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18화 (218/242)

218화.

전 세계 패권 경쟁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중국.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 중국이라는 국가는 존재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 이번 참사는 인류 역사상 다시는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비극일 것입니다. ]

사안의 중대함과 심각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도 강경한 행보로 관련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작한 국제 연합. 그리고 이들은 최종적인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인류 전체가 주목하고 있는 자리에서 낱낱이 자신들이 조사한 것들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했다.

[ 추정되는 사망자의 수만 최소 12억.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인이었으며, 그들은 모두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언데드라고 불리는 끔찍한 악마의 수하로 전락해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을, 친구를, 그리고 이웃들을 학살해 갔습니다. ]

영화에서나 볼 법한 끔찍하고 처참한 좀비 사태를 경험하게 된 중국.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 거대한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모조리 죽음의 군단의 손에 넘어갔으며, 이들을 막아 내기 위해서 결국, 인류 전체가 불가피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이 이상의 희생을 막아 내기 위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인도, 프랑스, 러시아, 영국.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 모두의 동의하에 중국에 창궐한 언데드들이 다른 국가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섬멸했으며, 그 작전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

[ 물론, 이 전방위적인 섬멸 작전에서 아무런 희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직 살아남았던 수천만……. 아니, 수억의 중국인들을 우리가 학살한 것이며, 방대한 영토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앞으로도 인류를 비롯해 이 지구 전체에 천문학적인 피해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

최상급 마족이 만들어 낸 죽음의 대지와 더불어 고농도 방사능으로 완전히 오염되어 버린 중국……. 아니, 중국이었던 곳의 영역들. 추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렸기에……. 우리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

만약, 핵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보다 훨씬 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더 끔찍한 사태로 번져 나갔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중국을 쓸어버리는 결정을 내린 여러 국가의 지도부를 비난하거나 비판하지도, 그렇다고 살아남은 중국인들을 불쌍하거나 측은하게 여기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이들이 자초한 멸망이었기 때문이었다.

[ 중국 정부가 추진하던 비밀 군사 연구. 프로젝트 키메라와 관련한 정보들을 미국 정부로부터 받았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한 비슷한 정보를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일본……. 심지어 탈레반으로부터 받은 정보들과 교차 검증하며 모든 것을 분명하게, 그리고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것을 밝혀 드립니다. ]

마나 변이(Mana Mutation).

짧은 시간 동안 고농도의 마나에 노출되고 오염되어 통제할 수 없는 신체적 변이를 일으키는 현상. 베이징 참사 이후로 이 현상을 발견한 중국 정부가 이를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정치범과 노숙자, 사회운동가, 범죄자, 소수민족 등 수많은 이들을 납치해다가 온갖 끔찍한 생체 실험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었다.

“세상에 맙소사…….”

“어떻게……. 우웁…….”

“이런 미친 새끼들 저렇게 9살밖에 안 된 아이한테…….”

도무지 못 보겠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연신 헛구역질하며.

혐오스럽다는 눈빛을 지으며 진심으로 분노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저질렀던 그 추악한 만행들을 바라보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지만, 한 가지 사실만큼은 공통으로 이해했다.

[ 이제……. 어째서 이렇게 끔찍하고 강력한 악마가 중국에서 탄생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누구 때문에……. 그리고 어째서 이런 시련이 인류에게 닥쳐왔는지를 말이다.

[ 세계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자신들의 야망과 야욕을 이루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진정한 악을 이 세상에 탄생시키며, 12억 명의 자국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며, 나아가 인류 전체의 존속을 위협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저지른 이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학살 범죄가 이 모든 사태를 불러일으킨 시발점이었습니다. ]

분명하게 이번 사태의 원흉으로 중국 정부를 지목하는 국제 연합.

그리고 이들은 이례적으로 만장일치를 통해서 하나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 현재 난민의 신분으로 타국으로 도망친 중국인 중에 고위급 정부 관계자들과 군사 각료 및 유명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조차 없는 커다란 재앙을 불러와 놓고, 비열하게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고자 도망친 이 비겁한 위정자들에 대해 우리 인류는 진심 어린 분노를 느낍니다. ]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가장 먼저 기차나 비행기, 혹은 배를 타고 중국을 벗어난 고위 지도부층. 아무것도 모르는 난민인 척 어딘가에 숨어 있는 이들을 국제 연합은 절대 봐줄 생각이 없었다.

