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언가 상황이 잘 풀리고 좋은 시기를 만났을 때, 게으름 피우지 말고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명언처럼, MC 소프트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 복권 당첨과도 같은 순간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 대규모 업데이트 및 이벤트 실시. 신규 장비 및 강화 시스템 출시! ]
[ 특별 이벤트 패키지 상품 업데이트! 요정들의 축복 세트! ]
[ PVP 및 혈맹 간 세력전 보상 강화. 공성전 시스템 대개편! ]
[ VIP 특전 시스템 업데이트. 스페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울티메이텀 등급 ]
안 그래도 과할 정도로 격화된 다툼을 진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불 난 집에 기름을 드럼통째로 던져 버린 이들. PVP에 대한 대규모 업데이트와 동시에 신규 장비와 강화 시스템을 새롭게 꺼내 들며 어마어마한 과금을 요구하는 신규 패키지까지 출시해 버리자 그 효과는 대단했다.
- 장난하나 이 미친 새끼들! 초월 등급 나온 지가 얼마나 됐다고 이제는 무슨 유일 등급이야?
- 진짜 돈에 미친 회사라니까? 여태까지 안 접고 뭐 했음?
- 아니, 확률이 그냥 미쳤는데? 0.000000002%? 이 정도면 로또 맞는 게 더 쉽겠다.
- 그런데 그럴 만하긴 함. 대충 아이템 성능만 봐도 진짜 아예 종결이던데? 너무 사기적임.
- 근데 진짜 이 새끼들 좀 맛 간 것 같기는 해. 누가 이런 극악의 확률에 11만 원을 태움?
- ㄹㅇ;; 진짜 이번 패키지 사는 놈 있으면 그건 대가리가 깨지다 못해 총 맞아서 뇌수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는 개돼지 새끼임. 그냥 인간이 아님.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딴 걸 누가 사냐며 온갖 성토가 터져 나오며 MC 소프트에 대한 불만이 빗발치는 상황.
하지만, 그런 이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게임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는 거나 다름없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엘프들은 너무나도 해맑은 얼굴로 그 창렬스러운 패키지를 쉴 새 없이 질러 댔다.
[ 아스테리아 님. 저 이거 나왔는데 좋은 건가요? ]
[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군요. 나쁘지는 않지만, 인간들 사이에서도 강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합니다. 더 정진해서 노력하세요. ]
[ 그렇군요……. 그렇지만 유일이라는 등급의 아이템은 나오지 않는걸요. ]
[ 지금까지 패키지를 얼마나 뽑았죠? 아쉬텔 군? ]
[ 어……. 확인해 보니까 한 21만 개 정도 뽑았다고 나와 있어요. ]
[ 저는 240만 개 정도 질렀을 때 유일 등급을 뽑았지요. 아직은 부족해요. ]
[ 역시……. 아직 100만 개도 안 돼서 부족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역시군요.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해서 뽑아 보겠습니다. ]
아스테리아의 화려하고 노련한 지휘 아래에 열심히 멀린의 지갑을 털어 내는 엘프들. 그리고 그들이 쏟아붓는 결제액에 비례해서 이 132명의 정신머리 없는 요정들은 단기간에, 그것도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
- 유일 등급을 뽑았다고……? 진짜로?
- 저 새끼들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 아니, 왜 죄다 초월 등급의 아이템들을 풀 세팅으로 장착하고 있는 건데?
- 진짜 어이가 없네. 이거 혹시 운영진들이 부계정으로 엿 먹이는 거 아님?
- 어디 만수르 같은 새끼들이 한둘도 아니고 100명이나 있냐? 이건 무조건 사기임.
- 하……. 저 미친 요정 새끼들이 진짜…….
하나만 해도 머리가 아찔해지는 강력한 무력을 자랑하던 일곱 번째 가지.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가진 이들이 132명으로 늘어나게 되자, 이들은 그 어떤 혈맹도 감히 대적할 수 없는……. 그야말로 튀니지 사상 최강의 혈맹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일반 혈맹들과는 그 궤가 확연히 달랐다.
- 대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 자유롭게 사냥하고 돌아다녀도 됩니다.
- 불합리한 통제를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우리의 정의를 맛보게 될 겁니다!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Rule, But not Governing).
그저 튀니지 서버 전체를 아우르는 최상위 혈맹으로서 자리만을 차지할 뿐, 특별하게 무언가에 간섭하거나 이권을 챙기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신이 난 것은 과금도 제대로 하지 않는 일반 유저들이었다.
- 오, 이제 통제라는 건 없는 건가?
- 이제 쌀먹충 새끼들이 매번 독식하던 희귀 사냥터도 가도 되겠네? 개꿀 ㅋㅋ
- 흐음……. 혈맹 놈들 통제 때문에 꼴 받아서 접었었는데……. 오랜만에 한번 복귀해 봐야지.
기존의 혈맹들을 처참하게 박살 내고 튀니지의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온 엘프들 덕분에 오랫동안 고이고 고여서 썩어 버린 고인 물이 사라지고 신규 유입들이 다시 발생하며 게임 전체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준 엘프들.
