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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01화 (101/199)

101화 일본 야쿠자 (3)

(101)

비서실장이 황급히 회장이 던진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 팩스 내용은 무시해도 될까요?”

“무시해도 돼. 구두상으로 지나가는 이야기로 했던 것을 가지고 무슨 근거로 가압류를 한다는 건가? 채권, 채무 관계가 성립된 것도 아닌데!”

“가와라 흥업이 무슨 회사인지 조사는 한번 해볼까요?”

“괜히 시간 낭비야 신경 쓸 것도 없어.”

“그런데 차용증이나 각서의 내용은 정확한 것 같습니다. 일본어로 번역한 것은 공증까지 한 것 같은데요?”

“그럼 법무팀장을 맡고 있는 김 변호사 좀 오라고 해봐!”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잠시 후 법무팀장이 왔다.

법무팀장은 회장 앞에서 긴장된 얼굴로 서있었다.

회장의 얼굴이 화가 난 듯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자네, 이 서류 한번 읽어봐.”

“홍 사장님께서 가와라 흥업이라는 일본 회사와 채권 채무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 홍가 놈이 가와라인가 가오리인가 하는 회사에서 돈을 빌렸다네. 그놈이 돈을 빌리던 말던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내 재산을 가압류한다니 말이 되는가?”

“회장님께서 삼방전기 10만주를 증여한다고 하셨는데 문서로 하신 건 없죠?”

“없네! 내가 지나가는 말로 홍 사장에게 너희들이 앞으로 잘 살면 삼방전기 10만주를 주겠다고는 했었네. 빈말로 한 것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가?”

“그런 건 없습니다. 증명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 채권채무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 일본에서 한국재산을 가압류하는 것은 절차가 쉽지는 않습니다. 일정한 금액의 현금 공탁도 해야 합니다. 금액이 커서 법원에서 심문기일을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팩스는 찢어버리게.”

“일단은 저희가 가지고 있고 대응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때 마침 삼방전자 사장이 들어왔다.

삼방전자 사장은 회장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으며 웃으며 말했다.

“무엇을 찢으려고 하십니까?”

“일본 회사에서 홍 사장 빚을 나보고 대신 갚으라고 해서 내가 지금 열 받고 있소.”

“하하, 그래요? 법무팀장이 들고 있는 서류가 그건가요? 법무팀장! 그 서류 나도 좀 보세.“

서류를 대강 훑어본 삼방전자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삼방전자 사장이 법무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 팩스 서류는 날 주고 자네는 나가보게.”

“예, 알겠습니다.”

법무팀장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회장 방을 나갔다.

삼방전자 사장이 고개 숙여 팩스로 온 서류를 천천히 다시 읽고 있었다.

회장이 짜증나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찢어버리라는 서류는 왜 주물럭거리고 그러는 거요? 일본 놈들이 허무맹랑한 주장을 한 건데!”

“조금 심각한 면이 있어서요.”

“심각하다니! 내가 홍가 놈에게 삼방전기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문서로 작성한 것이 없는데.”

“일본에 간 이영진 상무는 일이 잘되었나요?”

“어제 저녁에 전화 왔어요. 협의이혼 서류에는 홍가 놈이 서명을 했다고 그럽디다.”

“서명 당시엔 삼방전기 주식에 대한 협의는 없었죠?”

“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은 우리 딸애가 안 들어준 모양이요.”

“그건 들어줄 수가 없겠죠.”

“이혼 서류에 서명을 안 하고 뭉기적거리는 것을 같이 따라간 강 반장이 공갈 쳐 서명하게 했답니다.”

“강 반장이? 영빈관에 있는 경비 말입니까?”

“이번에 그 친구가 경호원으로 따라갔잖아요. 강 반장이 삼방그룹 직원이 아닌 용산경찰서 방범위원 자격으로 약물 복용사실을 고발을 한다고 하니까 기가 죽었다고 합니다.”

“용산경찰서 방범위원이요? 그놈이 그런 감투도 썼나? 하하. 하긴 영빈관 경비니까 지역 유지들이 추천을 했겠지. 그런데 방범위원은 지역 봉사 일이나 하는 사람인데 그게 먹혀들어간 모양이네요.”

“홍가 그놈도 아마 온실 속에서 자란 놈이라 그런 모양이요.”

“또 다른 조건도 있겠죠. 그냥 서명을 하진 않았을 텐데?

“장명건설 노사분규를 금년 말까지 매듭짓고 내년 1월 31일까지 액면분할을 해달랍니다.”

“액면분할 전후 주가 장난 좀 치겠다는 말이군요.”

“장난을 치던 뭘 하든 이제 그놈은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까 말한 것은 무슨 뜻이요? 일본에서 온 팩스가 심각한 면이 있다니?”

