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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49화 (49/199)

49화 상무의 부탁 (3)

(49)

벤츠차 기사는 술이 들어가니 말이 많아졌다.

그동안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살았는데 술기운에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살면 병이 난다.

그래서 신라 경문왕 설화에도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친 사람도 있지 않은가!

강시혁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홍 사장님이 왜 속을 썩여드립니까? 아름다운 신부를 맞이했으면 날마다 업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거기도 미국 생활하면서 좋지 못한 길에 들어갔던 것 같아. 그 빌어먹을 나라는 열 서너 살  중, 고등학교 때부터 그걸 접하는 것 같아. 이야기 들으면 파티에 그걸 하는 아이들이 많다니 자식 둔 부모들은 다 걱정하지 않겠어?”

“진짜 미국은 걱정이네요.”

“홍 사장은 고등학교를 미국에서 다녔으니 그런 문화에 더 많이 접했겠지. 하지만 우리 이영진 상무님은 서울대학을 다니다 미국 유학을 갔으니 그런 문화에 접하지 않았겠지.”

벤츠차 기사는 이제 홍 사장님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홍사장이라고 말했다.

“이영진 상무님은 청소년기를 여기서 보낸 분이니까 그런 것을 접하지는 않았겠지요.”

“나도 우리 딸이 15살인데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정말 위험할 뻔했어. 그놈의 나라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그걸 하는데 자기만 안하면 왕따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모두 그러기야 하겠어요? 일부 탈선 청소년들이나 그러지.”

“그런데 최근 홍 사장이 미국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이 한국에 왔는데 여기 와서 그 짓을 안 하는가 모르겠네.”

‘여기 와서야 그러겠어요? 대한민국은 법이 엄한 나라인데요.“

그러면서 강시혁은 지난주 산정호수 팬션에서 힘없이 늘어져있던 홍 사장과 그의 친구들을 떠올렸다.

[맞아. 그날 그들은 주사라도 맞은 게 틀림없어.]

강시혁은 언젠가 변상철이 한 말도 기억이 났다. 홍 사장이 언젠가 공항에서 각성제를 들여오다 걸린 적이 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강시혁도 각성제를 먹으면 각성자가 되는 거냐고 웃으며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변상철은 인터넷 검색을 하더니 홍 사장이 인천공항에서 걸린 것이 보도가 전부 삭제되었다고 말했었다.

강시혁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되었다.

[흠. 홍사장이 미국에서 학생시절에 일시적 호기심으로 약에 손댄 것이라면 이해가 되긴 하지. 그런데 지금까지도 손을 떼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네. 정말 그렇다면 이영진 상무가 마음고생이 심하겠는데?]

강시혁은 그래서 이영진 상무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나 하였다.

벤츠차 기사가 구운 마늘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이영진 상무님이 아무튼 안됐어.”

“홍 사장님도 이제는 사회 지도층 인사인데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이영진 상무님은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보아왔던 분인데 참 아까워. 정말 모범생이었지. 인성도 좋고.”

“그랬나요?”

“그래서 돌아가신 창업 회장님도 이영진 상무님을 무척 귀여워하셨지. 네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늘 말씀하셨지.”

“하하, 동생 되시는 이영남 씨가 질투했겠네요.”

“영남이는 드럼 채나 들고 다니면서 아무데나 대고 두드리니까 주위가 산만하다고 야단을 많이 쳤지. 창업 회장님이나 돌아가신 할머니는 시끄러운 것을 아주 싫어하셨거든.”

“음악적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그 방면으로 살리지.”

“재벌가에서는 경영을 해야 되잖아. 그래서 이영진 상무도 어깨가 무겁겠지.“

“잘 하시겠지요.”

“그리고 금산 아줌마가 내 이야기는 하지 않던가?“

“과장님에 대한 이야기는 없던데요? 그런데 두 분이 사이는 별로인 것 같이 보여요.”

“그 여자가 식모면 식모답게 굴지. 나를 우습게 본다니까.”

“그럴 리가 있겠어요? 과장님은 회사에서도 인정을 하기 때문에 과장 대우를 해주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여자는 꼭 나를 부를 때 김 기사라고 부른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난 과장이요 했더니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하는데요?”

“김 기사가 과장이면 나는 부장이다! 그러지 않겠어? 이 여편네가!”

“하하. 두 분 그러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세요.“

“난 그 여자 낯바닥만 보면 스트레스 받아!”

