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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03화 (103/199)

103화 마사키(正木) 미술관의 결투 (2)

(103)

박 변호사는 최 교수와 함께 오사카 경시청을 방문했다.

경찰관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현장에서 탈출한 사람 중에 다친 사람이 있습니까?”

“저희들 중에서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행 중 한명이 탈출을 못하고 각목을 맞고 쓰러지는걸 보았습니다. 그 사람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현장에 갔을 땐 아무도 없었습니다. 목격자 말로는 쓰러진 사람을 가해자들이 자기들 차에 싣고 사라졌답니다.”

“죽었을까요?”

“그건 모르죠. 가해자도 없고 피해자도 없어 우리도 지금 엉거주춤한 상태입니다.”

“없어진 사람을 꼭 찾아야 합니다.”

“실종자 이름이 뭡니까? 여기에 인적사항을 좀 적어주세요. 그리고 신고자 연락처 하고요.”

“알겠습니다. 써 드리죠.”

최 교수가 인적사항을 적는걸 보고 경찰관이 물었다.

“간시효끄(강시혁)? 한국인들 이름은 독특하군요. 그런데 실종자 사진 같은 건 없습니까?”

최 교수가 자기 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었다.

마사키 미술관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이었다.

경찰관은 사진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이것으로 식별하기는 어렵겠네요. 좀 큰 사진은 없습니까?”

“여권용 사진이 있지만 여권은 현재 강시혁 씨가 소지한 상태입니다.”

“인적사항 적어주신걸 보니까 실종자가 회사원이군요. 회사에 연락해 인사카드에 붙은 사진이라도 전송해 달라고 하세요. 그래야 우리가 수사하기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연락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일행 중 한명이 사건 현장에서 신발을 잃었습니다. 찾으러 가도 되겠지요? 위험하지 않겠지요?”

“가셔도 됩니다. 가해자들이 이미 흩어졌을 텐데요. 그래도 불안하면 그 근방에 있는 다다오가쵸 고우반(交番: 파출소)을 찾아가 보세요. 거기 순사 한명하고 같이 가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 변호사는 오사카 경시청 주차장에서 이영진 상무에게 전화를 했다.

“접니다. 상무님! 박 변호사입니다.”

“네, 변호사님!“

“지금 경시청에 와 있습니다. 담당 경찰도 만났습니다.”

“아, 그러세요?”

“경찰은 목격자 말로는 강 반장을 가해자들이 데려갔답니다, 그래서 실종자 수사를 정식으로 의뢰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강 반장 사진이 있어야 찾기가 쉽답니다. 여권용 사진이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 여권은 강 반장이 소지하고 있어서 다른 사진을 구해야 합니다.”

“그럼 어쩌죠?”

“회사에 연락해 회사 인사카드에 붙은 사진이라도 전송 받았으면 좋겠답니다.”

“알겠습니다. 연락하겠습니다.”

“저희는 그럼 마사키 미술관에 다시 들렸다 오겠습니다. 잃어버린 상무님 신발을 찾아보겠습니다.”

“찾지 마세요. 구두는 다시 사면되니까요.”

“새로 사셔도 되지만 사러 가기도 번거로울 것 아닙니까? 현장에 한번 들려보겠습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경시청 경찰관이 괜찮답니다. 불안하면 그 근방에 있는 다다오가쵸 파출소 순사 한명과 같이 가보라고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강 반장 사진 보내라고 한국에 연락 하겠습니다.”

이영진 상무는 문화재단에 강시혁 사진을 전송하라고 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먼저 회장에게 강시혁 실종 사건을 보고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저예요.”

“내일 귀국한다고 했지? 꼭 들어와야 한다.”

“일본에 며칠 더 머물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고? 전자 사장도 네가 빨리 귀국해야한다고 했다. 며칠 머무르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일이 생겼어요.”

“일? 무슨 일? 홍가 놈도 협의이혼 신청서에 도장을 찍었다며? 그럼 두말 말고 빨리 들어와야지! 홍가 놈이 또 무슨 시비를 거는 거냐?”

“그게 아니고 강 반장이 실종되었어요.“

“뭐라고? 강 반장이 실종? 아니, 널 보호하라고 경호요원으로 간 놈이 실종되면 어떡해? 너는 멀쩡하고 경호원이 없어졌다는 게 이상하잖아?”

이영진 상무는 마사키 미술관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보고했다.

