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06화 (206/242)

206화.

화성에 세계수를 심어 놓고 지구로 귀환하고 난 이후.

나를 찾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았다.

[ 레너드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에 공식적으로 한국에 방문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오늘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서 발표되었습니다. 공개적으로는 한미 동맹의 강화와 동북아시아 안보 협력과 관련한 의제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든 연락을 끊고 칩거한 멀린을 직접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

[ 일본 정부가 매지컬 컴퍼니 사에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이는 향후 정식 판매하게 될 우주선, 파이오니어 3호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다음으로 판매될 세 번째 우주 탐사선의 주인을 가리는 각국의 쟁탈전이 점점 노골적으로 벌어지게 될 전망입니다. ]

[ 화성의 출입을 허가받기 위한 조약에 대해 국제연합이 신생 국가인 엘븐 킹덤과의 협상을 신속히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실질적인 화성의 주인으로 판단되는 멀린과 관련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서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서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

유명 언론부터 시작해서 미국, 일본, 유럽 연합, 심지어 UN에서까지…….

그야말로 온갖 곳에서 나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 모든 요청을 거절하고 내 영역이나 다름없는 우로보로스에 칩거한 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아……. 좋다…….”

침대에 누워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로 자그마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폐인처럼 보낸 상황.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아주, 그리고 매우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세상은 아주 혼란 그 자체인데 너는 아주 살판이 났구나? 이 망할 동생아?”

나를 대신해서 우로보로스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부학장. 김영희.

내가 쉬고 있는 숙소로 돌연 난입해 온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큼지막한 스태프를 고쳐 잡으며 험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너 때문에 우로보로스 지역 외곽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어슬렁거리고 있는지는 아냐? 외곽 결계의 등급을 2단계로 높이고 인식 왜곡 장막까지 추가해서 가동했다고.”

뭐 하나 기삿거리 하나라도 얻으려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기자들과 한탕 크게 해 먹으려는 파파라치들. 거기에 외국에서 찾아온 온갖 고위 직함을 가진 인사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다짜고짜 찾아와 만나 줄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며 누워서 온갖 강짜를 부려 댔기에 이 온갖 진상들을 상대하고 온 그녀는 이미 짜증으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있었다.

“말했잖아. 너무 무리해서 마력 폭주에 걸린 상황이라 당분간 마법을 전혀 못 쓰는 상태라고. 앞으로 최소 50일 이상은 아무것도 안 한 상태로 푹 쉬면서 요양해야 하는 상황이야.”

“뭐……? 5……50일?”

3달 동안은 마법을 못 쓸 거라고 경고했던 이브.

그리고 그녀의 말이 일종의 제약(制約)이라도 되는 건지, 정말로 내 몸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멀쩡했지만, 한 줌의 마력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마법 하나조차도 발동할 수 없는 상황.

전지의 지식 속에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었던 개쩌는 대마법사에서 1서클 마법 하나도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의 상태로 되돌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가장 시급했던 문제들만 해결하고 난 이후에 곧장 우로보로스로 돌아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선택이었다.

“지금 내 상태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지나가는 어떤 아줌마가 나한테 악감정을 품고 갑자기 배때기에 식칼을 쑤셔 놓는다고 한다면 그대로 요단강 건널 상황이라고. 이렇게 취약하고 노출된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밖을 싸돌아다니라고? 그러다가 하나뿐인 소중한 동생이 죽을 수도 있다니까? 내가 얼마나 적이 많은 몸인데.”

“……. 네가 적이 많은 건 알고 있구나?”

“그럼? 내가 죽기를 바라면서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히죽 웃으며 화답하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영희. 그리고 그녀는 이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관자놀이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러면 저기 저 빌어먹을 놈들이 계속 난리 피고 다니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한다는 건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앞으로 50일 동안이나 저러고 다닐 거 생각하면……. 어휴.”

“……? 그냥 이호준 대통령한테 연락해서 우로보로스 주변 지역 경계 강화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 뭘 그런 걸 갖고 그래?”

“아니, 그거 말고. 저 망할 새끼들.”

“……?”

