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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59화 (59/199)

59화 최초의 카톡 대화 (2)

(59)

벤츠차 기사는 뒷짐을 지고 걸어오고 있었다.

목에 힘까지 주고 어슬렁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삼방그룹 회장이 보았다면 건방지다고 했겠지만 여기서는 자기가 목에 힘을 줘도 되는 곳이다.

까마득한 군대 후배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이 달려가 제대로 허리 꺾어 인사를 하였다.

“과장님 오셨습니까?”

“이영진 상무님 모셔드리고 퇴근길에 들렸네.”

“차 한 잔 하시죠.”

“커피는 안 마셔. 커피 마시면 밤에 잠이 잘 안와.”

“그럼 다른 음료수라도 드시죠. 관리실로 가시죠. 조금 전에 설 대리도 왔다 갔습니다.”

“설 대리? 문화재단에 있는 친구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 친구는 전임 관장의 동생이었는데?”

“그으래요? 공채직원이 아닙니까?”

“아니야. 계열사 직원들이나 공채지 문화재단은 추천으로 많이 들어와. 예술 하는 사람을 그룹 인적성 시험을 거쳐 들어오게 할 수는 없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우리 운전직도 공채는 아니지. 모두 추천으로 하지. 추천제가 반드시 나쁘지는 않아. 추천한 사람 체면을 봐서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많아.”

“그, 그건 그렇겠습니다.”

“하지만 계열사 사무직으로 갈 사람들은 시험을 봐야하겠지. 그 많은 사람을 모두 추천으로 할 수도 없으니까. 또 관리직은 요구하는 스펙이 많잖아.”

“그건 과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관리실로 들어오자 강시혁이 녹차를 타서 벤츠차 기사에게 주었다.

“물이 좀 뜨겁습니다.”

“그런데 설 대리가 여기에 왜 왔나?”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한중일 유명 갤러리 합동 전시회가 있답니다. 그래서 포장 작업 때문에 왔습니다. 저도 내일 미술품 수송을 해야 합니다.”

“강 반장은 여기에서 경비 일이 많나? 아니면 운전 일이 많나?”

“뭐, 반반인 것 같습니다.”

“실은 오늘 좋은 소식이 있어 여기에 들렸네.”

“좋은 소식이라니요?”

“내가 끌고 다니는 벤츠 마이바흐를 이번에 바꾸기로 했네. 새 차로 말이네.”

“축하합니다. 그런데 그건 저한테 좋은 소식이 아니고 과장님께 좋은 소식이네요. 무슨 차로 바꿉니까?”

“이번에도 그냥 벤츠 마이바흐 S580으로 바꾸기로 했네.”

“상무님이 벤츠 마이바흐를 좋아하시는 모양이네요.”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도 벤츠 마이바흐 S560풀만 리무진을 타지 않는가? 세계의 정상들은 모두 벤츠 마이바흐를 좋아하지.”

“김정은 벤츠 차는 리무진 아닙니까? 그럼 상무님 차도 리무진이란 말입니까?”

“하하, 아무리 재벌이라도 리무진은 쪽팔려 안 되겠지. 그런 차는 대통령이나 타야 되겠지. 이번에 바꾸는 차는 세단이야.”

“새 차 값이 비싸지요?”

“3억 정도 한다는군.”

“햐, 집 한 채가 굴러가는군요.”

“삼방그룹의 일반 상무들은 잘해야 그랜저 타고 다녀. 기사도 없어. 상무님이야 사장보다 높은 부회장 급이니까 그런 차를 타야겠지.”

“그러겠지요. 요즘은 삼방그룹 아니더라도 상무나 전무들은 다 오너드라이버들이죠. 회사에서 주유비 정도나 지원하겠죠.”

“상방그룹의 사장들이 타고 다니는 회사차들은 규정에 의하면 교체 주기가 있어. 보통 3년 이상 타거나 10만키로 이상 주행하면 바꿔 줘.”

“뭐, 회사마다 그런 게 있겠죠.”

“그런데 이영진 상무가 교체기간이 넘었어도 쓸데없는 낭비라고 안 바꾸려고 했는데 이번엔 마음이 변했나봐. 바꾸라고 하더군.”

