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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41화 (141/199)

141화 건설주 대박 (6)

(141)

배동수라는 사람은 의외로 술을 잘 마셨다.

예술을 하는 사람치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없지만 잘도 마셨다. 오히려 신종화가 그만 마시라고 할 정도였다.

강시혁이 보기엔 콧수염을 기른 배동수라는 친구는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고 세상을 단순히 바라보는 사람 같았다. 예술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신종화는 좀 더 이지적이고 냉철한 면이 있어 누나 같이 배동수를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궁합이 대체로 잘 맞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시혁이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술을 잘하네. 역시 예술 하는 사람이라 술도 잘 마시고 감각도 있는 것 같아.”

“흥! 예술요? 애니메이션은 순수 회화와 달라서 상업성을 강조하는 분야입니다. 이런 곳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무슨 예술을 논합니까? 예술이란 이름만 더럽힐 뿐이죠.”

그러면서 배동수는 또 술을 마셨다.

강시혁은 체력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자꾸 술을 마시는 것 같아 걱정은 되었다.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이영남이었다.

“형! 지금 영빈관에 안 있어? 영빈관 불이 다 꺼져있네.”

“응. 오늘 듀크 대학 총장님 일행이 오셔서 접대하고 지금 직원들과 식사중이야.”

“직원? 비서실 직원들인가?”

“아니, 문화재단 직원하고 상철이가 왔어.”

“나도 합류할까?”

강시혁은 이영남이 합류하는 것에 대하여 좋을까 나쁠까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솔직히 이영진 상무나 이영남 같은 오너의 자녀들은 자기만이 접촉하고 싶었다. 강시혁의 마음속에도 은연중 이들의 사랑을 혼자만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이다. 자기만 가신(家臣)으로 남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영남이 합류를 원하는데 그것을 차단한다면?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이영남이 자기를 멀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합류를 해주는 방향으로 하였다.

“여기 온다고? 좋지? 여기 전부 젊은 사람들이야.”

“지금 어디 있는데?”

“지하철역 앞에 있는 투썸플레이스 뒷골목에 있는 식당이야. 야끼니꾸 집 화로에 있어.”

“아, 거기. 내가 금방 갈게.“

전화를 끊자 변상철이 물었다.

“누군데 오라는 거야?”

“리틀 브라운이 온다는군.”

신종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리틀 브라운요? 미국 사람입니까?”

“아니요. 한국인입니다. 음악하는 사람입니다.“

음악하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배동수가 좋아했다.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요? 잘됐네. 애니메이션 작품 하나 만들면 배경 음악에 대하여 자문도 받고 괜찮네.“

하지만 신종화는 그리 좋아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강시혁이 아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덩치가 강시혁 만할 것으로 보았다.

가뜩이나 강시혁과 변상철의 체격이 좋아 조그만 자기가 그 기에 눌리는 것 같은데 또 덩치가 큰 사람이오면 숨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영남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왔다.

“리틀 브라운 왔나? 이리와 앉아.”

신종화는 들어온 남자가 강시혁처럼 건장한 남자인줄 알았는데 웬 귀엽게 생긴 남자가 들어오자 안심했다.

[이건 완전히 키링남이잖아? 그런데 강 대리 같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사람하고 친하게 지내지? 더구나 이 사람도 예술 하는 사람처럼 생겼는데!]

“리틀 브라운, 인사해. 여기 앞에 앉아있는 여자 분은 문화재단의 큐레이터이셔. 그림에 관한 가히 박사지. 그리고 그 옆에 예술가처럼 생기신 남자 분은 큐레이터와 장래를 약속한 분이셔. 대한민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날리는 사람이지.”

이 소개에 배동수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날리는 사람이 아니고 현재 빌빌거리고 있는 사람입니다.”

강시혁이 이번엔 이영남을 소개했다.

“리틀 브라운은 이 이태원 바닥에선 춤과 노래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바비 브라운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도 리틀 브라운인데 음악공부도 미국에서 했습니다. 그래서 영어발음도 환상적입니다.”

이영남이 헤헤 웃으며 변상철 옆에 앉으며 말했다.

“헤헤. 나는 상철이 형 옆에 앉을까?”

신종화는 이영남을 자꾸 쳐다보았다.

머리도 한쪽만 노랗게 물들이고 목걸이에 옅은 화장도 한 것처럼 보였다. 깍두기 머리를 하고 앉은 강시혁과는 너무나도 대비가 되었다. 그래서 갑자기 나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시? 게이? 이태원에는 이러한 부류의 남자들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배동수가 얼른 일어나 빈 컵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영남에게 주면서 맥주를 따라주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애니메이션 음악에 자문 좀 구하겠습니다.”

