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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28화 (128/199)

128화 주총 참석 (3)

(128)

주총 의장을 맡은 사장은 두 번째 안건을 상정했다. 사채발행 건이었다.

이 사채발행으로 주가가 더 폭락을 했었다.

세력들은 회사의 이러한 움직임을 미리 캐치하고 주가를 떨어트렸다.

그리고 주가하락을 이용해 돈을 버는 공매도 물량을 대폭 늘렸다. 이렇게 되니 소액 주주들만 손실이 눈송이처럼 쌓이게 되었다.

사장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사채발행은 꼭 해야만 한다고 하였다.

그래야 매출도 증대가 되고 R&D에 투자를 더 할 수가 있다고 하였다. 회사 존립을 위해선 지금이 기회라고 역설하였다.

사장은 자기의 설명이 이제는 먹혀 들어갔으리라 생각하고 사채발행에 관한 동의를 물었다.

사장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번에도 재빨리 강시혁이 일번으로 손을 들고 말했다.

“의장! 찬동합니다.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채발행을 하겠다는데 누가 반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찬동합니다.”

저쪽에서 또 변상철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찬동합니다. 사채발행하고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앞줄에 있는 점잖게 생긴 중년 신사가 말했다.

“사채발행을 한지가 얼마 안 되는데 또 한단 말입니까?”

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채발행 후 투자현황에 대하여는 일일이 주주님들께 보고 하겠습니다. 지금 안하면 경쟁사가 치고 들어옵니다. 동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시혁과 변상철이 동시에 말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의장!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세요!”

“그럼 동의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본 건도 가결하겠습니다.”

“땅! 땅! 땅!”

이번에도 강시혁이 슬쩍 최 이사 얼굴을 쳐다보았다.

최 이사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쓱쓱 문지르고 있었다.

삼방에너지의 임시 주총이 끝났다.

주총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불쾌한 표정으로 일어나며 한마디씩 했다.

“빌어먹을! 회사 안대로 다 되었네.“

“내 그럴 줄 알았어. 개새끼들!”

“사외이사가 이건용이 아들인가? 얼굴은 코빼기도 안보이네.”

강시혁은 이 소리를 들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액 주주들은 호구 소리를 들을 만 하다고 생각했다.

“병신들! 그럼 아까 회의 진행할 때 반대한다고 목소리 높였어야 할 것 아닌가? 입 닫고 있다가 다 끝나고 나서 떠드는 건 또 뭐야? 그러니 호구 소리나 듣지!”

그러면서 고개를 들고 최 이사를 쳐다보았는데 최 이사는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이 양반이 먼저 안개처럼 사라진 모양이네!]

강시혁과 변상철은 회사에서 주주에게 나누어주는 기념품도 받지 않고 회사를 나왔다.

택시가 없어서 둘은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여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장생포항 고래 고기 거리로 갔다.

할매집 간판이 붙은 식당에서 고래 고기 한 접시를 시켜먹고 있는데 최 이사의 전화가 왔다.

“나요. 최 이사요.”

“넵, 이사님.”

“지금 어디요?”

“후배랑 식사하러 나왔습니다. 이사님께서 주총이 끝나면 안개처럼 사라지라고해서 지금 안개처럼 사라진 중입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 후배인가 친구인가 하는 사람도 당신처럼 깍두기 머리던데 둘이 아주 호흡이 잘 맞아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특히 같이 온 사람의 목소리가 아주 크고 좋았어요. 완전히 작천성불여학일성(雀千聲不如鶴一聲)이었소.”

“예?”

“천 마리의 참새가 지저귀어도 학 한마리가 한번 우는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요.”

[그럼 변상철이가 학이고 많은 소액주주들은 참새였나?]

“예, 후배 목소리는 좋습니다. 별명이 변울대입니다.”

“출장여비와 같이 온 후배의 일당에 대해선 유길준 대리가 안내를 해줄 거요. 그럼 나는 일이 있어 서울로 올라가는데 후배랑 점심 잘 먹고 올라가요.”

“감사합니다. 이사님!”

전화가 끝나자 변상철이 물었다.

“방금 전화한 사람이 누구야? 누군데 그렇게 발발기어?”

“비서실 이사님이야.”

“이사면 이사지 그렇게 발발 기어야 하나?“

“너하고 나하고 오늘 잘했다고 칭찬해주더라.”

“그런데 내 별명이 왜 변울대야?”

“아아, 그건 널 피알하기 위해 임기웅변으로 그런 거야. 술이나 한잔해.”

“고래 고기는 좋은데 술은 덜 받네. 어제 마라탕 집에서 좋은데이인지 뭔지를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네.”

이번엔 유길준 대리가 전화를 했다.

