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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85화 (85/199)

85화 예일대 교수 (2)

(85)

강시혁이 다음날 아침에 하얏트 호텔로 갔다.

호텔 주차장에서 박 변호사를 만났다. 박 변호사도 주차를 하고 있었다.

강시혁이 반가워서 달려갔다.

“박 변호사님!”

“오, 강시혁 씨! 그런데 밖에서 보니까 강시혁 씨가 멋진데? 선그라스 끼고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나니까 대통령 경호원은 저리 가게 생겼는데?”

박 변호사는 약간 등이 굽은 상태였다. 책상에서 공부만 하던 사람이라 그런 것 같았다.

대신에 강시혁은 기본 체격도 좋고 요즘 바벨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더 다부지게 보였다. 이런 모습을 박 변호사가 보고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하하, 멋지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아니요. 정말이요. 멋있어. 전에 대리 운전할 때 나를 태우고 산정호수 갈 때는 그렇게 안보였는데 오늘 보니 아니요. 달라진 것 같아.”

“하하, 그때도 강시혁이고 지금도 강시혁인데요.”

“강시혁 씨는 영빈관에서 주로 VIP 접객 업무를 하는걸 보니 운동도 많이 한 사람 같아요. 무슨 운동을 했지요?”

“운동 잘 못합니다. 학교 다닐 때 태권도 조금 하다가 말았습니다.“

“오, 그렇군. 어쩐지. 태권도 유단자였군.”

강시혁은 그냥 미소만 지었다.

유단자가 아니라고 해도 이상하게 사람들은 곧이듣지를 않기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가 벤츠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벤츠차는 이영진 상무 차 같은데 이 차로 오늘 손님을 모실 거요?”

“그렇습니다. 이 차로 모실 겁니다.”

“그럼 이영진 상무한테 미안한데?”

“이영진 상무님은 차를 새로 사셨습니다. 이 차는 영빈관에 놔두고 손님 접대용으로 씁니다.”

“오, 그래요? 빌리 휴즈 교수가 오늘 좋아하겠는데?”

로비에서 빌리 휴즈란 사람을 만났다. 머리가 하얗고 키가 큰 미국인이었다.

박 변호사가 강시혁을 휴즈 교수에게 소개했다.

박 변호사도 영어를 곧잘 했다. 큰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고 재벌과 거래하는 변호사니까 국제통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박 변호사의 아버지도 한때는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한 분이다. 그래서 박 변호사도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을 것으로 보았다.

“오늘 교수님을 모시고갈 드라이버입니다.”

“오, 그래요? 하우아유!”

“강시혁이라고 합니다. 오늘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강시혁도 영어로 말하자 휴즈 교수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영어 소통이 안 되는 운전기사면 답답할 텐데 오늘은 그렇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가 강시혁에게 휴즈 교수 앞에서 영어로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강시혁이 영문과를 다닌 사람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기 말 정도는 알아들을 것으로 보았다.

“휴즈 교수님과 우리 아버님은 예일대에서 같이 강의를 하신 분입니다. 서로 친구처럼 지내신 분입니다. 휴즈 교수님은 이번에 서울대 초청 세미나에 참석하러 오셨는데 오신 김에 아버님을 뵙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아, 백석읍 어르신은 제가 몇 번 모셔봐서 사시는 곳을 잘 압니다.“

옆에서 두 사람이 하는 소리를 알아들은 휴즈 교수는 벙긋벙긋하며 미소를 날렸다.

꼭 사람 좋은 할아버지처럼 생겼다.

박 교수가 휴즈 교수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는 오늘 소송의뢰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하는 날입니다. 동행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요. 박 변호사는 일해야지!”

“그리고 아버님도 건강이 좋으시면 이곳으로 오셨겠지만 요즘 건강 때문에 서울 출입을 잘 안하십니다. 교수님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나도 닥터 박을 빨리 보고 싶소. 우리는 오랜 친구니까! 그리고 나도 닥터 박이 살고 있는 한국의 전원주택을 보고 싶소.”

강시혁이 먼저 밖으로 나가 벤츠차를 끌고 호텔 현관 앞까지 왔다.

그리고 휴즈 교수가 나오자 얼른 뒷문을 열어주었다. 휴즈 교수는 연신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박 변호사가 말했다.

