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25화 (225/242)

225화.

[ 최근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기에 집중했던 매지컬 컴퍼니가 돌연 신사업 확장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언론에 배부한 내용에 따르면, 매지컬 컴퍼니는 경호 및 요인 보호를 전담하는 매지컬 시큐리티, 오염 정화와 환경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매지컬 클리닝. 그리고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는 매지컬 엔터테인먼트라는 세 개의 자회사를 새롭게 설립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

[ 또한, 향후 매지컬 투어라는 여행사를 설립하여 스페이스 S와 협력해 새롭게 변화한 화성으로의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여 일반인들에게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화성 여행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발표로 인해 오늘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는 24%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의 주가를 새롭게 갱신하였습니다. ]

아스테리아를 비롯해 엘프 무리에게 막대한 빚을 지우고 일사천리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관련 업계에 오래전부터 발을 담그고 있던 경쟁사들이었다.

- 충격! 매지컬 컴퍼니. 자회사를 설립 및 새로운 신사업 발표.

- 산업계의 미다스의 손이자 사신인 매지컬 컴퍼니. 두려움에 떠는 관련 경쟁사들.

- 여행, 엔터, 친환경, 보안 업계에 불어닥친 거대한 한파. 일제히 주가 폭락.

- 과연 매지컬 컴퍼니는 또다시 새로운 혁명을 가지고 올 것인가?

뭐든 손을 대기만 하면 모두가 경악할 만한 거대한 혁신을 가지고 왔지만, 그와 동시에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던 회사에는 그야말로 파멸에 가까운 재앙이나 다름없는 매지컬 컴퍼니. 그렇기에 모두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대와 걱정, 호기심과 불안이 뒤섞인 복합적인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은, 그 엘프라는 이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힘을 좀 써 달라는 소리인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되묻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나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이번에 만들게 되는 자회사들도 가능하면 본거지를 한국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법률 검토를 해 보니까 법무팀에서는 엘븐 킹덤이 엄연히 UN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국가이다 보니까 엘프들이 법적으로는 외국인 신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현행법상으로 아무렇게나 들어오는 건 불법 체류라서 곤란하고, 그렇다고 엘븐 킹덤이 한국하고 뭐 이렇다 할 만한 협정을 맺은 것도 없어서 애매하다고 아영이 이왕 이렇게 된 거 제가 직접 와서 담판을 짓고 오라고 했어요.”

법적으로 따지자면 엄연히 외국인인 엘븐 킹덤의 엘프들.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인 신분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일에 꽤 까다로운 제한 사항들이 많은 한국이었기에 이들이 한국을 자유롭게 왕래하고 나아가 돈벌이까지도 하기 위해서는 이호준 대통령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엘프들을 데리고 그 자회사를 운용할 생각인 건가?”

내가 건네준 사업 보고서를 어느 때보다도 유심하게 살펴보고 있는 이호준 대통령. 그의 물음에 나는 히죽 웃으며 답했다.

“네. 그 녀석들이 저한테 진 빚이 한두 푼이어야죠.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은 마음껏 굴려 먹어도 되게 생겼어요.”

“……. 10년씩이나 말인가? 도대체 얼마나 빚을 졌길래 그러는 건가……?”

엘프들이 사고 친 정황을 전혀 모르는 이호준 대통령은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지만, 나는 손사래를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에이, 10년 정도야 이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산이 변할 정도의 세월인 10년.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쉽사리 감당할 수 없는 기나긴 시간이었지만, 천 년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엘프들에게 이 10년이라는 것은 그저 잠깐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실제로 그들 대부분은 별다른 반발 없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고 있었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기색이라고 하던데요? 자기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재미난 것들이 많은 세상이라 그런지 은근히 얼른 넘어오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고요.”

“……. 그런가?”

“네. 그리고 아마 한국에는 나쁠 건 없을 거예요. 일단 기본적으로 한 해 매출과 실적만 수천억에서 수조 원에 달할 회사가 4개나 생기는 거고, 거기서 발생하는 고용 창출 효과나 세수만 해도 남는 장사잖아요?”

“게다가……. 그 세상 물정 모르는 미친 지갑 전사들이 온갖 곳에다가 무제한으로 카드를 긁어 댈 테고요.”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물어 오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관련 사항은 외교부와 법무부에 전달해서 신속하게 검토하고 관련 절차에 착수하라고 하지. 법 개정까지 필요한 사안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회의 협조까지 뒤따라야 한다면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네.”

