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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00화 (100/199)

100화 일본 야쿠자 (2)

(100)

저녁 6시가 되었다.

식사를 하기위해 이영진 상무와 박 변호사, 그리고 강시혁은 노카로스트 그릴로 모였다.

이영진 상무가 박 변호사에게 말했다.

“오늘 힘든 협의를 하느라 고생하셨으니 와인 한잔하시죠.”

“저보다는 강 반장이 공을 많이 세웠습니다. 강 반장도 한잔 합시다.”

“저는 경호원입니다. 제가 와인을 마시면 되겠습니까?”

“한 잔 정도야 괜찮겠지.”

“한국에 돌아가서 마시겠습니다.”

“하, 직업의식이 철저하군.”

식사가 나왔다.

식사를 하며 이영진 상무가 말했다.

“내일 마사키 미술관에 가는 것은 여기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가요?”

“그렇습니다. 10시에 최 교수가 토요타 알파트 미니밴을 끌고 오기로 했습니다. 최 교수 말로는 미술관 관람하고 그 근방에 있는 스시 잘하는 맛 집이 있으니 들렸다 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다다오가조 신사나 구경하고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강시혁이 웃으며 말했다.

“최 교수님이 안내하는 맛집이 오래된 노포(오래된 가게)인 모양이죠?”

“그건 모르겠어요. 다가라마루야마 스시라고 잘한다고 소문난 집이랍니다.”

같은 시각 인터컨티넨탈 오사카 호텔의 주차장에는 토요타 아쿠아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아쿠아는 일본에서 흔히 볼 수있는 경차이지만 이 안에는 두 명의 남자가 오랫동안 타고 있었다. 바로 가와라 흥업의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귀에 리시버를 끼고 있었다. 리시버는 감청장비에 연결되어있었다.

“무슨 소리가 난다. 동시에 나는걸 보니 같이 모인 것 같은데?”

“밥이라도 먹는 것 같군. 소리 좀 올려봐.”

“한국말은 나보다도 네가 잘 아니 잘 들어봐. 너는 한국 정보원으로 오래 있었잖아.”

“가만 있어봐.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일 마사키 미술관에 가는 것은 오전 10시에 출발하죠? 그러는데?”

“마사키 미술관? 다다오가쵸에 있는 미술관 아닌가? 거긴 나도 아직 안 가봤는데!”

“거길 구경 간다고 하는걸 보니까 나름대로 예술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내일 10시에 최 교수라는 사람이 토요타 알파트 미니밴을 끌고 온다고 하네.”

“최 교수란 또 어느 작자야. 최 씨 성인걸보니 한국 놈인 것 같네. 이놈이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 같군.”

“다가라마루야마 초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시간이 남으면 다다오가쵸 신사를 관광하겠다고 하는데?”

“킥킥. 다가라마루야마 초밥집은 한국에도 알려진 모양이네.”

“이제 됐어. 우리는 여기까지만 알았으면 돼. 사장님께 보고하고 우린 이만 철수 하세.”

“내일 우리는 마사키 미술관에 안 나가도 되겠지?”

“우린 안가. 주먹 좀 쓸 줄 아는 효고현의 아시야시 총부에 있는 조직원들이 나올 거야.”

“그런데 20층 그릴에서 밥 먹는 소리도 들리니 감청기술은 아시아에서 우리 일본을 따라가는 나라가 없을 거야.”

“한국과 중국은 아직 멀었어. 그놈들은 미국 놈이 도청하는데 완전히 무방비 상태 아닌가? 도청은 물론 방지기술은 우리 일본이 최고지.”

“정부에서 5G 장비 입찰에 세계 1등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화웨이와 4위인 ZET의 장비입찰 참여를 못하게 했다며?”

“보안 때문에 그랬다는군.”

‘킥킥. 중국 정부가 섭섭하게 생각하겠군. 그래도 중국 놈들은 우리 일본에 관광을 오고 싶어서 안달이라며?“

“그건 한국 놈들도 마찬가지야. 겉으론 반일을 해도 속으론 친일하는 놈들이 그놈들이거든.”

“하하. 민족은 역시 우리 야마토(大和) 민족이 최고지. 그런데 감청 결과를 이젠 사장님께 보고해야 되겠지?”

감청을 했던 두 사람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가와라 흥업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감청했던 내용을 보고했다.

스마트 폰에서 가와라 흥업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10시에 다다오가쵸에 있는 마사키 미술관으로 간다고?”

“그렇습니다. 최 교수라는 사람이 알파트 미니밴을 끌고 내일 아침 10시까지 호텔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미니밴 색깔이 무슨 색깔이라고 하던가?”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내일 우리가 다시 나와 미니밴 색깔이 무슨 색인가 파악하겠습니다.”