“주총은 잘 끝났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상정한 안건은 원안대로 잘 통과되었습니다.”

“이사님 말씀은 같이 온 친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친구가 아니고 후배입니다.”

“후배 일당은 여기서 영수증 처리하기가 힘드니까 그냥 강 대리 출장비에서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예? 내 출장비에서요?”

“강 대리가 이번에 1박2일로 울산에 갔는데 출장비는 2박3일이나 3박4일로 계산할 테니 그렇게 아세요. 거기서 빼주면 됩니다. 20만원 빼주세요.”

"아, 그런 방법이 있군요.“

“조금 있다가 36만원 보낼 테니 20만원 후배주고 16만원은 강 대리 숙박료와 출장 가서 지출한 식대 정리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숙박료 영수증과 밥값 영수증은 이쪽으로 따로 안보내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롯데 호텔에서 잠을 잤더라면 출장비 오버하여 내가 바가지 쓸 뻔 했군.]

전화를 끊고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말했다.

“야, 너 일당 20만원 준다고 연락 왔다.”

“그으래?“

“목소리 한번 지르고 20만원 받으니 괜찮지?”

“히히. 공돈 생긴 것 같네. 그럼 소주 한 병 더 하지.”

둘이 식사를 마치고 해변가를 걸었다.

“모텔도 여기 있네. 어제 터미널 뒤에서 자지 말고 여기서 잤더라면 좋았을 뻔했네.”

“누가 알았나?”

“그런데 여기 장승포 항도 소문만큼 번화한 것 같지는 않네. 내가 이태원 거리만 봐서 그런가?”

“여기는 장승포가 아니고 장생포야. 장승포는 경남 거제에 있는 곳이고 여기 울산에 있는 곳은 장생포야.”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네.”

둘이 서울 강남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가 넘어서였다.

둘은 같이 3호선 지하철을 탔다.

약수역에서 헤어질 때 강시혁이 20만원을 변상철이에게 주었다.

변상철은 안 받으려고 하였다.

“그냥 놀러간 건데 무슨 돈을 받아?”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회사에서 주는 거야. 받아.”

강시혁이 열차에서 내리는데 변상철이 5만 원짜리 한 장을 빼어 강시혁의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이게 뭐야?”

“장생포항의 고래 고기 값은 내가 낼게. 어서 가!“

강시혁이 열차에서 떠밀려 나오자 열차 문이 닫혔다.

열차가 출발하자 변상철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들었다.

강시혁은 영빈관에 오자 피곤했다.

대충 손발을 씻고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지하실이라 적막감만 돌았다. 그냥 잘까 하다가 이영남에게 갔다 온 보고는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리틀브라운? 나야.”

“아, 형.”

“울산은 잘 갔다 왔어. 주총은 상정한 안건이 모두 잘 통과됐고. 리틀 브라운이 사외이사가 된 것도 만장일치로 가결되었어.”

“아, 그건 연락 받았어. 비서실 이사한테 연락받고 비서실 실장한테도 받았고 삼방에너지 사장한테도 받았어. 회의 끝나자마자 바로 연락 받았는데 뭘.”

[더럽게 빨리도 보고들 했네. 역시 오너의 아들문제라 서로 점수 따려고 먼저 전화질들 한 모양이네. 그런데 나는 이제야 이영남에게 전화했으니 난 아직 멀었어. 역시 그들은 강호의 고수들이야.]

강시혁은 이사와 실장, 그리고 사장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강시혁은 이영남에게 좀 미안했다.

미래의 실세에게 소홀히 대접한건 아닌가 하는 자책이 들었다.

“내가 피곤하다보니 늦게 연락해 미안해.”

“아냐. 난 다 알아. 주총 때 아마 형이 가장 목소리를 높였을 거야. 그래서 상철이 형도 데려간 게 아니야? 이사나 실장, 사장 등은 자기들이 한 것은 없어도 항상 보고만 빠르지.”

이영남이 이렇게 말해주니 고마웠다.

그런데 이영남은 보고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것은 이사나 실장은 물론 삼방에너지 사장까지 자기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메세지나 다름이 없었다. 회사 편제상 사외이사는 대표이사 사장 밑인데도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

자기는 오너의 혼외 자식이긴 해도 분명히 오너의 아들이란 것을 은연중 보여주는 태도였다.

다음날 강시혁은 좀 늦게 일어났다.

샤워를 하기위해 손가락 붕대를 모두 풀었다. 이제 실밥도 다 떨어져 나가고 상처도 다 아물었다.

손가락 접합을 했다지만 다소 투박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얼핏 보면 표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다른 손가락과 차이는 좀 있는 것 같았다.

