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76화 (76/199)

76화 이혼 서류 (2)

(76)

강시혁이 주민 센터로 갔다.

주민 센터에서 이영진 상무가 부탁한 서류를 발급받았다.

강시혁은 이 서류들을 들고 서초동 법무 법인으로 갔다.

이 법무 법인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로펌이라 사람들도 많았다. 변호사들도 많은 것 같았다.

여직원에게 박 변호사 사무실을 물었다.

“박일규 변호사님 방이 어디입니까?”

“어디서 오셨습니까?”

“삼방 문화재단에서 왔습니다.”

“저쪽에 그림 액자가 걸려있는 왼쪽 방입니다.”

박 변호사의 방엔 이미 다른 상담 손님이 와 있었다.

한참 기다린 후 손님이 나오는 것을 보고 노크하고 들어갔다.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박 변호사님!”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런데 한번 봤던 분인 것 같네요.”

“전에 산정호수까지 모시고 갔던 대리 기사입니다. 지금은 삼방 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 아. 맞아요. 의자에 앉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백석읍에 계신 아버지한테 말씀 들었어요. 삼방 문화재단 영빈관에서 일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박 변호사님을 모셨던 인연으로 거기 가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대우는 괜찮아요? 대리할 때 보다 수입은 나아요?”

“수입보다도 고정 월급제라 안정성 때문에 있습니다. 지금은 적응이 되어 잘하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왔나요? 대봉투를 들고온 걸 보니 무슨 사건이라도 있나요?”

“실은 삼방그룹 이영진 상무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서류를 가져왔습니다.”

“아, 이영진 상무! 그런데 비서실 직원이 오지 않고 영빈관 지킴이가 오셨네? 보안 때문에 그런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저는 상무님 지시로 서류전달만 하러 왔습니다.”

그러면서 강시혁은 박 변호사 책상위에 서류를 올려놓았다.

박 변호사가 대봉투를 열고 서류를 보았다.

박 변호사는 서류를 보고나서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서초동 법무법인의 박일규 변호사입니다.”

“아, 변호사님. 이영진입니다.”

“서류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에게 서류는 잘 전달하겠습니다. 담당은 김윤희 변호사입니다.“

“여성분이군요.”

“예, 이혼 전문변호사 경력이 10년이 넘는 베테랑입니다. 잠시 후 김윤희 변호사에게서 전화가 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사유발생에 대하여는 김윤희 변호사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됩니다.”

강시혁은 전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뭐라고? 이혼이라고? 안 돼! 그러면 사회적 평판이 나빠질 수 있어. 홍 사장이 실수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이혼까지 가게 할 수는 없어. 나도 이혼해 봤지만 이혼은 얼마나 사람을 황폐하게 하는데!]

강시혁은 안타까웠다.

이영진 상무의 얼굴이 붓고 눈에 멍이 들었던 것은 분명히 홍 사장의 폭력에 의한 것임을 알았다.

강시혁은 이영남이 한 말이 생각났다.

이영남은 약에 중독되면 본인의 몸을 망칠뿐만 아니라 자기 부모도 몰라보는 폭력성을 드러낸다고 하였었다.

[재활 치료를 받게 하고 결혼 생활을 그냥 유지하게 할 수는 없나? 폭력 한번 했다고 꼭 이혼을 해야 하나?]

강시혁은 가질 것 다 가진 이영진 상무에게 이혼이란 말이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혼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박 변호사가 이영진 상무와 통화를 끝내고 김윤희 변호사를 불렀다.

“김 변호사? 잠깐 내 방으로 와봐.”

잠시 후 40대 초반의 여자가 들어왔다. 김윤희라는 변호사 같았다.

“김 변호사! 삼방그룹 이영진 상무로부터 서류가 왔네.”

“그런데 박 선배! 이영진 상무의 배우자가 현재 해외 체류 중이라고 했나?”

“그런가봐.”

김윤희 변호사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칫하며 박 변호사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분은?”

“삼방 문화재단 직원이야. 서류 가져오신 분이야.”

강시혁이 일어나 김윤희 변호사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였다.

김윤희 변호사도 가볍게 목례를 하고선 박 변호사에게 다시 질문을 하였다.

강시혁이 옆에서 엿들어도 괜찮은 사람으로 인식한 것 같았다.

“협의이혼은 배우자 되는 사람이 해외에 있다면 진술서가 필요한데.... 그리고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에 날인도 받아야 하는데.”

“일본에 있다고 하니까 우편으로 날인 받아 보내달라면 되겠지.”

“배우자가 안 해준다면 좀 오래 걸려.”

