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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38화 (38/199)

38화 잡급직 채용 (3)

(38)

다음날 강시혁은 말끔한 양복을 입고 첫 출근을 했다.

비록 삼방 문화재단 소속의 잡급직이지만 소속감이 있다는데 뿌듯함을 느꼈다.

양복입고 출근하는 인간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자기도 이제 그렇게 되었으니 부러울 것이 없었다.

강시혁은 삼방그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만원 전철에 서서 가면서도 계속 스마트 폰으로 삼방을 검색해 보았다.

문화재단 사무실에 도착했다.

강시혁은 삼방의 신입사원답게 만나는 직원에게 크게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직원 중에는 신종화 큐레이터처럼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인사를 해주었다.

[인사했다고 나에게 인상 쓰는 사람은 없겠지.]

설운동 대리에게도 달려가 자기 직속 상사인양 인사를 하였다.

“일찍 나오셨습니다.”

“승합차는 오늘 계약하러 갈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차종은 15인승이나 12인승은 너무 크니까 9인승으로 하겠습니다. 미술품 운반을 하더라도 주로 소품 수송이니까 9인승으로 하겠습니다.”

“예, 저는 아무 차나 좋습니다.“

“그래서 현대 쏠라티15인승이나 스타렉스는 제외하고 9인승 카니발로 계약할 예정입니다.”

“예, 좋습니다.”

“차 가지고 오는데 특별한 옵션 사양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일반적인 사양이면 됩니다. 주행키로가 5만키로 미만 차량이면 더욱 좋고요.”

“알겠습니다. 가급적 그렇게 하지요. 그런데 차 나오면 미술품 수송 때문에 3열 시트를 탈거해야 합니다. 튜닝 작업하는 건 강시혁 씨가 알아서 하세요.”

“알겠습니다.”

“탈거작업은 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하는 것 알죠?”

“예. 압니다. 혹시 모르는 것 있으면 인터넷을 보거나 아니면 안전진흥공단에 전화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강시혁은 명함도 만들어 주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잡급직이 무슨 명함이냐고 핀잔이라도 준다면 말한 본전도 못 찾기 때문이었다.

명함이라도 있으면 친구들을 만나도 폼을 잡을 수가 있는데 그게 없으니 찝찝했다.

혹시 나중에 운이 좋아 여자라도 사귄다면 명함이라도 있어야 할것이 아닌가?

설운동 대리가 약간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무국장님한테서 강시혁 씨 입사서류는 넘겨받았습니다. 그런데 영선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술 자격증은 하나도 첨부하지 않았네요.”

강시혁이 건물관리사나 전기기사 자격증 같은 것이 있을 턱이 만무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게 없다고 쫓겨나면 안 될 말이다.

강시혁이 자신감 넘치는 말로 말했다.

“간단한 영선업무는 할 수 있습니다. 또 저는 아연테크라는 회사에서도 공무팀이나 영선반에서 하는 일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아연테크는 작은 제조업체라 공무팀은 있어도 영선반이라는 것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강시혁은 영선반 하는 일을 많이 보아왔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여기 이력서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되겠죠?”

“예, 그러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도 연락할 사항이 있을지 모르니 대리님 명함 한 장 얻었으면 합니다.”

설운동 대리가 자기 책상 서랍을 열고 명함을 한 장 꺼내주었다.

삼방 문화재단 사무국 대리 설운동이라는 글씨가 뚜렷했다. 삼방그룹 마크가 들어간 명함이었다.

사무국장이 강시혁을 불렀다.

“강시혁씨 갑시다.“

문화재단 건물 밖으로 나가니 기아K7 차량이 비상 깜박이를 넣고 대기하고 있었다.

큐레이터 신종화의 차였다.

강시혁은 사무국장이 자기 상사라는 생각에 자동차 뒷문을 열어주었다.

강시혁은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다.

차내에 여자 둘이 타서 그런지 화장품 냄새와 향수냄새가 진동했다.

그래서 강시혁은 차가 대로변에 나오자 조심스럽게 옆 창문을 조금 열었다.

동빙고동에 도착했다.

