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80화 (80/199)

80화 비밀 경호원 (2)

(80)

이영진 상무가 회장 방을 나갔다.

회장은 비서실장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전에 상서원 반장으로 있는 사람 신원조회를 한 것 있지?”

“상서원이라고 하셨습니까?“

“상서원이라고 하니까 잘 못 알아듣는 것 같군. 창업 회장님이 사시던 영빈관 말일세.”

“아, 영빈관요! 거기 근무자 한 사람을 신원 조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서류 가져와봐.“

서류를 가져오자 회장은 다시 한 번 서류를 꼼꼼히 보았다.

[전과사실은 없고 K대학 영문과를 나온 놈이군. 아영테크라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다가 퇴직하고 자영업을 했다고 나와 있네. 성동 세무소 사업자 등록은 음식업으로 했군.]

[부채 1억중 일부 상환하고 나머지 8천 5백만 원이 남았네. 자영업 하다가 까먹은 모양이군. 신용보증위원회에서 5년 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조정을 했으니 갚을 의지는 있어 보이네.]

[이후 신불자가 되어 재취업을 안 하고 대리운전과 어르신 주간보호센터에서 시간제 파트타임으로 일을 했고 상서원 경비반장으로 들어왔네. 그렇다면 이 시대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가 아닌가?]

[가만있자. 추가 정보사항이 하나 더 있네. 결혼을 했지만 혼인신고 없이 살다가 아이 없이 헤어진 기록이 있네. 조사자 의견란에는 건대 앞에 차린 분식집 실패로 극심한 경제 난을 겪다가 헤어진 것으로 본다고 나와 있네. 이게 맞는다면 나름대로 고생은 한 친구군.]

회장은 강시혁이 젊은 나이에 고생도 했고 헝그리 정신도 있을 것으로 보았다.

지난번 보았을 때 비주얼은 물론 체격도 괜찮아 보였었다. 운동을 했는지는 몰라도 일단 건강하게 생겨 이영진 상무의 경호원으로는 알맞다고 생각이 되었다.

회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이 녀석을 집으로 불러 다시 한 번 관찰을 해보리라 마음먹었다. 딸을 보호하고 다니는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회장은 다시 비서실장을 불렀다.

“신원조회를 한 것은 가져가게. 혹시 이 사람이 학교다닐 때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할 수 있나?”

“요즘 중, 고등학교 다닐 때의 생활기록부는 홈에듀 민원서비스 사이트에서 온라인 발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아니면 발급 제한이 있는가는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안되면 교육부장관이라도 만나서 열람해 보도록 하게. 지금 상서원 건물관리를 하고 있지만 경호원으로 활용해 볼까 하네.”

“아, 그렇습니까?”

“언젠가 보안회사에서 파견한 경호원을 썼는데 사고를 치고 나가지 않았던가? 그래서 철저하게 신원조회를 하고 써볼까 하네.“

“알겠습니다. 당장 조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벌그룹의 비서실이나 회장 부속실, 또는 경영기획실 등은 부정적 대화는 사용하지 않는다. 어렵습니다, 안됩니다, 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무조건 알아보고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조직이 이 조직들이다.

다시 말해 회장이 까라면 무조건 까야만 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비서실장은 생활기록부는 본인이 아니면 열람이 어렵다고 하지 않고 당장 알아보겠다고 한 것이다.

강시혁이 관리실에서 업무일지를 쓰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비서실 임창영 과장의 전화였다.

“비서실 임창영입니다.”

“넵, 과장님! 강시혁입니다.”

“그제 삼방전자 사장님과 중국인들 회의는 잘 끝났다면서요?”

“예, 잘 끝났고 제가 숙소인 하얏트 호텔까지 정중히 모셔드렸습니다.”

“그런데 강 반장이 태권도가 3단이라면서요? 삼방전자 신규사업부의 엄 차장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 특기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강시혁은 입장이 난처했다.

회의가 있던 날 엄 차장이 자기에게 태권도가 몇 단이냐고 물었었다. 그래서 조금밖에 안 했다고 하니까 그럼 3단 정도 되는 것 같군 하면서 지레짐작을 하였었다. 그게 와전된 것 같앗다.

“죄송합니다. 태권도 3단은 잘못 전해진 말입니다.”

“나한테까지 겸손할 필요는 없습니다. 강 반장은 항상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서 좋습니다. 지금 상방그룹의 대졸 신입사원들은 자기 피알하기 바쁜 놈들이 많습니다.”

