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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38화 (138/199)

138화 건설주 대박 (3)

(138)

수요일이 되었다. 듀크 대학 총장이 오기로 한 하루 전날이었다.

이 날은 영빈관 점검도 해야 하고 깨끗이 청소도 해놓아야 한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강시혁의 머리는 주식거래로 꽉 차 있었다. 아직은 20억 중에서 남아있는 11억을 모두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주식 매집이 끝나기 전에 홍 사장 측에서 가압류 철회를 발표하면 안 되겠지. 그러면 폭락했던 주식이 올라가게 되고 나는 추격매수를 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면 남는 장사가 아니야.]

장명건설에 투자한 소액 주주들은 주식이 올라가길 바랐지만 강시혁은 반대로 떨어지길 원했다,

매집 기회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청소는 오후에 주식시장이 끝나고 3시 30분 이후에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어제 이영남과 함께 술을 마셨던 식탁은 치워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식탁 위에 있는 빈 캔과 안주 포장지 같은 것을 치웠다.

이영남이 밤새도록 드럼을 쳤던 방을 가보았다.

그런데 여기는 말도 못하게 어질러 놓았다. 빈 캔이 여기저기에 있었고 안주 포장지는 물론 바닥에 흘린 안주 부스러기와 여기저기에 코를 풀어버린 휴지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아휴, 이 도련님이 놀던 자리는 항상 이렇게 쓰레기가 잔득 나오네. 어려서부터 가정부가 다 해줘서 그런 가? 통 치울지를 모르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모시는 주군의 아드님인데.”

그러면서 강시혁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안주 부스러기와 휴지 같은 것을 치웠다.

강시혁은 식사 후 샤워를 하고 맑은 정신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직은 주식 개장 전이다. 시계를 보았다. 아침 8시 25분이었다.

강시혁은 장전 시간외 종가로 거래를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장전 시간외 거래는 아침 8시 30분에서 8시 40분 사이에 전일 종가 거래가 가능한데 포기했다. 그 사이에 장명건설에 대한 뉴스나 보기로 하였다.

뉴스가 나왔다.

뉴스엔 장명건설 농성현장에 합류한 시민단체들이 쳐놓은 천막이 나왔다. 그리고 시민단체와 노조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주먹을 쥐고 투쟁을 외치는 장면도 나왔다.

금년도 3/4분기 적자 회사에, 대주주 예탁주식에 대한 가압류에, 시민단체까지 합류한 노사분쟁의 회사 주식이 잘 올라갈 리는 만무하였다.

주가가 죽죽 빠져 9천 원 선이 깨지면서 개미들의 손절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이제는 시민단체까지 합류한 분쟁으로 주가는 8천원을 향해 가고 있었다.

1만 5천원까지 올라갔던 주식이 거의 반 토막에 이른 것이다.

순수한 자기 돈을 가지고 투자한 사람은 그래도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빚내 투자한 개미들은 폭망 하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후광을 입을 거란 기대에 산 사람들은 이제 대기업이 이 회사를 버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강시혁은 이 기회가 자기 일생에 찾아오기 힘든 기회로 보았다.

이렇게 보면 건대 앞에 분식점 보증금 찾아 주식투자를 해봤던 경험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물론 실패했다. 주식하는 요령도 잘 몰라 애널리스트들 말만 듣고 질렀다가 개박살 났던 것이다. 그래서 빚도 못 갚고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의 실패로 그동안 투잡 뛰느라 개고생 했지만 지금은 그 경험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회사직원이 이렇게 낮에 대놓고 주식거래를 하면 해고 깜이다.

그렇지만 강시혁은 하늘이 주신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강시혁은 비서실 대리이지만 다행히 영빈관의 파견 근무자다. 그래서 몰래하는 주식거래가 가능한 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기도 했다.

강시혁은 손절 물량이 나오는 것 마다 받아먹었다.

토론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지금도 이 주식을 받아먹는 빙신이 있네. 정신 차려! 삼방그룹에서 장명건설을 버리면 바로 조옷 되는 겨.”

[니가 빙신이다. 이놈아!]

강시혁은 컴퓨터에 코를 박고 계속 거래했다.

겹치는 악재에 공포를 느낀 개미들이 던지는 물량은 제법 많았다. 신용으로 산 사람들은 반대 매매가 들어올까 걱정하여 또 던졌다. 이걸 강시혁이 받아먹었다.

