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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210화 (210/242)

210화.

사방에서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오고 맹렬한 화염과 총탄이 쏟아지고 있는 도시. 랑팡.

640만 명에 달하는 수많은 인구가 살아가던 대도시 중 하나였던 이곳은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파괴되고 있었다. 그것도 자국군인 중국 인민군에게 말이다.

콰아아앙! 콰아앙!

퍼어어어엉.

마치 모든 것을 섬멸하겠다는 듯이 자국의 도시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화력을 뿜어 대고 있는 중국 인민군의 총공세. 한낱 테러 조직 따위는 순식간에 소탕할 수 있을 것처럼 그 파괴력은 엄청났지만, 그들의 상대는 단순한 테러 조직이 아니었다.

“그어어어어어어!!!”

“캬아아아아아악!!”

죽음의 안식조차도 박탈당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분노하고 증오하는 저주받은 자들.

언데드(Undead).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 군단들이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는 듯이 쉴새 없이 자신들을 공격하는 중국 인민군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쏴라! 절대 저 시체 놈들이 한 마리도 도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제기랄! 도대체 이것들은 뭐냐고!”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게 외곽 지역에 방어선을 구축한 중국 인민군.

그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계속해서 총알을 쏴 갈기고 전차로 달려드는 좀비들을 짓뭉개며 어떻게든 항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도시민들의 학살로 인해서 이 죽음의 군세는 고작 납탄과 화약 따위로 저지하기에는 너무나도 그 규모가 커져 버렸다.

“크에에에에에에에!!”

철컥. 철컥.

[ 끼아아아아아악!!! ]

수많은 인간의 시체 조각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크기의 누더기 골렘.

죽음의 마력을 다스리며 전차조차도 두 동강을 내 버리는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데스 나이트.

현대 병기의 강력한 화력과 물리력으로는 그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하는 망령. 고스트.

단순한 총탄으로도 무력화할 수 있는 좀비의 수준을 넘어서 여러 고유 특성을 가진 상위의 언데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얼마든지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중국 인민군의 철통같은 방어벽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히……히익! 저게 뭐야?”

“저……전차가 한 방에……?”

총알 따위는 타격도 없다는 듯이 맹렬하게 돌격하는 누더기 골렘에 진지가 순식간에 완전히 파괴되고, 회색빛 오러를 두른 검을 휘두르는 데스 나이트의 일격에 병사들이 일제히 피를 쏟으며 죽어 나갔다.

그리고…….

“크크크큭. 다 죽어라!”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이런 미친! 이 새끼가 미쳤나?”

갑자기 돌연 실성한 사람처럼 주변에 있는 동료들에게 총구를 돌리고 수류탄을 터트리며 모두와 함께 자폭하기 시작한 병사들. 그런 그들의 정신 나간 행동들에 모두가 당황했지만,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저 유령 같은 놈들한테 접근하지 마라! 몸을 빼앗아 주변 동료들을 공격한다!”

“유령한테 당한 놈들부터 죽여!”

사방에서 달려드는 언데드 군단뿐만 아니라 망령들에게 몸을 빼앗긴 내부의 적들까지도 신경 쓰며 전투를 벌여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그리고 그러한 최악의 상황 속에서 이들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사……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히……히이이이익!!!”

망령에 몸을 빼앗겨 사살당한 지휘관.

무참하게 파괴되어 제 기능을 잃어버린 전차와 진지.

자신들을 방어할 수단과 명령을 내릴 지휘관도 모조리 잃어버린 인민군들은 이내 전의를 상실하고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지만,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닌 언데드.

항복도, 대화나 협상도, 타협도 불가능한……. 제네바 조약 따위는 적용되지 않는 죽은 자들과의 전쟁. 살아 있는 모든 자들에게 맹목적이고 강렬한 분노와 증오를 느끼는 언데드에게 자비를 기대할 수는 없었기에 모두가 죽기 전까지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한때 640만 명이 살아가던 대도시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남을 때까지 말이다.

“아아……. 아주 만족스럽군.”

불타오르는 도시 속에서 유일하게 생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웃고 있는 한 소년.

그의 주변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가 우글거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 소년에게 어떠한 적의도 내비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온갖 기괴한 괴성을 내지르며 그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였다.

[ 크크크크크크크크 ]

[ 캬캬캬캬캬캬캬 ]

[ 키에에에에에에에 ]

완벽한 승전.

그리고 이 전쟁을 통해서 그는 어마어마한 전리품을 얻어 냈다.

“이렇게도 짧은 시간 동안에 이 수많은 영혼을 나의 권속으로 만들 수 있다니……. 그 어떤 곳에서도 이렇게나 많은 영혼이 우글거리는 것을 보지는 못했거늘, 참으로 놀라운 세상이야.”