그 말에 문득 창문 밖을 힐끗 내다본 나는 이내 그녀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크헤헤헤. 이 나약한 것들아. 우리의 위대하신 스승님께서 귀환하셨다. 지금까지 내가 살살 해 줬지만, 이제부터는 진정한 마도의 길을 보여 주지. ]

[ 자, 여러분. 우리 학장님께서 우로보로스에게 기거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그 안일한 수업 태도와 성적을 보면서 실망하시면 어떻게 될까요? 제 모든 것을 걸고 여러분의 입에서 퇴학하겠다는 소리가 나오기 전까지 이 우로보로스를 생지옥으로 만들어 드리죠. 우후후후후. ]

[ 라떼는 말이야~! 수업이 얼마나 하드코어하고 매운맛이었는지 알아? 내가 고행 25단계 불지옥 난이도로 수련했다면, 너희는 지금 고작 일반 난이도 불과하다고. 농담인 것 같다고? 지나가다 멀린 님 만나면 한번 물어보라고! ]

[ 워 메이지 학파의 자존심과 긍지는 너희가 만드는 법! 오늘부터 초극강 하드코어 모드로 달린다! 알겠냐? 이 새끼들아? ]

갑작스러운 스승의 귀환에 과하게 흥분해 버린 1대 제자들.

영희가 그렇게 억누르려고 했던 이들의 가학적인 기질이 한순간에 터져 나오기 시작하며, 과잉 충성하며 어떻게든 자신들의 학파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터무니없는 난이도의 교육을 시작한 교직원들로 인해서 사방에서 학생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흐……흐아아아앙. 나……. 집에 가고 싶어! ]

[ 사……살려 줘. 이러다가 진짜 죽겠어요!!! ]

[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점심 나가서 먹을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

[ 나는 갈 테야.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아아!!! ]

“어우……. 저 미친놈들…….”

보는 사람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동정심이 들 정도로 가혹하게 수련생들을 굴리고 있는 이들. 그리고 영희는 이 모든 상황을 두고 나를 탓했다.

“내가 저 미친놈들 정상인으로 만들려고 얼마나 열심히 억누르고 있었는지 알기나 해?”

누가 봐도 ‘이곳이 바로 말로만 듣던 생지옥인가요?’라는 질문부터 던질 정도로 극악의 커리큘럼으로 돌아가고 있는 우로보로스. 하지만 영희가 가장 분통이 터지는 것은 바로 가장 정상인 극고수의 교직원 빼고는 대부분이 도리어 자신을 비정상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악랄하게 굴렸길래 왜 네가 가르친 녀석들은 하나같이 저 모양이야? 진심으로 저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일 수가 있는 건데?”

화염 속성에 익숙해지라고 학생 얼굴에다가 정통으로 파이어 볼을 쑤셔 박는 등의 사건 사고가 일상다반사인 이들.

그리고 그런 영희의 추궁에 나는 조금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뭐가 악랄해. 조금 과하게 굴린 건 맞지만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 내 말이 맞지? 저 새끼들이 그냥 미친놈들인 거 맞지?”

“엉. 누나가 정상인 거 같아.”

“그거 봐. 어? 본인들이 비정상이면서 내 뒤에서는 나보고 엄청 극성 맞다고 몰래 뒷담화나 하고 있고 말이야. 아주 이참에 본때를 보여 줘야지.”

내 말에 어디 두고 보자는 듯이 이를 갈며 스태프를 꼭 부여잡는 영희.

그리고 그런 그녀의 반응을 잠깐 지켜보던 나는 문득 드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저렇게 굴리면 실력은 엄청나게 일취월장하겠는데……?”

“뭐라고??!”

내 말에 고개를 휙 돌리며 험악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영희.

그리고 나는 그 순간 문득 내 머리통을 한 방에 쪼개 버릴 것만 같은 그녀의 우람하고 두툼한 특제 고목 나무 스태프를 보며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히죽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아냐, 아무것도.”

* * *

마법의 등장 이후로 완전히 변화하게 된 이 세계의 현재.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수천만 명이 사망하고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쌓아 왔던 찬란했던 중국의 문화유산을 한순간에 모조리 잃어버린 비극적인 참사. 베이징 테러.

