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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06화 (106/199)

106화 돌아온 영웅 (1)

(106)

삼방전자 사장은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었다.

전자 사장은 드라마 같은 것은 보지 않지만 TV뉴스는 꼭 보고 자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뉴스 뒤에 숨은 또 다른 사실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전화가 왔다.

일본서 걸려온 국제전화였다.

“여보세요?”

“나요. 오사카 교바시 경호회사의 사장 이이다 유키요.”

“아, 이이다 상!”

“마사키 미술관에서 실종된 한국인을 찾았습니다.”

“오, 그래요?”

“손가락 하나가 잘려 지금 요도가와 구에 있는 시립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답니다.”

“죽지는 않았군요. 그런데 손가락이 잘려요? 싸우다가 그랬나?”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오늘 낮에 당신이 보낸 박 변호사가 우리 사무실에 왔었어요.”

“오, 왔었나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묵고 있는 VIP 따님에게는 귀국할 때까지 며칠간 경호원 두 명을 붙여주도록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내가 당신한테 신세진 게 더 많을 텐데.”

“하하, 별소릴.”

“그런데 지금 시립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종자는 경호원이었던가요?”

“그렇습니다. 경호 인력으로 따라갔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단했던 것 같아요. 칠대 일로 야쿠자들과 싸웠다니 대단한 사람이요. 나도 내일쯤 그 병원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요.”

“박 변호사에게도 가보라고 해야겠군요. 얼마나 다쳤나 알아봐야겠군요.”

“또 다른 변동사항이 있으면 내가 연락하겠습니다. 늦은 시각 전화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전화 고맙습니다.”

삼방사장은 박 변호사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이영진 상무에게 바로 전화했다.

“영진 상무? 나요. 삼방전자 사장이요.”

“네, 사장님. 사장님이 소개하신 경호회사에서 경호원을 파견해 주었습니다.”

“잘 되었네요. 그건 그렇고 강 반장을 찾았답니다.”

“예? 강 반장을요? 어디에 있다고 합니까? 설마 죽지는 않았겠지요?”

“죽기는! 펄펄하게 살아있답니다. 그런데 싸우다가 다쳤는지는 몰라도 손가락 하나가 잘려 오사카 시립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답니다.”

“오사카 시립병원요? 어디에 있는 병원입니까?”

“요도가와 구에 있답니다. 아마 묵고 있는 호텔이 JR오사카역 근방이라면 멀지 않는 곳일 겁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서울에서 먼저 아시니 정보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보다 빠르네요.”

“방금 경호회사 사장인 이이다 유키 씨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 사람도 이제 막 소식을 접한 것 같습니다.”

이영진 상무는 박 변호사를 전화로 불렀다.

박 변호사는 마침 최 교수와 함께 그릴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삼방전자 사장은 강시혁이 시립병원에 있다는 것을 회장에게도 알렸다.

회장은 저녁밥을 먹고 정원을 거닐다가 전화를 받았다.

“강 반장을 찾았답니다. 오사카 시립병원에 있답니다.”

“병원요? 많이 다쳤나요?”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가 치료를 받고 있답니다. 큰 중상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그것만 해도 다행이네요. 손가락은 싸우다가 칼에 맞은 것 같군요.”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병원에 있는 강시혁은 빨리 호텔로 가고 싶었다.

이영진 상무에게도 연락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간호사가 와서 바로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하였다.

이영진 상무에게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밧데리가 나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충전을 좀 하자고 하니까 간호사가 입원실 배정받으면 입원실에서 하라고 하였다.

“꼭 입원해야 합니까?”

“환자분은 피를 많이 흘리셨기 때문에 수액 보충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몸살기운도 있고 상처 아무는 것도 봐야 하니까 삼사일 입원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강시혁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링겔 주사를 맞고 있다가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이영진 상무가 붕대를 감은 자기 손을 만지작거리며 눈물짓는 것을 보았다.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가 상처를 만지며 눈물짓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오히려 자기가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침대 앞에서 무슨 부스럭 소리가 났다. 눈을 떠보니 이영진 상무 얼굴이 보였다.

[내가 아직도 꿈에서 덜 깼나?]

그래서 눈을 껌벅이고 있는데 이영진 상무 옆에 있던 박 변호사의 음성이 들렸다.

“좀 어때요? 강 반장!”

그 옆에 또 최 교수의 얼굴도 보였다.

이영진 상무는 꿈속에서와 달리 입을 두 손으로 막고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온몸을 붕대로 감고 왼손도 두꺼운 붕대를 감고 왼쪽 눈은 아직도 퉁퉁 부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다시 박 변호사의 음성이 들렸다.

