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31화 (231/242)

231화.

[ 긴급 속보입니다. 남북 정상 회담에 자문 위원의 신분으로 참여한 멀린이 북한 총비서인 김정은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돼지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돼지로 변한 김정은을 데리고 남측 기자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에서 남한과 북한의 통일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혀 남북한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

[ 북한을 지금과 같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 채로 내버려 두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멀린이 앞으로 북한을 통치할 차기 후계자로 자신이 들고 다니던 인형인 용용이를 지목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멀린의 주장에 따르면, ‘용용이’라는 인형은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용의 영혼이 담겨 있는 엄연한 지성체이며, 마나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일종의 A.I라고 밝혔습니다. ]

[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한국을 지옥으로 묘사한 멀린의 발언이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젊은 세대들과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듯한 그의 발언에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기성세대의 여론이 인터넷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가 꿈꾸고 있는 북한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

나의 우발적……. 아니, 철저하게 계획된 깽판을 본 사람들의 여론은 극명하게 반으로 갈렸다.

- 아니, 북한은 당연히 남한이 흡수 통일해야지 저게 무슨 소리야?

- ?? 북한이 우리랑 왜 흡수 통일돼야 하는데? 세금만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데?

- 미래 세대를 위해서 희생할 필요 없지. ㅋㅋ 나 늙어 뒤질 때 통일하든가.

- 아니, 그런데 아무리 멀린이라도 공산주의 옹호하는 건 좀 선 넘지 않았나?

-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닌데? 탈북자가 남한 와서 이렇게 살 줄 알았으면 탈북 안 했다고 푸념하는 세상인데? ㅋㅋㅋ

- 목숨 걸고 압록강 건넌 탈북자도 기겁하는 대한민국의 X소의 뜨거운 맛 ㅋㅋㅋ

- 아니, 솔직히 한국도 인생 난이도 불지옥 난이도라는 건 사실 아님?

- 이거 맞다. 우리도 죽창을 들고 프롤레타리아 혁명 한번 해 줘야 할 때가 됐음.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는 건 전부 걷어차이고 몇몇 극소수의 재능 많고 운이 좋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공과 인생 역전이라는 꿈이 보이지 않게 된 세상. 그렇기에 의외로 젊은 세대 중에서는 멀린의 선언을 지지하는 여론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 아니, 한국이 살기 힘들다니요? 그건 다 부족함을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먹을 것 하나 없어서, 의약품 하나 없어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보시고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까? 성공을 못 하는 건 본인의 능력이 없거나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지, 그걸 무작정 사회 탓하면 어떻게 합니까? ]

[ 크흐흠……. 이렇게 말하면 또 온갖 욕을 다 먹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하겠습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보면 정말 패기도, 열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때는 말입니다, 공장에 나가서 막노동하면서 얻어맞으면서 기술 배우고 정말 온갖 힘들고 부조리한 일은 다 당하면서 살았습니다. 요즘은 얼마나 편합니까? 예? 하여간……. ]

물론, 그런 그들을 비난하는 기성세대의 여론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분분한 여론 속에서도 한국 정부를 비롯해 국제 사회는 좋으나 싫으나 내가 새롭게 만들어 가는 북한의 정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에……. 북한의 새로운 통치자. ‘친애하는 수룡 동지 용용이’의 집권을 미합중국 정부는 진심으로 환대하는 바이며, 앞으로 양국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동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자기도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이게 맞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백악관 대변인.

인형을 상대로 극존칭을 사용하면서 형식적으로라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앞으로 서로 잘해 보자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는 각국 정부들. 그렇게 인형을 국가 원수로 상대해야 하는……. 지구상에서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두고 모두가 혼란스러워했지만, 용용이는 차근차근 북한 내부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 새롭게 집권한 북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를 해체하고 현재 의무 복무 중인 군인의 90%를 전부 전역시키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미국은 관련 발표를 격렬하게 환영하며 만약 해당 조치가 이행될 시, 북한에 적용 중인 모든 경제 제재를 즉각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전역 조치를 통해서 새롭게 발생하는 노동력을 활용해 북한 전역에 대규모 개발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

[ 인권 침해의 온상이라고 불리던 아오지 수용소를 비롯해 29개의 정치범 수용소 전체를 모조리 폐쇄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북한을 비롯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김씨 일가의 독재 정권하에 이루어진 인권 유린과 탄압이 얼마나 잔혹하고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치가 떨린다며 인권 말살의 온상이었던 수용소를 전부 폐쇄한 현 북한 정권에 열렬한 찬사를 보냈습니다. ]