[ 현재 난민으로 넘어온 약 8,000만 명의 중국인 생존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각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것입니다. 이들의 신원에 대한 철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혹시라도 이번 참사와 조금이라도 가담, 동조, 혹은 묵인이라도 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

[ 그들을 ‘인류의 적(The Enemy of Mankind)’으로서 처단할 것입니다. ]

공소시효도, 관할권도, 그 어떤 법적 절차나 제한도 없이 끝까지 추적하고 이들을 모조리 심판하겠다는……. 그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척이나 과격한 결의안을 발표하는 UN. 죽거나 살거나 관계없이 관련자들을 모조리 뿌리 뽑아 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 들어 있는 이들의 과격함을 보며 나는 황당함을 느꼈다.

“저것들 아주 제대로 흑화했네. 평상시에는 아무것도 못 하고 말만 하는 곳이었는데.”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된 무언가를 하기에는 그 힘이 부족해 유명무실한 상징적인 기관이나 다름없는 곳인 국제 연합.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과거와 다르게……. 힘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으니까요.”

나의 중얼거림에 옆에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던 에밀리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러시아는 과거 우크라이나의 침공과 패배로 인해서 과거의 강력했던 그 국제적인 영향력을 많이 잃어버렸죠. 주변 이웃 국가를 침공한 전적 때문에 다른 동유럽 국가들로부터 예전과 같은 지지를 얻기도 어려워졌고, 게다가 핵무기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고 나아가 석유 자원의 가치 역시 극심하게 떨어졌으니……. 이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전혀 없죠.”

“게다가 중국은……. 국가 자체가 완전히 소멸한 데다가 그 정당성을 계승해야 할 중국 정부는 ‘인류의 적’으로 규정당한 상태이니 남아 있는 중국인들을 통해서 새로운 국가 재건은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더욱이나 이들이 살아가던 터전도 죽음의 땅이 되어버린 이상 되돌려보낼 수도 없고요.”

UN의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인 핵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 이사국의 일원이었던 러시아와 중국.

이 두 나라가 거의 유명무실한 국가로 전락해 버린 탓에 이제 실질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곳은 영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뿐이었다.

“이제 드디어 전 세계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 당장은 그렇죠. 그래서 진지하게 내부에서 몇 가지 논의를 계속하고 있어요. 현재 가장 유력한 내용으로는 상임 이사국의 구성원을 새롭게 개편해서 조금 더 국제 정세에 맞는 국가로 채워 넣자는 방안이죠.”

농담 반 진심 반으로 던진 내 말에 틀린 말은 아니라고 수긍하며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에밀리. 그러면서 그녀는 무언가 뿌듯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그래서 현재 새로운 상임 이사국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에요.”

“엥……? 왜요?”

“……. 왜 그런 논의가 나오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아시지 않나요?”

뜬금없이 한국을 후보 대상으로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에 순간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안 될 이유는 특별히 없었다.

“세계의 경제와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인 매지컬 컴퍼니의 본사가 자리하고 국가이기도 하고, 준수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죠. 게다가 국제 외교 관계에서도 북한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꽤 괜찮은 편에 속하고요.”

“게다가……. 중국을 대신해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로서는 아주 제격이죠.”

정치, 경제, 문화, 외교……. 객관적으로 봐도 어디에서도 그리 꿇릴 것은 없는 상황. 하지만 나는 중국을 대신한다는 사실이 조금 그랬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무슨 상임 이사국에도 동양인 쿼터가 있는 건가요? 그럴 거면 어디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도 하나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뭐……. 그럴 만한 수준의 역량을 가진 국가가 있다면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죠.”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에밀리. 그리고 그녀는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내 반응을 눈치채고는 재차 설득했다.

“그래도 이건 받아들이는 게 나을 거예요. 어차피 한국이 아니면 다음 후보는 일본이거든요.”

“……. 어차피 전 관심도 없는 일인 것 같으니 마음대로들 하세요.”