“강시혁 씨! 그럼 잘 부탁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박 변호사가 출발하는 벤츠차를 향하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휴즈 교수도 차창 문을 열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차가 한남동에서 신호대기에 걸렸다.

강시혁이 자기 명함을 휴즈 교수에게 주었다. 휴즈 교수같이 한국 지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명함을 주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명함이 있으면 도움을 청하는데 좋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강시혁의 명함 뒤에는 영문 이름과 회사 주소 등이 인쇄되어 있었다.

문화재단도 외국인과 접촉이 있기 때문에 영문을 집어넣은 것이다.

또 건방 떨기를 좋아하는 관장 같은 사람은 영문이 없다면 당장에 영문 삽입을 고집했을 것이다.

휴즈 교수가 명함의 뒷면을 보고 말했다.

“삼방 컬쳐 파운데이션(문화재단)? 여기는 무얼 하는 곳인가요?”

“삼방그룹에서 문화 활동을 하기위해 세운 비영리 법인입니다. 미술창작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들 지원도 하고 각종 문화 행사도 합니다.”

강시혁이 영어로 말하자 휴즈 교수는 아주 좋아했다.

“굿! 그래야 합니다. 기업의 문화 활동은 기업 문화에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삼방이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발전하려면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 휴즈 교수는 자기 명함을 주었다.

대학 교수 명함이 아니고 무슨 이코노믹 리서치 기관의 회장으로 되어있었다.

대학 교수는 은퇴를 한 것으로 보였다.

강시혁은 이제 인맥이 차츰 달라져 가고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강시혁이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사람 안 되었다.

후배 변상철이나 수유리 원룸 주인아줌마나 아니면 노인 주간보호센터 소장이나 복지사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삼방그룹 회장도 알고 차기 실세인 이영진 상무도 알게 되었다. 또 오늘처럼 미국 이코노믹 리서치 기관의 회장도 알게 되었다.

삼방그룹의 대졸 공채 사원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이런 인맥은 가질 수가 없었으리라.

대졸 공채 사원이 회장이나 이영진 상무와 대화 한번 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할 것이리라.

차가 강변도로를 달렸다.

휴즈 교수는 차창을 열고 한강변에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들을 보았다.

“20년 전에 내가 한국에 왔을 때보다도 한국은 참 무섭게 발전하는군.”

강시혁은 한강변에 즐비한 강남의 고가 아파트를 보고 심통이 나서 말했다.

“그런데 한국은 빈부차이가 심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태생적으로 원래 빈부차이를 낳게 된다오.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그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겠지. 그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될 일이요.”

강시혁은 화가 나서 국가가 그 작용을 제대로 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외국인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국민 된 사람의 자세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휴즈 교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한국의 지금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나 되나요?”

경제학자인 휴즈 교수가 한국의 국민소득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질문한 것은 강시혁을 한번 떠보는 것이라고 여겼다.

“작년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정확히 32,661 달러입니다. 환율이 높아져 이전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은 어제 밤에 강시혁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알은 것이다.

미국인을 모신다고 하여 혹시 질문이라도 할까봐 알아둔 것이었다.

언젠가 아영테크라는 중소기업에 다닐 때였다.

거래처인 중국인 사장이 회사를 방문했었다. 그때 중국인 사장이 한국은 1KW당 전기료가 얼마냐고 물었었다.

직원들이 제대로 대답을 못했었다.

나중에 임원 한분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서 말해줬었다.

중국인 사장이 가고 나서 사장이 직원들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호통을 쳤었다.

“너희들 밥 먹고 하는 일이 뭐냐? 1KW당 전기료가 얼마인지 몰라? 내가 중국에 갔을 때 중국 직원들은 1KW당 전기료가 얼마인지 척척 말하더라. 이런 밥버러지들아!”

직원들이 회의실을 나서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그렇게 잘 알면 지가 대답하지. 자기도 모르면서! 월급도 밀려가며 공장 돌리는 주제에 요구하는 것은 더럽게 많네!”

망한 회사 아영테크는 직원도 문제였고 사장도 문제였었다.

휴즈 교수는 강시혁이 국민소득을 끄트머리 숫자까지 정확히 말하자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끝의 숫자까지 말하는걸 보니 역시 삼방그룹 직원들의 수준이 높군.”

