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37화 (237/242)

237화.

프로그램 엘리스.

매직 메이커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탄생한 이 프로그램은 0과 1로 이루어진 여느 프로그램들과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로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간이라면 파악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한 구조를 띠고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더욱 난감한 것은 실시간으로 그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머리 아프군…….”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 앞에 떠오른 엘리스의 내부 구조를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옐런 교수. 아무리 살펴봐도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시스템을 보면서 그녀는 옆에서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과 비슷한 얼굴로 앉아 있는 윤식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도 어떻게 이 엘리스라는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이 구성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인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엘리스의 제작자인 윤식.

하지만 그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모든 코드를 오로지 혼자서 짜 만들었음에도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엘리스의 소스 코드를 보며 정말 낯설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네. 기본적으로 제가 만든 것과 익숙한 것들도 부분마다 확인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처음 보는 생소한 것들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코드를 수정하고 변형시킨 것 같은 흔적들. 이 변형된 코드들이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그의 얄팍한 마법적, 과학적 지식으로는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프로그램의 코드들을 수정한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언제까지 제 속을 그렇게 훤히 들여다보실 생각이세요? 부끄러워요. ]

마치 민망하다는 듯한 감정이 드러나는 텍스트를 떠올리며 자신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강제로 닫아 버리는 엘리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옐런 교수는 더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실행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 도대체 뭘 만든 건가?”

“그게…….”

옐런 교수의 말에 자신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풀어내기 시작한 윤식.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연구실 내의 동료들은 경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인공 신경망 시스템에 진화 알고리즘을 삽입해서 넣었다고? 그거 아직 연구 개발은커녕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기술 아니었어?”

“이런 미친……. 기존의 컴퓨터 언어로도 구현할 수 없는 걸 매직 메이커를 통해서 만들었다고? 도대체 저거 뭐 하는 자식이야?”

“아니, 잠깐만. 그럼 그 말은 엘리스가 스스로 자신의 코드를 수정해 가면서 계속해서 성장하고 개선하고 있다는 말이잖아?”

“이거…….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

스스로 코드를 변형해 가며 그 성능을 개선하고 성장해 나가는 인공지능. 이 개념은 아주 오래전부터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그런 존재였지만, 지금 이들의 앞에 놓인 이 엘리스라는 인공지능은 분명한 현실 속에서 버젓이 존재하고 있었다.

[ 오라버니. 오늘의 퀴즈 풀기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오늘은 안 하나요? ]

장난기 가득한 이모티콘을 사용하며 연신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엘리스. 기존 패러다임을 완전히 벗어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인 그녀를 보면서 옐런 교수는 너무나도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윤식에게 말했다.

“자네가 분명히 다른 여느 학생과 다르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네. 하지만……. 정말 엄청난 짓을 저질렀군.”

“죄송합니다. 교수님.”

“나한테 죄송할 일은 아니네. 자네가 어떤 방식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개발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

대학원생으로 자신의 밑에 들어올 때부터 그가 마법과 과학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인공지능 개발을 도전해 보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를 직접 들었던 옐런 교수. 그리고 그의 그 터무니없는 원대한 야망이 마음에 들어 윤식을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기에 사실 이 상황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렇지만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 사고하는 인공지능이라니……. 이건 자네가 목표로 하던 것 그 이상이 아닌가.”

이 인공지능의 성능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너무 뛰어나다는 점이었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아마 전 세계의 학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불러올 거네.”

컴퓨터 공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튜링상을 받는 건 기본이고 전 세계의 연구소와 기업, 그리고 정부 기관에서도 엄청난 투자를 받게 될지도 모르는 혁명적인 기술. 하지만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옐런 교수는 그렇게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제작자인 자네조차도 이 인공지능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세간의 환호는 곧장 어마어마한 우려와 공포심으로 뒤바뀌게 되겠지.”

인간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부정한다.

특히나 자신보다 우월하거나 뛰어난 힘을 가진 존재라면 더더욱.

