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일평생을 공산당과 김씨 일가만을 찬양하며 착취당해 오던 북한 인민들. 하지만 이들의 그 비참하고 참혹했던 운명은 다시 없을 뛰어난 지도자를 만나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 네, 오늘이 벌써 북한이 김씨 일가의 독재에서 해방하게 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군요. 이 기자님. 이렇게 보니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
[ 네.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해방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며 들뜬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인데요, 과거 당이나 북한 정부에서 추진하던 행사에 북한 주민들이 동원되었던 방식과는 다르게 이번 기념식은 북한 주민들의 100%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
[ 취재에 나온 모습들을 보니 예상한 것 이상으로 북한 사람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넘치는군요? 확실히 예전의 그 한산하고 작위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
[ 맞습니다. 사실 북한의 사회 구조와 시스템은 큰 틀에서 보면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과거와 같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제 체제를 마련했으며, 모든 국가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주의가 아닌 엄연한 독재 국가로서 한 사람……. 아니, 한 존재에게 있으니까요. ]
친애하는 수룡 동지 용용이(The Dearest Dragon Comrade Dragon Dragon)
줄여서 ‘The 4D’라고 불리는 그는 김정은을 대신해서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북한 전체를 손에 거머쥔 그는 그 어떤 독재자보다도 국민을 하찮게 바라보며 자유와 권리를 도외시하는 악랄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뛰어난 영도력은 겨우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북한 사회 전체에 믿을 수 없는 성장을 가져왔다.
[ 보고도 믿기 힘든 놀라운 사실이지만, 북한의 작년 경제 성장률은 자그마치 82%였습니다. 게다가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북한은 131%의 경제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터무니없는 숫자가 나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
식량도 없어 아사자가 속출하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북한이기에 가능한 수치였겠지만, 절대 정상이라고 볼 수 없는 속도의 경제 성장률. 그리고 이러한 터무니없는 경제 성장률을 보며 전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이 기겁하고 있었다.
[ 북한의 급격한 경제 성장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핵무기 철폐와 군사적 긴장감 완화를 통한 국제 사회와의 외교 관계 개선, 국제 연합의 인도적 물자 지원과 구호 등을 통한 사회 기반 시스템 복원, 외국 자본의 대규모 유입과 투자,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하나 꼽자면, 그것은 북한의 현 사회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효율성입니다. ]
[ 북한에는 이렇다 할 만한 정부 조직이라고 할 법한 것이 없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필요가 없다고 해야겠군요. 입법, 행정, 사법 시스템이 마나 네트워크로 완전히 통합되어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통합사념망을 통해 저장되고 처리됩니다. ]
마나 링크를 관장하며,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관조하는 킹갓 마법 생체 A.I 용용이. 인간의 관념으로는 감히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아득히도 방대한 인지 능력과 지능을 그에게 있어 북한이라는 나라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일은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그 어떤 범죄나 일탈, 심지어 태만함까지도 북한에서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이 특권도, 차별도 없이 동등하게 자신에게 부여된 과업에 성실하게 임해야 하며, 철저히 개인의 능력과 역량에 따라 최선을 다해야만 완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부여된다고 하죠. ]
채찍을 휘두르더라도 저마다 다른 개개인의 특성과 성향에 맞게 현란하게 휘두르는 용용이. 그의 무자비하고 인정머리 없는 조련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그 채찍질의 효과는 분명 대단했다.
[ 북한의 현재 범죄율은 0%입니다. 단순히 우스갯소리나 통계 자료의 수치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북한은 지금 어떤 범죄도 일어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어린아이도, 노인네도, 심지어 부랑자나 거지들마저도, 모두가 의무적으로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스마트폰 타임리스를 통해서 북한 최고 지도자의 눈이 북한 전체를 주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 심지어 용변을 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때조차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친애하는 수룡 동지의 감시망. 그리고 그는 언제나 그렇듯이, 무언가 잘못된 일이 벌어지려는 순간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찾아와 스마트폰을 통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야. 이 X간 새끼야. 누가 술 처먹고 운전하랬냐? 진짜 뒤져 볼래? ]
철저한 통제 속에서 완벽하게 질서를 되찾은 북한의 사회.
모두가 성실하게 전력을 다해 자신에게 부여된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어떤 범죄나 사회 혼란도 없이 빠르게 안정되어 국민 전체가 경제 성장에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이 기자의 설명에 사회자는 조금은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그건……. 완전히 파놉티콘(Panopticon)이 아닙니까? ]
언제 어디서나 수감자들의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게 설계된 교도소. 사회 구성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노출되어 있는 자유와 사생활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디스토피아적 사회를 언급할 때 자주 언급되곤 하는 이 설정과 너무나도 흡사한 북한의 현 행태는 분명 일반적인 유토피아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부가 직접적으로 모든 일에 관여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지는 오랜 역사를 통해서 인류는 배워 왔습니다. 모든 국민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일탈 행위를 단속하고 탄압한다는 점에서는……. 이전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기도 하네요. ]
과연 과거 김정은 체제에서 오랜 시간을 고통받아 왔던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그저 목줄을 잡은 주인이 바뀌었을 뿐, 개인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이들은 목줄에 매달린 가축이나 다름없는 신세였기에 사회자는 조금은 북한의 현재 상황에 아주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몇 달의 시간을 보내며 이번 특집 기사를 준비한 당사자인 이 기자는 그러한 사회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 아니요. 분명히 다릅니다. ]
[ 다르다고요……? ]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물어 오는 사회자에게 그는 최근 저명한 정치‧사회학자와 철학자들 사이에서 첨예하게 논쟁이 오가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 언급하며 꽤 오랜 시간 말을 이어 갔다.