어디선가 홍 사장 패거리들도 받아먹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거래를 하고 있는데 신종화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듀크 대학 총장님이 오시는 날이죠? 제가 미리 준비할 것이 있어서 조금 있다가 영빈관에 들릴게요.”

신종화가 오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면 주식거래를 못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기로 하였다.

“아, 지금 내가 나가야 됩니다. 비서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가야됩니다. 4시쯤 오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가서 대리님께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하하. 먹은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이따가 오후 4시에 뵙죠.”

“알겠어요. 그럼 4시까지 갈게요.”

신종화의 전화를 받고나니 설운동 대리 진술서 받은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크! 설운동 대리 진술서는 출근하자마자 비서실 최 이사한테 갖다 줘야 하는데 깜박했네.]

강시혁은 점심을 굶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최 이사를 만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2시가 넘자 주식은 사자 주문만 걸어놓고 본사로 갔다.

비서실 직원들은 모두 식사를 하러가고 아무도 없었다.

5분 정도 기다리자 점심을 먹으러 갔던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은 다 들어오는데 최 이사만 안 들어오고 있었다.

비서실 직원에게 물었다.

“최 이사님 외근 나간 건 아니죠?”

“아닙니다. 조금 전까지 계셨습니다. 들어올 겁니다.”

오후 1시가 되자 직원들은 업무에 들어갔다.

그런데 최 이사만 안 들어왔다.

[이 인간 도대체 어디 간 거야? 빨리 영빈관에 돌아가서 주식거래를 해야 하는데!]

10분 정도 지나자 최 이사가 들어왔다.

이쑤시개를 들고 들어오는걸 보니 구내식당에서 밥을 안 먹고 외식한 것이 틀림없었다.

강시혁이 미소를 띤 채 손을 비비며 말했다.

“맛있는 것 들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음, 삼계탕 하나 먹었지. 가끔 몸보신은 해야지. 요즘은 나이가 들어 빨리 피곤해. 강 대리도 내 나이가 되면 그걸 느낄 거야.”

“어제 문화재단 설운동 대리는 만났습니다. 진술서를 받아왔습니다. 그동안 소품은 6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나쁜 자식! 기업 이미지는 그놈이 다 망쳐놓는 것 같네.”

그러면서 최 이사는 다리를 꼰 채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진술서를 읽어보았다.

그러다가 이마를 짚고 뭔가를 한참 생각하는 눈치였다.

이윽고 고개를 들고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작가들에게 공갈을 쳐서 소품을 받아왔다면 해고 깜이기는 하지.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내가 실장님과 이야기했지만 설 대리는 자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저도 자르는 것 까지는......”

최 이사가 갑자기 무서운 얼굴을 하며 강시혁을 쏘아보았다.

“자네는 직급이 대리네. 인사 위원회 위원 자격도 없으면서 인사에 영향을 끼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건 안 되네.“

“아, 죄송합니다.”

“설 대리가 누군지 아는가?”

“잘 모릅니다.”

“전임 관장의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이네. 그런데 전임 관장의 남편이 정부의 실세네. 누구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지.”

[음. 재벌 기업도 정부 실세의 눈치를 보는구나. 하긴 재벌은 금력은 있지만 권력은 없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최 이사는 계속 혼잣말처럼 다리를 꼰 채 말했다.

“그래서 실장님과도 상의했지만 해임까지는 손댈 수 없고 그렇다고 징계를 안 할 수 없으니..... 자리는 바꾸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네.”

“저도 그게.....”

그러다가 강시혁은 얼른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

“아무튼 이 문제는 내가 실장님과 그리고 문화재단의 관장과 한번 상의를 해보겠네.”

“그럼 그렇게 알고 가보겠습니다.”

“수고했네. 그럼 자네는 이제 가보게. 듀크 대학 총장이 영빈관에 온다니 바쁠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빨리 가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강시혁은 최 이사에게 크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본사를 얼른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하철역으로 가다가 택시를 부르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얼른 영빈관으로 돌아왔다.

아직 오후 2시는 넘지 않았다.

강시혁이 얼른 컴퓨터를 켜고 증권사이트에 들어가 거래 창을 띄웠다.

오전에 사자 주문에 받쳐놓은 것이 일부 체결되기도 했다.

강시혁은 주식가격을 100원, 200원 올려가며 매도물량 나온 것을 전부 잡아나갔다.

오후 3시 30분까지 거래했다. 오후 3시 30분 이후 할 수 있는 시간외 거래는 하지 않았다.

강시혁이 오늘 체결된 현황을 보았다.

