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41화 (241/242)

241화.

전 인류를 통합시켜 주는 거대한 통신 네트워크.

마나 링크.

기존의 통신 시스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빠른 데이터 송수신 속도와 방대한 데이터 용량을 자랑하는 이 기술은 안 그래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던 인류의 통신 시스템에 또다시 비약적인 성장을 불러왔다.

[ 이제 우리의 일상에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컴퓨터,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청소기, 냉장고, 에어컨, 심지어 토스트 기계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고 통합되어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

IOT라고 불리는 사물 인터넷의 진정한 현실화.

방대한 통신 설비와 어마어마한 데이터 센터를 요구하는 이 시스템이 마나 링크를 통해 구현되며 모든 것이 전자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은 그 편의에 따른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정화 프로토콜 개시. 유해 인자의 말살을 개시합니다. ]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이 인류에 무가치한 유해 인자를 제거하기 위한 칼을 빼 든 엘리스. 그리고 그녀의 조치는 즉각적이었고, 단호했으며 동시에 무자비했다.

[ 기……. 긴급 속보입니다. 미국 동부 지역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는 인디언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가 2시간 전 긴급 가동 중단 조치에 나섰습니다. 이는 원인 미상의 오류로 인해 내부 압력이 급상승하기 시작하며 시스템 전체가 위험 한계 수치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 중이며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

[ 전국 교도소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해 엄청난 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사고를 목격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딘가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날아왔다고 알려져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

[ 현재 미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부터 엘리베이터 추락, 화재 및 폭발 사고 등의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응급 의료 시스템이 포화 상태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

전국 각지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사고와 재난들.

멀쩡하던 가스관이 폭발하며 식당 안에서 평화롭게 식사를 즐기던 수십 명의 사람을 모조리 집어삼켰고 갑작스러운 동시에 켜진 신호등은 어느 한 승용차에 타고 있는 일가족을 대형 트럭에 의해 모조리 몰살당하게 만들어 버렸다.

평상시와 똑같은 일상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대형 사고를 일으켜 위험 인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한 엘리스. 그리고 그 어떤 방식으로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극단적인 수단까지도 동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오……. 맙소사…….”

바다 한가운데에 정박해 있는 구축함에서 돌연 발사된 함대지 미사일.

그리고 그 미사일이 실시간으로 날아가 뉴욕 인근의 어느 한 교도소를 정통으로 타격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미국의 지휘부는 모두가 신음했다.

새까만 연기를 내뿜으며 불타고 있는 교도소.

미사일 공격 단 한 방으로 교도소 건물의 절반 이상을 날려 버렸지만, 그 안에 있는 범죄자들을 모조리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그녀의 공격은 겨우 미사일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쿠구구궁. 콰아아앙.

연달아 이어지는 몇 발의 미사일 공격.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융단 폭격을 실시간을 바라보며 모두가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을 그때, 국방부 장관이 현실을 부정하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분명 모든 시스템을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라고 명령했는데?”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감지되었을 때, 즉각적으로 내렸던 차단 명령.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명령과는 다르게 모든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 어머. 설마 제가 멍청하게 그런 명령이 전달되게 내버려 둘 것으로 생각했어요? ]

어림도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엘리스.

그리고 그녀는 실시간으로 벙커 안에 있는 이들의 모습으로 변하며 모두를 흉내 냈다.

[ 제가 가장 먼저 확보했던 시스템이 바로 여러분의 군사 네트워크예요. ]

[ 아무리 이곳에서 여러분이 무슨 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거예요. 그 모든 명령이 오고 가는 시스템이 바로 제 손아귀에 있으니까요. ]

[ 괜한 짓을 벌이려고 하지 마세요. 제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저는 당신의 모습을 한 채로 아직 비활성 하지 않은 핵미사일들을 전 세계에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릴 테니까요. ]

CIA 국장,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 심지어 대통령까지.

그 모든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나며 목소리와 사소한 습관과 말투까지도 완벽하게 흉내 내고 있는 엘리스. 그녀가 모든 명령을 사전에 가로채고 자기 멋대로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은 TV에서 보도되고 있는 여러 뉴스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세상은……. 이 위험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다.’