“알겠네. 오늘은 이만 철수하고 내일은 로비에서 잠복근무하게. 자동차 색깔뿐만이 아니라 차량번호까지 파악해서 보고해 주게.”

“알겠습니다. 사장님.”

효고현의 아시야시의 호숫가에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

대지만 해도 2천 평이 넘는 집이었다.

아름다운 정원수와 기화요초가 만발한 이 저택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주택가와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가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몰고 오는 고급 외제차가 있을 뿐이었다.

이곳이 바로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찌구미의 오사카 지부가 있는 곳이다.

오사카 지부이지만 오사카 시내에 있지 않고 바로 오사카 시내 옆에 있는 아시야시(芦屋市)에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서울 같으면 바로 서울과 붙어있는 수도권에 있는 셈이었다.

대저택의 깊숙한 안방에 한 사내가 앉아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주름이 많지만 눈빛이 날카롭게 생긴 사내였다. 콧수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를 짐작할 수 없지만 대략 60세 전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 화복(和服: 일본 전통 옷)을 입고 일본 전통차를 마시고 있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문밖에서 무릎을 꿇고 말했다.

“구미쵸(組長)상! 다루오카입니다.”

“흠, 다루오카인가?“

“가와라 흥업 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의 삼방그룹 회장 딸이 내일 다다오가쵸에 있는 마사키 미술관을 관람한답니다.”

“마사키? 마사키 미술관 같으면 해 볼만 하다. 소두목들을 소집해라.”

“핫! 알겠습니다. 구미쵸상!”

한국에서 조장이면 몇 명 안 되는 사람의 리더지만 일본 야마구찌구미의 조장인 구미쵸는 오야붕을 말하는 것 같았다.

얼마 후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속속들이 이 저택으로 모여들었다.

다다미방 중앙에 화복을 입은 구미쵸가 앉아있었고 좌우로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구미쵸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앞에 있는 사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구미쵸상 다 모였습니다.”

구미쵸가 눈을 뜨며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조직은 한때 번성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이권사업도 점점 축소되고 있다. 조직이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에 한국의 유명 보수 언론의 아들 한 사람이 우리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잘 하면 5억엔(한화 약 50억)이 떨어질 수 있는 사업이다.”

모두 정면을 응시한 채 꼿꼿이 앉아 구미쵸인 오야붕의 말만 듣고 있었다.

“보수언론사의 아들인 홍승필 사장은 삼방그룹 회장 딸과 결혼을 하면 장인에게 삼방전기 주식 10만주를 받기로 했었다. 현재 그 회사의 주식은 한 주당 10만 원 정도이므로 평가액은 약 100억으로 추산되고 있다.”

야쿠자 소두목들은 오야붕의 얼굴은 쳐다보지 않고 앞면만 응시했다.

넓은 다다미방엔 구미쵸의 음성만 들렸다.

“그런데 언론사 아들 홍 사장은 재벌의 딸과 이번에 이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장은 홍 사장에게 주기로 한 삼방전기 주식 10만주를 철회했다. 홍 사장은 이것을 받아달라고 한 것이다.”

밖에서는 새 소리만 들렸다.

“홍 사장은 우리에게 약을 공급받고 있는 중요 고객이기도 하다. 마침 삼방그룹 회장 딸이 일본에 와있고 내일은 오사카 남부에 있는 다다오가쵸에 있는 마사키 미술관을 관람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우리는 그 여자를 이리로 모셔오고 삼방그룹 회장과 흥정을 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하잇! 알겠습니다. 구미쵸상!”

“우리가 무데뽀로 삼방전기주식 10만주를 내 놓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무언지 아는가?”

그러면서 구미쵸는 작은 소탁자 밑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다.

“이건 차용증이다. 홍 사장이 가와라 흥업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100억을 차용한다는 차용증이다. 물론 이 차용증은 가짜다. 하지만 이 차용증에는 약속 날짜에 돈을 못 갚으면 삼방그룹 회장이 주기로 한 삼방전기 주식 1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각서가 있다.”

모두 고개를 돌려 각서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삼방그룹 따님을 이곳 아시야시로 모시고 이 차용증을 삼방그룹 회장에게 보낼 것이다. 만약에 일이 잘되어 삼방전기 주식 10만주를 받아낼 수 있다면 홍 사장은 그 절반을 우리에게 주기로 했다. 5억 엔이 들어오는 것이다.”

소두목들은 모두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방그룹은 한국 굴지의 대재벌이다. 그 따님을 모셔오는데 상처 하나라도 생기면 안 된다. 귀한 집 따님이다. 사진을 보여주겠다. 다루오카! 스크린을 내리고 사진을 비춰줘라.”

