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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39화 (139/199)

139화 건설주 대박 (4)

(139)

듀크 대학 총장이 오는 날이었다.

강시혁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듀크 대학이 꽤 유명한 대학이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대학으로 미국 내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학이었다.

강시혁은 어제 영빈관의 청소는 다 했지만 아침에도 또 청소를 했다.

1층 접견실엔 신종화가 가져온 꽃바구니와 방향제 때문인지 은은한 향기가 났다.

신종화도 일찍 왔다.

신종화는 오늘 예쁘게 보이려고 그런지 화장까지 하고 왔다.

그런데 신종화는 화장술이 좋아서 그런지 완전히 딴 사람처럼 보였다. 립스틱도 바르고 속눈썹을 길게 하고 나타나 눈도 커보였다.

신종화는 화장 빨로만 본다면 틀림없이 미인 축에 들어간다.

더구나 목걸이도 특이하고 옷매무새도 특이했다.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난 또 웬 연예인이 들어오나 했습니다.”

“놀리지 마세요.”

“아니 정말입니다. 새로운 발견입니다.”

“됐어요. 그만하세요.”

“오늘도 설운동 대리는 멍 때리고 있던가요?”

“아침에 출근해서 잠깐 봤는데 오늘도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던데요? 요즘 나에게 시비를 걸지 못해 삶의 의욕이 없어진 사람 같았습니다.”

“하하. 두 사람은 정말 천적인데 싸우지 못하니까 그런 것 같네요.”

신종화가 1층 주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강시혁은 슬그머니 지하로 내려왔다.

그리고 관리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설운동 대리에게 전화는 한통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설 대리님 강시혁입니다.”

“아, 강 대리님.”

“어제 작성해주신 진술서는 비서실 최 이사님에게 드렸습니다.”

“뭐라고 합니까?”

“징계는 해야 될 것 같다기에 내가 한마디 했다가 크게 혼이 났습니다.”

“혼나다니요?”

강시혁은 설 대리를 평소에 좋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문화재단에서 날라 간다면 자기에게 감정을 갖지 말고 좋은 이미지나 심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 대리님이 큐레이터와 개인적 감정이 있어 다툰 건 사실이지만 평상시 업무에 빈틈이 없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재단 살림은 설 대리님이 다 한다고 했습니다. 또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뭐, 하기야 여기 살림은 내가 다 하다시피 하죠.”

“그래서 중징계보다는 경고나 견책 같은 약한 조치가 어떠냐고 했다가 크게 야단맞았습니다. 니가 대리 주제에 징계위원회 위원이냐 하던데요?”

“괜히 나 때문에 고생이 많습니다.”

“실은 저도 소품 그림 몇 점 받았다고 해서 중징계를 한다면 그건 반대입니다.”

설운동 대리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나도 비공식적으로 한번 알아봤습니다. 작가 한명이 투서를 한 것이 아니라 연명으로 투서했다니 이번엔 빠져나가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해임통보가 내려오기 전에 미리 사직서를 쓸까 하는 것도 생각중입니다.”

“아,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랬다가 정말 사직서가 수리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강시혁은 당신이 여기 그만두면 이만한 직장 다시는 찾기 어려워 라는 말을 할 뻔했다.

이름 없는 지잡대를 나온 설운동 대리에게는 학벌도 그렇지만 자기만의 주특기도 없었다.

신종화처럼 영어회화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비서실 최 이사처럼 붓글씨를 잘 쓰는 것도 아니었다. 강시혁이 딴 전기기능사 자격증 같은 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힘들어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뒤 배경이 튼튼하다니 삼방그룹에서 크게 출세는 못해도 자리 보존은 할 것으로 보았다.

설운동 대리는 강시혁이 자기에게 호의적으로 나오자 너는 내편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 같았다.

“오늘 저녁에 맥주나 같이 할까요?”

