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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23화 (123/199)

123화 가압류 철회 (1)

(123)

강시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당시 이영진 상무를 수행했던 경호요원이었습니다. 홍 사장님 덕분에 야쿠자들에게 손가락이 잘려나갔지요.”

“홍 사장 덕분이라니?”

“아드님이신 홍 사장이 야쿠자들에게 사주를 했으니까요. 잘려진 손가락 한번 보시겠습니까? 붕대를 풀까요?”

“아아. 됐어요. 나한테 요구하는 게 뭐요?”

“저는 홍승필 사장님 덕분에 두 번이나 크게 다쳤습니다. 첫 번째는 강남 삼성동의 아스테리움 오피스텔에서 맞았습니다. 진단이 3주나 나왔지요.”

“그 사건은 우리 법무팀이 나가서 잘 해결되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홍 사장님 체면을 보아서 합의를 해드렸지요. 단돈 700만원에 말입니다. 그때 홍 사장님은 연예인 K와 함께 약에 취해 있었더군요.”

“연예인 K라니?”

“회장님은 신문사 총수이시라 아실 겁니다. 얼마 전 신문과 인터넷 뉴스에도 나왔던 인물입니다. 배우 겸 가수인 K양 일본 체류 중 경찰에 입건. 오오사카 닛폰바시 병원에서 약물투입 혐의라는 기사를 말입니다.”

“끄응.”

“그리고 일본에서 야쿠자들에게 이영진 상무 일행의 스케줄을 이야기 해주었을 겁니다. 야쿠자들이 정확히 오사카 마사키 미술관 앞에서 납치하려고 했으니까요.”

“그게 우리 아들이 꾸민 거란 이야기요?”

“정보를 제공해주었겠지요. 빌리지도 않은 돈을 빌렸다고 하고 일본 야쿠자에게 추심의뢰라는 명복으로 채무독촉을 해달라고 했겠지요. 이영진 상무를 붙잡아놓고 말입니다.”

“끄응.”

“그 과장에서 저는 정신을 잃도록 야쿠자들에게 린치를 당했습니다. 몸 전체가 상하고 의식을 잃었으니까요. 그리고 야쿠자에게 끌려가 단지의식에 의하여 생 손가락이 잘려져 나갔습니다.”

“그럼 생으로 잘랐다는 거요?”

“그렇습니다. 이 영수증은 제가 오사카 시립병원에서 치료받은 영수증 입니다.“

“그럼 우리 아들을 고발하겠다는 거요?”

“물론 고발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분해서 홍 사장을 내가 당한 것만큼 병신을 만들어 놓고 싶습니다.”

“뭐라고요?”

“제가 홍 사장에게 맞았지만 정말 물리적 싸움을 한다면 체구도 작고 운동을 하지 않은 홍 사장은 저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 그야 그렇겠지요. 젊은이는 운동을 한 사람 같으니까.”

“그래서 저도 홍 사장을 잡아다 놓고 손가락을 하나 자를까, 아니면 다리를 자를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있던 변상철이 느닷없는 말을 했다.

"형님! 그러지 말고 우리 식으로 눈알을 하나 파버리죠.“

회장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부들부들 떠는 것 같았다.

“누, 눈알이라니!”

“그리고 검찰에 고발하기 전에 진보 신문사와 유튜버를 찾아가 아드님과 K양이 함께 약을 했다는 사실도 폭로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아울러?”

“이 사진도 공개하겠습니다.”

그러면서 강시혁은 전에 산정호수 팬션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홍승필 사장이 여러 명과 어울려 벌거벗고 환각상태에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회장이 입을 앙 다문 채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얼마면 되겠소?”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한 장 주지.”

“한 장이라면?”

“천만 원 주겠소.”

옆에 있던 변상철이 벌떡 일어났다.

“형님! 가시죠.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 있는 애들 시켜서 홍승필이란 그 자식 눈알을 하나 파버리라고 하죠. 형님이 손가락 단지의식의 피해자인데 안구적출 의식 하나 못하겠습니까?”

“두, 두 장 주겠소.”

강시혁이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회장님께 한 가지 묻겠습니다. 회장님은 오랫동안 경영을 해오신분이라 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인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

“삼방그룹 회장님이 홍 사장에게 삼방전기 주식 10만주를 주겠다고 한 것은 결혼 후 잘 살라는 뜻으로 주겠다고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야 그럴 테지.”

“증여세 문제가 있으니까 아직 실행은 하지 않고 구두로만 말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결혼이 홍 사장님의 귀책사유로 파탄이 났으니 그 주식 10만주를 주겠다는 것은 거두어들였겠지요. 상식인이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겠습니까?”

“자식의 일이라 나는 잘 모르겠소.”