“아아, 작곡계열은 아니고 나는 그저 춤추고 흔드는 거만 좋아해서......”

그러면서 맥주를 마셨다.

이영남이 맥주를 한잔 마시고 말했다.

“여기 옆에 계신 시혁이 형님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입니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분은 또 그 옆에 앉아계신 상철이 형님입니다.”

강시혁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좋아하니까 20억이란 돈도 빌려줬겠지.]

“시혁이 형님은 잘 아시죠? 문화재단에 경비로 들어오셨다가 현재는 삼방그룹 비서실 대리로 근무하시는 분입니다. K대학 영문과를 졸업하셨고 태권도가 3단입니다.”

강시혁은 태권도 3단 소리만 나오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자기는 태권도의 유단자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삼방그룹 이영진 상무님의 경호요원이기도 합니다. 이영진 상무를 일본서 경호할 때 야쿠자 7명을 혼자서 때려눕힌 일은 지금도 전설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배동수가 다시 한 번 강시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지난번에 내 팔을 순식간에 꺾어버렸구나 하였다.

“그리고 상철이 형님은 대한민국 경찰간부가 되려고 하시는데 현재는 침대공장의 부사장님으로 계십니다.”

변상철이 이영남을 쳐다보고 말했다.

“야, 야. 침대공장 소리 하지마라. 오늘도 거기 가서 개고생하고 왔다.”

강시혁이 말했다.

“우리 서로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이니 브라보 한번 합시다.”

그래서 모두 브라보를 외치며 한잔씩을 또 마셨다.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밤 10시가 넘도록 마셨다.

변상철이 신종화에게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신종화씨!”

“네?”

“당신만 연예하고 다니면 돼요? 혹시 친구 중에 나같이 외로운 사람 있죠?”

“제 친구들 결혼한 사람 드물어요.”

“이문동에 살고 있는 핸섬한 청년이 있다고 큐레이터 친구가 있으면 말해줘요.”

“한사람 있어요. 그런데 걘 강남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결혼 안한데요.“

“H대 미술대학 출신엔 된장녀들이 많은 것 같네요.”

“내 친구도 변상철씨가 다닌 학교를 나온 사람이 있어요. 걔도 강남 출신이 아니면 결혼 안한다고 했어요. 요즘은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노력해도 강남 입성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결혼할 때 잘해야 되겠다 이건가요?”

“현실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죠.”

“삼방그룹 이영진 상무님도 뭇 여성들의 로망인 강남에 살지는 않습니다.”

“호호. 그분들은 재벌이잖아요. 그런 분들이야 강남이나 강북이나 하는 구분이 필요 없겠죠.”

“또 신종화씨도 강남이 아닌 마포 오피스텔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와 현재 사귀고 있잖아요.”

“제가 눈에 콩깍지가 씌웠던 모양이네요. 호호.”

그러면서 신종화는 또 배동수를 사랑스런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강시혁이 배동수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배동수 씨! 나는 애니메이션 분야는 잘 모르지만 정말 천안 XX대학 총장님 한번 만나봐.”

"글쎄요. 천안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영양가가 있을까 모르겠네요. 그 학교 전임이 되는 것도..... 그 학교 출신이나 해외 유학파를 채용할 거예요.“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잖아?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돈이 있다면 독립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차리고 싶어요. 그런데 사무실 얻으면 바로 돈이 나가잖아요. 제 선배들도 함부로 사무실 차렸다가 개 박살 난 사람들 많아요.”

[킥킥. 내가 멋모르고 건대 앞에서 분식집을 덜컥 임대 계약한 것 하고 같네.]

가만히 듣고 있던 이영남이 갑자기 강시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 형이 이번에 투자한 것 대박나면 이태원에 사무실 차려. 그래서 한쪽 귀퉁이를 배동수 씨에게 빌려주면 되잖아.”

이 소리에 변상철이 깜짝 놀랐다.

“투자라니? 형이 뭐 투자하는 것 있어? 형은 돈도 없잖아?”

“빌려서 한번 해보는데 잘 될까 모르겠어.”

“좋은 정보가 있는 모양이군. 나한테 이야기도 안하고 투자한다고 하는걸 보니! 정말 형은 엉큼해.”

“그건 미안해. 하지만 내가 투자한 것이 실패하면 쪼다가 되잖아. 내가 건대 분식점 하다가 망하니까 네가 많이 씹었잖아. 내 이야기 안 듣고 차렸다가 망했다고 말이야.”

“그 그건, 그랬지만 그래도 둘이 같이 의논하면 좋지. 그런데 잘 해봐. 괜히 지난번처럼 실패하지 말고.”

