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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27화 (127/199)

127화 주총 참석 (2)

(127)

동호회의 분위기를 최 이사에게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정도 되는 사람이 회사 일도 바쁜데 동호회 카페나 들락거리진 않을 것 같아서였다.

전화를 걸었다.

“이사님! 강시혁입니다.”

“무슨 일이요?”

“혹시 네이버 카페에 삼방에너지 주주모임 카페가 있는 것 아십니까?”

“뭐, 있겠지. 그런데 왜요? 뭐가 문제가 있나?”

“거기서 지금 난리입니다. 내일모레 울산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현장을 쑥밭으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관광 전세버스까지 대절해가지고 내려간다고 합니다.”

“쯧쯧쯧.”

“예?”

“쓸데없는 걱정 말고 당신 일이나 해요.”

“만일에 사태에 대하여 대비는 해야 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봐요. 강 대리!”

“예?”

“주식시장에서 주가 하락하여 물먹은 주주를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호구라고 부르지. 괜히 애널리스트들 말이나 듣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오는 불나방 같은 존재들이지. 그런 사람들은 어제도 있고 내일가면 또 있을 텐데 어떻게 일일이 대응을 하란 말이요?”

[괜히 애널리스트들 말이나 듣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들어오는 불나방이라고? 그럼 나도 불나방이었었나? 건대 앞에서 가게 보증금 뺀 돈으로 애널리스트들 말 들었다가 개 박살 났었는데!]

“아니, 저는 회사가 걱정이 되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주가가 떨어져 흥분하는 건 알겠는데 소액 주주들은 울산까지 내려갈 놈들이 없으니 그렇게 알아요. 버스 대절은 무슨 대절! 그러다 말지.”

“그, 그런가요?”

“생각해봐요.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직장인인데 회사 결근하고 버스타고 주총에 간단 말이요? 책상 둘러엎자고 말한 놈은 언제나 말만 던져놓고 자기는 뒤로 빠지지.”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소액주주놈들은 전자투표도 잘 안하는 놈들이요. 복잡한건 싫어하는 놈들이지. 그러고는 일확천금만 바라고 주머니에 손 넣고 목을 빼고 다니지.”

역시 이사는 이런 일을 많이 겪어본듯하였다.

동호회에서 그렇게 난리를 쳐도 너희들은 지저귀고 있어라 우리는 갈길 간다. 하는 식이었다.

강시혁은 어쩌면 이사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쯤해서 꼬리를 내리기로 했다.

“이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이런 일이 처음이라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럼! 쓸데없는 걱정이지. 그러니 일이나 해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주식시장에서 주주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것에 대하여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어요. 우리는 경영이나 잘하면 되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주식시장엔 언제나 세력들이 있어서 장난질을 많이 하지.“

“그, 그건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공매도 세력들까지 지랄을 하는데 우리는 기업운영에 위험할 정도의 주가가 빠지지 않는다면 그냥 시장의 움직임에 맡겨둬야 하는 거요. 알겠어요? 강시혁 선생?“

“옙. 알겠습니다.”

강시혁은 옷을 두껍게 입고가라는 유길준 대리보다 최 이사가 한수 더 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 이사 정도라면 회사 짬밥이 20년 가까이 정도 된다. 역시 짬밥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이 되었다.

금감원 사이트에 들어가 삼방그룹 계열사의 재무제표를 열람하고 있는데 변상철의 전화가 왔다.

“울산 주총이 내일 오전 10시라고 그랬나?”

“10시 맞아.”

“그럼 오늘 저녁에 미리 내려가 모텔에서 하룻밤 자는 게 좋지 않겠어?“

“글쎄 그럴까?”

“괜히 잘못해 회의장에 늦게 도착하면 일이 잘못될 수도 있잖아. 더구나 형은 주주가 아니고 회사 직원이라 조금 일찍 가야 한다며?”

“알았어. 저녁에 와라. 같이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자. 고속버스표 예약은 안 해도 되겠지?”

“주말이 아니라서 괜찮을 거야.”

오후가 되었다.

이영남의 전화가 왔다.

“형! 교바시 보디가드에서 아무 연락이 없지?“

“없어. 곧 연락이 오겠지.”

“사카모토 쯔요시가 뭘 하는가 모르겠네.”

“아, 그 재즈 음악가라는 사람 말인가?“

“약물 복용만 안한다면 상당히 잘 나가는 사람인데......”

“우리 리틀 브라운이 그 사카모토라는 사람이 많이 보고 싶은 모양이네.”

[이 녀석은 내일 삼방에너지에서 자기를 사외이사 시키는 것을 모르고 있나? 그것은 안 궁금하고 히피 같은 음악인 사카모토나 그리워하고 앉았네. 역시 진정한 금수저는 이놈이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신경도 안 쓰잖아!]

