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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17화 (117/199)

117화 거물과의 맞장 (1)

(117)

강시혁은 이영남의 느닷없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리틀 브라운! 경호회사 사장은 일본에 있는 분이야. 그런데 그분에게 뭔가 부탁할 일이 있나?”

“형! 나는 가와라 흥업 때문에 그래. 그 회사에 대한 현황 조사를 경호회사에 의뢰해 볼까 해. 그 회사는 보디가드가 주 업무지만 기업 조사업무도 병행하지 않겠어? 그쪽이 고객 수요가 더 많을지도 모르지.”

[어쭈? 요놈 봐라!]

이 영남이 몸을 흔들거리며 계속 말했다.

“가와라 흥업이 페이퍼 회사인가 아닌가는 조사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흠.....그것도 재미는 있을 것 같네.”

“내가 한번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원래 가와라 흥업은 이름이 좀 있던 엔터테인먼트사인데 망했다는 소리를 들었었거든.”

“그래?”

“그 회사가 실제 운영이 되고 있는 회사인지도 알아보고 또 사람을 한 사람 찾아보고 싶어.”

“사람을?”

“거기 소속으로 있던 일본의 유명한 작곡가가 있어. 그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연락이 안 되어 그래. 어렵게 지낸다는 이야기는 들은 것 같은데......”

“유명한 작곡가면 작곡료도 많이 나올 텐데?”

“예술가들이 다 그렇듯이 보헤미안 기질이 있어서 지금도 오사카의 어느 거리를 배회할거야.”

변상철의 앞에 술잔이 비었다.

강시혁이 얼른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상철아. 많이 마셔라. 나는 손가락 수술한지가 얼마 안 되어 많이 못 마시겠다.”

“그래도 한잔은 해야지?”

“반잔만 할게.”

“킥킥. 형이 술을 사양할 때가 있네.”

“손가락이 다쳐서 참 불편하다. 세수하기도 힘들고 설거지 같은 것 할 때도 힘들어.”

“그런데 싸우다 다친 것이 아니고 야쿠자 오야붕의 명령에 따라 단지의식을 한 것이 정말 맞나?”

“맞아. 야쿠자 오야붕은 자기 부하가 갈비뼈가 나가고 얼굴 깨진 사람도 있어서 날 그대로 못 보내 준다고 했어. 그대신 가와라 흥업이 부탁한 추심업무는 손을 뗀다고 했어.”

“그럼 그놈들은 돈을 못 벌었겠네.”

“그런 셈이지.”

“그럼 형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겠는데? 손가락 하나만 잘리고 나온 것도 행운이네. 한국의 원로 연예인 한사람이 야쿠자에게 밉보여 거시기를 잘려나간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있던데!”

“아, 그 소문은 낭설이라고 하더라. 오야붕의 입으로 직접 말을 들었어. 자기들은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놈들은 의리에 살고 죽는 놈들이라 거짓말은 하지 않겠지.”

강시혁이 이번엔 이영남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마셔. 나는 손 때문에 못 마시지만 리틀 브라운이라도 많이 마셔. 그런데 일본의 작곡가를 찾아 곡을 한곡 받으려고 그러나?”

“아니, 그 사람은 작곡가이기도하지만 훌륭한 재즈 피아니스트야. 이태원에 한번 불러서 같이 호흡 맞추어 연주나 해볼까 해.”

[얘는 확실히 예술가 기질이 있어.]

“일본 작곡가가 재즈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인 것 같네.‘

“사카모토 쯔요시라는 사람인데 에디 히긴스(Eddie Higgins)라는 세계적 재즈 피아니스트에게 사사 받은 사람이야.”

“에디 히긴스? 어디서 듣던 이름인 것 같은데?”

이번엔 술을 자작으로 따라 마시던 변상철이 말했다.

“에디 히긴스는 미국출신 재즈음악가야. 일본여자와 함께 살았으니 아마 일본인들 제자가 더러 있겠지. 에디 히긴스는 이미 죽은 사람이야.”

“그래? 공부는 못하는 녀석이 그런 건 잘 아네.”

“내가 공부는 좀 못했지. 강시 앤 혁 형보다는 조금 잘했지만.”

이영남이 눈을 크게 뜨고 변상철에게 말했다.

“강시 앤 혁이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강시혁이지. 삼방그룹 비서실 여직원들은 다 그렇게 부른다더라.”

“정말?“

“여직원들이 그렇게 부른다면 시혁이 형은 성공한 거야. 갑자기 특채 대리로 들어오면 대개 기존 직원들과의 마찰이 있게 마련이거든. 잘못하면 따돌림도 당할 수가 있지.”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직장생활도 안 해본 놈이 나보다도 더 잘 안다.”

“그런데 여직원들이 농담 삼아 강시 앤 혁이라고 불렀다면 친근감이 있다는 표시야. 시혁이 형을 비서실 대리로 수용한다는 분위기란 이야기지. 안 그래? 형?”

“글쎄. 그런 것 같기는 하더라. 오늘 비서실장에서부터 말단 사원까지 모두 인사했는데 반갑게는 해 주더라.”