“알았어. 그건 김 변호사가 이영진 상무에게 직접 전화해봐.”

“삼방그룹엔 사내 변호사도 많은데 우리한테 사건을 의뢰하네.”

“대그룹 사내변호사야 상사중재나 다루겠지. 이혼 같은 건 안 해봤겠지.”

“그런데 서류가..... 주민등록증 앞뒤 복사한 것은 없나?”

강시혁이 얼른 일어서며 이영진 상무의 주민등록증을 안주머니에서 꺼냈다.

“이영진 상무님 주민등록증 여기 가져왔습니다.”

김윤희 변호사가 그 자리에서 주민등록증 복사를 하였다.

그리고 박 변호사에게 받은 서류를 들고 나갔다.

강시혁도 이제 가려고하자 박 변호사가 웃으며 말했다.

“전보다 얼굴이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네요.”

“좋은 물에서 놀아 그런 것 같습니다.”

“아버님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아버님을 몇 번씩 병원에 모셔주어 감사합니다. 내가 할 일을 대신했으니 말입니다.”

“돈을 받고 한일인데요. 뭐.”

“아버님이 강 선생 칭찬을 많이 했습니다. 항상 친절하고 말에 생기가 있어 좋은 청년이라고 하셨습니다.”

“하하. 어르신이 저를 좋게 봐주셨네요.”

“말 들으니 K대 영문과를 나오셨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네요. 대리 일을 하셨으니.”

“한번 실패하고 나니까 재취업이 어려워 그길로 갔습니다.”

“한국 사회는 재취업이 참 어렵죠. 패자 부활전이 아예 없죠. 그래서 한번 실패하면 일어서기가 참 힘든 나라인건 맞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제 삼방그룹이라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셨으니 나중에 승진도 많이 해서 높은 직위에 올라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는 공채 정규직원이 아니라서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오너 가족을 바로 옆에서 모신다면 기회가 찾아오리라고 봅니다. 열심히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강시혁은 강 변호사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변호사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오는 길에 이영진 상무 댁에 들려 주민등록증을 금산 아줌마에게 맡겼다.

강시혁은 바로 이영진 상무에게 카톡을 보냈다.

[발급받은 서류는 박 변호사님에게 무사히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상무님 주민등록증은 금산 아줌마에게 맡겨 놓았습니다.]

답신이 왔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요일이 되었다.

이영남이 영빈관으로 오고 변상철도 왔다. 오늘은 문신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이영남이 강시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들은 체격이 좋아서 문신을 하면 멋있을 거예요.”

“우리가 20대도 아니고 30대인데 문신해야 얼마나 멋있겠어요.”

변상철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리틀 브라운이 타투하는 비용을 대준다니 고맙긴 하네요. 그런데 나는 리틀 브라운을 위해서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경찰이 되어서 날 보호해주면 되잖아요?”

“실은 요즘 시험공부 안합니다. 경찰은 월급이 적어서..... 다른 길로 가볼까 합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돈 벌어야지요.”

세 사람이 영빈관을 나와서 이태원역 쪽으로 갔다.

이영남은 덩치 좋은 형들하고 걸어가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자꾸 강시혁과 변상철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히죽히죽 웃었다.

“거봐요. 형들 여기 걸어가니까 골목이 꽉 찬 느낌이잖아요.”

“그건 우리가 체격이 좋은 게 아니고 골목이 좁아서 그래요.”

한참 가다가 맞은편에서 경찰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디 점심이라도 먹으러 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른쪽에 있는 나이든 경찰관은 금테를 두른 무궁화 계급장의 경찰이었다.

강시혁이 보고서 인사를 했다.

“아, 소장님 아니십니까?”

“오, 삼방그룹 영빈관 반장님이시군요.”

소장은 강시혁을 기억했다.

두 사람이 서로 악수를 하였다.

파출소 소장은 지난번에 강시혁이 음료수를 들고 가서 인사를 하였기에 알게 되었다.

경찰관이 악수를 하고 지나가자 이영남이 말했다.

“와, 형이 파출소 소장하고 아는 사이네요. 정말 이태원 바닥에선 형한테 까불면 코피 흘리겠는데요?”

이영남이 존경스런 눈빛으로 강시혁을 올려다보았다.

변상철도 한마디 했다.

“형, 발이 넓네? 이태원 유지가 다 된 것 같은데?”

한참 가다가 이영남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라운지 팝 뒷 건물에 타투하는 데가 있어요.”

타투이스트를 만났다. 의외로 젊은 사람이었다. 변상철이보다도 어린 사람 같았다.