“왼손이 제일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강시혁은 박 변호사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이 하나 잘려져 나갔습니다. 잘린 손가락은 저기 서랍 속에 있습니다.”

이 소리에 세 사람은 더욱 놀라 망연자실 서 있기만 했다.

간호원이 와서 피를 뽑아갔다. 주사바늘이 들어올 때 따끔한 것을 보니 정말 꿈은 아니었다. 강시혁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연락도 안했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삼방전자 사장이 알려줘서 왔습니다.”

“삼방전자 사장이요?”

강시혁은 이 소리를 듣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있는 삼방전자 사장이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어떻게 알지? 그 분이 회장님을 대신해서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실력자지만 천리안이라도 가지고 있단 말인가? 거 참, 알 수가 없네.]

강시혁은 경시청에서 알려준 걸 박 변호사가 잘못 말하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저 양반도 마사키 미술관에서 그날 자기와 야쿠자들이 싸우는걸 보고 너무 놀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직도 얼이 빠져있다고 여겼다.

간호사가 다시 왔다.

“환자 보호자가 어느 분이세요? 간호실에서 찾는데요?”

이영진 상무가 간호사를 따라가려고 하자 박 변호사가 말했다.

“일본어 잘하는 최 교수와 제가 다녀오죠. 상무님은 여기 계세요.”

두 사람이 간호실로 가자 입원실에는 강시혁과 이영진 상무만 남았다.

이영진 상무가 눈가에 이슬이 맺히며 강시혁의 붕대감은 왼손을 잡았다.

“어떡해요. 손가락이 잘렸으니...... 미안해요. 나 때문에.”

[아아, 상무님이 내 손을 잡았구나.]

“아닙니다. 매끄럽게 경호를 하지 못해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저는 상무님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에요. 강 반장님은 훌륭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손가락이 이렇게 되었으니....”

이영진 상무는 붕대 감은 왼손을 잡은 채 마침내 눈물을 떨구었다. 꿈속의 장면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이영진 상무가 붕대를 여러 겹 칭칭 감은 손을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의 체취가 전해오는 듯하였다.

“정말 미안해요. 강 반장님.”

“아닙니다. 이번에는 경호가 서툴렀지만 앞으론 이 열 손가락이 다 잘려나간다고 해도..... 상무님을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이 말에 이영진 상무가 눈을 크게 떴다.

아마 강시혁의 말에 엄청 큰 감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얼굴이 잠시 상기되어 보였다.

이영진 상무는 잠시 동안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잡았던 붕대 감은 손을 슬며시 놓으며 나직이 말했다.

“고마워요. 강 반장님.”

이 말을 하는 이영진 상무의 얼굴에는 기쁨의 환환 미소가 흘렀다.

하지만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의 고맙다는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병원에서 환자가 통증으로 고생하니까 수면제라도 먹인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강시혁은 병원에서 주는 밥을 먹었다.

링겔을 꽂은 채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을 보았다.

왼쪽 눈의 부기도 많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면도를 아직 못해 턱 주위에 수염이 자라있었다.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잘해주었다.

간호사들은 처음엔 강시혁이 야쿠자로 알려져 좀 겁을 먹었었다. 그렇지만 강시혁은 언제나 웃는 낯으로 대해주고 외국인이라 이제는 격의 없이 잘 대해주고 있었다.

핸드폰도 충전이 되어 오래간만에 후배 변상철에게 전화를 하였다.

“상철아, 나다.”

“어? 형! 오늘 귀국하는 날짜지? 내 선물 좀 챙겼어?”

“웃기는 자식! 네가 어디가 예뻐서 선물을 사가냐? 나, 지금 병원에 있어.”

“병원?”

“여기는 오사카 시립병원이야. 내가 좀 다쳤어. 야쿠자들하고 싸웠거든.”

“헹, 웃기네. 정말 오늘 귀국 안하는 거야?”

“야꾸자들 하고 싸워 손가락도 하나 잘려나가고 온몸이 타박상으로 아파 죽겠다. 내가 혼자서 야쿠자 일곱 명 하고 싸웠거든.”

“헹, 형이 경호원으로 따라간 줄은 아는데 야쿠자하고 싸우다니 말이 돼? 일본 야쿠자가 왜 형을 건드려. 그리고 일곱 명이라니? 뻥을 쳐도 좀 적당히 해. 그래야 사람들이 믿지.”

변상철과 통화를 하는데 이영진 상무와 박 변호사, 그리고 최 교수 등 세 사람이 다시 왔다.

강시혁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침에 또 오셨네요.”

그러면서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이영진 상무는 어제와 달리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시혁은 슬며시 자기 턱을 만져 보았다. 그동안 면도를 못해 까칠까칠 했다.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 앞에서 좀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세수도 좀 하고 면도도 좀하고 그럴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링겔 주사바늘을 꽂아 불편해 면도를 못한 것이 후회 막심했다.