내 반대로 일본이 상임 이사국이 되었다가 언론에 무슨 제목의 기사가 올라갈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기에 나는 배시시 웃고 있는 에밀리를 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절 찾아 이곳까지 온 목적이 뭔가요? 설마 한국이 상임 이사국이 될 거라는 그런 별것도 아닌 소리를 하려고 오진 않았을 텐데요?”

최상급 마족을 퇴치하고 난 이후에도 나는 거의 한 달 이상을 우로보로스 안에 조용히 박혀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한국은……. 아니, 전 세계가 나를 찾아 눈에 불을 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하늘이 열린 그 순간, 빛의 검이 지상에 내리꽂혔다.

- 찬란한 빛과 영광의 성위. 다리엘. 진정한 신이 인류를 구원했다.

-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14일의 지독한 전투를 벌인 위대한 영웅들. 그리고 멀린.

- 멀린, 그는 진짜 신이었다.

- 세계 최초, 최강의 대마법사. 그리고 인류의 구원자. 멀린.

온갖 괴상한 제목의 기사들이 잔뜩 쏟아지며 나에 대한 온갖 추측성, 그리고 자극적인 글들을 자기 멋대로 써 내려가는 기자들. 그 때문에 이곳 우로보로스의 결계 너머로는 비단 기자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모조리 몰려들어 한 달 내내 진을 치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밖에 멋모르고 싸돌아다니다가는 기자나 사람들에게 뜯어 먹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렇기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관심이 사그라들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괜히 찾아와서 다 꺼져 가는 떡밥에 또다시 장작을 지펴 주는 이 에밀리의 등장이 솔직히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여기 선물도 하나 있어서 직접 가져다주러 왔어요.”

내 추궁에 히죽 웃으며 작은 가방 안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 하나를 꺼내 드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손에서 종이를 잡아채며 나는 연신 투덜거리며 그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선물이길래 이렇게 직접 와서까지…….”

괜히 찾아와서 사람 귀찮게 한다고 면박을 주려던 나는 그녀가 건네준 종이의 제목을 보고는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거……. 진심이에요?”

“예전이라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했겠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서 레너드 대통령님뿐 아니라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무언가를 하나 분명하게 깨달은 것 같아요.”

중국에서 벌어진 참사를 통해서 깨달은 교훈.

그것은 바로 어쩌면 이 세상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위험천만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마나와 마법은 우리 인류에게 어마어마한 혁신과 진보를 가져다줄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이번과 같은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앞으로도 운이 좋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겠죠.”

“그렇기에……. 이번 재앙을 막아 낸 이 우로보로스의 위대한 영웅들처럼, 앞으로도 마법이라는 학문을 제대로 이끌어 갈 인재들을 대거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달았죠.”

“어느 특정 국가의 영향력에 얽매이거나 그 어떤 규제와 법률에도 묶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마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또 공부하며 개발할 수 있는 그런 초국가적인 교육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바로 이곳, 우로보로스와 같이.”

그녀가 나에게 건네준 보고서.

그곳에는 내가 그토록 아영을 통해서 조르고 졸라 왔던…….

하지만 온갖 현실적인 법적 규제와 제한 사항들에 막혀서 지지부진했던 그 계획이 치밀하고 분명한……. 그리고 확고한 로드맵과 함께 그려져 있었다.

[ 국제 마법 학술 기관. 우로보로스 확장 이전 계획. 프로젝트. 우라노스(Uranus) ]

“프로젝트 이름이 아주 적절하던데요? 하늘을 부유하며 지구 전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천공섬 위에 있는 학교라니…….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겠어요.”

마치 자기도 학생일 때 그런 곳에 다니며 공부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에밀리.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이걸……. 진짜 만들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요?”

그토록 지금까지 요구했을 때는 온갖 핑계를 대며 난색을 보였던 이들.

하지만 내 의심스러운 물음에 에밀리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인류를 구원했는데, 이런 것도 못 해 주겠어요?”

“…….”

그렇게 나는 여태껏 도와줘도 뭐 하나 제대로 보답하는 것이 없는 이 배은망덕한 X간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꿨다.

아주 가끔은…….

아낌없이 준 만큼 나름의 성의를 보이는 인간이 될 때도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지구상에서 최고의, 그리고 최강의 마법 학교가 탄생하게 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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