[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며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던 북한의 채권 가격이 최근 급등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롭게 출범한 용용이 정권이 국제 사회와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고, 세계 시장에 다시 복귀하는 행보를 보이며 기존의 채무를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북한 채권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경제가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여러 금융 기관으로부터 유망한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던 수용소를 완전히 폐쇄하고 핵 포기를 비롯해 과도하게 비대한 인민군을 거의 해산시키는 수준으로 칼질해 버린 용용이.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그의 원대한 계획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북한 정부가 한국의 아진 전자에게 약 2,500만 대의 타임리스 스마트폰을 생산해 달라는 발주 의뢰를 넣었습니다. 이는, 지금껏 정보 통제에 고립된 삶을 살아온 북한 주민 모두에게 정보의 자유를 주는 동시에 모든 통제와 관리 시스템을 마나 링크로 통합하려는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아진 전자의 주가는 오늘 12% 급등한 채로 장이 마감되었습니다. ]

[ 북한 정부가 오늘 사법, 행정, 입법 시스템의 완전한 개편을 발표해 큰 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단순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의 정부 조직의 권한이 축소되거나 삭제되었으며, 모든 권력이 ‘친애하는 수룡 동지 용용이’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확인되어 새로운 독재 정권의 수립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

[ 모두에게 배부된 타임리스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이를 통해서 각자에게 특화된 과업을 월 단위로 부과하고, 과업의 달성 여부에 따라 상벌을 주는 시스템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여러 전문가는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빅 브라더’의 탄생이라며 북한의 통치 시스템에 대한 깊은 우려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시스템이 과연 얼마나 잘 작동할지 북한의 대범한 실험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시하고 있습니다. ]

[ 북한의 차세대 미래 발전의 핵심 사업으로 ‘마법’이 채택되었습니다. 각성자들을 최대로 양성하고 육성하여 향후 세계적인 마도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관련해 우로보로스에서 북한 국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 입학 전형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발표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그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이고 대범한 조치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용용이의 강력한 의지와 수많은 이들의 조력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이 현실로 착착 구현되기 시작하자 북한 내부에서는 분명한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이, 김 씨. 이번에 그 소식 들었어?”

“무슨 소식?”

“그 양기춘 동무 말이네. 거기 둘째 아들이 마력 적성자로 판정되었다고 우로보로스 입학 예정자로 내정되었다고 하지 않았어.”

“뭐……? 우로보로스……? 거기가 그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학교 아닌가?”

예전과 다르게 세상 소식에 대해서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게 된 북한. 그렇기에 공사판에서 특별한 기술 없이 막노동만 전전하는 신세였지만, 이들도 우로보로스에 입학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럼. 하여간 그래서 양기춘 동무 입에서 요즘 미소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지.”

“앞으로 나라를 위해서 큰일 하겠구먼. 기래.”

“암. 그렇고말고. 이제 기춘 동무도 아주 팔자 핀 거지.”

모두가 부러움에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양기춘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런 그들과 다르게 양기춘의 마음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 일단 네놈 자식이 각성자로 판정이 난 거 축하한다. ]

저녁을 먹고 방바닥에 누워 쉬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자신의 스마트폰에 등장한 수룡 동지. 용용이. 혓바닥을 쭉 내밀고 있는 귀여운 용가리 인형의 얼굴이 스마트폰에 나타나며 심드렁한 얼굴로 말을 걸어오는 그의 목소리에 양기춘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며 답했다.

“가……감사합니다. 수룡 동지!”

갑작스러운 북한의 새로운 통치자가 랜선 방문에 당혹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자기 아들이 각성자라는 사실에 기쁜 마음이 혼재된 양기춘.

[ 나한테 감사할 건 없고, 일단 네 녀석의 아들을 내년도 우로보로스 입학 전형에 넣을 생각이거든? 그래서 그와 관련해서 필요한 서류들이 있는데 일단 다음 주 중으로 담당 공무원 동무를 보낼 테니까 준비하고, 이후에는……. ]

그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향후 절차를 이야기하는 용용이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에는 한껏 온갖 꿈에 부풀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마법사인가 뭔가 되면 엄청나게 돈을 번다고 하던데…….’