고작 며칠 사이에 수백만에 달하는 영혼들을 손에 거머쥐게 된 소년. 그리고 그는 눈을 감고 육신에 남아 있는 수많은 정보와 기억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지구라…….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곳이군.”

정확히 어떻게 된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계에서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세상.

기본적인 채널링조차 되지 않아 엄청나게 강력한 원한과 증오의 기운에 이끌려서 자기도 모르게 우연히 찾아오게 된 곳이었기에 이런 노다지 같은 세상을 운 좋게 찾아냈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곳에는 아직도 타락하지 않은 수많은 순수한 영혼이 가득하다는 사실에 그는 하염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앳된 고등학생의 얼굴로 너무 순수하게 웃고 있는 그. 하지만 단순한 그의 겉껍데기와 다르게 이미 그 속에 자리 잡은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다.

“재밌군……. 정말이지 재밌어.”

아주 사소한 우연 속에서 발견한 행운.

하지만 이건 단순한 행운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기연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머릿속에서 하나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단순히 최상급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위(位)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마계 내에서도 나름 상위권 서열이었지만, 고유한 위(位)를 얻기에는 많이 부족했던 상황. 하지만 고작 도시 하나를 멸망시키고 얻어 낸 영혼들의 양을 보며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기나긴 세월 동안 그에게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절호의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겠지.”

처음 접해 보는 미지의 세상. 비록 단편적인 정보들이었지만, 전혀 생소한……. 하지만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가진 이 지구라는 세계의 인간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이 가진 전력을 모조리 꺼내 놓아야 한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을 타락시키기 위해서라면……. 나 역시 제대로 임할 필요가 있겠어.”

쿠우우우우우우웅.

무언가를 결심한 듯, 한 손을 하늘로 뻗는 소년.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이변이 벌어졌다.

[ 억울해. 억울해. 억울해. ]

[ 무서워.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

[ 왜! 왜! 왜! 왜! 왜! 왜! ]

[ 추워. 아파. 고통스러워! ]

이 도시에서 얻어 낸 수많은 영혼.

그 영혼들이 뿜어내는 강력한 원혼과 증오. 그리고 고통의 사념들을 모아서 그는 도시 전체에 달하는 거대한 원을 만들어 냈다.

“나, 위대한 어둠의 군주를 모시는 지배의 권속. 레지마의 이름으로 명한다.”

우우우우우우웅.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차가운 음기를 뿜어내기 시작한 원.

그리고 이어서 수없이 많은 영혼이 원 안에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문양의 무언가를 그려 내기 시작했다.

“죽음으로도 삶을 포기하지 못한 너희들의 끝없는 원한과 분노를 살아 있는 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나니, 그들 모두가 너희들을 두려워하며 공포에 떨리라.”

꽤 오랜 시간 집중해서 무어라 중얼거리며 죽은 원혼들로 완성해낸 거대한 사령 마법진.

그리고 그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의 에너지들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

그는 불렀다.

“오라. 모든 부패한 자들이여, 명예를 잃은 타락한 기사들이여, 형체를 잃었음에도 여전히 원한을 품고 있는 망자들이여. 너희들의 군주가 부른다.”

“오라. 죽음의 대지여(Death Field).”

그리고 그 순간.

레자마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갈색빛의 대지가 보기만 해도 무언가 불길해 보이는 검은빛으로 변색하기 시작했다.

꾸드드드드득.

마치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듯이, 동심원으로 변해 가는 검은색의 대지와 함께 주변에 있던 모든 나무와 식물들이 노랗게 말라비틀어지며 썩어 버렸다.

그 어떤 생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모든 살아 있는 것을 부정하는 타락한 대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엄청난 크기의 무언가가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콰아아아아앙. 콰앙.

비록 맹렬한 포격 속에서 처참하게 파괴되었지만, 그 형체는 유지하고 있던 중국의 찬란했던 도시 하나가 무너져 내렸고, 대지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구조물은 파괴된 도시를 대신해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이 그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괴하고 불길하게 생긴 구조물에서……. 이 세상에 본래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키에에에에에!!! ]

[ 그어어어어……. ]

[ 키히히히히!! 캬캬캬캬!! ]

수십만……. 수백만……. 아니,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들.

가장 저급한 것들부터 감히 상대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진 상위의 언데드까지 죄다 튀어나오고 있는 상황.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그 구조물에서 나오는 이들은 특히나 위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뼈만이 남아 원한을 불태우는 모든 망자의 군주. 스켈레톤 킹.

모든 부패하고 썩어 버린 이들의 군주. 좀비 로드.

마도의 진리와 타락한 불로불사의 탐구자. 아크 리치.

억울하게 명예를 잃어버린 기사들의 영웅. 데스 히어로.

