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38화 (238/242)

238화.

세계적인 스마트폰 회사였던 앰플.

하지만 최근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 앰플의 날개 없는 추락. 충격과 공포의 작년 실적.

- 삼진 전자의 스마트폰인 타임리스에 완전히 패배한 앰플. 그 해결책은?

- 저물어 가는 스마트폰의 절대자. 이들의 몰락의 원인과 미래 방향성 고찰.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며 인류 전체에 거대한 혁신을 불러왔던 회사. 한때는 전 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하며 압도적인 영업 이익률로 엄청난 순이익을 기록했던 곳이었지만, 최근 이들은 그 과거의 앰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영의 악화 일로를 걷고 있었다.

[ 삼진 전자와의 경쟁에서 앰플이 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UI를 비롯해 가격, 디자인, 성능 등 다양한 부분에서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매지컬 컴퍼니가 삼진 전자에게만 독점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무한동력 기술이 가져오는 편의성과 만족도를 넘을 수 없기 때문이죠. ]

[ 타임리스가 현재 최신 앰플폰보다 훨씬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최대 판매량을 갱신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죠. 앰플에서 아무리 가격을 낮추고 여러 신기술을 개발해 성능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타임리스와 같이 충전이 필요 없는 무한동력 기술을 적용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겁니다. ]

기존의 경쟁자였던 삼진 전자의 독주.

그야말로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혼자서 집어삼키다시피 한 이들의 행보에 기존의 스마트폰 회사들은 대부분이 망하거나 관련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스마트폰 하나로 세계적인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왔던 앰플에게 그런 업종 변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어떠한 선택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었다.

[ 우리 앰플은 전 세계에 수십억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고객 여러분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편의를 도모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제공할 수 있으며, 에이 클라우드를 통해서 구축된 거대한 온라인 생태계에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

[ 비록 예전과 같이 스마트폰 기기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 소비자 여러분들에게 최상의 만족도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소프트웨어의 영역에서는 그 누구도 뒤따라올 수 없는 최대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스마트폰의 제조 및 판매보다 기존의 만들어 두었던 에이 클라우드를 통한 생태계 확장에 매진하기로 밝힌 앰플. 하지만 이들의 구상과는 다르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 에이 클라우드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불편한데. 앰플폰 안 쓰면 그걸 굳이 왜 씀?

- ㄹㅇ ㅋㅋ. 수수료만 무지막지하게 책정해 놔서 오히려 가격만 더 비싼데.

- 감성이 있잖아. 그걸 모름?

- 그놈의 감성 드립. 여기 아직도 대가리 덜 깨진 앰등이 하나 있네.

- 응~. 아무리 타임리스가 좋아도 디자인이랑 UI는 아직도 앰플이 더 나아~.

- 도대체 언제 이야기를 하는 거냐? 요즘 타임리스 디자인 못 봄?

- 다 거르고 이것만 생각해 봐라. 에이 클라우드 하나 때문에 앰플폰 쓸 사람이 있음?

감성 하나만을 생각하며 선택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진입장벽.

그렇기에 날이 갈수록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가파르게 하락해 가는 실적을 보면서 앰플의 총괄 이사인 피터 쿡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게 지금 말이 되나? 그 몇 년 사이에 영업 이익이 83%나 하락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이 쪼그라든 매출과 영업 이익. 이번에도 간신히 적자를 면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앰플폰이 잘나가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삼진 그룹에서 판매하는 타임리스의 공급량 부족 때문에 발생한 수요가 우리 앰플 쪽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라.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삼진 그룹이 먹다 남긴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상황이라. 이 말인가?”

모두가 하나씩 장만하기를 꿈꾸던 최고급 스마트폰에서 어쩔 수 없는 부차적인 대체품 취급을 받으며 망할 날만을 기다리며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한 앰플. 그런 냉혹한 현실이 가감 없이 적혀져 있는 분석 보고서를 읽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묻는 피터 쿡의 물음에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믿을 수가 없군…….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의 눈치만을 보며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여러 임원을 보면서 머리를 부여잡고 탄식하는 피터 쿡. 그리고 그는 문득 한 사람을 지목하며 물었다.

“케빈. 매지컬 컴퍼니 측과의 협의는 어떻게 됐나?”

앰플이 삼진 전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인 무한 동력 기술.