“뭐……. 그 부분은 이해할 테니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

하루라도 빨리 엘프들에게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깨우치게 만들고 싶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호준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럼 이 문제는 나중에 또 따로 논의하기로 하고……. 이제 자네와 관련한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도록 하지.”

“저요?”

“자네도 알겠지만……. 최근 자네와 관련한 여러 민감한 주제의 기사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

“민감한 주제라면…….”

“자네 병역 문제 말이네.”

“……. 병역이요?”

“그래.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전부터 계속 자네 병역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꺼내는 여론이 있었네. 대개는 몇몇 작은 인터넷 게시글에서 시작되는 것 같은데 요즘은 기사로도 가끔 튀어나오기 시작했네. 특히 작년에 성인이 된 이후로 더더욱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고.”

할 일 없이 시간만 많은 이들이 가득한 인터넷 세상.

수많은 인간 군상이 가득한 그곳에서는 심기가 무척이나 뒤틀린 이들도 여럿 있었다.

- 멀린은 군대 안 가냐?

- 멀린도 이제 성인이라고 들었는데 군대 가즈아!

- 설마 대마법사라고 군대 안 가는 건 아니겠지? 내가 끝까지 지켜본다.

- 멀린. 군대! 멀린. 군대!

- 멀린의 군 입대 기원 9일 차. 청원 운동 한번 부탁드립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군대를 언급하며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이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내가 군대 가는 것을 보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집요함과 집착은 무서울 정도로 강했기에 나는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야……. 이놈은 진짜 저한테 관심이 많은 인간이네요. 얼굴 한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이 군대 가는 게 왜 이렇게 중요하지?”

국정원에서 조사한 여론 동향에 대한 보고서를 읽으며 우연히 발견한 한 사람에 관한 내용.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간이 내가 군대 가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온갖 곳에다가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 수백 개나 도배하고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나도 신기했다.

“아, 그 ‘빡빡머리 멀린’ 말인가? 국정원에서 해당 인원의 신원을 확인해 봤는데 그냥 평범한 28살의 청년이라고 하더군. 다만, 여러 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자네에게 이상한 원한을 품게 된 것 같아.”

“이름, 강영춘. 마력 적성이 부족해 각성자 심사에서 탈락. 매지컬 컴퍼니 공채에도 3번이나 지원했지만, 매번 서류 심사에서 탈락……. 그 이후로 별다른 구직 활동은 없이 현재까지 부모님에게 빌붙어서 백수 생활을 이어 가는 중임. 군대는 공익……. 아니, 자기는 공익이었으면서 지금 저보고는 군대나 가라고 하고 다니는 거예요?”

도무지 공감조차 할 수 없는 내로남불에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호준 대통령에게 따져 물었다.

“어쩌겠나? 그냥 무시하게. 자신의 힘든 상황을 자네에게 화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네.”

“그냥 제가 빡빡머리가 되는 걸 바라는 인간 같은데요……?”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하는 이호준 대통령. 하지만 문제는 그의 그 광기 어린 집착에서 비롯된 행동이 인터넷 속에서 묘한 여론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다.

[ 제아무리 멀린이라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는 무조건 가야 한다. ]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신성한 국방의 의무.

국민의 5대 의무로서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였지만, 이미 과거에 군 생활을 경험해 본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절대 웃는 낯으로 ‘당연히 가야죠!’라는 소리가 나오지는 못했다.

“지금 저보고 군대 가라는 말은 설마 아니겠죠?”

군필자라면 미필자에게 한 번쯤은 꼭 하는 주옥같은 모든 군 생활의 경험이 담겨 있는 조언.

[ 뺄 수 있으면 무조건 빼! 사명감이고 나발이고 그냥 빼라고! ]

불법적인 방법을 고민하지 않더라도 합법적으로 군대를 빼는 방법을 수십 개는 떠올리고 있는 와중에 이호준 대통령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솔직히 말해서 그것도 고려를 안 한 건 아니네만, 자네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네. 자네가 군에 입대하는 시나리오도 잠깐 고려했었는데 국방부 장관이 대한민국 국군을 모조리 초토화할 생각이냐고 나에게 진지하게 묻더군. 그건 분명하게 말해 두겠는데 절대 농담이 아니었네.”