“오늘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듀크대 총장님이 오시는 날이라 저녁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또 내일은 비서실 직원들과 회식이 있습니다. 제가 다음 주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역시 비서실로 가더니 바쁘군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언제나 설 대리님 편입니다. 나이도 비슷해 친구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시혁이 비서실 대리로 가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면 설운동 대리가 화를 벌컥 냈을 것이다. 친구라니! 내가 네 친구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친구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더 친근감이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휴, 친구로 생각해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그동안 내가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아닙니다. 잘 해주셨습니다. 손님이 올 시간이 되었네요. 제가 나중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강시혁은 옷을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단정히 넥타이를 매고 수건을 왼팔에 걸쳤다. 신종화가 가져온 명찰도 목에 걸었다. 신종화가 가져온 명찰은 회사 신분증이 아니고 그냥 문화재단 큰 글씨만 있는 명찰이었다. 행사할 때 주로 사용하는 명찰이었다.

마침내 듀크대 총장과 천안 XX대학교 총장이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대머리라 영빈관이 다 환해보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리더니 대문 위에 걸린 현수막을 힐긋 쳐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환영의 현수막까지 걸어준 줄은 몰랐던 것 같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강시혁과 신종화가 ‘어서 오십쇼’를 말하고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문화재단에서 나온 사람들 같구먼. 그런데 문화재단은 인물을 보고 사람을 뽑나? 두 젊은이는 인물들이 아주 좋네.”

그러면서 천안 대학교 총장이 손을 내밀고 악수를 신청했다.

듀크대 총장도 벙긋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대학교 교수인지 각자 수행원도 한명씩 있었다.

1층 접견실로 안내하자 듀크대 총장이 외쳤다.

“오, 원더풀!“

영빈관 접견실이 아름답다는 표현일 것이다.

이영진 상무도 왔다. 김 기사가 모시고 왔다.

이영진 상무는 검정색 투피스를 입고 왔다. 옷이 검정색이라 그런지 흰 피부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았다.

이영진 상무는 신종화 같이 붉은 립스틱이나 긴 속눈썹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옅은 화장에 순수하게 보여 자연미인다웠다. 더구나 재벌 집안의 귀족 분위기를 풍겨 더욱 품위있는 여성으로 보였다.

강시혁이 절도 있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다.

“어서 오십시오. 상무님!”

이영진 상무도 대문 위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다들 오셨죠?”

“네, 두 분 총장님과 수행원들도 방금 도착하셨습니다.”

이영진 상무는 또 강시혁의 왼손을 쳐다보았다.

강시혁은 슬그머니 손가락을 감추었다.

접견실에서 회의가 시작되었다.

두 총장은 학교 간 교류에 대하여 간략한 이야기를 하였다.

교수와 학생 교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강시혁과 신종화가 대추차를 가져왔다. 간단한 과일도 가져왔다.

듀크대 총장이 대추차를 마셔보고 강시혁에게 이게 무슨 차냐고 물었다,

강시혁이 영어로 대답했다.

“대추차입니다. 항암효과와 노화방지, 그리고 불면증과 피로회복에 좋은 차입니다.”

“호, 그래요?”

그러면서 듀크대 총장은 한 모금 더 마셔보더니 강시혁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듀크대 총장은 이영진 상무에게 듀크대를 졸업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의 채용을 넓혀달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 듀크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의 기획전을 내년에 삼방 문화재단에서 추진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역시 이영진 상무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탁이 많았다.

천안의 XX대학 총장도 이영진 상무에게 한마디 했다.

“생활관 건립에 대해 많은 기부금을 보내주셨는데 또 염치없는 부탁을 우리도 하겠습니다. 천안 XX대학 출신들 채용도 부탁해 보겠습니다.”

이 말에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웃었다.

삼방그룹은 스카이대학 출신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영진 상무가 웃으며 말했다.

“이공계 쪽은 고려해 보겠습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쪽은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사무관리직 쪽은 어렵다는 말로 들리기도 했다.

환담이 어느 정도 끝나자 2층에 있는 미술품을 보여주었다.

여기엔 제법 유명 작가의 그림들이 많았다. 신종화가 그림 설명을 했다.

특히 지난번 허락 없이 반출했던 대작 앞에서 열심히 설명했다.

신종화는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어 설명을 잘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던 천안의 XX대학 총장이 말했다.

“큐레이터인가요? 역시 말을 잘 하는군요. 어느 학교를 나왔나요?”

“서울 H대 미대를 나왔습니다. 석사과정은 이화여대에서 했습니다.”

“흠, 역시 인재군.”

강시혁은 자기에게도 질문을 할까봐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다.

신종화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천안 XX대학교는 순수미술보다는 애니메이션 쪽이 명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쪽이 강세이기는 하죠.”