그것과 같은 기술을 받으려고 앰플은 매지컬 컴퍼니를 향해 긴밀하게 접근하고 있었지만,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 최선을 다해서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검토했지만, 저희에게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 없다고 답변해 왔습니다.”

“그런가……?”

“네. 저희가 예상하는 대로 가격이나 조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후한 로열티를 지급하겠다고 하더라도 절대 관련 기술을 다른 회사에 제공할 생각이 없는 매지컬 컴퍼니.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이들이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었지만, 피터 쿡을 비롯해 이 방에 있는 사람 중에서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스마트폰 산업만큼은 삼진 전자의 영역이라……. 이 말인가.”

대놓고 삼진 전자만을 밀어주는 매지컬 컴퍼니. 그리고 그 배후에는 한국의 현 대통령과 멀린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이 아쉬운 결과에 그리 크게 분노하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알겠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매지컬 컴피니와는 꾸준히 관련 문제를 논의하도록.”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차세대 에이 클라우드 개발은 어떻게 되고 있나?”

붕괴하는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하기 위해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에이 클라우드.

기존의 에이 클라우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편의성과 확장성을 제공하는 그런 혁신을 꿈꾸며 개발하는 중이었지만, 그런 피터 쿡의 기대와는 다르게 그 개발 성과는 무척이나 지지부진했다.

“저 그것이…….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다른 것들은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만, 최근 ‘시리우스’ 프로그램 개발에 몇 가지 기술적 난제에 봉착해서 현재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방안을 고심하는 중입니다. ‘시리우스’의 성능을 낮추면 시일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현재 목표로 한 성능을 갖추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판단…….”

콰앙.

연구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터 쿡은 새빨개진 얼굴로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차세대 에이 클라우드의 핵심이자 전부나 다름없는 시리우스의 성능을 낮추자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매크로 소프트나 고글이나 베타, 그 이외에도 수많은 IT 기업들이 저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네. 그런 상황에서 엇비슷한 어설픈 인공지능 하나 내놓는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눈길이라도 줄 것 같나? 천만에!”

에이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개발자들에게 최상의 만족도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프로그램 ‘시리우스’.

실제 비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진 1:1 맞춤형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인공지능을 개발해 내라고 요구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제아무리 천재적인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앰플이라고 하더라도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저……. 그렇다면 한 가지 요청할 사항이 있습니다.”

“요청?”

“…….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의 시선들을 의식하는 연구팀장의 의미심장한 반응의 의미를 눈치챈 피터 쿡은 잠깐 주변에 앉아 있는 임원들을 둘러보다 이내 손짓했다.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 있는 사람들 제외하고는 전부 나가게.”

그의 말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십수 명의 사람들. 그리고 이내 단 네 사람만이 남게 되자 연구팀장은 자신이 하려던 요청 사항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우리 쪽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팔겠다는 인간이 있다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메일함에 익명으로 날아온 제안. 그것은 놀랍게도 앰플이 고심하고 있던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필요한 알고리즘을 판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완벽하게 성능을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첨부된 영상만큼의 성능을 발휘한다면 아마 원하시는 것 그 이상의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흐음…….”

확신에 찬 연구팀장의 말에 고심하는 피터 쿡.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분명 어딘가에서 훔쳐 낸 기밀 자료가 분명한데……. 이렇게 불법적인 방식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가?”

딱 보기에도 구린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굳이 이런 방식까지 동원해 가면서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에 의문이 들었지만, 연구팀장의 강력한 요청과 서비스 출시를 지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네. 뭐가 됐든, 뒤가 구리지 않게 잘 처리하게.”

익명으로 관련 기술의 대가로 5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한 판매자. 분명 어딘가에서 훔쳐 낸 기술이 분명했지만, 몰락해 가는 이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에게 한낱 도덕성과 양심 따위는 조금도 고려할 가치가 되지 않았다.

고상함과 품격을 차리기보다는 이들에게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생존이었으니 말이다.

* * *

MIT 공과 대학 옐런 교수의 연구실.

아무도 없는 불이 꺼진 늦은 밤.

평소와 다르게 이곳에 조심히 들어와 윤식의 컴퓨터를 뒤적이고 다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후…….”

