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08화 (108/199)

108화 돌아온 영웅 (3)

(108)

강시혁이 차를 타고 가면서 이이다 유키 씨에게 물었다.

“간사이 전력병원은 여기서 멉니까?”

“다 왔어요. 전력병원은 후꾸시마 구에 있어요. 옛날에 방직공장이 많았던 곳인데 지금은 이렇게 거주지로 변한 곳이죠.”

“아주 변두리는 아니네요.”

“내가 경시청의 후배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간사이 전력병원에 손가락 잘린 사람이 가니 병원 원장에게 전화 좀 해달라고 했습니다. 잘 좀 치료해 달라고 부탁의 말이라도 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사장님은 경찰 출신이었군요. 그래서 경호회사 사장님을 하시는군요.”

“배운 게 도둑질이다 보니.....”

“좋은 일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간사이 전력병원에 도착하였다.

강시혁은 병원 원무과에 여권을 제출하고 입원 수속을 밟았다. 옆에서 경호회사 직원이 도와주어 빨리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의사에게 갔다.

의사는 무뚝뚝하게 생긴 50대였다. 젊은 의사가 아니라서 베테랑처럼 보이기는 했다.

의사는 시립병원에서 가져온 강시혁의 초진 진료기록을 열심히 쳐다보았다.

“손 좀 봅시다.”

의사가 강시혁의 붕대 감을 손을 풀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봉합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말하지 않고 대뜸 직업을 물어보았다.

“직업이 경찰이요?”

옆에 있는 이이다 유키 씨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은 한국인입니다. 일본말을 못합니다. 영어로 해야 알아듣습니다.”

“한국 경찰인 모양이군. 조금 전에 경시청에서 전화가 와서 나는 또 일본 경찰인가 했습니다. 그러면 보호자는 환자 아버님이 아닙니까?”

“아닙니다. 우리 회사의 거래처 사람입니다.”

“나는 아드님인줄 알았네요.”

그러더니 의사는 알코올 젖은 솜 같은 것으로 강시혁의 상처 부위를 문질렀다.

강시혁은 너무 아파 소리를 질렀다.

의사가 계속 손을 살피며 말했다.

“에구,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다치면 어떻게 하나? 어디, 잘라 논 손가락 좀 봅시다.”

의사가 수건에 싸인 손가락을 살펴보았다.

“식염수 젖은 거즈로 싸서 보존상태가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강시혁이 말했다.

“접합이 가능합니까?”

“아직은 몰라요. 정확한 검사를 해봐야 돼요. 일단은 입원 준비 하세요”

강시혁은 또 간호사 지시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간호사들이 달려와 지병이 있느냐고 묻고는 피를 뽑아갔다.

[시립 병원에서도 피를 많이 뽑아가더니 여기서도 뽑아가네. 간호사들은 완전히 흡혈귀 같네. 내가 야쿠자들 하고 싸워서 가뜩이나 피를 많이 흘렸는데 이렇게 뽑아 가면 어떻게 하나?]

강시혁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이이다 유키 씨가 웃으며 말했다.

“강 반장! 의사가 입원을 하라고 하는 것은 나쁜 징조가 아니요. 수술을 해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요.”

강시혁은 정말 잘라진 손가락을 붙일 수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를 했다.

아무리 의학 기술이 좋더라도 잘라진 손가락을 어떻게 잇는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만 들었다.

그런데 환자복을 갈아입고 침대에 앉았는데 의사가 부르지도 않았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이다 유키 씨에게 미안했다. 더구나 이이다 유키 씨는 연세도 많은 분이었다.

“저, 사장님은 이제 돌아가시죠. 병원에 왔으니 이제 의사가 알아서 하겠지요. 제가 미안해 죽겠습니다.”

“아니요. 나는 돈을 받고 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 괜찮아요.”

“그런데 의사가 부르지도 않으니 저도 답답합니다.”

“아, 그건 곧 알려주겠죠. 손가락 봉합 수술은 시간을 다투는 것이니까요. 나는 대기실에 가서 TV나 보고 있죠. 나는 의사 말을 듣고 철수할 것이니 너무 미안해하지 말아요.”

얼마 후 간호사로부터 의사가 부른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시혁은 보호자 격인 이이다 유키 씨와 함께 진료실로 갔다.

의사가 천천히 말했다.

“검사해본 결과 수술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져온 손가락이 일부 세균감염으로 괴사된 부분이 있어 긁어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또 잘려진 손가락의 지혈 과정에서 생긴 오염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곳도 다 긁어내고 하면 손가락 수술을 하더라도 원상태처럼 모양은 나오지 않습니다.”