구미쵸상 뒤로 스크린이 내려지고 다루오카라는 사내가 빔을 조작하여 사진을 비추어주었다. 활짝 웃는 이영진 상무의 얼굴이 스크린이 비추어지자 소두목들이 신음소리를 냈다.

“오, 기레이데스네(예쁘군요)”

오야붕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모셔올 때 거추장스런 인물이 있다. 경호원이 한명 있다. 깍두기 머리를 한 이놈이다.”

스크린에 강시혁의 얼굴이 비추어졌다.

“태권도나 유도 유단자인지는 모르지만 체격이 좋은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운동을 한 놈으로 봐야할 것이다.”

앞에 앉은 소두목 한사람이 말했다.

“또 다른 수행원은 없습니까?”

“한국에서 따라온 변호사가 한명 있고 안내를 맡은 리츠메이칸 대학의 객원교수가 있다. 둘 다 한국인이다. 그리고 미니밴 도요타 알파트를 운전하는 일본인 기사가 있다.”

스크린에 박 변호사 얼굴과 최 교수 얼굴이 차례로 비추어졌다.

안경을 낀 사람들이라 공부는 잘하는지 몰라도 허약해 보였다.

스크린을 보고난 왼쪽의 소두목이 말했다.

“일본인 운전기사까지 모두 5명이군요.”

“그렇다.”

“변호사나 대학교수는 책벌레들이라 별것 아닌 것 같고 문제는 깍두기 머리를 한 놈이군요. 하지만 한 놈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우리 조직원 두세 명만 가더라도 바로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모르니까 차 두 대로 분승해서 7명 정도가 가도록해라. 두 명은 여자를 납치해 우리 차에 태우고 나머지는 깍두기와 변호사와 대학교수를 제압하도록 해라. 변호사와 대학교수는 별 것 아니지만 깍두기가 문제일 것이다. 저항하면 떡을 만들어줘라.”

“하잇! 알겠습니다. 깍두기 경호원이야 미물에 지나지 않는 놈이니까 대들면 바로 병신을 만들어 놓겠습니다. 잘 드는 회칼로 아킬레스건이라도 잘라 놓겠습니다.”

“딸을 납치하면 다다오가(忠岡) 항구의 마리나 부두로 신속히 와야 한다. 우리 보트가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야시 마리나 항으로 와라. 나는 아시야시 마리나의 건너편에 있는 가이요초(海洋町)의 호텔에 있겠다.”

“하잇! 알겠습니다.”

“마사키 미술관이 도심과 달라서 한적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 왕래가 많은 곳이다. 혹시 경시청에서 알고 똥파리들이 붙으면 오오츠가다(大津川)의 하천 쪽에 있는 니시가와 운수회사 창고로 몸을 피해라.”

“하잇! 알겠습니다.“

“그러면 성공을 빈다. 모두들 나가봐라.”

“하잇! 구미쵸상!“

그러면서 모두 다다미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

삼방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일본에서 온 팩스 하나를 받았다.

가와라 흥업이라는 회사에서 삼방그룹 회장에게 보내는 팩스였다. 비서실장은 직원이 가져온 팩스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팩스를 가지고 바로 회장실로 갔다.

“회장님! 일본서 팩스가 한 장 왔습니다.”

“무슨 팩스인데?”

“가와라 흥업 사장이 회장님께 보낸 팩스입니다.”

“가와라 흥업? 처음 듣는 회사인데? 광고성 팩스 같으면 도로 가져가게.”

“그게 아니고 삼방전기 주식 회장님 보유분에 대하여 가압류를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뭐라고? 가압류? 어떤 미친놈이 그런 말을 해? 팩스 이리 줘봐!”

삼방그룹 회장이 일본서 온 팩스를 보았다.

[존경하는 회장님.

저는 일본 오사카에 있는 엔터테인먼트회사 가와라 흥업의 사장입니다.

회장님의 사위되시는 홍승필 사장은 일찍이 우리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10억엔(100억원)을 빌려간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차용증을 작성할 때 홍승필 사장이 저희에게 약속한 것이 있습니다.

만약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회장님이 홍승필 사장에게 주기로 한 삼방전기 주식 10만주를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차용증 사본과 각서 사본을 별첨하여 보내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우리는 차용금에 대한 기한 도래로 상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홍승필 사장은 답변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부득이 회장님이 홍승필 사장에게 주기로 한 삼방전기 주식 10만주에 대하여 가압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따른 법률절차는 한국의 로펌과 상의 중에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 미리 통보해드리오니 양해바랍니다.

가와라 흥업 사장 와지마 아시쿠라.]

서류를 본 이건용 회장이 서류를 획 던지며 말했다.

“별 미친놈 다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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