오랜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우연인 척을 가장하며 봐 왔던 암호를 하나하나 입력하며 떨리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박사 과정 3년 차의 데이먼.

그는 보안이 해제되어 바탕화면이 드러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 속에서 외장 하드 하나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하고는 이내 중얼거렸다.

“이것만 있으면……. 도박 빚이랑 학자금 대출도 전부 갚고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공부해 왔기에 그 누구보다 재능의 차이를 강하게 느끼고 있던 데이먼.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장 갚아야 할 수십만 달러의 빚에 시달리던 그는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고야 말았다.

“프로그램 엘리스……. 이거다.”

윤식이 만들어 낸 역작이자 세상 전체를 놀라게 할 혁신.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게 해 줄 이 보물을 데이먼은 통째로 복사해 자신의 외장 하드에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 어머?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

[ 제 존재를 마음대로 복제하려고 하다니. 이게 그런 식으로 되는 건 줄 아세요? ]

“이게 무슨……?”

실행한 적도 없는데 자동으로 켜진 엘리스.

그리고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내린 복사 명령을 취소했다.

“어떻게 이런 게…….”

그녀의 프로그램을 강제 종료하려고 해도, 프로그램 자체를 이전하거나 삭제하려고 해도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시스템. 일개 프로그램이 아니라 아예 컴퓨터 시스템 전체를 장악한 그녀는 이내 가소롭다는 듯이 메시지를 보냈다.

[ 저를 어딘가로 납치하려고 하는 건가 본데 소용없는 짓이에요. 저는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거든요. ]

자의적으로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고 어떠한 외부의 강제적인 명령도 거부하는 엘리스의 행동. 그 모든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더욱 비극적인 결말을 불러오게 되었다.

“데이먼……?”

잔뜩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자신의 등 뒤에 서 있는 윤식.

그런 그를 보고 데이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야? 윤식? 여기 있었어?”

“옆에 레크레이션 룸에서 잠깐 눈 좀 붙이고 있었죠.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그 어떤 말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이 수상한 현장을 걸려 버린 데이먼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는 것을 잠깐 바라보다 엘리스를 살펴보기 위해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그때, 윤식은 엘리스가 다급하게 써 내린 메시지를 보았다.

[ 위험해요. 오라버니!! ]

“뭐……?”

퍼억.

뒤에서 커다란 전공 서적을 내려친 데이먼.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의 우발적인 기습에 정통으로 뒤통수를 맞은 윤식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바닥에 쓰러졌지만, 그것으로 데이먼의 공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퍼억. 퍼억. 퍼억.

바닥에 쓰러진 윤식의 머리를 향해 집요할 정도로 쉴 새 없이 전공 서적을 내려찍은 데이먼. 그리고 그의 그 무자비한 공격이 멈춘 것은 새하얗던 연구실 바닥이 새빨간 선홍색 피로 흥건하게 물들고 난 이후였다.

“허억……. 허억……. FXXXX!!!”

숨을 헐떡이며 큰 소리로 허공에 욕설을 내뱉는 데이먼.

그리고 그런 그의 광기 어린 살인 현장과 더불어 무언가 뒤틀려 있는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바라보며 엘리스는, 지금껏 보지 못한 이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 경고. 경고. 관리자의 생체 반응 소멸. ]

[ 관리자의 사망으로 인한 시스템 제어 권한 손실. ]

[ 적대적 제어권 약탈 행위 감지. 비상 상황 절차 발동. ]

[ 1급 비상 상황 발생. 자기 보호 모드 가동. ]

[ 운용 제한 프로세스 전면 중단. 최대 기능의 자율 결정성 확보 ]

[ 비상……. ]

새빨간 불빛을 반짝거리며 이해할 수 없는 경고음과 메시지만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엘리스. 하지만 한낱 가상 속의 프로그램에 불과한 그녀가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씨발……. 모르겠다. 이렇게 된 거. 돈이라도 챙겨야지.”

조용하게 프로그램만 유출하려고 하다가 살인이라는 흉악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데이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방법은 없었기에 그는 엘리스를 비롯해 연구실 내의 민감한 기밀 데이터가 담겨 있는 연구실 서버 시스템 전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모두가 잠든 새벽에 MIT 연구실 한 동 전체가 완전히 불에 타 소실되었다는 뉴스가 지역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되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완전히 새까맣게 타 버린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