“제 친구도 애니메이션 전공을 했습니다. 모션 그래픽과 일러스트 디자인을 잘하는 친구입니다.”

이 말에 강시혁이 말을 거들어주었다.

“큐레이터 친구 분이 애니메이션 수상경력이 많은 사람입니다. 지금 전임 자리를 구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총장도 웃었다.

“요즘 전임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지.”

신종화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천안 XX대학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요?”

“친구가 남자요? 여자요?”

“남자입니다.”

이영진 상무도 신종화의 친구가 남자라는 소리에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총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애인인 모양이구먼. 전임은 어려울 것 같네요. 천안의 XX대학은 지방 대학이지만 서울에서 KTX를 타고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라 전임 교수를 모집하면 이력서가 산처럼 쌓인다오.”

이 말에 신종화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총장이 신종화와 이영진 상무의 얼굴을 번갈아보더니 한마디 했다.

특히 이영진 상무의 얼굴을 보고는 기부금을 50억이나 보내주었는데 전임강사 자리하나 못 내주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웃으며 전향적인 이야기를 했다.

“지금 정부의 도움으로 듀크대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려고 하는 게 있습니다. 친구에게 그 프로젝트에 한번 참여해보도록 권유해 봐요. 뭐, 그러다가 실력을 인정받으면 전임이 되는 수도 있겠지.”

“고맙습니다. 그럼 총장님을 한번 찾아가 뵙도록 하겠습니다.”

“허허. 요즘은 남자 애인 취업 부탁을 여성들이 하는 것 같네. 우리 때 하고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

그러면서 총장은 강시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또 한마디 말을 했다.

“이봐요. 젊은이. 당신도 여자 애인이 부탁해서 삼방에 들어온 건 아니겠지?”

이 말에 모두 웃었다.

강시혁은 아니요. 나는 대리 운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들어오게 된 사람입니다. 내 실력으로 들어온 사람입니다. 하고 당당히 외치고 싶었다.

그렇지만 고개를 숙이고 송구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스스로 들어왔습니다.”

총장이 이영진 상무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젊은이는 인물도 좋고 체격도 좋고 예의도 아주 바른 사람이네요. 영어까지 할 줄 아니 말입니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을 것 같네요.”

이 말에 이영진 상무는 미소만 지었다.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자기 직원 칭찬해 주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는 것이다.

신종화도 한마디 했다.

“강 대리님은 전기도 잘 고칩니다. 전기 기능사 자격도 있습니다. 그리고 태권도 3단입니다. 일본 깡패를 단숨에 때려준 사람입니다.”

“호, 그래요? 대단하네요. 우리 학교 학생들도 그런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이는 학교를 어디서 다녔소?”

“저는 서울의 K대학 영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좋은데 나왔네. 역시 삼방은 인재를 골라 뽑는 것 같아.”

강시혁은 총창의 잦은 칭찬이 듣기 민망해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뒤로 3보 이상 물러났다.

총장 일행이 간다고 하였다.

이영진 상무가 이들에게 점심을 대접한다고 하였다.

강시혁과 신종화가 마당까지 따라 나오면서 인사를 하였다.

천안 XX대학교 총장이 마당을 둘러보며 한마디 했다.

“정원을 누군가가 잘 가꾸어 놓았군.”

이 말에 이영진 상무는 또 기분이 좋아진 듯한 얼굴을 하였다.

총장이 신종화에게 자기 명함을 주면서 말했다.

“오늘 미술품 설명 고마웠어요. 영어로 그렇게 설명해 주어 듀크 대학 총장도 아주 만족한 표정이요.”

“감사합니다.”

“남자 친구에게 이번 지자체 후원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으면 정말 오라고 하세요.”

“감사합니다. 꼭 전하겠습니다.“

총장은 이번엔 강시혁을 보고 말했다.

“난 젊은이가 호텔경영학과 출신인줄 알았소. 그런데 정말 체격이 좋고 얼굴도 밝아 앞으로 한자리 하겠는데?”

그러면서 강시혁에게도 자기 명함을 주었다.

강시혁이 황송해서 허리를 굽힌 채 두 손으로 받았다.“

천안의 XX대학 총장이 자기 명함을 강시혁과 신종화에게 주자 듀크 대학 총장도 벙긋벙긋 웃으며 자기 명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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