“형, 저녁에 영빈관엘 갈까? 요즘 드럼 친지도 오래되는데.”

“오늘 말고 내일은 어때? 내가 저녁에 울산에 내려가야 하거든.”

“울산? 울산은 왜?”

[하, 이런 놈을 봤나? 자기가 내일 삼방 에너지의 사외이사가 되느냐 마느냐하는 중대 기로인데.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네.]

“울산에 있는 삼방에너지 주총에 참석해. 내일 리틀 브라운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있어.”

“아아, 내일이구나. 이야기는 들었어. 영진 누나한테도 듣고 회사 비서실장 한테도 들었어. 뭐, 잘 통과되겠지.”

“최근에 삼방에너지 주가가 떨어져 소액주주들이 비토를 걸지 몰라. 그래서 변상철이랑 같이 내려가 힘을 좀 실어주려고 해.”

“삼방 에너지 임원진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그런 일 잘 하라고 임원 월급 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잘 하겠지.”

[그런 일 잘하라고 임원 월급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역시 이 녀석은 골수 금수저네. 회장이 이 녀석을 후계자로 하지 않은 이유가 다 있네. 이 녀석은 음악만 잘하지 확실히 철이 덜 들었어.]

강시혁은 아무리 보아도 이영남은 사람은 좋은데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보였다.

이영남을 삼방에너지 사외이사를 시켜주어도 회사 발전에 대한 의견 같은 건 내놓을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또 나이도 어린 사람이 에너지에 대하여 뭘 알겠는가?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렇게 높은 자리에 가는 사람이 어디 이영남 뿐이겠는가?

정부 부문에서도 높은 사람 선거운동 좀 도와주었다고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기관장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하지만 강시혁은 이영남에게 함부로 반박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그는 오너의 아들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액 주주들이 임원들 얼굴을 알지 몰라. 그래서 얼굴 모르는 변상철이 같은 사람이 내려가서 반대 의견을 누르는 소리는 한번 하고 와야지.“

“그래? 그럼 다녀와. 형. 그런데 내가 사외이사라도 상근이 아니라 급여는 얼마 안 될걸?”

[얼마 안 되다니! 아무것도 안하면서 대리급 연봉을 받을 텐데!]

강시혁과 변상철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났다.

그리고 울산으로 내려왔다.

울산이 서울에서 생각보다 멀어 밤 10시가 넘어서 깜깜할 때 도착했다.

“어디 가서 숙소도 잡고 식사도 해야 할 텐데.”

“형! 터미널 뒤에 울산 롯데호텔이 있네. 우리 저기서 자고 가는 거야?”

‘저기는...... 새카만 대리 따위가 이름 있는 호텔에서 잤다고 뭐라고 할 거야. 내가 개인적으로 자는 게 아니고 출장 형식이니까 회사에 영수증 갖다 줘야 해. 그냥 모텔로 가자.“

“형도 빨리 임원이 되어야 저런데서 자지.”

“이영남이처럼 오너의 아들이면 20대 임원이지만 공채 직원도 임원이 되려면 50대가 되어야 해. 내가 있는 비서실 최 이사도 40대 후반이야.”

“하긴 군대에서도 원 스타가 되려면 그 정도 나이는 들어야 되겠지.”

“저 골목 안에 모텔 간판이 보인다. 저기로 가자.”

“밥 먹고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제기랄, 식당도 문 닫은 데가 많네.”

“저기 3층에 마라탕 집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유리창에 손님들 모습이 보여.”

“마라탕 집에 가서 소주나 한 병 까자.”

마라탕 집에서 소주를 시키니 주인이 ‘좋은 데이’ 라는 술을 가져왔다.

변상철이 킥킥 웃으며 소주병을 한참 쳐다보았다.

“킥킥. 울산에 오니 이런 술도 마셔보네.”

소주를 마시며 강시혁이 말했다.

“내일 주총엔 아마 사장이 의장을 맡을 거야. 안건을 제출하면 내가 무조건 손을 들고 ’찬성‘ 을 외칠 테니까 바로 네가 뒤에 있다가 ’옳소‘를 외치란 말이야.“

“알겠어. 장내가 떠나가도록 큰소리를 지르지. 그런데 다른 놈이 뒤에서 반대합니다를 외치면 어쩌지?”

“그때는 우리가 또 합창으로 찬동한다고 하면 의장이 알아서 지휘봉을 땅땅 치겠지.”

“혹시 대한민국 국회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아닐까?”

“국회는 국민들의 보는 눈이 있지만 여기는 국민들이 보는 곳도 아니니 쉽게 넘어가겠지.”

