신이군. 서울대를 나왔으니 삼방그룹 비서실 임원을 하는군.]

“좀생이는 아버지가 유명한 한학자라 어려서부터 서예를 배웠답니다. 경주 최씨 XX공파 13대 장손이라고 자랑합니다. 고향에 땅도 많고 부자입니다. 좀 짠돌이라 그렇지.”

“오, 그래요?”

최 이사는 역시 집안이 좋으니까 서울대도 다니고 서예도 잘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 비해서 강시혁의 집안은 어떤가? 대전의 낡은 아파트 전세보증금 밖에 없는 아주 한미한 집안이었다. 아버지도 한학자는커녕 그냥 사료회사 다니다가 퇴직한 사람일 뿐이었다.

과일 안주와 맥주가 나오고 음악소리는 더욱 강해졌다.

이제 유길준 대리의 말소리도 잘 안 들릴 지경이 되었다. 손님들은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비서실 직원들도 아는 노래가 나오면 앉은 채로 몸을 흔드는 사람도 있었다.

음악이 약해지면서 무대 위의 기타리스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엔 특별 손님을 모시겠습니다. 미국의 환락가를 주름잡았던 리틀 브라운이 등장합니다.”

“우, 우-.”

드디어 이영남이 나타났다.

[저 자식 나왔구나! 회장님이 보시면 졸도하겠네!]

요란한 박수 소리가 들리고 강한 음악소리가 들렸다. 드럼 소리와 기타소리가 격렬해졌다.

이영남이 음악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요란한 음악은 바비 브라운의 Every Little Step이었다. 오늘은 손님들 중에서 넥타이 부대가 많으니까 좀 오래된 이 노래를 택한 것 같았다.

이 곡은 지금 들어도 흥이 나는 음악이었다.

외국인 손님들은 벌써부터 베스트 댄서를 외치며 앞으로 나오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윤진형이 다른 기타리스트와 함께 격렬하게 기타를 반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I can't sleep at night, I toss and turn.....“

사람들이 모두 기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비서들도 중앙으로 나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최유나가 강시혁의 팔을 잡아 당겼다.

“우리도 함께 춰요.”

강시혁도 최유나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최유나의 얼굴은 행복감에 젖은 듯하였다. 하지만 강시혁의 얼굴은 아무래도 불안해 보였다. 그건 최유나에게 크게 호감을 갖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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