“나도 걱정은 된다.”

“돈을 얼마나 빌려서 한 거야? 신용 나쁘니 제2금융권에서 빌렸겠구먼. 하긴 삼방그룹 대리라고 하니까 제1금융권은 안 되도 저축은행 같은 데서는 얼른 빌려줬겠네.”

“야, 사업이야기 나중에 하고 술이나 마시자.”

이들은 밤 11시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시혁이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영빈관 지하였다.

어제 분명히 화로라는 식당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자기가 영빈관에 온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잘 들어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변상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상철도 잠결에 전화를 받는지 목소리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상철이냐? 나다. 어제 잘 들어갔지?”

“어, 잘 들어왔어.”

“나는 어제 어떻게 영빈관에 들어온 지도 모르겠다.”

“형이 어제 많이 취했었지. 그래도 형이 우리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었잖아. 이쪽 지역은 내 바운더리다 하면서 말이야.”

“내가 그랬었나?”

“그럼. 그랬지. 신종화하고 배동수 하고도 악수하고 헤어진 것 몰라?”

“그랬나?”

“큰일 났군. 젊은 나이에 치매가 오니!”

“리틀 브라운도 잘 들어갔지?”

“리틀 브라운은 윤진형이 있는 클럽으로 갔어. 거기 가서 몸 한번 흔들고 가면 술 다 깬다고 하면서 갔어.”

“흠. 그래? 다들 잘 들어갔다니 다행이다.”

강시혁은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다.

벌써 오전 9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크! 주식시장이 개장했겠구나!”

얼른 컴퓨터를 켜고 증권사 사이트에 들어갔다.

장명건설은 이제 거래량도 없는 것 같았다.

거래량이 나와야 사겠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10시쯤에서 누군가가 마이너스 8프로 이상으로 밀어버렸다.

그때서야 놀란 개미들이 다시 들어오며 거래량이 늘었다.

강시혁은 오늘도 또 주워 담았다. 강시혁과 누군가가 마구 주워 담자 주가는 다시 보합으로 원상 복구되었다.

불과 5분도 안되어 매수 세력이 들어오고 일봉차트에 빨간불이 들어오며 주가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래도 주가는 8천 5백 원 부근이었다.

증권 토론방이 또 달아올랐다.

“히야. 주포 운전 정말 잘한다!”

“완전히 롤러스케이트 타는 기분이네. 이거 심장 떨려서 들어가겠나?”

강시혁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 담았다. 미래의 행복을 담았다.

한참 장명건설 주식을 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비서실 유길준 대리의 전화였다.

“유길준입니다.”

“넵, 유 대리님. 강시혁입니다.”

“어제 듀크 대학 총장님은 잘 모셨죠? 좀생이가 전화를 해보라고해서 전화했습니다.”

“좀생이요?”

“누구긴 누구입니까 우리 위대하신 최 이사님이시죠.”

“하하. 최 이사님이 왜 좀생이 입니까?”

“시시한 것 가지고 잘 따지니깐 그렇죠.”

“총장님들은 잘 모셨습니다. 듀크 대학 총장님과 천안 XX대학 총장님도 아주 만족해서 돌아가셨습니다. 문화재단에서 파견 나온 큐레이터가 영어로 미술품 설명도 잘해주어 칭찬까지 해주고 가셨습니다.”

“다행이네요. 몇 분이나 오셨었나요?”

“네 분입니다. 수행원을 한사람씩 데리고 왔더군요.”

“이영진 상무님도 나오셨던가요?”

“네, 나오셨습니다. 상무님이 총장님 일행들을 점심 대접해 드린다고 하면서 함께 나가셨습니다.”

“그분들이 왜 온지는 모르죠?”

“취업 부탁과 듀크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을 내년에 삼방 문화재단에서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습니다. 상무님은 실무진에서 검토해야 된다고 답변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주간 업무보고에 꼭 기록해 주세요. 그래야 좀생이가 갈구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최 이사님 별명이 좀생이 인가요? 붓글씨를 아주 잘 쓰시던 것 같던데요.“

“서예전 대통령상을 받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좀생이입니다.”

“하하, 그런가요?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금요일인 것 아시죠?”

“아, 예. 오늘 제가 쏜다고 한 날이죠?”

“이따가 퇴근 후 우리 직원들이 이태원으로 갈 겁니다, 다 가는 것은 아니고 주로 사원, 대리들만 가니까 일곱 명 내외가 될 겁니다. 그렇게 알고 계세요.”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제기랄, 어제 신종화와 배동수 때문에 많이 마셨는데 오늘 또 마시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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