그리고 이들이 이룩해 낸 업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나는 오랜만에 그녀가 머무르고 있는 멀린의 정원으로 찾아갔다.
“제 누추한 처소에 잘 오셨습니다. 사도시여.”
“생각보다 멀쩡하시네요? 엘프라서 그런 건가……?”
완전 방구석 폐인처럼 숲속에 틀어박혀 게임에만 몇 달을 쏟아부은 아스테리아.
인간이었다면 여자고 남자고 추한 몰골로 폐인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겠지만, 그녀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뭐……. 그건 중요한 건 아니니 넘어가죠. 아무튼 잘 봤어요. 아주 인상적이더군요. 게임을 처음 해 본 걸로 알고 있는데, 다른 동료 엘프들도 가르쳐서 최상위 랭커로 만들어 내는 걸 보니 아스테리아가 얼마나 교육자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아닙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노력한 것뿐입니다.”
나의 극찬에 쑥스러운 듯이 홍조를 띤 얼굴로 중얼거리는 아스테리아. 내가 왜 이곳에까지 찾아온 것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 같은 눈치의 그녀를 보며 나는 피식 웃으며 가방에서 그 목적을 꺼내 들었다.
쿠우웅.
“이게……. 뭐죠?”
딱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무게를 자랑하는 서류들. 그리고 그것들을 의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물어 오는 아스테리아에게 나는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뭐긴요? 아스테리아를 포함해서 엘븐 킹덤의 엘프들이 게임에 지른 결제 명세서죠.”
“지금까지 집계된 총액만 해도……. 대충 8조 8,700억 원이네요. 어떻게 게임에다가 이렇게까지 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보면 볼수록 절로 감탄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엘븐 킹덤에서는 이 천문학적인 금액은 어떻게 갚을 계획인지 알고 싶은데 대략적으로라도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네……?”
내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아스테리아.
“전에 서명하신 계약서들 기억 안 나세요? 여기 이거랑 그리고 이거요.”
“이건…….”
내가 내미는 서류들을 차근차근 읽어 보기 시작한 아스테리아. 그리고 그녀는 이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그럼, 저희가 결제한 돈은 사도님께서 그냥 주시는 돈이 아니라 저희가…….”
“한두 푼도 아니고 설마 8조에 달하는 돈을 제가 전부 다 내주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
그게 얼마나 날강도 같은 소리인지 본인 스스로 조금은 자각하고 있는지, 내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는 아스테리아. 그런 그녀에게 나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부드럽게 말을 이어 갔다.
“설마 신의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엘프가 인제 와서 몰랐다고 배 째라고 드러누울 리는 없을 테고, 그렇다고 세계수의 사도인 제 뒤통수를 칠 리는 더더욱 없을 텐데……. 과연 우리 엘븐 킹덤의 일곱 번째 가지인 아스테리아께서는 무슨 계획을 하고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하군요.”
‘어떻게 돈 갚으쉴?’이라는 내 질문에 아무런 생각도 해 본 적 없는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스테리아. 안 그래도 백옥같이 뽀얀 피부가 더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한참을 놀려 먹었다.
“그……그게……. 저……. 사실은…….”
내 추궁에 결국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망울로 귀를 축 늘어뜨리며 이실직고하는 아스테리아. 엘프 특유의 그 매혹적인 미모와 더불어 보듬어 주고 싶은 이 애처로운 모습은 자그마치 8조를 해 먹은 그녀를 봐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로 엄청났다.
하지만,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 충동을 억누르며 싸늘하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흐음……. 역시나, 그러셨군요. 갚을 돈이 없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상황을 대비 안 해 둔 건 아니니까요.”
“네……?”
“확실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기는 했죠……. 인간이라면 평생을 일해도 다 못 갚을 수준이지만 다행히 엘프니까 열심히만 하면 전액 상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네요.”
히죽 웃으며 나는 그녀의 앞에 여러 개의 사업 계획서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 계획서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스테리아는 이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것들이……. 다 뭐죠?”
“마음 편하게 고르세요. 여러분이 이 지구에서 돈을 벌기에 괜찮은 것으로만 모아 뒀거든요.”
[ 매지컬 엔터테인먼트 ]
[ 매지컬 시큐리티 ]
[ 매지컬 클리닝 ]
[ 매지컬 투어 ]
엘븐 킹덤의 엘프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수많은 방법.
그중에서 가장 괜찮게 돈이 될 법한 방안들을 엄선하고 엄선해 온 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스테리아를 향해서 말을 이어 갔다.
“외모는 이미 전부 씹어 먹을 수준이니 노래나 춤으로 소질 있는 애들로 몇 명만 보내 주시죠. 월드 스타로 만들면 꽤 많은 빚은 탕감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딴따라가 싫으면 전 세계의 고위 인사들을 경호하고 보호하는 용병 형태로 활용하면 고정적인 돈줄(Cash Cow)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아, 엘프들의 주특기인 정령을 활용해서 환경 오염이 극심한 지역에 정화 활동을 전문으로 하는 청소 용역으로 뛰는 것도 꽤 괜찮을 거예요.세계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니 조금 고되기는 하겠지만, 아마 이 중에서 제일 벌이는 쏠쏠할걸요?”