강시혁은 옅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 상처는 영광의 상처로 생각되었다. 이 상처로 인해 들어가기도 힘들다는 대기업인 삼방그룹의 정직원으로 들어갔고 또 초급 간부인 대리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거울을 보고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해 보았다.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움직이는 것 같기는 하였다.

강시혁은 오래간만에 기타를 쳐보았다.

그런대로 칠만은 하였다. 그래서 좋아하는 음악을 한곡 쳐보기도 하였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교바시 보디가드의 이이다 유키 사장 전화를 받았다.

“아, 강 상! 잘 있었어요? 이이다 유키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가와라 흥업에 대한 기업조사와 일본 재즈음악가 소재지 파악을 완료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떻게 나왔습니까?”

“먼저 기업조사 자료는 이메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가와라 흥업은 법인자격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미미하나마 매출도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페이퍼 컴퍼니는 아니란 말씀이군요.“

“거의 페이퍼 컴퍼니 수준이긴 합니다. 그래서 금융권 신용조사도 조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런 회사가 어떻게 홍승필 사장에게 100억이나 되는 돈을 빌려줍니까?”

“이번에 한국기업에 가압류 하는 것을 철회해서 망정이지 만일 진행 했었더라면 사문서 위조로 걸려 들어갈 뻔했습니다. 하하.”

“그리고 재즈음악가인 사카모토 쯔요시 씨는 찾았습니까?”

“찾았습니다. 이 사람 찾느라고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도쿠시마(德島)에 있다고 합니다.”

“도꾸시마요?”

“시고쿠에 있는 현청소재지 도시입니다. 오사카나 교토 같은 큰 도시는 아니죠. 사카모토 쯔요시는 약물복용으로 옥살이를 하다가 최근에 출소하여 도쿠시마로 간듯합니다.”

“그랬군요. 그런데 거기서 뭘 하죠?”

“도쿠시마 외곽에 있는 작은 클럽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소와 전화번호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로써 지난번 우리에게 의뢰한 기업조사와 사람 찾는 의뢰는 임무 완수한 것이 됩니다. 나중에 우리가 또 필요하면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시혁이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영문으로 된 기업조사서와 사카모토 쯔요시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나와 있었다.

강시혁은 바로 이영남에게 전화를 했다.

“리틀 브라운! 이이다 유키 사장에게 전화가 왔네. 가와라 흥업의 기업조사와 사카모토 쯔요시 씨의 소재지를 파악했다고 하네.”

“오, 그래? 사카모토 쯔요시는 어디에 있다고 해? 오사카에 그대로 있는 것은 맞지?”

“도쿠시마라는 지방도시에 있다고 했어.”

“왜 거기까지 갔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옥살이를 했다는군. 약물중독으로 오사카 경찰에 체포되었던 것 같아.”

“결국 그렇게 되었구나. 약물의 끝은 언제나 감옥이지.”

“출옥해서 오사카에서 있지 않고 도쿠시마로 가서 거기에 있는 작은 클럽에서 일한다고 했어.”

“사카모토 쯔요시 정도의 실력이라면 도쿄로 가야할 사람이 반대로 지방 도시로 간 것 같네. 사카모토 쯔요시는 범프 오브치킨 맴버들과 친했는데! 연령대도 그 또래인데!”

“범프 오브치킨? 일본의 4인조 록 밴드 아닌가?”

“역시 형도 잘 아네. 한국에도 한번 왔었지.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제가인 세일링데이를 부른 록 밴드지. 오늘 저녁에 영빈관에 들려서 세일링데이를 한번 쳐보고 싶네!”

“오늘은 시간이 있으니 와. 내일은 이영진 상무님을 모시고 천안에 가야하지만.”

“천안엔 무슨 일로 간다고 했지?”

“XX대학교 생활관 기공식에 간다고 했어.”

“또 정부의 요청으로 생활관 하나 지어주는가 모르겠네.”

“지어주다니? 삼방건설에서 건축공사 일을 따내어 가는 게 아닌가?”

“아니야. 삼방전자에서 생활관 건립기금으로 50억 원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래? 기부금 형식인가?”

“기부금 형식이지. 삼방전자에서 이번에 영업이익이 많이 나왔으니 기부금 좀 내라고 했겠지. 기업이 사학발전기금 기부에 모른 척 할 수 없잖아?”

[기업도 뜯기는 데가 많은 것 같군.]

“그 대신 공사는 삼방건설에서 맡았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겠지. 삼방건설 매출은 올라가니까!”

[흠. 그런 게 있구나. 어쨌든 삼방그룹에서 기부한 돈으로 건축공사를 하니 XX대학교에선 이영진 상무를 상전 모시듯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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