[ 공산주의는 분명 실패한 사상입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쇠락한 소련이나 중국, 그 이외의 수많은 공산 국가들이 밟았던 전철을 보면 그 이유는 하나로 정리할 수 있죠. 그것은 바로……. ]
[ 인간은 지극히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존재라는 점 때문이었죠. ]
욕심 많은 권력자의 타락과 부패. 보상 없는 맹목적인 노동에 대한 의욕 상실과 태만.
그 이외에도 수많은 요인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사회 전체적인 비효율성과 질적 저하로 인해서 공산주의의 깃발을 들고 새로운 국가를 건립한 어떤 나라도 그 초심을 잃고 결국에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그 사실을 북한의 현 최고 지도자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사소한 권한조차도 누구에게 위임하거나 넘겨주지 않고 홀로 북한의 모든 것을 관리하죠. 왜냐면 그는 분명하게 인간이 그 자체가 사회를 망가트리는 주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 그 말은……. 결국 인간이 문제다. 이건가요? ]
[ 네. 정확합니다. ]
[ 그렇기에 그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추악함을 잘 알기에, 인간이 사회 시스템에 개입하거나 간섭 자체를 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해 그 누구도 권력이나 권한을 남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습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공산 국가들과는 다르게 사회 전체가 어마어마한 효율을 발휘하며 ‘평양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죠. ]
[ 따라서……. 현재 북한을 보면서 학자들 사이에서는 공산주의라는 사상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그 자체가 실패의 주요 원인이라는 의견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
이 기자의 말에 사회자는 아까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 하하하……. 이거 방송에 내보내기에는 너무 위험한 발언이 아닐까 싶어지는군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국민이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면서 살 수 있을까요? ]
엄연히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남한 사회에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위험한 발언이기에 사회자는 애써 이 기자의 말에 반박하며 비판하려 했다. 하지만 이 기자는 그런 사회자의 말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 자유가 보장된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사회 전체에 행복을 가져다주나요? ]
[ ……. ]
[ 행복이라는 감정은 지극히 상대적입니다. 분명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튼튼한 경제력을 가진 선진국 중 하나입니다. 최소한 과거의 북한처럼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는 국가였죠. ]
세계에서 무슨 통계를 내더라도 꽤 상위권에 드는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객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엄연한 선진국의 반열에 속하고 있었지만, 그런 것과 다르게 사회 전체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 비정하고 냉혹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언제나 자신을 비교하고 비교합니다. 물론 그 경쟁은 나름대로 괜찮은 효율을 보여 주며 우리 대한민국 역시 빠르게 성장시키는 동력원이 되어 주었지만, 지금은 사회 전체를 절망에 빠트리는 독이 되어 버렸습니다. ]
언젠가부터 확고해진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차별을 바라보며 시기하고 부러움을 느끼는 사람들. 만족할 줄 모르고 풍선처럼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는 탐욕과 질투는 분명, 이 사회를 병들어 가게 만들고 있었다.
[ 모두가 의사나 변호사……. 요즘은 각성자가 대세라고 하죠? 모두가 그런 돈 잘 벌고 존경받는 직업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사회만 보더라도 1~2년이 아니라 5년, 1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하염없이 쏟아부으며 헛된 꿈을 좇는 이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개개인에게는 그 누구보다 성공하고 막대한 부와 명예를 얻고 싶다는 끝없는 탐욕과 욕망이 있으니까요. ]
[ 하지만 북한은 아닙니다. 명확하게 공개된 기준은 아닙니다만,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의 전공과 진로를, 그리고 성인들에게는 저마다의 근무지와 업무를 배정하고 결정하죠. 북한 주민들은 이 지시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에는 그 명령을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이들에게는 노동이 신성한 의무나 다름없거든요. ]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해 보겠다며 허송세월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멱살 잡고 일터에 내던지며 포기하게 만드는 북한의 매정하고 비정한 인적 자원 관리 시스템.
그러나 이에 대한 결과물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 비록 자신이 원하는 일은 아니라 할지라도, 북한은 집 걱정, 취업 걱정 없이 국가가 의료, 교육, 주거, 일자리, 그 모든 것을 책임지고 보장해 줍니다. 업무 강도에 따라 보수의 편차가 조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처럼 수십, 수백 배의 차이가 나지는 않기에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괴감을 느끼지도 않죠. ]
자유가 없고 극심한 통제에 시달리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처우와 완벽한 사회 복지를 제공하는 덕분에 별다른 걱정 없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는 북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느낀 이 기자는 사회자……. 아니, 이 방송을 시청하고 있을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향해 물었다.
[ 20대 후반, 아니 30대가 넘어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설사 가지더라도 내 집 마련은커녕,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오붓한 가정 하나 꾸리는 것조차 쉽사리 생각할 수 없는 과분한 꿈이 되어버린 우리 대한민국의 사회가 과연 정말로 행복한 것이 맞습니까? ]
[ 어쩌면 북한의 지금 모습은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인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아니, 자유를 주어서는 안 되는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짐승이라는 사실을 냉혹하게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완전히 새롭게 변화하는 북한.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진심으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이 국가에 끝없는 자부심을 느끼며 온 마음을 담아 큰 함성과 함께 외쳤다.
웅장한 퍼레이드 쇼와 함께 누군가의 손에 들려서 모든 군중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 귀여운 외모의 혓바닥을 쭉 내밀고 있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
친애하는 수룡 동지 용용이(The Dearest Dragon Comrade Dragon Dragon)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