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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60화 (60/199)

60화 벤츠 마이바흐 배정 (1)

(60)

이영진 상무는 회장이 앉아있는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평소대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차를 바꾸기로 했어요.”

“3년 넘었으면 바꿔도 되겠지.”

“그리고 사용하던 차는 매각하지 않고 영빈관에 보관하기로 했어요.”

“영빈관에?”

“혹시 외부 손님들이 올 수도 있고, 우리 가족들이 사적으로 급할 때 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거 아니라도 회사차가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지난번에 홍 서방 일도 벤츠차 김 기사를 보냈으면 어떻게 되었겠어요? 회사에 소문이 다 났을 거예요. 하지만 영빈관 강 반장 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소문이 안 났죠.”

“흠. 그건 그렇구나.”

“강 반장은 회사 사람들과 접촉이 없는 사람입니다. 또 입도 무겁고 성실한 사람이라 영빈관에 차를 두고 관리를 맡기면 나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 3년 이상 사용했던 차니까 잔존가치도 얼마 안 남았겠지. 팔아봤자 몇 푼 못 받는다면 그렇게 해라.”

“고마워요. 아빠.“

“그리고 이런 작은 문제는 나한테 이야기 하지마라. 네가 알아서 해라.”

강시혁이 영빈관 지하 관리실에서 전기기능사 문제풀이를 보고 있었다.

이제 강의는 끝나고 다음 주에 있을 필기시험 문제풀이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를 풀어보니 합격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객관식 4지 선다형이고 나왔던 문제들이 또 나오는 수가 있으므로 암기만 잘 하면 되었다. 또 응시자 중에는 퇴직한 50대들도 많이 보기 때문에 젊은 강시혁에게는 아주 유리했다.

[학원 강사가 말하길 합격률이 30%라고 했지? 대학까지 나오고 그동안 학원 열심히 다녔으니 30% 안에 못 들어가겠어?]

강시혁이 보기에 필기시험은 굳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온라인으로 학습해도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실기시험이 있어 학원등록을 했던 것이었다. 실기는 아무래도 학원을 다녀야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시험은 시험인지라 긴장은 되었다.

문제를 풀고 있는데 이영진 상무를 모시고 다니는 벤츠차 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강 반장? 나네!”

“예, 과장님. 접니다.”

“새 차가 나왔네. 사용했던 벤츠차는 인수해 가게. 내가 새 차 운전을 해야 되기 때문에 쓰던 차를 영빈관까지 갖다 줄 수는 없네. 여기 와서 가져가게.”

“알겠습니다. 삼방그룹 을지로 본사 지하 주차장으로 가면 되겠죠?”

“지금 오게. 갑자기 상무님이 부르면 내가 나갈지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총알같이 가겠습니다. 맹호!”

강시혁이 지하철을 타고 삼방그룹 본사로 갔다.

지하주차장 기사 대기실로 갔다.

벤츠차 기사는 다른 기사와 함께 장기를 두고 있었다.

회장님 차를 운전하는 이사급 기사님은 벽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운전기사 보직이 최고네. 지금 공채 사무직 직원들은 열나게 근무하고 있지만 기사들은 장기나 두고 있으니 말이야.]

“과장님! 저 왔습니다.”

“응? 왔어. 조금만 기다려 내가 다 이긴 장기야.”

벤츠차 기사가 장기를 끝내고 세워둔 벤츠차 앞으로 갔다.

3년 이상 사용했지만 새 차나 다름없는 차가 번쩍이며 주차되어 있었다.

벤츠차 기사가 키를 건네주며 말했다.

“내가 오일도 다 교환했네. 아직 10만키로도 안 뛴 차네.”

“역시 과장님이 관리 하나는 똑 소리 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관리하면 나 아닌가? 타이어도 교환한지 2개월도 안되었네. 엔진 한번 걸어보게.”

강시혁이 운전석에 올라가 엔진을 걸어 보았다.

역시 소리도 부드러웠다.

“그럼 차 끌고 가보게. 지금 주행키로는 어디 적어놓으시게. 인수받은 날짜와 주행키로는 적어놓는 게 좋네.”