“그건 형과 경쟁관계가 없어서 그런 거야. 형은 조폭들과 맞장 뜨는 경호요원이라는 특수 업무를 하는 사람이지 일반 비서실 업무를 하는 사람은 아니잖아. 그러니 잘 해봐. 잘 하면 과장도 될 수 있으니까.”

옆에 있던 이영남도 맞장구를 쳐주었다.

“나는 시혁이 형이 비서실 이사도 되고 상무도 되었으면 좋겠어. 아니 사장이 되었으면 좋겠어.”

“하하, 고마운 말이지만 아마 경호원은 과장이 한계일거야. 이사나 상무가 되려면 50세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그때는 나이가 많아져 경호도 제대로 못할 거야. 이영진 상무님 벤츠를 모는 김 기사는 똥배가 나와 운전만 하지 경호업무는 못하잖아.”

“그럼 경호에서 일반직 전환해서 비서실 일하면 되지.”

“일반직이면 전체 계열사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쪽은 내가 아는 게 있어야지. 정말 그쪽 동네는 경영학과 출신들이 잡고 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간다면 왕따나 되겠지.”

이 말에 두 사람은 아무 소리 못하고 고기만 구웠다.

그것은 강시혁이 한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이 구운 고기를 이영남에게 밀어주며 말했다.

“그런데 리틀 브라운! 이이다 유키 씨에게 가와라 흥업에 대한 조사 의뢰를 하려면 의뢰비가 들어가야 할 텐데?”

“아, 그거야 내가 주지. 회사 돈으로 하지 않고 내 개인 돈으로 하지.”

역시 이영남은 재벌의 아들이라 돈이 많은 것 같았다.

변상철이 말했다.

“아까 이이다 유키 씨는 경찰 출신이라고 했나?”

“그랬지. 경찰 간부 출신이야.”

“퇴직자인가?”

“나이로 봐서 그런 것 같아. 아마 정년 퇴직하고 나와서 경호회사를 차린 것 같아. 너도 경찰이 되면 나중에 퇴직하더라도 경호회사 차리면 밥 굶는 염려는 없을 것 같다.”

“경찰 뭐로 퇴직을 했는데?”

“경시 출신이라고 했어. 경시면 우리나라 경찰의 어느 계급에 해당할까?”

“경시면 높은 사람이야. 우리나라로 치면 총경 급이야. 보통 서장은 총경 급이 하잖아.”

“그런가?”

“동네 방범위원보다는 높은 사람이지.”

“이 자식은 형 앞에서 말본새가!”

이 말엔 이영남도 하하 하고 웃었다.

술이 몇 번 더 돌자 강시혁만 빼고 이영남과 변상철은 술기운이 도는 것 같았다.

강시혁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는 발언을 했다.

“리틀 브라운! 이제 가와라 흥업이 삼방전자 주식에 대한 가압류를 하는 것 에 대해서 말해볼까?”

“좋아요. 이제 술도 마실 만큼 마셨으니까!”

“가와라 흥업이 지난번엔 팩스를 보냈지만 이제는 소송의 전단계로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하네.”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기한 내에 채무변제에 대한 액션이 없다면 바로 법원에 가압류를 한다는 내용이지. 여기 내용증명을 내가 한부 복사했으니 봐 바. 뒷장은 한글 번역본이야.”

이영남이 내용증명을 보았다. 옆에 앉은 변상철도 목을 빼고 내용증명을 보았다.

변상철이 보고서 킥킥 웃었다.

“왜 웃나? 나하고 리틀 브라운은 지금 심각한데.”

“내용증명 소인을 보니까 내용증명사(內容證明司)라는 도장이 찍혀서 웃었어. 우리나라하고 똑 같잖아.”

“뭐, 인접한 나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가와라 흥업이 왜 삼방전기 주식을 가압류 하겠다는 거야? 나도 좀 알면 안 되나?”

강시혁이 가와라 흥업이 삼방전기 주식을 가압류를 하려는 배경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변상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흠. 그게 그렇게 되는구나. 정말 언론플레이용으로 하기엔 좋은 재료인데?”

“너도 그렇게 보냐? 그래서 나도 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대책 마련을 해볼까 해. 나도 이제는 단순 경호원을 넘어 비서실 대리가 되었으니 응당 그렇게 해야겠지. 그냥 불구경하듯이 구경만 하고 있으면 안 되겠지.”

“뜻은 좋은데 대책 방안이 있어?”

“언론플레이를 막아달라고 직접 홍 사장 아버지인 홍 회장을 찾아가야겠어. 바로 적의 소굴로 맞장을 뜨러 가는 거지.”

이영남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했다.

“홍 회장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회사의 임원급이 가는 게 안 낫겠어? 형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개 젊은 사람들에겐 눈 내리깔고 만나주지도 안하려고 하잖아.“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홍 회장을 만나는 것은 삼방그룹에서는 내가 적임자 일지도 몰라. 왜냐하면 그 아들인 홍 사장은 나한테 빚이 있거든.”