“하하. 연세는 금산 아줌마가 더 드신 것 같던데요?“

“그러니까 그 여자가 짬밥이 있다고 나를 우습게 여기는 거야. 이영진 상무님은 나에게 잘해주지만 그 여자 꼴 보기 싫어 빨리 자리를 옮겨야겠어.”

“과장님이 이영진 상무님을 잘 보호해 드려야죠.”

“회장님 차 기사가 촉탁 해제되면 내가 그 자리로 갈까해.”

“회장님 차 기사면 이사님 말씀입니까? 그분이 이사님이 아니고 촉탁이에요?”

“이사는 맞지. 그런데 이사 대우에서 정년퇴직하고 벌써 2년차 촉탁으로 있는 중이야. 현재 삼방그룹에서 기사들 중에서는 내가 서열 2위니까 그 자리로 갈 확률이 많아.”

“와, 그러면 과장님이 이사님이 되시는 겁니까?”

“바로 이사는 안 되겠지. 차장이 될 확률은 많겠지.”

강시혁은 얼른 머리를 굴려봤다.

[차장급이면 연봉이 얼마나 될까? 삼방그룹 평균 연봉이 7천만 원이 넘는다니 무조건 7천만 원은 넘겠네. 관리직 차장이면 일도 많은데 운전직 차장이면 거의 놀고먹는 자리가 아닌가! 얼마나 좋아?]

“그러면 과장님 자리는 누가 옵니까?”

“내 자리도 눈독 드리는 놈들이 많아. 계열사 사장 차 모는 놈들은 모두 내 자리를 노려. 이영진 상무가 말이 상무지 어디 상무 급인가? 부회장 급이지. 미래의 실세 아닌가?”

정말로 계열사 사장 차 기사들이 많이 눈독을 들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제기랄, 내가 이영진 상무 차 기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월급도 많이 받고 날마다 아름다운 여성 얼굴도 쳐다보고 또 그룹사 사장들이 구두표도 많이 던져줄 텐데!]

[일 많고 층층이 윗사람들이 많아 스트레스 많이 받는 관리직 사원을 하면 뭐하나? 정말 할 수 있다면 오너 집안의 운전기사나 하는 게 백배 낫겠지. 요즘은 소셜 포지션을 따지는 시대도 아니잖아? 실속만 있으면 되었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술 들어. 이 사람아.”

“과장님! 미래의 실세에는 이영남 씨도 있을 것 아닙니까?”

“영남이는 이미 물 건너 갔어. 자네 이영남이 아직 못 봤나?”

“못 봤는데요?”

“완전히 약에 찌든 인상이야. 그래서 회장님이 집엔 발도 못 붙이게 하고 있어.”

“그럼 영남 씨는 어디서 살고 있습니까?”

“회장님 사모님이 아파트를 하나 얻어주셨지. 이태원 바로 밑에 있는 한남동 나인원 한남 아파트에 살아.”

“그래요? 그래도 재벌 아드님인데 좋은 아파트를 얻어주시지. 래미안이나 이편한세상 같은 네임드 아파트를 얻어주시지.”

“으하하하. 이 사람아! 나인원 아파트가 얼마 짜리인줄 아나?”

“얼마 하는데요?”

“자그마치 90억이네!”

“옛? 90억이요? 그렇게나 많이 가요? 그런 아파트가 다 있어요?”

“BTS의 RM과 지민, 빅뱅의 지드레곤, 그리고 가수 장윤정이 다 거기서 사네.,”

“그으래요?”

"그리고 롯데건설에서 지은 아파트야. 고층이 아니라 토지 지분도 높지. 강남도 가깝고 이태원도 가깝고 서울 시내도 가까우니 인기지.“

강시혁이 소주를 한잔 목구멍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과장님! 그래도 저는 9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부럽지 않습니다.”

“부럽지 않다니?”

“저는 300억짜리 집에서 사는 사람 아닙니까?”

“하하. 말 되네.”

[그런데 저는 300억짜리 집의 지하에서 기생충처럼 사는 사람이죠.]

변상철이 와서 킥킥거리며 형은 지하에서 사는 기생충이라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보지 못했느냐고 핀잔을 주던 모습도 떠올랐다.

벤츠차 기사가 말했다.

“회장님이 홍 사장한테 기대가 많았었는데 약을 한다는 정보가 자꾸 들어오니까 요즘은 실망하시는 것 같았어.”