장전된 실탄 4억 원은 모두 쏴버린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누계 투자액은 13억 원이나 되었다.

이제 7억만 쏘아버리면 이영남에게 빌린 돈은 다 쏘아버리는 것이 되었다.

강시혁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데 대문의 인터폰 소리가 들렸다. 신종화가 온 것이다.

강시혁이 대문으로 달려나갔다. 신종화는 자기 차에서 무언가 짐을 잔득 내렸다. 꽃도 사가지고 온 것 같았다.

“뭘 이렇게 사가지고 왔습니까?”

“멀리서 온신 손님이니 꽃바구니는 선물해야죠. 테이블에 올려 놓으면 좋습니다.”

“이건 뭡니까?”

“허브향의 상쾌한 냄새가 나는 방향제입니다. 그리고 이건 데코레이션 장식물들입니다.”

강시혁은 이런 사소한 소품들 준비는 역시 여자들이 낫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은 더 감각적이고 섬세했다.

그래서 강시혁이 많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신종화는 보완해 주고 있는 것이다.

강시혁이 팔을 걷고 1층과 2층을 물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강시혁은 힘이 좋아 그런지 빨리빨리 일을 했다. 강시혁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신종화가 웃으며 말했다.

“대리님은 결혼하면 사모님이 좋아하겠어요.”

“왜요?”

“이렇게 일을 해주잖아요. 그런데 배동수씨는 사람은 착한데 통 집안 일 같은 건 할 줄 몰라요.”

“그 대신 그림 잘 그리잖아요.”

“그거야 직업이니 할 수 없지요. 원래 회화를 전공했다가 수요가 많은 애니메이션 쪽으로 갔는데 운이 없는지 그 쪽도 잘 안 풀리네요.”

“풀리겠죠. 오늘 정말 총장님들이 오면 잘해 봐요.”

“무턱대고 아무 때나 취업 부탁은 할 수가 없겠죠.”

“요즘은 설운동 대리와 잘 지내죠?”

“그 사건 이후 화해는 있지만 앙금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 말은 안하고 지내요. 그런데 오늘 설 대리를 보니까 무언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던데요? 일도 안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흠. 진술서 제출한 것 때문에 그런 모양이구나!]

설운동 대리는 강시혁이 자기가 쓴 진술서를 가져갔으니 회사의 무슨 조치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설 대리도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종화는 자기 차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또 내렸다.

현수막이었다. 현수막에는 한글로 미국 듀크 대학 총장 방문 환영이라고 썼고 밑에는 같은 크기 글자로 영문으로 썼다.

신종화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거 대문에 달아주실래요?”

“정말 큐레이터님은 센스가 있군요. 역시 갤러리에서 행사 같은 것을 많이 다루어본 분이라 다릅니다.”

강시혁이 알루미늄 접이용 사다리 타고 올라가 뚝딱 달아주었다.

더구나 강시혁은 각종 공구들이 다 있어 이런 것 다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달았습니다.”

“벌써요?”

대문 위에 있는 지붕에 달린 현수막을 보고 신종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운동 대리에게 이런 것 달아달라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뭐라는데요?”

“바로 내가 당신 부하냐고 합니다. 인턴들이 없을 땐 부탁할 수도 있잖아요.”

강시혁은 이 소리를 듣고 설운동 대리가 참 딱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잡대를 나와 미술 전문가인 큐레이터에게 자격지심을 느끼는 건 아닌 가 했다.

그렇지 않으면 신종화가 부탁이 아닌 명령조로 말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 가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같은 말도 명령조로 들릴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설운동 대리는 뒤에 막강한 빽도 있는 사람이라 이렇게 반응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시혁은 뒤에 썩은 동아줄 빽도 없었다. 그래서 자기 분수를 알고 언제나 꼬리를 내리고 고분고분 했기에 주위에 적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이영진 상무에게서 카톡이 왔다.

[듀크 대학 총장님과 천안 XX대학교 총장님이 영빈관을 방문하는 것은 내일 오전 11시입니다. 물론 저도 갑니다. 준비를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강시혁이 바로 회신을 보냈다.

[지금 문화재단의 큐레이터가 와서 같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청소도 다 해놨고 간단한 다과와 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정문에 듀크 대학 총장님 영빈관 방문 환영 현수막도 걸어놓았습니다. 큐레이터가 가져온 현수막입니다.]

그리고 재빨리 정문에 붙은 현수막을 사진 촬영하여 이영진 상무에게 카톡으로 전송해 주었다,

이영진 상무가 활짝 웃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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