회장도 그런 일이 있었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너를 납치하려든 놈들은 네가 누군지 정보를 알고 그런 것 같구나. 네가 삼방그룹의 딸인 줄 알고 몸값이라도 요구하려는 거였겠지. 그런데 정말 강 반장이 그놈들에게 맞으면서도 네가 탄 차를 출발하라고 했냐?”

“각목으로 제가 탄 차를 치면서 빨리 가라고 했습니다. 문을 열려고 하는 깡패들을 막으며 피투성이가 되어가지고 그랬습니다.”

“흠. 그놈이 그랬구나..... 정말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마지막으로 각목에 맞고 쓰러지는걸 보았습니다. 흑흑.”

“알겠다. 나도 일본의 정계나 관계에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연락해 보겠다. 오사카 한국 영사관에도 연락해 보겠다.”

“아직은 그러지 마세요.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요. 일본의 정계나 관계에서 알고 신문에라도 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삼방그룹의 딸 납치 미수 사건이란 기사가 한국에도 특종 보도가 될 거예요. 또 이것은 강 반장에게도 불리해요.”

“그럴 수도 있겠지.”

“너무 언론에서 떠들면 납치범들은 차라리 강 반장을 어떻게 하고 잠적할 거예요.”

“세상이 떠들면 차라리 살해하고 잠적할 수도 있겠지. 그게 흔적을 남기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저는 강 반장이 꼭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어요. 범인들이 노리는 것은 저지 강 반장은 아니니까요.”

“알겠다. 법률 전문가인 박 변호사가 옆에 있으니 잘 협의해서 처리해라.”

“오사카 경시청에서 강 반장 사진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럼 저는 삼방 문화재단에 전화해서 인사카드에 붙은 사진이라도 전송하라고 할게요.”

“알았다. 그렇게 해라.“

이영진 상무가 문화재단의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행정적인 문제는 관장보다는 사무국장이 잘하기 때문이었다.

“이영진 상무입니다.”

“어머! 상무님! 사무국장입니다.”

“강 반장 인사카드가 거기 있죠?”

“네,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강 반장이 일본에서 실종되었습니다.”

“에엣? 강 반장이 실종이 되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되었죠?”

“일본 경찰에서 수사상 사진이 필요하답니다. 미안하지만 강 반장 인사카드에 붙은 사진을 나한테 전송해 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된 거죠?”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하죠.”

“네, 알겠습니다. 상무님! 사진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사무국장은 관장에게 강시혁 실종 사실을 보고했다.

관장이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서 얌전한척 하더니 밖에 나가서 말썽을 피운 모양이네. 이영진 상무 경호는 하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은 게 틀림없어. 흥! 오사카가 얼마나 넓은 도시인가? 일본 말도 모르니 헤맬 수밖에.”

“강 반장은 영어를 할 줄 압니다.”

“오사카 일반 시민들은 영어 못해요! 나도 전시회 일정 때문에 오사카를 자주 가보았지만 시민들하고는 영어가 잘 안통해요.”

“실종되었다니 걱정이네요.”

“영어 한 웅큼 할 줄 안다니 관공서 같은데 찾아가면 통할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강 반장은 돌아오면 우리 사규에 따라 징계는 해야 되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사무국장! 업무에 온정주의가 개입되면 안 돼요. 전임 관장이 있을 땐 그게 통했는지 모르지만 나는 안 돼요. 조직을 이끌어 가려면 항상 신상필벌에 명확해야 해요. 그래서 기관장은 항상 고독한 법이에요. 알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봐요. 역시 근본 없는 잡급직은 풀어주면 말썽을 일으키지. 흠흠.”

그러면서 관장은 금테 안경을 위로 올렸다.

사무국장이 설운동 대리를 불렀다.

“설 대리! 일본에 출장 간 강 반장이 실종이 되었다고 하네요.”

“예엣? 왜요?”

“실종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관장님 말은 아마 오사카 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강 반장은 일본어는 하나도 못합니다. 영어는 좀 한다지만 일본은 영어가 잘 안 되는 나라 아닙니까? 경호원 차출이 좀 무리이긴 했습니다.”

“운동은 잘하는 사람 같던데.”

“하이고, 태권도 3단이면 쌔고 버렸어요. 아마 우리 문화재단에서 유단자 자격이 있는 사람 경비반장으로 모집한다면 이력서가 수백 장은 쌓일 겁니다.”

“일본 경찰이 실종자 수색에 참고한다고 강 반장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인사카드에 붙은 사진이라도 나한테 보내주세요.”

“강 반장은 잡급직이라 인사카드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파일에 이력서가 있으니 이력서에 붙은 사진은 가지고 오겠습니다.”