강시혁이 주행키로를 스마트 폰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다시 나와 본네트 뚜껑을 열어 점검하였다. 뒷 트렁크도 열어보았다. 운전석에 올라가 다시 계기작동을 해보니 이상이 없었다.

차량 대시보드 안에 있는 차량등록증과 자동차보험 가입증명서도 확인해 보았다.

“이 차는 삼방전자 소속이네. 보험 가입일자가 가까워지면 삼방전자 총무과장에게 연락해줘야 하네. 보험 가입증명서 밑에 총무과장 전화번호와 이름이 있으니 연락 한번 해보게.”

“알겠습니다. 과장님.“

“차량 수리비 같은 것이 발생하면 전화를 해줘야 하네. 삼방전기가 아니고 삼방전자 총무과장이네.”

“알겠습니다.”

“다 되었으니 이제 가 보시게.”

“과장님! 그럼 저 출발합니다.”

“그려. 그려. 잘 가게! 내가 쓰던 차를 후배에게 물려주니 나도 기분이 좋네.”

강시혁이 차를 몰고 동빙고동으로 오기위하여 장충단 공원 쪽으로 왔다.

카니발을 몰다가 벤츠를 모니 정말 부드럽고 좋았다.

강시혁은 자기도 출세해서 이런 차를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였다. 이런 차로 대전까지 내려가 부모님을 한번 태워드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였다.

지금은 비록 삼방 문화재단의 잡급직 경비로 일하지만 삼방을 매개로 하여 꼭 성공하고 싶었다.

강시혁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다음 주가 되었다.

강시혁은 용산 철도고등학교에서 전기기능사 필기시험을 보았다.

시험 후 정답을 맞추어보니 간당간당 합격은 할 것 같았다.

[합격해야지! 비록 내일배움 카드로 결제했지만 학원에 돈 갖다 바친 게 얼마인데!]

필기시험을 끝내고 나니 이상하게 맥이 탁 풀렸다.

후배 변상철이나 불러내어 맥주나 한잔 할까 하였다. 그래서 스마트 폰을 꺼내는데 카톡이 왔다.

“상철이 이 자식이 먼저 카톡을 보냈나?”

그런데 카톡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이영진 상무의 카톡이 왔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내일 백석읍 어르신을 모시고 강남 성모병원에 들렸다가 다시 모시고 영빈관으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법무팀 미팅이 있습니다.]

“어르신을 모시라고? 법무팀 미팅을 영빈관에서 하나?“

갑자기 전에 다니던 직장 아연테크 사장의 말이 생각났다.

[이놈들아! 월급은 주는 대로 받고 일은 시키는 대로 해! 내가 젊었을 때는 그렇게 했어!]

그때 강시혁은 세상에 저렇게 무식한 사장이 있나 하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게 미덕인 것 같았다. 강시혁은 빙긋 웃었다.

[갔다 와야지! 일은 시키는 대로 하고 월급은 주는 대로 받아야지. 그게 복을 짓는 일이니까!]

일단은 벤츠차를 가지고 가니 기분은 좋을 것 같았다.

드라이브 하듯이 살살 갔다 오면 될 것 같았다. 음악이나 틀어놓고 감상하면서 가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벤츠차는 삼방 문화재단 소속이 아니다. 삼방전자 소속이다.

삼방전자는 돈을 잘 버는 회사니까 벤츠차 몇 대 사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차를 살 때 삼방전자 돈으로 산 것 같았다.

[그러면 주유비나 통행료도 모두 삼방전자로 보내야 하나? 거참 귀찮네. 미술품을 운반하는는 카니발은 문화재단 소속이고 벤츠차는 삼방전자 소속이니 헷갈리게 생겼네. 경비 지출한 것을 잘 구분시켜 놓아야 할 것 같네.]

다음날이 되었다.

강시혁은 먼저 문화재단 설운동 대리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룹 전략기획실 임원 지시로 오늘은 손님을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낮에는 영빈관 관리실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답신이 왔다.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역시 힘이 있는데서 시키는 일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다음은 삼방전자 총무과장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까다로운 사람이 아닐까 걱정을 했다.

“안녕하세요? 문화재단 영빈관 관리를 담당하는 강시혁 반장입니다.”

“아, 영빈관!”