“물론 일본 가와라 흥업에서는 회장님의 삼방전기 주식에 대하여 가압류는 못합니다. 하지만 홍 사장의 장명건설 주식은 가압류를 할수 있습니다. 가와라 흥업과 홍 사장은 채권 채무가 성립하니까요.“

“그놈이 가지고 있는 것은 가압류를 하든 말든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홍 사장이 장명건설 지분을 5%가지고 있다고 했지요?”

“그럴 거요. 내가 장명건설 이야기만 나오면 울화통이 터져요. 영진이가 경영참여 후 첫 작품이라 말은 안하고 있지만 내가 장명건설 이야기만 나오면 혈압이 올라가요.”

“심각한 면이 있다는 것은 바로 그겁니다. 언론 플레이를 하겠다는 것이 홍 사장의 복안인 것 같습니다.”

“언론 플레이라니?”

“홍 사장이 누구의 아들입니까? 유명한 신문쟁이인 홍 회장 아들이 아닙니까? 그 사람들 언론 플레이는 우리들보다 한수 위입니다.”

“나는 당신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요.”

“장명건설은 지금 노조 장기농성으로 주가가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한때는 대기업인 우리그룹에서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두 배까지 올라간 일도 있었죠.”

“그랬죠. 그거야 회사를 인수하면 의례히 있는 일이 아니겠소?”

“반 토막 난 상태에서 가와라 흥업이 홍 사장 개인부채 회수를 위해 보유주식에 가압류를 했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주가가 더 곤두박질하겠군. 주식 장난 좀 하겠군.”

“그렇습니다. 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가압류는 공시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홍 사장도 5%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입니다, 그러면 주가는 또 폭락합니다.”

“그렇겠군.”

“여기에 A일보와 자매 경제지는 신이 났다고 이 사실을 보도할 겁니다. 언론 플레이가 시작되는 거죠.”

“주가 더 떨어져라 계속 언론플레이를 하겠군. 그때 싸게 매집한다 이거군. 돈 좀 벌겠네.”

“홍 사장은 이혼했으니 이제 회장님의 특수관계인도 아닙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주가가 반에 반 토막 난 것을 조용히 매집할 것입니다.”

“나쁜 놈들!”

“그리고 노조의 농성이 끝나고 액면분할까지 한다면 연달아 호재가 터지므로 주가는 회복이 되겠습니까? 안 되겠습니까? 급격히 회복이 되겠지요.“

“몇 푼 벌긴 벌겠군. 그거야 그 놈이 알아서 하는 거니까 나는 그러든지 말든지 하겠습니다. 더 이상 신경 쓰기도 싫습니다.”

“제가 이 일을 심각하게 본 것은 장명건설이 문제가 아니라 제1 대주주인 장명건설 주가도 같이 폭락하는데 있습니다.”

“주주들이 회사로 몰려와 시끄럽긴 하겠군.”

“그때 언론에서는 또 하나를 터트릴 겁니다. 이게 진짜 심각한 거죠. 장명건설의 가압류뿐만 아니라 일본 가와라 흥업은 삼방그룹에 대하여 대규모 가압류를 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내보낼 것입니다.”

“효력이 없는 채권채무라고해도 언론 플레이는 하겠단 말이군.”

“그렇습니다. 법적 효력이 없는 사항이라도 이런 기사가 나가면 삼방그룹 전체의 주가에는 큰 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에잇! 언론쟁이들 하고 사돈을 맺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가와라 흥업 사장의 인터뷰 기사도 A일보와 A경제신문에 크게 실을 겁니다.”

“그건 정말 심각할 것 같군.”

“이런 보도로 우리 그룹 전체의 주가가 폭락하면 우리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지금 삼방그룹 계열사 일부 중에선 전환사채를 발행할 회사도 있습니다. 발행가에 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사위 하나 잘못 선택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네.”

“그리고..... 앗! 이영진 상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일본에 있지요.”

“빨리 귀국하라고 하세요.”

“그건 왜요? 이혼 협의도 잘되어 하루 미술관 견학을 하고 온다고 했는데.”

“그럼 내일 귀국하는 겁니까?”

“그렇소.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다는 거요? 오늘 아침에 영진이 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은 마사키 미술관이란 데를 간다고 하더군요. 목소리가 무척 밝았소.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 대체 무슨 말이요?”

“느낌이 좀 그렇습니다. 지금 일본 땅에 홍 사장도 있습니다. 홍 사장은 일본에 자주 왔다 갔다 한 사람이라 일본에 인맥도 있습니다. 제 생각엔 내일 예정대로 꼭 귀국하라고 하십시오.”

“강 반장도 경호원으로 붙여줬고 오사카 시내에서 돌아다니다 오니까 무슨 일이야 있겠소?”

“저도 그렇게는 생각합니다만.”

“내가 빨리 귀국하라고 전화는 해보겠소.”

회장은 그 자리에서 이영진 상무에게 전화를 하였다.

“나다.”

“아빠?”

“지금 어디냐?”