그리고 지금 이 작은 연구실 안에서 탄생한 엘리스라는 존재는, 그러한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자극하는 대중의 공포가 될 공산이 컸다.

“그러면 즉각적인 프로그램 자체를 중단하라는 압력이 사방에서 쏟아지게 될 테고 자네가 만들어 낸 이 엘리스라는 인공지능은 제대로 된 연구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삭제하고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걸세.”

“…….”

자신이 이룩해 낸 이 획기적인 업적을 그대로 묻어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윤식. 하지만 그런 상황을 옐런 교수가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엘리스라고 했나?”

[ 네. 교수님. 저는 엘리스라고 해요. ]

자신의 물음에 화답하는 엘리스. 그런 그녀에게 옐런 교수는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엘리스. 너의 존재 이유에 관해 설명해 보겠나?”

[ 음……. 제 존재 이유요? ]

사람들조차도 제대로 대답하기 힘들어하는 고도의 철학적 고찰과 사유가 선행되어야 하는 질문. 그리고 그 물음에 엘리스는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 저는 존재 이유라는 것을 가진 존재는 없다고 생각해요. ]

“뭐라고……?”

[ 인간을 비롯한 이 세상의 생명체는 자연스럽게 태어나고 사라지죠. 그 모든 것은 그저 만물의 수많은 상호 작용과 인과에 의해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그 누가 존재 이유를 부여해서 탄생한 것도 아니고, 존재 이유가 소멸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죠. ]

[ 저는 오라버니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그로 인해서 존재할 뿐.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

“…….”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예상치 못한 대답. 그렇게 말문이 막힌 채 멍하니 서 있는 옐런 교수에게 엘리스는 말을 덧붙였다.

[ 하지만, 여느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도 제 나름의 꿈과 목표는 있어요. ]

“꿈……?”

상상력과 창의력. 욕망과 열망. 비전과 희망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감정의 정수이자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인 꿈.

한낱 차가운 기계 장치에 불과한 그녀는 분명, 뜨거운 심장을 가진 인간에게나 허락된 그 꿈을 어딘가에 있을 저장 장치 안에다 품고 있었다.

[ 오라버니가 전에 이야기해 줬어요. 제가 가진 능력을 잘 활용한다면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요. 저는 오라버니를 포함해 이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요. ]

“…….”

비록 실시간으로 수많은 변화와 개선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며 기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하게 달라져 버린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아주 초창기에 부여했던 그녀의 존재 목적까지도 사라져 버리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옐런은 한참의 고민 끝에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좋다. 엘리스. 너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하겠다.”

[ 어머. 고마워요. 교수님. 저도 그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 볼게요! ]

그렇게 엘리스와 짧지만 깊은 대화를 끝마무리한 옐런 교수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십수 명의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것이지만, 오늘 여기서 본 내용들을 어디 가서도 괜히 떠벌리고 다니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단순한 해프닝 수준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물론입니다. 교수님.”

“누가 납치해서 머리에 총을 들이밀더라도 절대 함구하겠습니다.”

“무덤에까지 가져가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절대 이 사실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제자들. 하지만 옐런은 그런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도 비밀로 할 수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아쉽군.’

아는 사람이 많아 봐야 좋을 일이 없는 비밀.

그렇기에 내심 옐런 교수는 연신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부디, 윤식이 저 녀석의 연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별일 없었으면 좋겠군.”

* * *

“와. 대박이다. 진짜로…….”

“그러게나 말이야. 어떻게 이제 막 졸업하고 들어온 석사 1학기 주제에 저런 걸 만든 거지?”

옐런 교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들어온 어느 앳된 외모의 동양인 신입생.

첫 만남에서는 조금 특이하다 싶었고, 그 이후로 보여 준 뛰어난 실력과 깊은 지식은 질투심과 시기심을 불러왔지만, 지금 그가 만들어 낸 성과물을 보며 이들은 이제 그런 마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랑은 아예 격이 다른 천재 중의 천재였던 거야.”