문 앞에 자동차 두 대가 서 있었고 대문이 열려져 있었다.

잠바를 입은 중년 남성 두 사람이 마당에 서있었다.

사무국장이 키가 좀 큰 중년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대로 공사는 다 끝났습니다. 세금계산서는 재단 사무국에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했습니다.”

“공사대금 결재는 빨리 되는 거죠?”

“예, 오늘 최종확인하고 빨리 해드릴게요.”

“그리고 제 옆에 있는 분은 보안업체에서 나오신 분입니다. 세콤장치와 CCTV도 다 설치했으니 확인하세요. 모니터는 말씀하신대로 지하에 설치했습니다.”

“아이고, 수고하셨네요.”

“삼방산업 공무팀과 안전관리실에서 어제 나와 다 확인하고 가셨습니다.”

“예, 그분들하고 통화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나온 것 아닙니까. 호호.”

강시혁은 이 중년 남자가 한 사람은 공사를 한 인테리어 업체 사장이고 한 사람은 보안업체 사장인 것을 알았다.

이들의 안내로 집을 구경했다.

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할머니가 쓰시던 집이라 전에는 우중충했는데 지금은 아주 산뜻했다.

진짜 영빈관처럼 보였다. 강시혁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뻔하였다.

[히야, 돈을 바르니까 역시 좋긴 좋군.]

인테리어 업체 사장이 뒷짐을 지고 따라다니면서 설명했다.

“거실 벽과 2층 각방의 자재는 최고급으로 썼습니다. 돈은 좀 들었지만 돈 들인 만큼 모든 게 살아나지 않았습니까?”

옆에서 보안업체 사장인지 부장인지 하는 사람도 한마디 했다.

“배우들도 얼굴에 돈 발라놓으면 완전히 딴 모습이 되지 않습니까. 하하.”

이 말에 사무국장이 대답은 하지 않고 얼굴을 찌푸렸다.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날따라 사무국장과 큐레이터는 화장을 좀 짙게 했었다.

지하실에도 내려가 보았다.

모니터가 여기에 있었다.

평소에 영빈관 손님이 들지 않을 때 강시혁의 주 근무처가 되는 장소 같았다.

강시혁이 말했다.

“여기 관리실 장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으면 좋겠는데요.”

“여기 담당하실 분입니까? 알려드리고 가죠. 아파트 관리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점검이 모두 끝났다.

사무국장이 말했다.

“그럼 강시혁 씨는 오늘부터 근무하세요. 관리실 운영방법과 잠금장치 같은 것은 이분들에게 잘 인계 받으세요.”

“알겠습니다. 국장님.”

“그리고 가구는 내일 들어올 겁니다. 내일은 제가 안 나오고 큐레이터 신종화씨가 와서 배치 같은 것을 할 겁니다.”

“저.... 그런데 지하 관리실에 책상이 하나 있었으면 합니다.”

“강시혁씨가 사용하실 책상 말입니까? 그것도 내일 다 같이 들어올 겁니다. 의자까지 들어오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무국의 설운동 대리가 승합차 이야기 안합니까?”

“아, 승합차는 카니발을 장기 렌트해서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그럼 우리는 가겠습니다.”

여자 두 명은 문화재단 사무실로 돌아가겠다고 기아K7에 올라탔다.

인테리어업체 사장과 보안업체 사장과 강시혁이 뒤따라 나와 인사를 했다.

여자 2명이 탄 자동차 뒤꽁무니를 향하여 남자 3명이 공손히 인사했다.

강시혁은 인테리어 업체 사장에게 대문과 현관 등 전자 시건장치에 대한 비밀번호 등을 인수 받았다.

사장이 이런 것을 인계하며 말했다.

“비밀번호는 나중에 담당자분이 바꾸셔도 됩니다.”

보안업체 사장에게도 관리실 운영요령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필요한 것은 메모를 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장님들에게 전화해서 묻겠습니다. 명함 있으면 주시겠습니까?”

두 사람이 명함을 주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나온 사람은 사장이었고 보안업체에서 나온 사람은 부장이었다.

두 사람도 돌아갔다.

이제 이 넓은 집에 강시혁 혼자 남았다.