변상철은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빚이 있는 건 맞는 것 같네. 강남의 오피스텔인가 어디선가에서 형이 홍 사장에게 맞았고 이번에도 야쿠자들에게 손가락을 잘렸으니 빚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그래서 내가 간다는 거야.”

“형이 채권자니까 잘 하면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어? 이 자식 봐라. 전자사장이 말하는 것 하고 비슷하게 말하네! 경찰간부 시험 공부한다고 법조문 좀 외우더니 제법인데?]

이번엔 이영남이 말했다.

“그런데 야쿠자에게 당한 것은 홍 사장과 관계없다고 할 것 아닌가? 무슨 증거를 대라고 하면 어쩌지?”

“증거? 증거는 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강시혁은 전자 사장이 복사해준 가와라 흥업이 야쿠자들에게 의뢰했던 추심의뢰계약서 사본을 보여주었다. 바로 이이다 유키 씨가 구해다준 복사 분이었다.

복사 서류를 이영남과 변상철이 돌려가면서 보았다.

변상철이 말했다.

“그럼 홍 사장이 가와라 흥업에게 돈을 빌렸다는 서류와 홍사장이 돈을 안 갚아 돈을 받아달라고 한 채권 추심의뢰서를 보여주면 조금 먹혀들어가기는 할 것 같기는 하네.......”

“그런데 홍 회장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늙은이라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할 거야.”

“그때는 공갈 좀 쳐야지.”

“뭐라고?”

“형도 홍 사장 납치해 손가락 하나 잘라놓겠다고 해야지!”

“좋은 방법이다! 좀 악랄한 면이 있지만 그게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악랄한건 없지. 그건 저쪽이 더 악랄했지. 형의 손가락은 이미 잘렸으니.”

“가서 우는 소리 좀 해야겠다. 아직 총각인데 손가락이 보기 흉하게 되어 장가도 못 가게 생겼다고 해야겠다. 홍 사장이 이런 짓 한 걸 언론에 다 공개하고 유튜버들에게도 다 공개해야겠다고 해야겠다.”

“삼방전기 10만주 달라고 하는 것을 영원히 말 못하게 하던 가, 아니면 한 10억 달라고 해!”

“돈으로 10억을!”

“그거 받아서 형하고 나하고 장사나 하지. 여기 이태원 바닥에서 이런 고기집이나 하고 살면 직장생활 할 필요도 없잖아?”

이 말에 이영남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안 돼! 형들은 삼방그룹에 있어야 돼. 형이 삼방전자 사장 같이만 된다면 연봉 35억을 받을 텐데 가긴 어딜 간다는 말이야!”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삼방전자 사장은 만나봤는데 정말 인물이었어. 그런데 그런 사람은 삼방그룹 수 만명 종업원 가운데 단 한사람 아닌가. 경영의 귀재인 그런 사람이 되기엔 우리는 태생적으로 힘들겠지.”

변상철이 말했다.

“나도 인터넷 뉴스에서 봤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베스트5에 삼방전자 사장이 들어가 있더군. 35억 받는다고 했지? 그런데 그런 사람은 아마 서울대 출신에 해외 경영학 박사라도 따고 온 사람이겠지. 그리고 기업에서 가신(家臣)으로 30년 정도 근무한 사람이겠지.”

“아니야 공고 나온 사람이야. 대학은 야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야.”

“그래?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삼방전자 사장을! 거기엔 스카이대학 출신만 수천 명이 근무할 텐데.“

“그러니 인물이지.”

“그런 인물이라면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이영남도 아는 체를 했다.

“삼방전자 사장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키운 분이에요. 할아버지가 생전에 그분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

“그래?”

“시혁이 형도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사람은 아니지만 앞으로 영진 누나 잘 지원해줘서 전자사장 같은 분이 되어봐. 신문사 회장님한테 공갈쳐서 뺏은 돈으로 이태원에서 고깃집 차릴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흑흑.”

강시혁과 변상철은 이영남이 갑자기 울자 당황했다.

농담으로 한 말을 가지고 이렇게 받아드릴 줄은 정말 몰랐다.

“아아 지금 한 이야기는 농담이야. 나는 이 열손가락이 다 없어질 때까지 영진 누나를 도와 꺼지지 않는 삼방그룹을 만들 거야.”

변상철이 미소를 지으며 박수치는 흉내를 냈다.

“시혁이 형 이제 보니 멋쟁이인데? 대리 운전할 때 보다는 많이 늘었어.”

“야, 그런데 신문사 홍 회장 만나러 갈 때 너랑 같이 가자.“

“나 하고? 왜?”

“공갈도 좀 치라며? 너하고 가면 공갈치기 딱 좋겠다. 너는 양아치처럼 생겼잖아!”

“뭐라고? 우리 엄마 알면 펄쩍 뛰겠다. 우리 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줄 아는데!”

“그래서 못가겠다는 거냐?”

“아냐. 같이 가. 나도 좀 세상을 배울 겸 해서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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