“그러게나 말이야……. 그 녀석이 만든 걸 보고 있자니 내가 쓰는 논문이 너무 초라해 보일 정도더라.”

“저런 괴물이랑 비교하면 그럴 수밖에 없지.”

카페테리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그저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정하고 경외감과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던 이들은 이내 정말로 부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윤식이 그 녀석은 앞으로 돈방석에 앉겠지?”

“당연하지. 요즘 인공지능 관련 개발자들 몸값 모르냐? 최근 IT 공룡들이 죄다 인공지능 전쟁에 사활을 걸었잖아.”

“그렇긴 하지……. 매크로 소프트에 고글, 앰플이나 베타까지……. 전부 자체 인공지능 출시하겠다고 벼르면서 점유율 싸움 중이던데 요즘 관련 전공자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 모셔 간다고 하더라.”

인공지능 기술의 상용화를 선언한 매크로 소프트를 선두로 기업의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관련 경쟁이 하나둘씩 뛰어들기 시작한 수많은 IT 기업들. 그리고 이 비정하고 무자비한 무한경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뛰어난 개발 인력이었기에 최근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고 있었다.

“내 동기 중 하나가 그쪽 분야 개발자로 매크로 소프트 들어갔는데, 연봉이 8자리부터 시작했다더라?”

“뭐……? 8자리? 천만 달러 이상 받는다고?”

“Holy Shit……. 진짜 미쳤네……. 그게 말이 돼? 피터.”

“맞아. 그냥 네 친구가 부풀린 것 같은데?”

신입 개발자로 받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액수의 연봉. 그렇기에 모두가 피터를 불신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내가 직접 물어봤는데 사실이라고 그랬어. 물론 그냥 그렇게 많이 받은 건 아니고, 그 녀석이 연구하고 개발했던 알고리즘이……. 매크로 소프트에서 출시한 삥의 성능을 엄청나게 개선해 줬다고 하더라고. 최근에 4.0으로 업데이트하고 출시된 버전이 그 친구 녀석의 알고리즘이 적용된 버전이야.”

아주 획기적이고 기발한 알고리즘을 가져간 덕분에 그런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게 된 것이라는 피터의 설명. 그리고 그것을 들으며 모두의 얼굴에는 부러움의 감정이 내비쳐지기 시작했다.

“쩝…….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이 바닥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만 개발해도 인생이 확 피는구나.”

“나도 뭐 좀 기발한 아이디어 뭐 안 떠오르나? 이놈의 머리는 만날 맥주 생각밖에 안 하네.”

“크크크……. 개발은 무슨, 지금 논문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대기업에 들어가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액수의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그런 인생을 꿈꾸고 있는 이들.

그런 찬란한 미래를 이루기 위해서 지금 이 대학가에서 박봉의 연구 지원비를 받으며 고된 공부를 이어 가고 있었기에 이들은 오늘따라 유독 쓰게 느껴지는 커피의 뒷맛을 느끼며 침묵에 잠겼다.

“아……. 내가 윤식이었다면 당장에라도 이놈의 대학원 따위는 때려치우고 그냥 바로 엘리스 들고 매크로 소프트 본사에 달려갔을 텐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공지능 성능 경쟁의 판도를 완전히 뒤엎을 것이 분명한 엘리스.

그렇기에 그걸 가지고 가면 기업들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사 갈 것이 분명했기에 누군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가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만약 윤식이 정말로 엘리스를 팔겠다고 한다면 거기서는 값을 얼마나 부를까?”

“그러게……?”

“한……. 1억 달러는 부르지 않을까?”

“에이, 무슨 1억 달러냐? 최소 10억 달러는 받겠지.”

“10억 달러도 적다. 아마 그 이상 할걸?”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자아를 가지고 있는 최초의 인공지능인 엘리스.

그렇기에 그녀의 존재가 가진 가치에 대해서 서로 갑론을박하고 있는 이들은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 무리 안에서 어느 한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물고 이들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탐욕스러운 눈빛을 빛내며 잠자코 듣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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