“저, 정말 3단이 아닙니다.“

“그럼 4단이나 5단쯤 되는 것 같군. 요즘 대졸 신입사원들은 아마 강 반장처럼 태권도 유단자라면 인스타그램에 사진깨나 올렸을 겁니다.”

강시혁은 환장할 것 같았다.

어쩌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어 가는지 몰랐다.

“그, 그게 아닙니다.”

“아아, 됐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혹시 영빈관을 이용하시려는 사장님들이 계시면 또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임창영 과장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강시혁이 태권도 3단이 아니라고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를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고 하지!”

강시혁은 작성중인 업무일지를 마저 작성했다.

혹시 오탈자가 있는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철자법이 틀리면 문화재단 설운동 대리에게서 바로 전화가 오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에도 설운동 대리에게서 이런 전화를 받았었다.

“어제 보낸 업무일지 마지막문장 철자법이 틀렸네요? 한번 검토를 안 합니까? 이런 걸 내가 다 잡아내야 합니까? 나는 괜찮지만 관장님이 보시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면 강시혁은 연신 죄송하다 소리를 하고 다시 작성해서 보내야 했다.

강시혁은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업무일지를 문화재단 설운동 대리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강시혁은 업무일지를 보내고 나서 전기기능사 시험장소를 확인했다.

필기시험 장소였던 용산 철도고등학교로 배정되었다.

강시혁은 수험표를 출력하고 시험 당일 가지고 갈 공구를 챙겼다.

강시혁이 달력을 보았다.

오늘은 양복 가봉을 하는 날이다. 그래서 양복점으로 갔다.

한참 가봉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문화재단의 설운동 대리였다.

[이크! 업무일지 보낸 것이 뭐가 또 틀렸나?]

“넵! 대리님. 강시혁입니다.”

“지금 바로 문화재단으로 와 주셔야겠습니다.”

“예? 무슨 일이 있습니까?“

“미술품 포장을 해야 하는데 인턴도 안 나와 일이 많이 밀렸습니다. 관장님이 강 반장 지원을 받으라고 했으니 지금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강시혁은 문화재단에서 오라고 할 때 차를 가져오라는 소리가 없으면 언제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인사동 쪽은 주차하기도 힘들어 미술품 수송이 아니면 가급적 차를 놓고 다녔다.

강시혁은 느긋하게 가봉을 했다.

맞춤 양복은 중간에 가봉이라는 것이 있었다. 일차 재단한 것이 치수에 맞는가 확인하는 절차였다. 그래서 맞으면 마무리 재단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야 몸에 잘 맞는 양복이 탄생하는 것이다.

양복점 주인이 말했다.

“손님은 체격이 좋군요. 아랫배도 안 나오고 어깨도 넓군요. 운동을 하신 분 같습니다.”

역시 바벨운동을 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강시혁이 지하철을 타고 인사동으로 갔다.

갤러리 전시장 안에서 설운동 대리가 직원 한사람과 인턴 한사람을 데리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림이 대작 그림이라 포장을 혼자하기가 힘든 상태였다.

강시혁이 바로 웃옷을 벗고 일을 도와주었다.

일을 하면서 강시혁이 말했다.

“신종화 큐레이터님은 어디 가신 모양이죠?”

“지금 아마 관장실에서 커피 마시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대작 그림을 옮기는 것은 설운동 대리나 직원들이 잘 못했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힘쓰는 일은 강시혁보다 못했다. 그래서 힘쓰는 일은 강시혁이 다했다.

그런데 실내 작업을 하다 보니 좀 더웠다.

땀도 나는 것 같아 강시혁이 티셔츠까지 벗었다. 마침 큐레이터 신종화가 내려왔다.

“반장님까지 오셔서 수고 많네요.”

그러다가 신종화가 강시혁의 몸매를 보았다.

최근 바벨운동으로 볼록 나온 가슴살을 보고 신종화가 눈을 크게 뜨고 보는 것 같았다.

더구나 팔뚝도 힘을 써서 힘줄이 튀어나왔다. 거기다가 팔이 움직일 때마다 문신이 꿈틀거렸다.

“반장님 몸매가 좋으시네요.”

“원래 경비 반장이란 직업이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 아닙니까?”

“무슨 운동을 하신 분 같아요. 아 참, 어제 비서실에 들어가니까 반장님이 태권도 3단이란 말이 있던데요?”

“예? 비서실에서 내 말을 해요? 비서실에서 왜 내 말을 합니까?”