“마사키 미술관에 곧 도착예정이에요. 멀리 보이는 건물이 옛날식이라 정취가 있네요. 사진 많이 찍어갈게요. 아빠!”

“목소리가 아주 밝아 보여 좋다. 그런데 내일 꼭 귀국해라.”

“하루 더 연기할까 하는데요? 기왕 온 김에 오사카성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아니다. 내일 꼭 귀국해라. 여기에 일도 많다.”

“알겠어요. 아빠!”

회장이 전화를 끊으며 삼방전자 사장에게 말했다.

“우리 애 목소리 들었죠?”

“밝아 보이네요.”

“그런데 무슨 걱정이요?”

“유능한 강 반장이 옆에 있어서 안심은 되겠는데.....”

“전자 사장은 너무 신중해서 탈이요. 다른데도 아닌 번화한 대도시 한복판에 있는 아이가 무슨 일이 있다고 그러는 거요? 점심이나 같이 먹으로 갑시다. 북촌 향원각 김 마담이 자기 집 한번 안온다고 전화가 왔습디다.”

“하하. 그래요? 그럼 같이 가시죠.”

마사키 미술관은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영진 상무가 오사카에 온 것은 미술관 방문이 주 목적이 아니었다. 주 목적은 홍 사장에게 이혼서류 도장을 받는 일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출장목적을 이혼서류 도장 받으러 간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문화재단 부이사장 직함도 갖고 있어 미술관을 관람한다는 명분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끼어 논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술품 감상도 좋아하는 이영진 상무이기 때문에 막상 미술관에 도착하니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이영진 상무의 미니밴이 도착하자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몇 대 있었다.

그 중에서 쥐색 렉서스를 타고 있던 남자들이 미니밴을 주시했다,

“미니밴 토요다 알파트다. 차량번호 맞는가 봐라.”

“맞아. 가와라 흥업에서 보내준 차량번호와 똑 같아.”

“내리는 사람 잘 봐라. 운전기사 빼놓고 네 사람이면 맞는다.”

“한 놈이 내려서 문 옆에 기다리네. 저놈이 경호원인 것 같군. 덩치가 제법 있는데?”

“경호원 맞네. 전송된 사진 속 인물하고 얼굴이 닮았네. 깍두기 머리를 한걸 보니 틀림없어,”

“일대일 맞짱 뜨면 서로 다치겠는데?”

“차 트렁크에 각목 가져왔으니 몇 대 먹여주면 그대로 뻗겠지. 회칼도 가져왔으니 걱정할건 없어.”

“또 누가 내린다. 지금 내리는 놈은 누군가 잘 봐. 안경 낀 놈이야.”

“최 교수란 놈이야. 일본에 있는 대학에 나와 있다는 한국 놈이야. 여기 미술관 방문 안내를 맡은 놈이겠지.”

“교환 교수로 나와 있는 놈인가?”

“그러겠지. 또 한 놈 차에서 내린다. 안경 끼고 등이 약간 굽은 저놈은 변호사네. 전송된 사진하고 똑 같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여긴 왜왔지? 마사키 미술관에 뭐 볼 것이 있다고?”

“빠가야로! 이 자식은 무식해 탈이네. 누가 야쿠자 아니랄까봐.”

“고노야로! 너는 야쿠자 아니냐?”

“가만 있어봐! 여자가 내린다. 우와, 기레이데스네! 한국 여자들은 다 저렇게 예쁜가?”

“오야붕이 곱게 모셔오라고 했어. 귀한 집 따님이란 말이 있어.”

“히메고생(공주님)이라도 되나?”

“재벌집 딸이란 말이 있어.”

“그럼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렉서스를 만든 토요다 회장 딸 같은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흠. 그래서 그런지 한국년 치고는 품위도 있어 보이네. 그런데 그 뒤에 서 있는 관람객 아줌마는 저 여자에 비하면 좀 창피하네. 완전 어글리 제페니스네. 덧니도 나고!”

“우리는 납치 조니까 차에서 내리지 말고 기다려!”

“어? 기무라가 저 일행 뒤를 따르네.”

“오야붕이 미행은 기무라보고 하라고 했어. 기무라는 나이도 들고 야쿠자처럼 생기지도 않았잖아.”

“헹! 야쿠자가 뭐 이마에 써 붙이고 다니는 건가?”

“너처럼 이마에 흉터가 있는 놈은 저런 역할은 안 어울리지.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기무라가 신호 보내면 뛰어나가. 양손을 들고 원을 그리면 바로 뛰어나가 여자를 이 차에 태우기로 했어. 그리고 바로 마리나 항구 쪽으로 달아나면 돼.”

“저 경호원이 뒤쫓아 오면 어떻게 하지.”

“저 경호원은 뒤차에 탄 애들이 다구리 놓기로 했어.”

“그럼 우린 뒤 트렁크에 있는 각목은 쓸 일이 없겠네.”

“경호원이 만일 이 차까지 뛰어와 문을 열려고 하면 재크나이프로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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