강시혁은 웃통을 벗고 왼쪽 팔뚝 위에 레터링 타투와 꽃 무늬 타투를 하기로 했다. 변상철은 스티커로 하기로 했다.

타투이스트가 말했다.

“체격이 좋으시네요. 무엇을 타투 하던지 어울릴 것 같습니다.”

"좋으면 뭐합니까? 돈도 없이 불알만 두 쪽인데!“

“하하, 앞으로 돈을 버시겠지요.”

타투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두 시간 넘게 걸린다고 하였다.

이영남은 타투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아는지 친구 만나러 간다며 나갔다.

타투를 하면서 강시혁이 타투이스트에게 물었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려요?”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팔뚝 전체를 하는 이레즈미 타투는 4시간에 걸쳐서 하고 두세 번 나누어서 하기도 합니다.”

“그래요?”

“손님은 운동을 하시는 분 같은데 무슨 운동을 하십니까?”

“하는 것 없어요. 바벨만 들었다 놨다 합니다.”

“손님 같은 경우엔 전체를 하는 이레즈미 타투 같은 것도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아, 그건 안합니다. 조폭 같아서요.“

타투이스트가 이 말을 듣고 눈을 깜박거렸다.

조폭같이 보였는데 조폭이 아닌가 하는 표정이었다.

타투가 끝났다. 끝날 때 쯤 이영남이 왔다.

변상철도 스티커 문신을 했다. 강시혁과 같은 문양으로 했다.

타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벌써 밤이 되기 시작했다. 이태원 유흥가의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이영남이 말했다.

“형들! 윤진형 형이 기타 치는 클럽으로 갈까?”

변상철이 싫다고 하였다.

“돈 들어가는데 오늘은 어디 가서 밥이나 먹지. 난 삽겹살이 땅기는데.”

“돈은 내가 낼게.”

“타투 값까지 내주었는데 그럴 수는 없지. 밥값은 내가 내지.”

강시혁은 자기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이영남의 눈치를 보았다.

삼방에 소속된 자기로서는 이영남이 작은 주인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삼겹살 먹으러 가요.”

이영남은 재벌 아들이지만 의외로 소탈하였다.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변상철이 말했다.

“형, 요즘 운동 살이 붙었는데? 전보다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바벨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나오는 것 같네.“

“난 잘 모르겠는데?”

“거울 봐 바.”

“그으래?”

몸이 좋아졌다니 일단 기분은 좋았다.

삼겹살집 벽에 걸린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장명건설 노조원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50일째 농성중인 뉴스가 흘러나왔다.

이 뉴스를 보고 이영남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강시혁이 얼른 이영남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리틀 브라운! 한 잔 해요.“

이번엔 배우 겸 가수인 K양이 일본서 들어오다가 공항에서 경찰에 검거되는 모습이 뉴스에 나왔다.

K양은 일본 오오사카 닛폰바시 병원에서 약물투입 혐의가 있어 그동안 일본경찰에 조사를 받고 추방되었다고 나왔다. 한국 경찰은 K양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한다고 하였다.

경찰은 K양의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하기로 하고 일단은 혐의가 없으면 귀가조치 시킨다고 하였다. 검사결과에 따라 구속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였다.

기자들이 몰려와서 사진을 펑펑 찍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였다.

변상철이 말했다.

“소변검사는 일주일만 지나면 아무 필요가 없어! 안 그래? 리틀 브라운?”

“그, 그래요.”

강시혁이 이영남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약물에 대하여는 변상철이보다 이영남이 잘 알 것 같아서였다. 이영남은 그것 때문에 지금 아버지로부터 소외받고 있지 않은가!

“소변검사는 일주일 지나면 왜 안 되는 건가?”

“소변을 통한 항원, 항체반응 검사는 사흘 이내면 괜찮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나면 소변에 약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일본서 시간 끌기를 하고 한국에 들어왔을 확률이 높습니다.”

변상철이 고기를 먹으며 말했다.

“그런데 머리털은 오래남아. 만약에 저 연예인이 누군가와 붙어서 재미를 보고 왔다면 머리털에서 걸리지. 언젠가 유명배우와 재벌3세가 검거 되었을 때 소변검사는 통과되었지만 머리털에서 걸렸거든. 양성반응이 나와서 체포되었지.“

강시혁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홍 사장도 K양이 먹던 약을 이영진 상무에게 복용하게 하려한 것이 아닐까 하였다.

그러다가 말을 안 듣자 폭행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말하는 혼인을 지속할 수 없는 사유가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