강시혁은 이 소리에 낙담하고 고개만 떨어트렸다.

정말 야쿠자 본부에 쳐들어가 자기를 이렇게 만든 그 오야붕이란 놈을 쳐 죽이고 싶었다.

이이다 유키 씨가 말했다.

“그럼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겁니까?”

“일단 뼈와 신경을 잇는 수술은 하겠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작아진 미용부분은 어쩔 수 없이 다른데 살을 떠다가 수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시혁은 이 소리를 듣고 흠칫했다.

[다른데 살을 뜨다니!]

이이다 유키 씨는 이런 일을 겪어봤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겠네요. 그럼 어느 쪽 살을 뜬단 말입니까?”

“다른 사람 살은 뜰 수 없습니다. 거부반응을 보이니까요. 그래서 꼭 자기 살을 떠야 합니다.”

강시혁이 또 흠칫했다.

[내 살 어디를 뜬다는 거야?]

의사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보통 안 보이는 허벅지살이나 사타구니 살을 떠서 합니다. 팬티 안에 있는 살이니 흉터가 있어도 관계가 없겠지요. 제일 좋기로는 전신마취를 한 후 사타구니 살을 많이 뜹니다. 사타구니 살이 회복력도 빠릅니다.”

이이다 유키 씨가 강시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결정은 네가 해라 하는 표정이었다.

강시혁은 손가락이 작아져 흉하게 보이는 것 보다 사타구니 살이라도 붙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아영테크에서 근무할 때 생산직 한명이 손가락이 나가 보기 흉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평소에도 손가락을 감추기 위해 장갑 같은 것을 자주 끼고 다니는 것을 보았었다.

[사타구니야 팬티에 가려져 잘 안 보이는 곳이니 그렇게 해야겠네.]

강시혁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많이 떼어냅니까?”

“아닙니다. 세균감염으로 괴사된 부분만큼만 긁어내면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알겠습니다. 그럼 오후 2시부터 수술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진 상무가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엔 연락을 받은 비서실 임창영 과장과 벤츠를 운전하는 김 기사가 나와 있었다.

“고생 많으셨죠?”

“아닙니다. 회사에는 아무 일 없죠?”

“예, 회사는 아무 일 없습니다. 그런데 강 반장은 같이 안 오셨군요. 강 반장이 다쳤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예, 사실입니다.”

“많이 다쳤습니까?”

“예...... 좀.”

임창영 과장과 김 기사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이영진 상무가 상당히 피곤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가 이영진 상무에게 말했다.

“제 차는 공항 주차장에 있으니 여기서 상무님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박 변호사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홍 사장에게 도장 받은 서류는 바로 김윤희 변호사에게 전달해 법원에 접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김윤희 변호사와는 따로 통화하겠습니다.”

이영진 상무가 벤츠 뒷좌석에 탔다. 그리고 임창영 과장은 앞좌석 조수석에 탔다.

이영진 상무는 한국에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 졸음이 왔다. 시트에 기댄 채 졸기 시작했다.

벤츠가 여의도 근방에 왔을 때 이영진 상무가 눈을 떴다.

이영진 상무는 강시혁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신호만가고 강시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영진 상무는 가방에서 이이다 유키 씨의 명함을 꺼내 전화를 했다.

이이다 유키 씨는 전화를 받았다.

“이이다 사장님! 삼방그룹의 이영진 상무입니다. 강 반장 수술은 하게 되었습니까?”

“예, 간사이 전력병원에서 이제 막 수술 시작되었습니다. 미세한 신경을 일일이 연결하는 거라 수술은 좀 오래 걸린답니다.”

“접합수술이 성공할까요?”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이 병원은 손가락 접합수술 경험이 많은 병원입니다. 잘 될 것으로 봅니다.”

“사장님께 너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이게 우리 일인데요. 나중에 수술 끝나면 결과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통화가 끝나자 운전하던 김 기사가 물었다.

“이태원 댁으로 바로 가실 거죠?”

“아닙니다. 회사로 가주세요. 일본 출장 갔다 온 결과를 회장님께 보고는 드려야죠.”

“알겠습니다. 회사로 모시겠습니다. 그런데 강 반장이 무슨 수술을 받습니까?”

“예, 손가락이 잘려져 나가 접합수술을 받습니다.“

“예엣? 손가락이 잘려져 나가요?”

김 기사와 임창영 과장이 동시에 놀랐다.

같이 간 강시혁이 다쳤다는 소문은 들었어도 어떻게 다쳤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강 반장이 실종되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친 줄은 몰랐네요. 그럼 손가락을 다시 이어붙이는 수술을 받겠네요.”

“그렇습니다.”