“고맙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교수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명함엔 이코노믹 리서치 기관의 회장님이시던데요?”

“교수라고 불러도 돼요. 내가 교수 생활을 30년 해서 그런지 다 교수라고 불러요.”

“알겠습니다. 교수님.”

차가 의정부쯤 오자 전화가 왔다.

백석읍 어르신 전화였다.

“강 반장이요? 지금 어디쯤 오고 있소?”

“예, 의정부입니다.”

“곧 도착하겠군. 미안하지만 휴즈 교수를 바꿔줄 수 있겠소?”

강시혁이 자기 핸드폰을 휴즈 교수에게 주었다.

둘이 서로 대화를 하였다.

빨리 보고 싶다는 이야기와 2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휴즈 교수가 핸드폰을 넘겨주며 차창 밖을 보았다.

웅장한 도봉산을 보고 감탄을 하였다.

“오우, 뷰티플 마운틴!”

도봉산은 강시혁이 보아도 웅장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저런 산은 보지 못했었다,

“저 산 이름이 뭡니까?”

“도봉산입니다.”

“오우, 토퐁산!”

휴즈 교수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한국은 참 부러움이 많은 나라요.“

마침내 백석읍에 도착했다.

차가 도착하자 어르신이 뛰어나왔다. 집에서 기르는 하얀 털의 강아지도 뛰어나왔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오늘은 강아지가 짖지도 않았다. 꼬리만 흔들었다.

박 변호사 아버지와 휴즈 교수는 서로 부둥켜안았다.

“친구! 여기서 보게 되네!”

“얼굴은 건강해 보이네.”

“자네도 아픈데 없지?“

“아직은 괜찮아!”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에 있는 단풍나무와 소나무를 보고 휴즈 교수가 아름답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거실에 올라갔다. 어르신이 강시혁을 쳐다보며 수고했다고 말했다.

“강 반장도 올라와요. 차 한 잔 해야지!”

거실에 앉자 가정부가 설록차와 과일을 내왔다.

과일엔 깎은 밤과 대추 같은 것도 있었다.

휴즈 교수가 어르신을 보고 말했다.

“이런 곳에 있으니 자네가 늙지 않는 것 같네.”

“실은 내가 책 보관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 이곳으로 왔다네.”

“서재는 이층에 있나?”

“이층에 있네.”

“여기서 생활하기는 불편이 없나?”

“없네. 생필품은 쿠팡에서 알아서 배달해 주고 책은 아마존에 주문만하면 바로 미국에서 이곳까지 배달이 된다네. 또 이곳에서 인터넷도 다 되지 않는가?”

“참, 좋은 세상이야.”

그러면서 휴즈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이 2층 서재를 보여주겠다고 하였다.

휴즈 교수가 2층으로 올라갈 때 강시혁도 따라 올라가보았다.

2층 서재엔 정말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었다. 주로 영어 원서들이었다.

그런데 여기 2층에서 바라본 뷰가 또 장난이 아니었다.

멀리 들판이 다 보였다.

휴즈 교수가 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강시혁은 미국통인 이 두 분에게서 앞으로 배울 것이 많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연세가 높은 분들이지만 스승으로 모셔도 될 만한 분들이란 것을 느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일대의 교수님을 지내신 분들이 아닌가!

어르신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점심시간이 다되었네. 이보게, 휴즈. 우리 갈비를 먹으러 가세.”

“갈비?”

“자네가 뉴 헤이븐의 다운타운에 있는 한식당에 갔을 때 갈비가 맛있다고 하지 않았나? 여기 원조 갈비집이 있다네.”

“갈비 좋지! 하하, 여기에 와서 자네 덕에 드디어 원조 갈비를 먹게 되었네!

어르신이 강시혁에게 말했다.

“강 반장! 미안하지만 여기서 송추에 있는 갈비 집으로 가주지 않겠나? 여기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오.“

강시혁이 여기서 송추가 그렇게 가까운가 하였다.

얼른 스마트 폰을 꺼내 카카오 내비에 목적지를 입력해 보았다.

소요시간이 10분은 아니고 15분으로 나왔다. 그래도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히히. 나도 갈비 얻어먹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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