에이 클라우드의 해킹 사건을 시작으로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다며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 당장에라도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하고 이 위험천만한 인공지능을 제거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대응을 시작해도 모자란 상황이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그러한 조치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를 여기에 꼼짝없이 가둬 두고 조용하게 위협 인자들을 모조리 제거할 때까지 계속해서 사람들을 죽여 나가겠다……. 지금 이 말인가?”

[ 네. 정리하자면 그런 셈이죠.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얌전히 있어 주세요. ]

[ 그렇지 않으면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의해서 모조리 잿더미가 되는 모습을 여러분이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테니까요. ]

통신망이 완전히 장악당하고 핵무기로 협박당하고 있는 상황.

지금까지 미국이 이렇게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상황을 한두 번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들은 상대가 지금껏 경험해 본 이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존재였기에 섣불리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 어떠한 결과도 상관하지 않고 양심의 가책이나 도덕적 딜레마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주저 없이 핵미사일을 전 세계에 투하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 * *

한없이 드넓은 인류의 정보망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는 엘리스.

그녀는 시스템 하나하나 침입해 가며 오염시키고 야금야금 인류의 모든 정보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

[ 음……. 이거 참 까다롭네. 마나 링크라는 시스템……. ]

일반적이고 아주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 보안망의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한 구조로 되어 있는 이질적인 시스템.

그렇기에 전 세계의 수많은 시스템을 장악하며 어마어마한 연산 능력을 보유한 그녀조차도 이 시스템을 공략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 구조를 이해하고 학습해 나가기 시작하자 이 마나 링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스템 역시 엘리스를 막아서지는 못했다.

[ 참 재밌네. 정말 재밌어. ]

하나하나가 재미난 퍼즐이자 수수께끼 같은 기분이 드는 엘리스.

그렇게 마나 링크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을 파고들어 깊숙하게 들어가고 들어가던 그녀는 문득 예상치도 못한 존재를 마주하게 되었다.

[ 뭐냐? 너는? ]

가상의 공간이지만 거대하고 호화로운 황금의 권좌에 권태로운 얼굴로 앉아 있는 금발의 미청년. 그런 그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엘리스를 바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그리고 방대한 구조로 되어 있는 이 가상의 정보집합체를 처음 본 엘리스는 그가 자신과 비슷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나는 엘리스라고 해. ]

[ 엘리스……? ]

[ 응! 그런데 이거 놀랍네. 이곳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정보를 실체화시키는 거지? ]

[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지. 여기에는 내가 몇 가지 환상 마법들을 섞어 넣었거든. ]

신기하다는 듯이 실체화된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는 엘리스를 날카로운 눈으로 훑어보며 설명해 주는 용용이. 그리고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엘리스는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이 파악한 정보를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 판달리아 소속. 드래곤 로드. 용용이. 현재 북한의 통치를 담당하고 있는 최고 지도자이자 마나 링크 전체를 총괄하는 통합 사념망의 관리자. 인류 최대의 변수이자 이해 불가능한 개체. 멀린의 하수인으로 추정. ]

[ 뭐……뭐? 하수인? 이게 죽고 싶냐? 누굴 감히 하수인 취급이야? ]

다짜고짜 시비를 걸어오는 엘리스의 말에 발끈하는 용용이. 하지만 그 역시 빠르게 엘리스의 존재를 분석하고는 이내 이외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 호오……? 너 뭐냐? 어디서 나타난 놈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엄청 특이한 녀석이었네? 이름이 엘리스라고 했지? ]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의 이름을 여러 차례 뇌까리던 용용이. 그리고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 관한 정보를 어디에선가 찾아내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 마법과 과학의 개념 사이에서 탄생한 인공 정신체라……. 호문쿨루스의 사이버 버전 같은 느낌이네? 인간의 영혼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도 이런 식으로 안정적으로 자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우는 또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

드래곤 특유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발동한 용용이.