실체를 잃어버리고 사념만이 남아 있는 망자들의 군주. 에이션트 고스트.

언데드 중에서도 소위 군주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판달리아에서도 아주 간혹 언급되는 존재들이 하나도 아니고 모조리 등장한 악몽 같은 상황.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한 존재를 향해서 극진한 예를 표하고 있었다.

마계의 소속된 존재이자…….

‘지배’의 권능을 가진 최상급 마족. 레지마를 향해 말이다.

“나의 충성스러운 아이들이여.”

조금은 힘든 낯빛이지만 여유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레지마. 그리고 그는 수많은 언데드들의 군단을 향해서 명령했다.

“너희들의 축제를 마음껏 시작하라.”

그렇게…….

하나의 도시의 몰락과 함께 이 지구에는 지옥 일부가 소환되었다.

모든 살아 있는 자들을 향한 끝없는 증오를 뿜어내는 저주받은 존재.

언데드들의 군단과 함께 말이다.

* * *

멀린을 통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긴급하게 전 세계의 각국 정부 지도자들과의 화상 회의를 소집하고는 동북아시아에 전개된 정찰 자산을 총동원해 얻어 낸 자료들을 비롯해 용용이가 찾아낸 키메라 프로젝트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기밀 자료들까지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 오……. 맙소사. ]

[ 지금 이 자료들……. 정말 사실입니까? ]

중국이 저질렀던 만행에 모두가 경악하고 분개하는 상황.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레너드 대통령은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현재 중국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는 단순한 테러 조직의 소행이 아니라 과거, 뉴욕에서 발생했던 것과 같은 사태입니다.”

“이 지구에……. 또다시 악마가 나타난 것이죠.”

악마.

과거라면 무슨 노망난 헛소리를 하냐며 정신 나간 사람 취급했겠지만, 이미 뉴욕에서 벌어진 비슷한 전례를 알고 있었기에 그 누구도 레너드 대통령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악마이길래……. 시체를 부리고 다니는 겁니까……? ]

[ 아니 그보다……. 도시 전체가……. 저 어마어마한 수의 괴물들은……. ]

[ 이거……. 중국 정부가 막아 낼 수 있는 상황이 맞기는 합니까? ]

온갖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런 소란스러운 상황을 진정시키며 레너드 대통령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모든 정부가 합심해서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즉각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해야 합니다.”

단순히 중국 내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군사적 개입의 필요성을 주창하는 레너드 대통령. 하지만 그런 그의 말에 모두가 조금은 인상을 찌푸리며 모호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 크흠……. 설마 각성자라도 지원해 달라는 말은 아니겠죠? ]

[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한 문제에 지금 단순 지원이 아니라 전투 병력을 보내라는 겁니까?]

[ 이건 단순히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내각에서 의회와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정치적 문제. 정당성과 명분. 그리고 행정적 절차와 여론 반발까지…….

온갖 수많은 이유를 대며 군대를 보내거나 무엇보다도 소중한 각성자들을 꺼내 놓지 않으려고 한 발 빼려는 각국 정부의 지도자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레너드 대통령은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늦장 부리다가는 정말로 인류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단 말입니다!”

이미 중국의 도시 하나가 거의 궤멸한 상황.

아직 강대한 중국군의 전력은 건재하다고는 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에 걱정하는 레너드 대통령과 다르게 다른 지도자들은 태평하기만 했다.

[ 중국 주석은 이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한테 이러는 겁니까? ]

[ 중국 정부랑 협의가 된 사안이기는 한 겁니까? ]

[ 중국 영토 내에다가 군대를 투입하는 건 내정 간섭이 아니라 명백한 전쟁 행위입니다. ]

제한된 시간 안에 너무나도 급하게 소집된 회의.

그렇기에 동맹국인 유럽과 NATO 회원국조차도 격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 답답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다급하게 다가와 레너드 대통령의 귓가에 속삭였다.

“뭐……?”

경악한 표정을 짓는 레너드 대통령.

그리고 그는 이내 심각한 얼굴로 소리쳤다.

“지금 당장 랑팡 지역 영상 연결해!”

그의 지시와 함께 곧이어 뒤바뀌는 화면.

창백한 레너드 대통령의 얼굴이 사라지고 이내 모니터에 보이는 영상을 보며 방금까지 이 모든 것을 안일하게 생각하던 지도자들의 얼굴에는 경악이 어렸다.

[ 이……이게 무슨……? ]

[ 오 맙소사……. ]

본래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새까맣게 변한 대지와 기괴하게 튀어나온 거대한 구조물.

그리고 어딘가로 진군하고 있는 끝없이 늘어선 죽음의 군대를 보며 누군가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 신이시여……. ]

이 세상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 신을 찾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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