“인사카드를 만들어 놓으시지 그랬어요.”

“일이 많아서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무국 직원 충원요청도 했었는데요. 사무 행정 쪽은 경비반장과 달라 일이 많습니다.”

“알겠어요. 이력서 가져와 보세요.”

설운동 대리가 사무국장 방을 나왔다.

복도에서 큐레이터 신종화를 만났다.

“신종화씨! 당신이 좋아하는 강 반장이 실종되었답니다.”

“내가 왜 강 반장을 좋아해요?”

“아니었나?”

“그리고 실종되었다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었답니다. 그래서 일본 경찰이 실종자 수색을 한답니다.”

“그런데 대리님 얼굴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 표정이세요? 남은 없어졌다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내가 뭘 좋아한다고 그래요? 말 그렇게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신종화씨보다 선임인거 알죠?”

“아니까 내가 이렇게 곱게 말하는 거 아니겠어요? 비켜요. 나 관장님 보러 가야돼요.”

삼방그룹 회장은 이영진 상무 전화를 받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강 반장이 실종되었다가 좋지 않은 일이라도 발생하면 어쩌지?”

잘못하면 홍 사장 쪽에서 알고 언론에 기사화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서실장이나 경영기획실장을 불러 의논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딸의 사적인 문제를 젊은 부하들과 의논하기는 싫었다.

이때는 역시 친구처럼 지내는 삼방전자 사장이 제일 좋았다. 비서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이화여대 얼짱 출신이라는 비서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고 모델처럼 걸어왔다.,

“전자 사장님 좀 내 방에 오시라고 해라.”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잠시 후 전자 사장이 왔다.

전자 사장이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회장이 의자에 앉으라고 말하기 전에 회장실 의자에 바로 앉는 사람은 전자사장 뿐이었다,

전자 사장이 먼저 말했다.

“영진 상무 귀국하라고 했지요?”

“영진이는 몇 일 더 있다가 귀국하겠다고 그러네요.”

“그러면 안 됩니다. 빨리 귀국하라고 하세요.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귀국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못하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일이 벌써 났소.”

“예?”

“차나 한잔 하고 이야기 합시다. 영진이네 집에 있는 금산 아줌마가 만든 대추차나 마십시다.”

그러면서 회장은 비서를 불러 차를 가져오게 했다.

차를 마시면서 회장은 전자사장에게 강시혁 실종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전자 사장이 박수치는 시늉을 냈다.

“실종이 되었다는데 왜 박수를 치려고 하는 거요?”

“축하합니다. 첫째는 이영진 상무가 무사한 것이고, 둘째는 삼방 가문에서 진정한 젊은 가신(家臣)을 하나 얻었기 때문입니다.”

“젊은 가신이라니?”

“강 반장이 젊은 놈이니 젊은 가신이죠. 그놈은 살아서 돌아옵니다.”

“정말이요?”

“가해자가 야쿠자인지는 모르지만 노리는 것은 이영진 상무지 그놈이 아닙니다. 경비반장 하는 놈을 잡아다 뭐하겠습니까? 아마 자기들 일을 방해했다고 몰매나 주고 내보낼 겁니다.”

“그럴까요?”

“걱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그놈들이 몰매를 주는 것은 좋은데 어디 병신이나 만들어 놓지 말아야 합니다. 신체적 장애가 생기면 가신으로 부리기도 힘듭니다.”

“그건 걱정이네요. 빨리 일본 경찰을 움직여 수사에 박차를 기해달라고 해야겠군요.”

“이미 상황은 끝났을 겁니다.”

“상황이 끝나요?”

“몰매 주는 것이 끝났다 이겁니다. 이영진 상무 위험도 당분간은 없을 듯합니다.”

“그래요?”

“그놈들이 작전 실패를 인정할 겁니다. 또 경시청에서도 사건 접수가 되었다면 당분간 조용히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러나 강시혁은 돌아오면 영웅이 될 것 같습니다.”

“영웅이요?”

“야쿠자 일곱 명과 단독으로 맞장을 떴으니 영웅이 될 수 밖에요. 그 정도면 경호업무를 아주 훌륭히 해낸 것입니다. 회장님이 상을 줘도 될듯합니다.”

“상은 줘야겠지요.”

“언젠가 제가 회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 가르시아 밀서를 전달할 놈은 그놈밖에 없을 거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들은 것 같기도 하네요.”

“앞으로 우리 사후 강 반장은 영진 상무를 위해 훌륭한 가신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젊은 가신 하나 얻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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