“그러면 과장님이 끌고 다녔던 벤츠차는 매각하는 가요? 아니면 다른 계열사 사장님이 이용하는가요?“

“상무님 지시는 내가 끌고 다녔던 벤츠차는 매각하지 않고 영빈관에 두기로 했네.”

"예엣? 여기에요?“

“영빈관 손님이 오셨을 때 이용하고 또 상무님은 운전 잘하는 강 반장이 있으니 여기에 두자고 하더군. 매각해봤자 제값 못 받으니까 그러겠지.”

“정말 여기에 두기로 하셨습니까?”

“그래서 강 반장에게 축하한다는 거네. 이 차는 이제 자네가 차주나 마찬가지네. 차는 3년 되었지만 내가 관리를 잘해서 새 차나 다름이 없네.”

“뭐, 여기에 있는 차고는 3대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여기에 보관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제가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그래도 카니발 몰고 다니는 것보다는 벤츠차 몰고 다니는 것이 훨씬 부드러울 거네. 또 누가 아나? 벤츠차 운전직이라고 해서 3년 있다가 대리 대우로 발령을 받을지?“

“헤헤. 알겠습니다. 말씀만 듣고도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과장님이 밀어주셔야지요.”

“눈치를 보니까 회장님이나 이영진 상무님도 자네를 잘 본 것 같던데? 지금 그대로만 근무하면 되네.”

[지금 그대로만 근무하라고? 하, 이 과장님도 삼방전자 사장님 같은 말씀을 하네!]

강시혁은 벤츠차를 운전하면 높은 사람을 모실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리 대우로 발령이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인적성 시험과 까다로운 면접을 보고 들어온 공채 직원들도 3년 이상 근무해야 대리 발령이 나지 않는가?

운전직은 관리직과 달라 명예는 없다지만 대우가 비슷하다면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이영진 상무의 일도 더 많이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에게 벤츠차를 영빈관에 배치해주어 고맙다는 카톡을 보낼까 하였다.

그러다가 그만 두었다. 하찮은 잡급직 경비가 오너의 따님에게 잦은 카톡을 보내는 것은 결례이기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카톡 차단을 당할 수가 있었다.

회사의 웬만한 간부들도 이영진 상무와 카톡 대화는 못하리라.

강시혁은 이 소중한 연결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함부로 카톡 보내는 것을 자제했다.

다음날 강시혁은 카니발을 끌고 열심히 그림 수송을 하였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 갖다 줄 그림은 한 번에 다 못 실어 두 번에 나누어서 수송을 해야 했다.

강시혁이 열심히 수송을 할 때 삼방그룹 중회의실에서는 그룹 전략 기획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사장단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고 계열사 기획담당 임원이 참석하는 회의다. 주로 이사와 상무들이 참석한다.

이 회의의 의장은 그룹 총괄기획담당 임원격인 이영진 상무이사가 맡는다.

회의 내용은 주로 각사가 돌아가면서 지난달 실적과 다음 달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이다. 그러면 그룹 전략기획실에서는 회의록을 작성 후 회장에게 보고한다.

이건용 회장도 이 전략 기획회의를 통하여 시스템적으로 업무도 파악하고 업무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물론 중요한 투자와 관련된 사항은 사장회의를 통하여 한다.

사장단 회의는 이영진 상무도 참석하지만 사장단 회의는 회장이 주재한다. 사장단 회의가 그룹 최고 전략회의로 보면 된다.

오늘 열리는 전략 기획회의는 실무중심의 전략회의로 보면 된다.

회의실 중앙에 이영진 상무가 앉았고 그 옆에 기록을 위한 그룹 전략기획실 직원이 앉았다.

각사 기획담당 임원들이 보고하기 시작했다.

임원들의 나이는 주로 50대가 많았지만 보고를 받는 이영진 상무는 이들보다 20살이나 어린 30세 정도였다.

이영진 상무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이영진 상무는 각사 임원들을 잘 갈구는 타입이 아니다. 또 나이 많은 임원들을 그렇게 대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경영 전략이 잘못되어 실적이 나쁘면 질책을 하기는 한다.

임원들이 돌아가면서 보고하다가 삼방전기 기획담당 임원이 발표할 차례가 되었다.

“다음은 삼방전기 기획담당 이사님 말씀하세요.”

“저희 삼방전기는 지난달 매출이 1,120억으로 전년대비 5% 증가했습니다. 북미 쪽 매출이 늘어났습니다.”