“남자직원 하나가 나한테 장난을 하니까 임창영 과장님이 그러시던데요? 큐레이터 건들이면 태권도 3단인 경비 반장님께 혼난다고 하시던데요? 저는 장난으로 그러는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진짜인 것 같네요.”

이번엔 설운동 대리가 놀라는 것 같았다.

“강 반장이 정말 태권도가 3단이었어요? 나는 몰랐었네.“

강시혁은 쓴 웃음만 나왔다.

여기서 아니라고 해봤자 곧이들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 큐레이터 신종화는 계속 강시혁의 몸매를 쳐다보았다.

[이 여자는 왜 남자 몸매를 자꾸 쳐다보지? 자꾸 쳐다보면 내가 민망하잖아!]

그러다가 신종화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자기 애인인 XX장관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XX장관이야 현 정부의 실세이고 까마득히 높은 사람이지만 50대 후반이다. 강시혁과 같은 젊고 에너지 넘치는 몸매는 아니었다.

그래서 신종화가 쓸쓸한 미소를 짓나 하였다.

설운동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강 반장은 이제 좀 쉬시죠.”

“아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몸매가 정말 좋네요. 나는 벗었을 때 모습을 못 봐서 그랬는데 오늘 보니 정말 좋네요. 문신까지 있는걸 보니 학교 다닐 때 좀 놀아본 것 같네요.”

“놀다가 대기업 정규직원도 못되고 지금 이렇게 된 것 아닙니까?”

“문신까지 있는걸 보니 일진에서 논 것 같은데요?”

강시혁은 이 기회에 설운동 대리의 기를 좀 눌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 아마 나한테 맞지 않는 놈들은 없을 겁니다. 운동 좀 한 놈들도 서너 명은 내가 그냥 봐버렸거든요.”

“그으래요?“

“에효, 그러면 뭐합니까? 지금은 영빈관에서 낙엽이나 치우는 사람인데.”

강시혁은 설운동 대리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만 지금 나이도 비슷한 설운동 대리한테는 무엇이든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영어실력이야 자기가 당연히 나을 것이고 몸싸움을 하더라도 아구창 한번 돌리면 설운동 대리 정도는 바로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엄연한 자기 상사였다. 그것도 하늘같은 직속 상사였다.

강시혁이 이날 저녁 노량진 학원을 갔다 오자 이영남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 리틀 브라운.“

“형! 나 여기 클럽에 와 있는데 조금 후에 영빈관 들릴게요.”

“문 열어 놓겠습니다. 바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런데 강시혁은 원래 문은 잘 열어놓지 않는다. 혹시라도 길 고양이가 들어올까 해서였다.

영빈관은 미술품이 보관되어 있어 쥐나 고양이가 들어오면 안 된다. 물론 방문이야 잘 잠기어 있지만 혹시 실수하여 잠그지 않고 문이 열려있다면 대형사고가 날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인의 아들이 온다는데 문을 열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이영남이 왔다.

그런데 무언가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교촌치킨과 캔 맥주 같은 것을 사가지고 왔다.

강시혁은 맥주를 보고 좋아하면서도 이런 것 가지고 오면 안 된다고 하였다.

“리틀 브라운. 혹시라도 삼방 문화재단에서 밤에 술 마시는 것 알면 안 좋아 합니다.”

“밤에 마시는 걸 어떻게 알아요?”

“전화라도 왔을 때 내가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하면 안 되잖아요.”

“걱정 말아요. 내가 영진 누나에게 말해서 구제해 줄 테니!”

그래서 둘이 맥주를 마셨다.

“형! 문신 한번 잘 되었는가 다시 한 번 보여줄래요?”

강시혁이 옷을 벗어 문신을 보여주었다.

이영남이 문신을 만지며 킥킥 웃었다.

“형! 팔에 근육이 많이 나왔는데요?”

강시혁은 이영남의 손이 남자치고는 참 보드랍다고 느껴졌다.

[이 자식은 호모인가? 왜 남의 근육을 만지고 그래?]

이영남은 강시혁이 싫어하는 표정을 짓자 바로 팔을 거두어들였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영남이 말했다.

“형, 내일 시간 있어요?”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시간은 있죠.”

“그럼 잘되었네요. 미안하지만 내가 내일 누구를 만나는데 같이 좀 있어줄래요?”

“왜요? 내가 할 일이 있나요?”

“그냥 옆에서 폼만 잡고 있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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