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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녀의 두 번째 남편-15화 (15/199)

15화 어설픈 M&A 정보 (1)

(15)

후배 변상철이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A일보는 이제 삼방그룹 지원을 많이 받겠는데? 아들놈이 삼방그룹 사위가 되었으니 삼방그룹 광고는 다 따먹게 생겼네.”

“그 대신 삼방에 대한 나쁜 뉴스는 또 A일보가 커버를 해주겠지.“

“사람보고 결혼한 게 아니라 완전히 비즈니스 목적으로 결혼한 것 같네. 삼방의 이영진 상무와 결혼한 A일보 그 자식 소문도 좋지 않던데.”

“무슨 소문이 있는데?”

“오래전 미국서 공부할 때 LSD와 애더럴을 들여오다 인천공항에서 걸린 적이 있었어.”

“그으래? 그런데 LSD는 알겠는데 애더럴은 뭐야?”

“애더럴은 각성제야.”

“각성제? 그러면 그걸 먹으면 각성자가 되는 건가? 슈퍼맨이 약으로도 만들어지는 모양이네.”

“우리나라는 애더럴도 유통은 물론 소지하는 것 일체가 금지되어있어. 단속되면 마약사범으로 바로 빵깐에 가.”

“너는 참 아는 것도 많다.”

“그래서 내 별명이 한때는 변 박사였잖아.”

“새끼, 지랄하고 앉았네. 네 동창 하나가 이태원 클럽에서 춤추는 놈이 있다는 것 내가 다 알아. 한국의 바비 브라운이라는 그놈 말이야. 그놈한테 얻은 정보겠군.”

“아니야, A일보 아들 홍승필이 공항에서 걸린 건 인터넷 뒤져보면 다 나와. 잠깐 기다려봐.”

그러더니 변상철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검색했다.

“뭐해?”

“기다려봐. 홍승필 입력하면 그 사건이 나오는데 안 나오네.”

“야, 술 마셔. 그게 나오겠어? 이제 결혼도 했겠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보도 삭제를 다 시켰겠지. 언론 재벌이 그만한 일 못하겠어?”

“정말 그런 것 같네. 이제 흔적도 보이지 않네.”

“뭐, 과거에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안하고 잘 살면 되겠지. 결혼까지 한 사람이 이제 그런 짓 하겠어?”

“그런데 오늘 홍승필 사장은 산정호수에 안 왔었나?”

“걔도 봤어. 키가 크고 몸매는 날렵하게 생겼던데?”

“사진으로 봐서는 미남형이던데.”

“미남형이긴 한데....... 좀 경박스럽게 보이는 것 같았어. 이영진 상무가 아깝던데.”

“이영진 상무가 모든 걸 다 갖춘 여자이기는 하지.”

“머리, 돈, 인물,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여자지. 정말 나는 오늘 여신을 모시고 가는 것 같았어.”

“그런 사람들은 배우자 고르기도 힘들었을 거야. 우리야 취업만 되면 우리하고 비슷한 년 만나서 살면 되지만 그 사람들은 아니거든.”

“그건 맞아.“

“그 사람들 배우자는 일단 재벌이어야 하고, 학교도 미국 아이비리그 정도는 나와야 하고, 인물도 잘나야 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디 흔한가? 선택의 범위가 좁지.”

“그래서 그 조건에 어느 정도 합당한 사람이 A일보 아들이라고 생각해서 결혼했겠지.”

그러면서 강시혁은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변상철이 강시혁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그럼 두 부부가 이태원 집에 같이 내렸겠네. 집이 엄청나지?”

“집이 아니라 무슨 성 같더라. 성 안에 사는 사람은 부르주아이고 성 밖에 사는 사람은 프롤레타리아지. 그런데 부부가 같이 오지 않고 이영진 상무 혼자 왔어.”

“뭐? 신혼부부가 왜 같이 안와?”

“신문사 아들 홍 사장은 친구들과 별장에서 칵테일을 마신다고 했어. 그래서 이영진 상무가 혼자 올라온 거야.”

“그으래? 친구들과 별장에서 칵테일을 마셔? 그것 좀 수상한데?”

“그게 뭐가 수상하냐. 너나 나나 장가를 갔어도 마누라 제켜놓고 같이 술 마실 수도 있는 것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그러면서 변상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시혁이 삼겹살을 상추에 싸서 먹으며 말했다.

“너한테 좋은 정보 하나 줄까?”

“무슨 정보?”

“돈 버는 정보야.”

“형이나 많이 벌어.“

“산정호수에서 그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 모르지? 바로 기업 M&A 때문에 모인거야.“

“기업 M&A?"