[자식의 일이라 모른다고? 보수 언론의 총수라는 사람이 나같은 흙수저보다도 못한 인간이네.]

강시혁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이 가압류는 구두상 약속을 가지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도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여기도 법무팀이 있으니까 물어보십시오. 단지 홍 사장이 노리는 것은 삼방그룹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이혼에 대하여 세상의 동정을 얻으려는 심보일 뿐입니다.”

“끄응.”

“제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제가 당한 것에 대하여 보상을 받으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단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은 가압류를 철회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래야 서로 좋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 아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가와라 흥업이라는 회사에서 하는 것이 아니요?”

“단언하건데 홍 사장님은 가와라 흥업에 돈을 빌리지 않았습니다. 일을 꾸미기 위해 차용증만 가짜로 써준 거죠. 그것은 통장 조사를 하면 금방 밝혀질 사항입니다.”

“알겠소..... 아들을 설득해 보겠소.”

“지금 제가 보는 앞에서 전화를 하십시오. 그리고 가와라 흥업이 삼방전기 주식 가압류 신청을 하는 것은 철회한다는 확인서를 써서 팩스로 보내달라고 하십시오.”

“하지만 삼방그룹으로 넘어간 장명건설의 아들 지분에 대해선 나도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가 없소.”

강시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명건설의 아드님 지분에 대하여 가압류를 거는 건 우리도 어쩔 수가 없겠죠. 그것은 법률적으로도 우리 역시 권한이 없습니다.”

회장이 전화를 걸었다.

“승필이냐? 나다. 가와라 흥업에서 네가 돈을 빌린 것이 있느냐?”

“그, 그것은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가와라 흥업에서 삼방전기에 가압류 하는 것은 취소해라. 삼방의 이건용 회장이 구두로 주겠다고 한 것이므로 법률적으로 효력이 없다.”

“법률적으로 되든 안 되든 혼 좀 내주려고 합니다.”

“하지마라. 이건용 회장과 나 사이는 그런 사이가 아니다.”

“이제 다 끝났는데 서로 보지 않을 것 아닙니까?”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것이 많다. 가압류 신청 하지마라.”

“젊은 놈들은 갔습니까?”

“자기가 당한 것만큼 갚던가 아니면 검찰에 고발을 한다더라.”

“헹, 하라고 하십쇼. 대형 로펌에 제가 아는 변호사 친구들이 많습니다. 제 친구 변호사들은 하도 유능해서 없는 죄도 만드는 놈들입니다. 무슨 근거로 저를 고발한답니까?“

“그렇지 않다. 잘못하면 교사(敎唆: 다른 사람에게 나쁜 일을 하도록 꾀거나 부추기는 것) 행위가 될 수 있다.”

“고발하라고 하십시오. 그놈들은 어리석은 개돼지일 뿐입니다. 아버지가 언젠가 한번 그러셨잖습니까? 민중은 개돼지라고.”

스마트폰의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홍 사장의 목소리가 커서 이 소리를 강시혁과 변상철이 들었다.

강시혁과 변상철의 관자노리가 동시에 꿈틀거렸다.

“목소리 낮추어라. 그 젊은이들이 지금 옆에 있다. 이 사람들은 네가 가와라 흥업을 통하여 교사행위를 하는 것과 연예인 K양과 오피스텔에서 함께 투약을 한 것과 산정호수에서 약에 취한 사진 등을 가지고 있다.”

“악질 놈들이네요.”

“이 젊은이들은 네가 가압류 철회를 하지 않으면 바로 진보계열 신문사에 가서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까발리고 유튜버들에게도 다 이야기 한다고 한다. 또 네가 약에 취한 사진도 다 공개한다고 했다.”

“뼛속까지 공갈 협박범들이군요. 그놈이 아스테리움 오피스텔에서 나한테 그렇게 맞고 일본 야쿠자들에게 손가락까지 잘리고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습니다.”

이번엔 회장의 관자노리가 꿈틀했다.

아들의 왜곡된 항변에 화가 솟아오르는 모양이었다.

“이놈아! 정신을 차려야할 놈은 바로 네놈이다.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고 가압류 당장 철회해. 가압류를 철회하겠다는 확인서라도 써서 당장 나한테 팩스로 보내!”

“그럼 그놈들이 진보계열 신문사나 유튜버들에게 찾아가지 않겠다고 합니까?”

“그런 조건이다. 그러니 빨리 보내!”

“그럼 그놈들에게도 확인서 하나 받아놓으세요. 제가 철회서 보내면 이번 사건을 외부로 공표하지 않는다는 각서 말입니다.”

“알았으니 빨리 팩스나 보내라.”

전화를 끊고 회장은 머리가 아픈지 잠시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

회장이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자식 하나 있는 것이 웬수네. 웬수야.”