박 변호사가 말했다.

“강 반장! 방금 의사 선생님을 만났어요. 엑스레이 결과 다행히 골절상을 입은 데는 없답니다. 종아리 상처는 세 바늘을 꿰맸는데 물이 안 들어가도록 주의만 하면 된답니다. 약을 주었으니 온몸의 부기도 곧 빠진답니다. 단지 손가락이 문제인데...... ”

“원상태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손가락을 이전처럼 활동하는 데는 전혀 상관이 없답니다. 그렇지만 미용에 좀 문제가 될 것 같아 그게 좀 마음이 아프네요.”

“괜찮습니다. 마디 하나 나갔는데 뭐 어떻겠습니까?”

이때 웬 초로의 신사 한분이 들어왔다.

60대 중반으로 보였는데 얼굴이 동안이고 상당히 다부지게 생겼다. 흰머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박 변호사와 최 교수가 아는 사람인지 인사를 했다.

“사장님이 오셨군요.”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안녕하세요)!”

신사는 바로 이영진 상무 앞으로 갔다. 약간 더듬거리는 영어로 말했다.

“한국에서 오신 삼방그룹 따님이시군요. 나는 삼방전자 사장과 친구인 이이다 유키라고 하오.”

“아, 경호 회사의.....”

“그렇소. 교바시 경호회사의 사장이요.”

“경호원을 보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나도 잠깐 의사를 만나보았어요. 의사는 환자가 한 삼일정도 병원에 입원해야 된다고 했으니 그렇게 따르면 될 것입니다.”

“저희도 들었습니다.”

“삼방그룹 따님은 안전을 위해서 오늘이라도 귀국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경호회사를 하는 사람이라 경호원을 파견하면 수입이 늡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강시혁이 침대에 누운 채로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상무님은 귀국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박 변호사님도 귀국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박 변호사도 찬성했다.

“안전을 위해서 귀국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무님은 큰 그룹을 이끌어 가시는 분이라 할 일도 많을 겁니다. 귀국하시죠. 저도 일이 밀려있어 귀국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 교수만 얼굴빛이 안 좋았다.

이영진 상무가 일찍 가버리면 자기 통역 일당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박 교수가 이이다 유키에게 말했다.

“경찰 수사가 미온적이면 가해자를 검찰에 직접 형사고발할 수 있겠죠?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말입니다.”

“이쪽에서 고발하면 저쪽에서도 맞고소를 할 겁니다.”

“맞고소요? 자기들이 집단폭행을 했는데요? 더구나 삼방그룹의 따님을 납치하려고 했는데요?”

“납치가 아니라고 발뺌을 할 겁니다. 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손을 잡아끌었을 뿐이라고 할 겁니다.”

“기가 막혀.”

“상대가 누구인지 아실 겁니다. 유명한 야마구찌구미의 야쿠자들입니다. 그들 주위에 실력 있는 고문 변호사들이 많이 포진되어있습니다. 맞고소일 경우 시간만 오래 끌뿐입니다.”

“경찰이 집단폭행으로 다루어주지 않을까요?”

“이쪽에서 처벌을 원한다면 움직이겠죠. 하지만 조금 전에 말했듯이 저들도 진단서를 첨부해 이쪽 처벌을 원할 겁니다. 더구나 당신들은 외국인인데 경찰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겠습니까?”

“흠.“

“나 역시 삼방전자 사장과 오랜 친구이지만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선생님은 법에 대하여 잘 알고 계시는군요. 혹시 변호사 출신입니까?”

“아니요. 나는 도쿄 경시청 경시(警視) 출신이요.”

이이다 유키가 침대에 들어누운 강시혁 앞으로 오며 말했다.

“젊은이가 바로 야쿠자 일곱 명과 맞장을 뜬 사람이군. 체격이 정말 좋네요. 인물도 좋고 운동도 잘해 여자 친구도 많겠는 걸?”

“여자 친구는 어, 없습니다.”

이이다 유키가 강시혁에게 또 말했다.

“명함 있으면 하나줘요.”

“지금 환자복을 입고 있어서......”

“젊은이는 경호회사에서 파견 나온 사람이 아니고 회사의 경호원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삼방 문화재단의 경비반장입니다.”

“호, 그래요?”

“이번에 상무님을 모시고 왔는데 경호업무가 미숙했습니다.”

“아니요. 훌륭했어요. 일본 최대의 검객 미야모도 무사시가 살아 돌아왔어도 그렇게 못했을 거요. 당신은 아마 나하고 한 번 더 만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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