“잭크 나이프에 당했나요? 아니지, 야쿠자들이라면 회칼을 사용했겠지.”

“어떻게 다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놈들도 좀 다쳤겠네요. 강 반장도 태권도 3단에다가 또 내 맹호부대 후배라 만만치는 않았을 텐데요?”

“예. 상대방도 많이 다쳤답니다. 강 반장은 일곱 명을 상대로 혼자 싸우다보니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내 잘못이 많아요. 일본 지사원들 경호를 받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와, 일곱 명을 상대로 혼자 싸웠다니 대단하네요.”

“강 반장의 활약으로 내가 무사할 수 있었어요. 강 반장한테 많이 미안합니다.”

임창영 과장은 자기도 비서 일을 하지만 경호 같은 일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야쿠자들을 상대로 싸움을 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임창영 과장은 강시혁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일곱 명을 상대로 싸웠다니 강시혁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 과장은 강시혁이 평소에 보더라도 가슴이 벌어지고 팔뚝에 근육이 많아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인줄은 알았었다. 하지만 그렇게 싸움 실력을 갖춘 인물인줄은 몰랐다.

강시혁이 반듯한 인서울 대학을 나오고 영어도 잘하고 발군의 싸움실력까지 갖춘 사람이 연봉 5천도 안 되는 잡급직 경비로 있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강 반장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대리 운전기사였다고 했지? 맞아. 신용불량자인 것이 틀림없어. 그러니 잡급직 경비로 있지. 그러니까 지잡대 나온 설운동 대리에게 예, 예, 하면서 시다바리 노릇을 하고 있지. 누가 그러겠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영진 상무가 임창영 과장을 불렀다.

“임 과장님!”

“넵! 상무님!”

“회사에 도착하면 강 반장 수술사실을 문화재단엔 연락을 해야 되겠죠? 강 반장이 문화재단 소속이니까 말씀입니다.”

“그렇게 해야 되겠죠.”

“미안하지만 임 과장님이 문화재단 관장님이나 사무국장에게 연락해 주세요. 강 반장이 손가락 절단으로 접합수술을 받으니까 한 삼사일 회사출근이 어렵다고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여 이영진 상무는 곧장 회장실로 갔다.

회장에게 일본 출장 결과를 간략히 보고했다.

“홍 사장 하고는 이제 남남이 되었습니다. 협의이혼 서류에 서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아이가 없는 상태에서 헤어졌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좀 쉬었다가 내가 다시 너에게 맞는 신랑감을 물색해 보마.”

“저, 이제 결혼 안합니다.”

“홍 사장과의 결혼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았던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사람은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가정을 이룬 사람의 행복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좋다는 통계도 있다.”

“어쨌든 이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겠지만 나중에라도 결혼해라. 나도 손자의 재롱을 보고 싶다. 또 너는 거대한 그룹을 경영하려면 네 주위에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 여자가 혼자 있다면 사람들이 넘보는 수가 있어.”

“요즘 세대는 그렇지도 않아요. 아빠세대하고 달라요.”

“알았다. 재혼 문제는 그러면 나중에 이야기 하자. 강 반장은 다시 손가락 접합수술을 한다는 이야길 들었다. 강 반장이 수고를 많이 했더구나.”

“강 반장이 아니었으면 정말 위험할 뻔 했어요. 저를 납치하려던 사람들은 일본의 유명한 야쿠자들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전자 사장에게 들었다. 야쿠자를 상대로 칠대 일로 싸웠다니 내가 보기에도 대단한 사람이야.”

“저를 납치하려고 하자 강 반장이 순식간에 자동차 보닛을 뛰어넘으며 야쿠자를 공격했습니다. 각목과 칼을 든 야쿠자를 맨손으로 막으면서 저보고 먼저 도망치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돌아오면 상이라도 줘야 할 것 같구나. 그런데 손가락이 잘렸다니 참 걱정이다. 접합수술이 잘되었으면 좋겠는데.....”

“참, 가와라 흥업이라는 일본회사에서 아빠 주식을 가압류한다는 통보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서류 한번 볼 수 있을까요?”

“걱정할 것 없다. 법적으로 가압류가 불가능하다. 엄포용일 뿐이다.”

그러면서 회장은 자기 책상 서랍에서 가와라 흥업이 보낸 팩스 서류를 보여주었다.

서류를 읽고 난 이영진 상무의 얼굴에는 분노의 빛이 역력했다.

이미 팩스의 내용에 대하여는 이이다 유키 씨에게서 들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언론 플레이용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서류를 보니 이게 그동안 같이 살았던 부부였나 하였다.

[아아, 역시 내 곁에는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 필요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