한참 후 회장이 눈을 떴다.

그리고 강시혁에게 물었다.

“가압류 사건은 삼방그룹 회장도 알고 있나요?”

“팩스도 회사로 갔고 내용증명 우편물도 회사로 갔으니 회장님도 보고를 받았을 겁니다.”

“흠.”

회장이 비서를 불렀다.

남자 비서가 들어왔다.

“이 젊은이들에게 녹차라도 가져다주게.”

“알겠습니다.”

남자 비서는 변상철을 한번 째려보고 나갔다.

녹차를 가져왔다.

그런데 차를 가져온 사람은 남자 비서가 아닌 여자 비서가 가져왔다.

회장이 좀 피곤한 음성으로 말했다.

“차들 마셔요.”

“감사합니다.”

회장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어디인가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이십니까? A일보의 홍 입니다.”

“아, 예. 회장님! 이건용입니다.”

강시혁이 들어보니 삼방그룹의 회장에게 전화한 것 같았다.

“자식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합니다. 저도 결혼이 깨지는 것을 막으려고 아이를 달랬지만 잘 안되네요. 요즘 아이들은 자기주장이 강해서 설득이 잘 안됩니다.”

“아들놈의 과오가 많다보니 저도 뭐라고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가와라 흥업이라는 회사에서 가압류를 건다는 소문이 있는데 참말입니까?”

“뭐, 일본회사에서 내용증명이 하나 날아오긴 했습니다. 제가 아드님에게 주식을 준다고 했다가 안주니까 많이 섭섭해 하는 것 같군요.”

“제가 아들놈에게 야단은 쳤습니다.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했다고 혼을 냈습니다. 그 사건은 철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저도 저희 법무팀에 분석은 해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의 혼사문제로 회장님과 제 사이가 서먹서먹하게 되었는데 아이들 일은 아이들 일이고 우리 자주 만납시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회장은 전화를 끊고 나서 또 눈을 감고 염주 알을 굴렸다.

일본서 팩스가 왔다.

가와라 흥업의 대표취체역(取締役: 대표이사) 명의로 삼방전기에 대한 가압류를 철회한다는 확인서였다.

회장이 확인서를 강시혁에게 보라고 주었다.

“이러면 되겠소?”

“죄송하지만 여기 하단부에 회장님 입회인 서명도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서명을 할 테니 젊은이도 이 사건에 대하여 외부에 일체 누설하지 않는다는 약정서를 하나 써주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시혁이 밖에 나가 여자 비서에게 A4용지 한 장을 얻어가지고 왔다.

그리고 약정서를 써주었다,

둘은 서로 약정서와 확인서를 교환하였다.

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둘이 서로 악수를 하였다.

“젊은이는 훌륭하오. 자기 개인 이익을 취하지 않고 회사의 가압류 철회만 해달라고 했으니 말이요.”

“실은 제가 회사 직원입니다.”

“경비 용역회사 직원이 아니요?”

“아닙니다. 회사 직원으로 개인적 이익만 쫓을 수는 없었습니다.”

“삼방그룹이 쭉쭉 뻗어나가는 이유를 알 것 같군. 손을 다친 것에 대하여는 내가 아들놈을 대신해서 사과하리다.”

“아드님에 대한 개인적 감정은 없습니다. 단지 약물에 대하여는 재활치료를 받으라고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한번 보니까 산정호수에서 볼 때보다도 몸이 많이 망가져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말에 회장은 한숨만 푹 쉬었다.

강시혁과 변상철은 회장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나왔다.

회장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라 그런지 막되어 먹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또 그럴 나이도 아니었다. 상식을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밖으로 나오다가 비서실의 남자 비서와 변상철의 눈이 서로 부딪쳤다.

비서는 변상철의 막말이 불쾌했었고 변상철은 이 신문사에 입사하지 못해서 그런지 신문사 직원에 대한 질투심이 있는 것 같았다. 강시혁이 그것까지는 몰랐다,

변상철이 비서에게 대뜸 한마디 했다.

“쨔샤, 뭘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똥 묻었어?”

“아니, 이 사람이 쨔샤라니!”

“회장님이 계신데도 네가 없다고 사기 쳤잖아! 이 사기꾼 같은 놈아! 신문사에 다니면 제일이야?”

“뭐라고? 사기꾼? 이 자식이!”

“그래! 네가 눈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면 어쩔 거야! 뒈질래?”

그러면서 변상철이 정말 비서의 멱살을 확 잡았다.

여비서가 비명을 지르고 강시혁도 놀라서 말렸다. 다른 방에 있던 사람들이 나오고 회장도 문을 반만 열고 내다보았다.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같이 온 사람이 좀 흥분한 것 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러면서 강시혁은 변상철의 팔을 끌고 비서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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