“중국 쪽 매출은 얼마나 되지요?”

“죄송합니다. 중국 쪽은 중국기업이 치고 들어오고 한국의 L기업이 쑤저우 공장을 설립하는 바람에 매출이 전년대비 30%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 매출은 늘어난 상태입니다.”

“지난 1/4분기에 중국 공장을 처분하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었을 텐데요?”

50대 임원이 30대인 이영진 상무 앞에서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지금 처분하면 투자자산 손실이 90억이 발생합니다. 공시를 하게 되면 주가에도 영향이 있고 또 금년도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안 하시겠다는 겁니까? 계속 손실을 보면서 끌고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전에 홍승필 사장님께서 중국 쑤저우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희가 홍 사장님께 조업도가 떨어져 공장 매각 계획이 있다고 하니까 일본의 전기회사를 소개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일본 전기요? 그 사람은 신문사 사장이지 전기회사 사장은 아니잖습니까?”

“일본 치바(千葉)전기 사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매각을 한다면 투자금은 건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영진 상무는 뽕에 취해있던 홍 사장을 떠올렸다.

그리고 분명 그 오피스텔에 같이 있던 삼류 탤런트도 떠올렸다.

전기에 대하여 아는 바도 없을 텐데 일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주선한다니 전혀 신뢰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것을 내색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홍 사장은 강시혁 폭행사건이후 별거 중이었다.

현재 그는 일본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일본의 무슨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신문사 자회사의 업무 협의 때문에 있다고 하였었다.

이영진 상무가 웃으며 말했다.

“홍 사장은 현재 국내에 없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희 회사 사장님과 연락은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영진 상무는 머리가 아팠다.

홍 사장이 그룹 내 사장들과 접촉하고 재무구조도 나쁜 소형 건설사를 인수하라고 해서 자기도 입장이 난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은 다 좋다고 하더라도 약물에 취해 있는 것은 결코 용서가 되지 않았다.

빨리 치유가 되어 돌아와 원만한 부부생활을 이루어나가기만 바랄뿐이었다.

이영진 상무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말했다.

“알겠습니다. 이 문제는 나도 홍 사장에게 연락은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치바전기와의 매각 협상이 안 될 경우도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3자 인수업체를 찾아보세요.“

“알겠습니다.“

장장 두 시간에 걸친 회의가 끝났다.

이영진 상무가 마무리 발언을 하였다.

20세나 어린 상무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임원들은 필기 준비를 하였다.

“연초에 우리가 회장님을 모셔놓고 각사의 비전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비전 계획이 잘 실행될 수 있도록 각사 기획담당 임원님들께서는 점검을 철저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복창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삼방문화재단이 참여하는 한중일 유명갤러리 합동 전시회가 있습니다. 무료입장권을 각사에 배분해서 나눠드리겠습니다. 계열사 직원들 참여를 독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작년 전시회 때도 무료입장권을 나누어 주었는데 계열사 직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했습니다. 일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안목을 키우는 것도 일류기업의 직원으로서 자세라고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참석율이 올라가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여기에 계신 임원들부터 관람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 소리에 임원들은 인상이 찌푸려졌다.

쉬는 날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거나 낚시를 가는 것이 더 좋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미술품 관람은 별로 달갑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실세인 이영진 상무의 말이니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찍히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오너 가족에게 찍히면 괘씸죄와 똑같아서 치유할 수 있는 약도 없었다.

이영진 상무가 회장실로 갔다.

회장은 돋보기를 코에 걸치고 신문을 보고 있었다.

“오늘 기획담당 임원들 전략회의는 방금 끝났어요.”

“뭐,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왔나?”

“특별하게 새로운 일은 없었어요. 각사의 지난달 매출은 대부분 무난히 목표치는 달성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럴 테지. 이놈들은 목표치 정할 때 항상 달성 가능한 것으로 하니까!”

이영진 상무는 삼방전기의 쑤저우 공장 매각은 홍 사장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홍 사장은 이상하게 사업적인 면에서는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홍 서방은 아직도 일본에 있나?”

“예,”

“일본엔 유명한 약물치료 민간기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데라도 가보라고 해라.”

“예.”

“그럼 나가서 일 봐라.”

“그리고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 말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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