“그리고 이 매지컬 투어는 화성에 가고 싶은 인간들을 목표로 하는 관광 회사예요. 여러분이 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세계수를 탐방하는 것을 테마로 상품 몇 개 개발해 보면 그것도 여러분에게는 나쁘지 않은 수입원이 될 거예요.”
“…….”
이미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해 두었다는 듯이 쉬지도 않고 말을 이어 가는 멀린.
그런 그를 보며 아스테리아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설마……. 사도님께서는 처음부터 이럴 계획으로…….”
마치 속았다는 듯이 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중얼거리는 아스테리아.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너무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재밌게 즐겼잖아요?”
진심으로 튀니지라는 게임에 몰입해서 그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폭력성과 야만성을 숨김없이 드러낸 아스테리아.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나는 확신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즐길 생각이시고요.”
튀니지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그녀는 이 세상에……. 아니, 자본주의라는 사상이 가진 매력에 누구보다 흠뻑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게 무슨……!”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요. 제가 볼 때 아스테리아는……. 아니, 엘프들 대부분은 분명하게 튀니지를 즐겼어요. 처음에는 무슨 명분과 사명감을 가지고 뛰어들었겠지만, 그 이후에는 분명 게임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마음껏 즐겼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무제한으로 솟아 나오는 제 돈을 ‘소비’하고 ‘지출’하는 것을 즐겼다고 해야겠죠.”
언제나 제한되고 한정된 재화와 자원 속에서 검소한 삶과 평화로운 일상만을 반복해 왔던 엘프. 마치 무소유를 실천하는 수행자와 같은 생활을 당연하게 해 오던 이들이었지만, 그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들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풍요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세상에는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 ‘중이 고기 맛을 알면 빈대도 남아 있지 않다.’라는 말들이 있죠. 무슨 뜻이냐면, 모르고 살았다면 괜찮겠지만, 한번 맛보고 난 이상 이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다는 말이에요.”
이미 소비가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즐거움을 알아 버린 아스테리아.
비록 지금은 게임에 국한된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커져 나갈지 모르는 이들의 사치스러운 풀-소유의 생활을 오롯이 책임져 줄 수는 없었기에 나는 빙긋 웃으며 물었다.
“이렇게 한번 물어보죠. 만약 지금 있는 빚을 전부 다 없던 걸로 쳐주기로 할 테니 제가 준 카드 잘라 버리고 얌전히 화성으로 가서 원래 하던 숲속 생활을 계속 이어 가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내 말에 정말로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주저하며 입술을 깨무는 아스테리아.
하지만 그녀는 죽어도 화성으로 되돌아가겠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히죽 웃으며 그녀의 책상 위에 사업 계획서들을 올려 둔 채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 맞다. 오면서 사 놓은 선물도 몇 개 있으니 나중에 시간 날 때 한번 해 보세요.”
“선물……이요?”
내 말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묻는 아스테리아에게 나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게임을 워낙 좋아하는 것 같길래 G-Box랑 플레이 플랫폼 게임기를 최신형으로 가져다 놨어요. 튀니지도 나쁘지 않지만 다른 것들도 좀 해 보시라고요.”
“G-Box랑 플레이 플랫폼이요……?”
그게 뭔지 알고 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거리는 아스테리아.
어느새 완전한 게임 중독자로 변해 버린 그녀에게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며 몇 가지 조언을 더 섞어서 해 주었다.
“아, 그리고 게임을 할 거면 이왕이면 라이브 캠도 켜서 하는 것도 추천해요. 그러면 아마 게임도 하면서 동시에 돈도 벌 수 있을 거예요.”
“그……그래요?”
“네. 어떻게 하면 되냐면요…….”
방송을 어떻게 켜는지 알려 주며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 멀린.
그런 그의 설명을 귀를 쫑긋거리며 경청하는 아스테리아를 보면서 용용이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 와……. 정말이지 주인은 진짜……. ]
인간의 노예 따위가 되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마는 그 고고하고 자존심 높은 엘프.
그중에서도 꽤 고위 계급에 속하던 아스테리아를 한낱 게임 방송의 스트리머로 전락시키는 것을 보며 용용이는 진심으로 탄복하고 또 탄복했다.
[ 내 앞에서도 죽더라도 할 말은 다 하고 죽겠다는 이 꼬장꼬장한 놈들을 이렇게까지 밑바닥에다가 처박아 놓는다고?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이었던 거야? ]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을 넘어, 같은 동족의 엘프들까지 여러 업체에다가 용역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넘기는 포주가 되어 버리려는 엘프 아스테리아.
일만 년에 가까운 용생을 살아가면서도 단 한 번도 이들이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뒤에서 하나하나 계획하고 준비했던 흑막 멀린.
그의 이 기괴하고 뒤틀린 조련 기술을 보면서 용용이는 중얼거렸다.
[ 어쩌면……. 이 세상에는 이미 마왕이 강림한 상태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