“그런데 나 일당 얼마 준데?”

“글쎄. 아직 모르겠는데? 섭섭지 않게 해주겠지.”

“주총 끝나고 삼방에너지 측에서 우리한테 한턱은 내겠지? 울산항 부둣가에 가서 회라도 사줄 거 아닌가? 여기는 참 장생포항이 있지? 고래 고기라도 사주는 것 아닐까?”

“아니야. 회의 끝나면 안개처럼 사라지라고 했어.”

“사라져?“

“우리는 회사 직원으로 참석하는 게 아니고 일반 주주로 참석하는 거야. 회의 끝나면 우리 둘이 몰래 장승포항인가 어디인가에 가서 먹고 올라가면 되겠지.”

“형, 개인 돈 쓰는 거 아냐?”

“출장비 준다고 했어.”

“좋아. 그럼 내일 주총 끝나고 단둘이서만 장승포항에 가보는 것으로 하지. 여기까지 와서 고래 고기 맛도 못보고 가면 서운하잖아.”

다음날이 되었다.

강시혁과 변상철은 모텔에서 자고 삼방에너지 본사로 갔다.

택시기사에게 삼방에너지 본사로 가자니까 금방 알았다.

삼방에너지는 본사와 공장이 같이 있었는데 야음 장승포동이라는 공장 밀집지역에 있었다.

주총이 열리는 강당으로 갔다.

직원들이 회의 준비를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강당 입구에서 음료수와 과자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누어줄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직원 한사람이 강시혁을 쳐다보고 말했다.

“아직 회의 시작하려면 멀었는데예.”

강시혁이 회사 사원증을 보여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에서 왔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같이 온 사람입니다.”

“아!”

직원이 강당 안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강시혁이 변상철에게 말했다.

“야, 떨어져 앉자. 그래야 의심 덜 받는다.“

그래서 둘은 떨어져 앉아 스마트폰만 쳐다보았다.

이윽고 오전 10시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일반 주주들이라 그런지 아줌마와 노인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양복 입은 직장인 모습이 많았다. 서울보다는 울산이나 대구지역의 소액 주주들이 아닌 가 했다.

그런데 들어오는 사람 중에 낯익은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미소까지 띄우며 들어오고 있었다. 비서실 최 이사였다.

[이크! 저 인간 드디어 나타났네!]

최 이사는 하필이면 강시혁이 앉은 의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앉았다.

둘의 눈이 부딪쳤다. 서로 눈인사만 간단하게 했다.

[저 인간은 어제 내려와서 롯데호텔에서 잠을 잤겠지? 그리고 아마 삼방 에너지 사장의 향응을 받았는지도 모르지. 비서실 임원이면 계열사 사장들도 함부로 할 처지가 못 되잖아? 괜히 서울에 올라가서 회장 앞에서 찍는 소리나 하면 계열사 사장 자리 보존하기도 힘들겠지.]

주총이 시작되었다.

삼방에너지 총무담당 임원이 나와서 주총이 시작됨을 알렸다.

오늘 회의의 의장을 맡은 대표이사의 간략한 인사말씀이 있겠다고 했는데 간략한 인사말씀은 아니었다. 장황한 회사현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주가 하락에 대하여 주주여러분들에게 죄송하다고 90도 각도로 머리 숙여 인사도 하였다.

하지만 주가 하락은 공매도 세력들의 농간이지 회사는 잘 굴러간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가 증가하여 다음 분기에는 괄목만할 매출 증대가 있을 거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장이 불만스런 주주들을 달래고 있군.]

이어 본 안건 심의 있겠다고 하였다.

“첫째 안건은 신규 사외이사 선임 건입니다. 사외이사 후보인 이영남씨는 미국서 공부를 했고 경영감각이 남다른 사람입니다. 이미 삼방전자와 삼방화학, 삼방건설 등의 사외이사를 엮임했기 때문에 젊은 나이지만 경험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영남씨 사외이사 선임에 동의합니까?”

누군가 말을 하려고 하자 강시혁이 손을 번쩍 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의장! 동의합니다! 경력이 풍부하니 사외이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말을 하려고 하자 저쪽에서도 강당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의장! 찬동합니다. 이의 없습니다.”

바로 변상철의 목소리였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장은 지휘봉을 들고 말했다.

“그럼 모두 동의한 것으로 보고 이영남 씨를 차기 사외이사로 선임합니다!”

“땅! 땅! 땅!”

이렇게 해서 싱겁게 이영남의 사외이사 선임은 끝나고 말았다.

강시혁이 슬쩍 최 이사를 쳐다보았다.

최 이사가 고개를 까닥하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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