“회장님 입장에서는 정말 그렇겠네요.”

“그래서 며칠 전에는 회장님이 나를 불러 홍 사장이나 이영진 상무를 철저히 감시해 달라고 하더군.”

“신혼이라 한참 좋을 때에.... 안됐네요.”

강시혁은 그렇게 말해놓고 쓴 웃음을 지었다.

자기도 신혼이라 한창 좋을 때에 그놈의 돈 때문에 결혼생활이 깨졌으니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강시혁은 돈 때문에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했고 이영진 상무는 남편의 일탈로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며칠이 지났다.

이 날도 강시혁은 야간에 노량진에 있는 전기기능사 학원을 다녀왔다.

발을 씻고 늦은 밥을 먹고 있는데 금산 아줌마의 전화를 받았다.

“삼촌! 밤이 깊었지만 상무님 댁에 한번 올수 있겠어? 차를 가지고 말이야.”

“지금이요?”

강시혁은 이영진 상무가 또 산정호수에 다녀오라고 하는 줄 알았다.

[학원에 다녀와 피곤한데 또 산정호수에 가달라면 어떡하지? 하지만 20만원 수고비를 받을 수 있으니 안갈 수도 없잖아? 박봉에 20만원이면 짭짤한 부수입인데!]

이영진 상무의 음성이 들렸다.

“오늘은 산정호수에 가시는 것이 아닙니다. 저를 태우고 강남 삼성역 부근까지 가시면 됩니다.”

강시혁은 산정호수가 아니라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지금은 밤 10시가 넘어 차도 잘 빠지는 시각이라 삼성역까지는 빨리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강시혁은 대리를 뛰던 사람이라 그쪽 지리도 훤했다.

더군다나 내일은 토요일 쉬는 날이라 큰 부담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총알같이 상무님 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강시혁이 카니발을 몰고 이태원 이영진 상무 댁으로 갔다.

문 앞에서 금산 아줌마에게 전화를 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빨리도 왔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이영진 상무가 나왔다.

코트를 입고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강시혁이 얼른 밖으로 나와 문을 열어주었다.

“차가 좋지 않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영진 상무는 차에 타고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분노의 눈동자를 한 채 앞만 쳐다보았다.

강시혁은 차를 몰고 강남으로 들어섰다.

이영진 상무는 최종 목적지가 삼성동 현대백화점 앞 아스테리움 오피스텔이라고 했다,

차가 테헤란로에 접어들 때 이영진 상무가 앞만 응시한 체 말했다.

“오피스텔 12층에 가시면 홍 사장이 있을 겁니다. 술에 취해있다고 하니 모시고 나와야 합니다. 나 혼자 힘드니 강 반장님과 함께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시죠.”

술 취한 사람 업고 내려오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거라 문제될 것도 없었다.

강시혁은 차를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주차시켰다.

12층으로 올라갔다.

아스테리움 오피스텔은 고급오피스텔인 것 같았다. 룸이 3개나 있는 고급 오피스텔이었다.

여기에 네 사람이 있었는데 산정호수에서 본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오늘은 테이블 위에 주사기가 많이 있다는 것이 달랐다.

오피스텔 안에는 홍 사장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여자도 있었다.

이영진 상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우리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여긴 왜 오는 거야? 여자가.”

“빨리 집에 가!. 여기 영빈관 강 반장이 차를 가지고 왔어.”

이영진 상무가 홍 사장의 팔을 잡고 오피스텔 문밖으로 끌어냈다.

홍 사장이 안 가려고 버텼다.

이영진 상무가 강시혁을 쳐다보며 말했다.

“강 반장님. 좀 도와주세요.”

강시혁이 홍 사장의 팔을 잡았다.

“제가 부축하고 가겠습니다.”

“놔! 놓으란 말이야!”

홍 사장이 버티면서 소리를 질렀다.

강시혁이 홍 사장의 팔을 자기 어깨 위에 걸치며 말했다.

‘사장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다른 방에 소리가 들립니다.“

“놓으래도! 이 새끼가!”

고함소리와 함께 홍 사장의 주먹이 공중을 날았다.

주먹은 그대로 강시혁의 얼굴을 강타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강시혁이 오피스텔 바닥에 뒹굴었다. 이영진 상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강시혁은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지만 한편으로 기뻤다.

[됐다. 재벌에 맞았으니 돈 벌었다! 한 대에 백만 원은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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