강시혁이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장명건설 알지?“

“알지. 요즘 노사문제로 시끄러운 회사 아니야? 노조원 하나가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시위한다는 것 같던데.”

“바로 그 장명건설 사장이 노사문제가 지긋지긋하여 회사를 판다더라. 그 회사를 사는 문제를 협의하기위해 산정호수에서 모인거야.”

“그런 일을 회사 내 회의실 같은데서 의논하지 왜 멀리 산정호수까지 가서 해?”

“보안 이유 때문이겠지. 산정호수에 놀러간 것처럼 하고 별장인지 팬션인지 하는데 모여 양도양수문제를 협의했겠지.”

“그런데 그게 내가 돈 버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야?”

“이런 바보! 장명건설 같은 작은 회사가 대그룹인 삼방그룹으로 넘어간다면 주가가 올라가겠어? 안 올라가겠어?”

“올라가겠지.”

“그러니 네가 내일부터 장명건설 주식을 매집하면 돈을 번다 이 말씀이야.”

“난, 또 뭐라고. 안 해. 형이나 해.”

“야, 이런 기회는 자주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투자할 돈도 없어. 엄마한테 매월 용돈 타 쓰는 백수가 무슨 주식 투자를 해.”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리고 장명건설을 삼방에서 확실히 인수했다고 결정한 것도 아니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결정되었다고 보도가 될 땐 이미 늦어. 주식은 소문에 사고 보도가 나오면 팔라는 말이 있어.”

“어디서 얻어들은 말은 있어가지고. 그러지 말고 우리 답답한데 점이나 보러 가지. 미아리 고개에 족집게 점쟁이가 있다는데 한번 가볼래? 우리 엄마가 가보고선 바로 반한 점쟁이가 있어서 그래.”

“글쎄. 그런 것 믿을 수 있나.“

“재미로 보는 거지. 내가 언제 경찰시험에 합격하고 형이 언제 돈을 버는지 한번 보러가자. 다음 주 일요일 같이 가. 혼자는 쪽 팔려서 못가겠어.”

“그럼 다음 주는 네가 술을 살래?”

“사지. 미아리에서 점보고 대학로에 가서 술 한 잔 살게. 대학로 극장 연극표도 얻어올까? 내가 아는 친구 연극하는 애가 있어.”

“너는 딴따라 친구들도 많다. 이태원에서 이상한 춤을 추는 친구도 있고 대학로에서 연극하는 놈도 있으니 말이야. 그놈들은 다 밥 먹고 사냐?”

“나나 형보다는 다 나아. 집안들이 괜찮거든.”

“연극은 안 봐. 내 취향이 아니야. 그날 그럼 점이나 보고 대학로에 가서 술이나 마시자.”

“알았어. 형. 내가 나중에 문자줄게.“

둘이 앉아 소주를 네 병이나 깠다.

일어설 때는 취하여 몸이 흔들거렸다.

후배 변상철은 1호선을 타고 자기가 사는 이문동 아파트로 갔고 강시혁은 4호선을 타고 수유역으로 갔다.

강시혁은 자기가 사는 원룸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술이 취하니 이상하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다.

집에가서 발을 씻고 혼자 식탁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헤어진 아내 심은혜가 생각났다.

심은혜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해 같이 아이스크림을 까먹던 때가 엊그제같이 느껴졌다.

강시혁이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따듯한 기운이 올라오니 또 심은혜가 생각났다.

심은혜가 자기에게 대들고 엄마에게까지 대들던 생각이 나자 잘 헤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쯤 박 과장이란 놈과 부둥켜안고 자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로 인간적 배신감이 들었다.

여자들이란 모두 앙큼한 년들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건 심은혜와 헤어질 때 심은혜가 한말 때문이었다.

심은혜는 분명 헤어질 때 이제 남자라면 지긋지긋해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헤어진 지 석 달도 못되어 박 과장과 붙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강시혁은 그러다가 오늘 본 삼방그룹의 이영진 상무가 생각났다.

천상 여자같은 교양인이라 심은혜처럼 남자에게 함부로 악담을 퍼 붙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언제나 나긋나긋하고 조신한 사람으로 보았다.

거기다가 아이돌 급 미모와 서울대를 다녔던 수재라 그런 여자와 사는 신문사 홍 사장이 부러웠다.

홍 사장도 지금쯤 친구들과 칵테일을 마시고 기사가 운전하는 벤츠마이바흐를 타고 이태원집으로 왔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둘이 껴안고 잠자리에 들었겠지.]

강시혁은 싸구려 원룸에 혼자 있는 자기 신세가 처량했다.

괜히 눈물이 흘렀다.

정말 이번 일요일엔 미아리 고개에 가서 점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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