“제가 이영진 상무님이 쓰시던 벤츠차를 운전하게 되어 전화 드렸습니다.”

“아, 그러세요? 말씀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5분후에 전화를 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강시혁이 속으로 생각했다.

[총무과장이 5분후에 전화하라고 하는걸 보니 바쁜 일이 있나보군. 위에 차장이나 부장한테 깨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지. 그놈의 회사 조직은 층층이 시어머니들이 있으니까! 그러니 내 자리가 얼마나 좋아? 꿀 보직 중에 꿀 보직이지!]

5분후에 총무과장 전화가 다시 왔다.

“삼방전자 총무과장입니다. 죄송합니다.”

“상당히 바쁜 시간에 제가 전화를 드린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부장님이 하필 그 시간에 불러서 갔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부장한테 깨졌구나!]

강시혁은 그렇다면 부드럽게 말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차량은 인수당시 점검을 해보았는데 이상은 없었습니다.”

“김 기사가 관리를 잘했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발생하게 되는 주유비나 통행료는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습니까?”

“주유는 지정주유소가 있어서 가서 넣으시면 됩니다. 영빈관이 있는 용산 지역 지정주유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통행료나 세차비, 오일 교환비는 월 단위로 영수증 보내주시면 처리해 드립니다. 우편으로 보내도 되지만 이영진 상무님을 모시고 다니는 김 기사 편에 보내도 됩니다.”

이 사람은 김 기사를 과장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과장은 기사들 세계에서나 부르는 것 같았다.

총무과장은 김 기사가 과장이면 다 같은 과장이냐? 하는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편으로 보낼 때는 내 앞으로 보내지 말고 담당자 김지영씨 앞으로 보내면 됩니다.“

[그렇지. 과장이나 되는 사람이 기사들 통행료나 세차비 같은 거 계산하고 있으면 안 되겠지. 거기에도 82년생 김지영씨가 있는 것 같군.]

“김지영씨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일 주행키로도 보고 해야죠? 업무일지 양식이 있으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주행키로 보고 안 해도 됩니다. 그런 것 까지 통제하고 있으면 창의적 발상이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주유량 보면 대략 주행키로는 압니다. 일 년에 한번 보험료 납부할 때나 알려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업무일지나 일일 주행키로를 보고 안하니 그것만 해도 살 것 같았다.

확실히 삼방전자는 문화재단과 달랐다.

삼방전자는 해야 될 다른 일도 많은데 기사들 업무 따위는 자율에 맡기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강시혁은 백석읍에 계신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르신은 강시혁의 목소리를 금방 알았다.

“강 기사요?”

“예, 지금은 강 반장입니다. 오늘 제가 모시러 가는 것 알고 계시죠?”

“알아요. 이영진 상무 전화 받았어요.”

“지금 이태원에서 출발하니까 한 시간 반 정도면 백석읍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내가 기다리고 있겠소.”

강시혁이 벤즈 마이바흐를 끌고 나왔다.

역시 카니발 운전보다는 훨씬 부드러웠다. 차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시내를 빠져나갈 때는 어디 부딪쳐 흠집이라도 날까봐 조심하면서 운전했다. 그러다가 동부 간선도로에 들어서자 노래가 절로 나왔다.

강시혁은 핸들을 두드리며 흥얼거렸다.

그러다가 요즘 기타를 배우므로 장보윤의 더스트 인더윈드를 들었다. 기타를 치면서 부르는 그녀의 노래 소리가 언제나 듣기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 곡은 기타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이 치는 곡이기도 했다.

원래는 미국의 락 밴드 캔사스의 곡이었다.

“Dust in the wind

All they are is dust in the wind

(바람속의 먼지에요

사람들 모두가 바람속의 먼지일 뿐이죠.)“

강시혁은 자기 주변의 인물들이 모두 바람속의 먼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설운동 대리, 큐레이터 신종화, 사무국장, 관장, 비서실 여비서, 비서실 임창영 과장, 벤츠차 기사 김 과장...... 모두가 바람속의 먼지처럼 느껴졌다.

바람속의 먼지가 아닌 사람은 이건용 회장과 이영진 상무 같은 사람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둘만 태양의 중심이고 모든 사람들은 그 주위를 도는 행성들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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