오랜 시간을 북한에서 고생하며 가난하고 빈곤하게 살아왔던 기춘.

그렇기에 그는 자기 자식이 우로보로스를 성공적으로 졸업해 마법사가 되고 난 이후의 삶을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북한에서는 호강하며 살기는 힘들 테고……. 남한으로 넘어가면 될까? 아니지. 미국이 마법사들을 후하게 대우해 준다고 하던데 차라리 거기로 가는 게 나으려나?’

자식 덕분에 호강하는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김칫국을 잔뜩 들이마시던 기춘. 그리고 그는 문득 자신에게 무어라 물어보고 있는 용용이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 야. 듣고 있냐? ]

“죄……죄송합니다. 수룡 동지.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 ……. 아까 설명한 절차들을 진행하기 전에 너랑 너희 아들을 포함해서 일가족 전체가 계약서를 하나 써야 한다고. ]

“계……계약서 말입니까?”

[ 그래. 대충 무슨 내용인지 설명하자면……. ]

용용이가 설명하는 계약서.

그리고 그것을 들은 기춘은 기겁하며 되물었다.

“그……그러니까 향후 20년 동안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조국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해야 한다……. 이 말입니까?”

[ 어. 기껏 투자해서 해외 유학까지 공짜로 시켜 줬는데 네놈들이 단물만 쏙 빼고 도망칠지 누가 알아? 나한테도 일종의 안전장치가 있어야지. ]

그 누구보다 인간의 추악하고 이기적인 본성을 잘 알고 있는 용용이.

그렇기에 그는 다른 이들보다 특출한 재능과 능력을 지닌 이들에게 전폭적인 투자를 하면서도 동시에 호구 잡히지 않겠다는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제약을 걸어 두고 있었다.

[ 영혼까지 저당 잡는 건 너무 악랄하고, 계약을 위반하면 심장이 터져서 목숨이 날아가는 걸로 해 놨어.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인간들은 똥 싸러 가기 전이랑 싸고 난 후의 마음도 달라지는 족속들인데? ]

다시 말해 도망치면 죽는다는 경고를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진심으로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용용이. 그렇기에 기춘은 내심 마음속으로 하던 생각을 간파당한 것 같아 조금은 움찔하며 말을 더듬었다.

“수룡 동지. 이건 좀……. 그렇습니다.”

[ 왜? 싫어? 단물만 쏙 빼먹고 도망치지 않으면 되잖아. 아니, 도망을 칠 때 치더라도 20년은 일하고 가라니까? 그때는 가든 말든 안 말려. ]

“아무리 그래도 그……. 목숨을 걸라는 건…….”

조심스럽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기춘.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용용이는 너무나도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 그래? 알았어. 그럼 이번 일은 없는 걸로 안다? ]

“예……? 예에에에?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 뭘 그렇게 놀라? 공화국의 발전이 아니라 개인의 사리사욕만 노리면서 언제 먹고 튈지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X간 새끼를 내가 뭘 믿고 밀어주는데? ]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싸늘하고 냉정하게 자기 자식의 잠재성과 재능을 묻어 버리려는 용용이. 그리고 그런 그의 의지가 단순히 간 보기나 떠보기가 아니라 100%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눈치챈 기춘은 그 순간 바닥에 엎드리며 사정사정 빌었다.

“죄……죄송합니다! 위대하신 수룡 동지!!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봅니다!”

자식의 재능 덕을 보며 지긋지긋한 가난과 진절머리가 나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놀고먹기만 하는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던 기춘.

하지만 공동 생산과 공동 배분의 기치 아래에 모두가 예외 없이 노동해야 한다는 이 공산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 오늘 할당된 작업량의 진척도가 49%입니다. 조금 더 분발해 주세요. ]

실시간으로 자신의 작업 상황을 확인하며 경고음을 보내는 앱. ‘자력갱생하라우’

국민 전체가 한 명도 빠짐없이 최대한의 효율을 내며 보람찬 노동을 하게 만들어 주는 이 앱을 통해서 기춘은 오늘도 열심히 삽을 놀리며 공사장에서 흙을 파 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개인의 끝없는 탐욕이 아닌,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한 프롤레타리아 공산 혁명을 이룩하겠다는 어느 빨갱이 드래곤의 위대한 도전이 인류 문명에서 시작되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던 북한이라는…….

한반도에 자리한 어느 작은 나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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