강시혁은 넓은 잔디 마당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잔디 마당에 뒹굴고 싶었다. 문을 닫아놓으니 완전히 자기의 왕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기분좋게 노래도 불렀다.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불러도 누가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을 나는 돛단배!“

노래를 부르고 나서 혼자 히죽거렸다.

“히히. 여기서는 혼자 생 지랄을 해도 누가 터치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네!”

갑자기 배가 고팠다.

시계를 보았더니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다.

주방으로 가보았지만 아직 냉장고도 없고 식기도 없었다.

[어디 가서 자장면이라도 사먹고 와야겠는데?]

강시혁은 대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왔다.

몬드리안 호텔까지 내려오자 건너편에 막국수집이 있었다. 그래서 여기에서 국수를 한 그릇 사먹었다.

부자 동네라 그런지 국수 한 그릇에 만원이나 받았다. 자기가 살던 수유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수유리가 물가는 싸지. 서민들 살기는 그곳이 좋은데.]

편의점에서 생수와 캔 커피도 샀다.

다시 동빙고동 저택으로 가서 정원에 나와 커피를 마셨다.

정원수를 바라보며 마시니까 신선이 따로 없었다.

눈을 게슴츠레 뜨고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 전화번호가 뜨는데 아직 입력이 안 된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설운동입니다.”

“예? 설운도요?”

“사무국 설운동 대리입니다.”

“아, 대리님! 강시혁입니다.”

“명함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메일 주소를 넣을 거죠?”

명함이라니!

반가운 소식에 귀가 번쩍했다.

“예? 명함요? 이, 이메일주소 당연히 넣어야지요.”

“그럼 이메일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메모 하나 하세요.”

“예, 잠깐요.....  준비 되었습니다.”

“삼방그룹 비서실에 임창영 과장이라고 있습니다. 이분이 의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라도 시간이 되시면 이분에게 가서 인사를 하세요. 회장님 스케줄 관리를 담당하니까요.”

“임창영 과장요? 알겠습니다.”

“전화번호 메모하세요.”

“알겠습니다.”

설운동 대리가 임창영 과장 전화번호를 불러주었다.

“삼방그룹 본사는 어디에 있는지 알죠?”

“을지로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삼방빌딩 12층에 가시면 비서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일 여기 집기가 들어올 거라고 큐레이터 신종화 씨가 말하던데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아, 그렇지. 내일 집기가 들어가지. 그럼 모레 가세요. 명함 나오면 명함 들고 가시면 되겠네. 명함은 특별히 빨리 나오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렌트카도 내일 들어오니까 점검하시고 키 받아 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앞으로 나하고 연락을 자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언제라도 지시할 것이 있으면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강시혁은 설운동 대리와 나이가 비슷하다.

하지만 그는 대리이고 자기는 잡급직이라 지시할 것이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고분고분 해줘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처음에 삼방그룹 영빈관 관리에 대하여 걱정이 많았었다.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관리하나 하고 마음속으로는 걱정했는데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한가할 줄만 알았는데 여기 근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직속 상관격인 설운동 대리나 비서실 임창영 과장이 자기를 갈구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또 오너 가족들은 자기에게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줄까도 생각해 보았다.

[할 수 없지. 이겨 나가야지. 돈 벌기 쉬운 일이 어디 있나? 남의 돈 먹으려면 이런 하찮은 일은 다 이겨나가야지.]

강시혁은 그러면서 집안 안팎을 점검해 보았다.

2층에 있는 각 방에서부터 접견실로 쓰는 거실, 주방, 그리고 지하실의 관리실과 지하실 각방을 점검해 보았다.

지하실 방들도 할머니가 계실 때는 지저분하고 훼손된 곳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깨끗했다. 수유리 원룸은 여기에 비하면 지하실에 있는 화장실만도 못했다.

수유리 원룸을 생각하다가 원룸 주인에게 방을 빼야겠다는 말을 아직 하지 않은 것을 알았다. 주인아줌마에게 전화를 했다.

원룸 주인아줌마는 목욕이라도 하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방을 빼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지방으로 갑자기 가게 되었다는 내용도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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