그 사건의 내막은 최상급 마나석을 활용한 발전 설비인 인피니티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을 탈취하려고 시도한 중국 정부의 안일하고 무능한 대처 때문에 벌어진 대참사였지만, 공식적으로는 의문의 범죄 조직이 벌인 테러로 알려지며 그렇게 진실은 수많은 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조용히 묻혔다. 하지만……. 그 비극은 중국과 중국인 전체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 베이징에서의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진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찬란했던 우리 중화인민의 수도를 파괴한 그 잔악무도한 테러 집단의 실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우리 인민들의 분노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위대한 중화 인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결집하고 단결하여 결사옹위할 것입니다! ]

[ 우리 중국은 하나입니다. 그 어떠한 분열을 조장하려는 반동 세력에게 자비란 없을 것입니다. 단호하고 엄중하게 처단하여, 우리 중화 인민들의 안전을 수호할 것입니다. ]

그 어느 때보다도 전체주의적인 사상으로 돌아선 중국.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독립을 꿈꾸는 신장과 위구르 지역. 그리고 홍콩과 대만에 강도 높은 압박을 넣으며 정치범이나 사상범들을 잔혹하게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래 역사와는 다르게 자이 엔 주석이 장기 집권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 위대한 중화 인민들이여! 단결하라! 당과 조국, 그리고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하라! 우리의 지도자. 자이 엔 주석님이 인민 모두에게 길을 알려 주실 것이다! ]

[ 위대하신 우리 중국의 영도자. 자이 엔 주석에게 충성을! 중국 공산당이여 영원하라! ]

어마어마한 지지와 함께 4번째 임기를 시작한 자이 엔 중국 주석.

하지만 그 누구도 분명한 진실을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그림자 속에 숨어 있는 어느 한 각성자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보고하게.”

“예…….”

새하얗게 센 머리로 백색의 가운을 입고 있는 전형적인 학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 그리고 그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얼굴을 비추지 않는 세 사람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현재 유전자 변형을 통해서 만들어 낸 개체는 모두 4가지입니다. 일전에 보고드린 대로, 마나 변이를 일으킨 변형체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인자들만을 선별해서 만들어 낸 조합체로 현재 ‘C형’을 프로토타입의 개체를 선별하고 실전 전투력을 다방면으로 평가 중입니다.”

“일전에 보고할 때는 ‘B형’이 제일 강력하다고 보고하지 않았던가?”

갑작스럽게 들어온 질문.

그리고 그 물음에 순간 숨이 멎는 듯한 표정을 짓던 노인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답을 이어 갔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 ‘B형’은…….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실전에서의 활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 때문에 현재 배제되었습니다.”

“심각한 결함?”

“그 괴물은 누구의 통제도 먹히지 않습니다. 오로지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주변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공격하고 먹어 치웁니다. 이미 그 개체 때문에 희생된 연구원과 병사만 해도 수백에 이르는 상황인지라…….”

“호오……?”

그 말에 흥미롭다는 듯이 탁자 위에 올려진 서류를 집어드는 어느 한 남자.

그리고 그는 창문 사이로 비추어지는 달빛 아래에 얼굴을 드러내며 불길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이것 참 흥미로운 생명체로군요. 고작 맨주먹 하나로 전차를 우그러뜨렸다니. 마력을 담은 각성자들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걸 보면, 마력 저항력 역시 높은 건 틀림 없겠군요.”

“…….”

자이 엔 주석의 오른팔이자 그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실권을 거머쥐고 있다고 알려진 비공식 서열 2위. 국가안전부 부장. 쉰 자오.

그가 이채를 띤 눈빛으로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자 노인은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굳게 다물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가 볼 때는 이 개체가 우리 중화인민을 위해 충실하게 헌신해 줄 병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과기정보국장님은 저랑 다른 생각이신가 보군요.”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말씀하신 대로, ‘B형’ 개체가 우리 중화의 강력하고 날카로운 비수가 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다음 대답에 걸려 있다는 것을 눈치챈 그는 황급히 엎드리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국가안전부장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킬킬거렸다.

“연구에 필요한 실험체들은 넉넉하게 보강해서 더 보내 주도록 하죠. 안 그래도 최근 위구르 지역에서 국가 반란을 모의하던 대역 죄인들을 대거 잡아들였거든요.”

“……. 감사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지시를 받고 무사히 보고를 끝마치고 나올 수 있었던 신(新) 과기정보국장.

중국의 바이오 및 유전학에서 가장 최고의 연구자라고 명성이 드높았던 그는 문득 복도에 걸려 있던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는 이내 눈을 꼭 감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죽으면 기필코 지옥의 가장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지겠군…….”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저명한 학자로의 삶을 살다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은퇴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을 그.

하지만 수많은 예기치 못한 변수 속에서 그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중국의 최고위 군사 기밀 프로젝트. 키메라(Chimaera)의 최고 책임자이자…….

역대 최악, 그리고 최고의 미치광이 과학자로의 운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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