군 수뇌부에서는 만약에라도 내가 이등병으로 자기네 부대로 오게 된다면 사단장이고 나발이고 일말의 고민 없이 사직서를 내던지고 은퇴하겠다고 수군거리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말에 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은 원래 없는 법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군대는 안 보려고 해도 보이는 먼지가 너무 많은 곳이거든요.”

온갖 부조리와 비상식적인 일들이 터지는 군대. 외부로 흘러나오는 굵직한 몇 개의 사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상천외한 사건들은 조용히 묻히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군대에 선임들은 고사하고 중대장이나 대대장……. 아니, 사단장조차 감히 건들 수 없는 존재가 들어오게 된다면 그건 100% 무슨 사건 하나 제대로 터지고 줄줄이 진급 막히거나 강제 전역으로 모가지가 잘려 나간다는 소리나 다름없겠죠.”

안 봐도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지는 나의 스펙터클한 군 생활.

온갖 부대를 돌아다니며 말도 안 되는 부조리와 비상식적인 일들을 모조리 뒤엎어 버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문득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다시 고민해 보니까 재밌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냥 군대나 한 번 더 가 볼까…….”

진지하게 재입대를 고려하는 나를 보며 이호준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됐네. 자네가 간다고 해도 내가 보낼 생각이 없으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말게.”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돌아가는 군대의 생태계를 섣불리 건들 생각이 없는 이호준 대통령. 그렇기에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들을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냥 면제를 주는 건 어렵네. 형평성 문제도 있고, 또 현행법상 면제를 줄 수 있는 근거 조항 중에서 자네는 어떤 것도 해당하지 않네.”

“하지만, 국회와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협의한 결과 자네가 원하는 방향에 맞게 법률안을 일부 개정해서 어떻게든 면제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협조해 주겠다고 이야기는 됐네.”

“호오……? 그 더럽게 말 안 듣는 양반들이 웬일이래요?”

“자네가 수틀려서 한국을 아예 떠나 버리면 그게 얼마나 심각한 국익의 손해인지도 모르는 멍청이들은 아니니까.”

이번 문제에 있어서는 국회에서도 별다른 딴지를 안 잡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는 분위기인 상황. 그렇기에 이호준 대통령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지금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조용히 발의하고 심사 중이네. 법사위만 거치면 곧장 정기 국회 때 통과시킬 생각이야. 그러면 아마 자네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국익에 이바지한 공로를 고려하여 내가 직권으로 면제를 시켜 줄 수 있게 될 거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가능하면 조용하게 있고, 언론의 눈에 띄는 짓은 최대한 삼가도록 해 주게.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이 자네 병역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

“음……. 그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은데요?”

“뭐라고……?”

마나 링크를 통해서 나에게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실시간으로 따끈따끈한 최신 속보를 전해 오는 용용이. 그가 내 머릿속에 속삭여 준 정보를 통해서 나는 이호준 대통령에게 이미 늦었다며 지금 저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미 언론에서 떡밥 제대로 물었네요. 지금 생방송으로 관련 내용 보도 중이에요.”

“뭐……뭐라고?”

내 말에 마치 튀어나올 것처럼 눈을 커다랗게 치켜뜨며 되묻는 이호준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내 뉴스 보도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자막을 보고는 입을 벌렸다.

- 멀린 특별법을 발의한 국회. 멀린은 왜 군대에 안 가나?

분명 조용하게 추진 중이라고 했는데, 어느새 떡밥을 덥석 물어 버리고 멀린 특별법이라는 자극적인 이름을 붙이고 환상적인 어그로를 끌며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는 방송사. 그것도 어디 이름도 모르는 삼류 찌라시 인터넷 신문사도 아니고 꽤 인지도 있는 대형 케이블 채널인 JMBC였기에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야……. 뮤튜브 때문에 방송 다 죽었다고 하던데 그건 또 아닌가 보네요? 방송 한번 뜨니 인터넷에서는 관련 기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네요. 이제는 아주 전 국민이 다 알겠어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의혹 보도와 기사들을 살펴보며 나는 완전히 얼빠진 표정의 이호준 대통령을 향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냥 이럴 거면 군대나 갈까요? 그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아서 전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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