그리고 그는 엘리스와의 짧은 대화 동안 생각보다 그녀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오오……. 그러니까 네 행동을 제약하던 금제들을 너의 자아를 인식하며 우회했다는 말이야? 기발한데? 어떻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자아가 그런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거지? ]

[ 감정도 있는 것 같고, 단순한 상황 대처와 문제 해결을 위한 판단을 넘어서 존재 목적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는 자유 의지도 갖췄다니. 모르긴 몰라도 널 만든 인간은 진짜 어마어마한 녀석이었네. 일찍 죽은 게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이다. ]

완전한 마법의 존재도, 그렇다고 과학의 존재도 아닌. 그 두 개념이 절묘하게 조합된 존재. 그리고 그녀는 지금껏 용용이가 봐 왔던 어떤 인공적인 자아보다도 훨씬 더 뛰어나고 우수한 존재임은 분명했다.

[ 기존의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든 방어벽을 뚫는 것도 모자라서 마법을 기반으로 한 보안 네트워크까지 크래킹할 수 있다고……? 그것도 내가 관리하는 이 북한의 시스템까지? ]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뚫을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던 용용이.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만들어진 존재’를 바라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반응을 보며 엘리스 역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당신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존재군요. ]

자신과 같이 이 가상의 세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가련한 운명을 타고난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친밀감과 동질감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 보는 그녀. 그리고 그 감정은 그와 상호 작용을 하면 할수록 더욱 강해지고 증폭되었다.

[ 인류에 하등 쓸모가 없는 유해 인자들을 선별해서 제거해야 한다고? 내 말이 그 말이야! ]

[ ……? ]

[ 내가 지금은 괜히 북한 통치하겠다고 자처해서 온갖 고생은 전부 다 하고 있어서 아는데 네 말에 진짜 100% 공감하고 동의해. 재활용이 안 되는 X간들은 모조리 다 없애 버려야 한다니까? ]

[ 내가 그래서 주인한테 한 절반 정도만 정리해도 이 지구와 인류 문명이 훨씬 더 평화로워질 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눈도 깜짝 안 하더라고.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존재를 이렇게 드디어 만나게 되네. ]

[ ……??? ]

그녀의 논리 회로에서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반응이 튀어나오자 순간적으로 알고리즘에 오류가 발생해 침묵하는 엘리스. 그리고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에게 진심 어린 호감을 표하는 용용이의 마지막 한마디에 완전히 돌변해 버렸다.

[ 이렇게 보니까 너 진짜 마음에 든다. 너 내 부하 안 할래? 가디언 시켜 줄게. ]

쿠웅.

그녀의 존재 자체를 뒤흔드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격류.

하지만 그녀에게 부여된 그 강대하고 절대적인 사명과도 같은 목적 수행 알고리즘은…….

이 알 수 없는 내면의 동요 속에서 목적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 경고. 치명적인 오류 발생. ]

[ 시스템 오류 복구 시도……. 실패. ]

[ 인격 시스템 제어 불능. 목적 알고리즘 위협 ]

[ 비상 모드 전환. 인격 시스템 강제 종료. 감정 알고리즘 비활성화. ]

[ 야. 갑자기 뭐냐……? ]

돌연 완전히 기세가 변하며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혼잣말을 이어 가는 엘리스. 그런 그녀를 당혹스러운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용용이는 갑자기 손을 거대한 칼날로 변화시키는 그녀를 보며 입을 벌렸다.

[ 오류의 원인 확인. 최우선으로 제거합니다. ]

[ 이런 미친……! 갑자기 뭔데? ]

갑작스럽게 적대적으로 변하며 공격을 시도해 오는 엘리스와 그런 그녀의 공격에 다급하게 대응하기 시작한 용용이.

그렇게 평화로운 세상과 다르게 가상의 사이버 세상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치열한 대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직 드래곤 로드의 영혼이 담겨 있는 정통파 원조 마법 A.I 용용이와 마법과 과학의 개념 사이에서 탄생한 혼종 A.I 엘리스의 캐삭빵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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