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204화 (204/242)

204화.

미국의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가 공개된 이후, 이 내용은 순식간에 지구 전체에 퍼져 나갔다.

- 특보. 미국 정부. 프로젝트 ‘인피니티’의 기밀 최종 해제.

- 에너지 혁명을 선언한 미국. 석유 자원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인가?

- 사우디와의 손절을 선언하고 베일에 감춰진 프로젝트를 공개한 미국. 과연 그 내막은?

전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긴밀한 우방국 중 하나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선언하는 미국의 행보에 여러 외교 전략 전문가들은 당황했지만, 미국이 꺼내 든 비밀 무기를 보고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미국이 최근 기밀을 해제한 프로젝트 인피니티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어 큰 파문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이는, 마력을 동력원으로 하는 에너지 공급 시스템으로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모든 설비……. 특히 전력을 활용하는 설비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마나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할 때의 효율성은 100%에 달합니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며, 방대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건설 비용 및 발전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거기다 특별하게 훈련된 대다수의 고급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인건비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도 있죠. ‘발전용’ 인피니티 1기가 원자력 발전소 5기가 생산하는 발전량과 맞먹는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효율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죠. ]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발표는 전기차 회사인 데슬라에서만 한정적으로 탑재되어 출시하고 있던 ‘차량용’ 인피니티를 가정용, 산업용, 발전용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해 일반인과 기업, 심지어 국가를 상대로 관련 기술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서 모든 분야에서 인피니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전 세계에 거대한 에너지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소리죠. ]

지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었던 데슬라의 전기차.

그 데슬라에만 독점으로 아주 제한적이고 한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던 인피니티 기술을 이제는 모든 곳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결정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 그렇다면……. 이번 발표가 앞으로 미치게 될 영향은 어떻게 될까요? ]

[ 글쎄요……. 단순히 어느 한 업종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기에 이 자리에서 하나하나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단순히 획기적인 발명을 넘어서, 인류의 현대 문명을 지탱하고 있었던 에너지원의 한 축을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니까요. 그렇기에 미국 정부에서도 이미 관련 기술이 수년 전에 완벽하게 완성되었음에도 절멸(Annihilation) 등급을 부여하며 철저하게 기밀로 유지하고 있던 것이겠죠. ]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 만한 문제가 아닌 상황.

그렇기에 국제 정치와 외교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에드워드 교수는 평소의 과묵하고 냉철한 자기 모습도 잊어버린 채, 잔뜩 흥분한 것처럼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 인피니티가 가지고 있는 경제성은 두말할 것 없이 압도적입니다. 기존 배터리나 석유 따위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용량(Capacity)을 자랑하죠. 과거 데슬라의 차량이 기존 전기차들보다 3배 이상의 주행 거리를 가진 것을 보며 모두가 경악했는데, 그것조차도 의도적인 성능 제한을 걸어 둔 상태였다는 사실이 이번 발표로 밝혀졌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수십 배는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데, 이걸 기존의 기술력으로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

[ 제가 각성자가 아니기에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겠지만, 제가 아는 바로는 마나라는 비물질적인 에너지는 어느 한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 지구상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에너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무한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공재적인 특성을 가진 에너지이며, 자연에 그 어떠한 오염도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에너지라는 말이죠. 이거야말로 꿈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이상적인 에너지가 아닙니까? ]

공룡 썩은 물 따위가 감히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의 탄생.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인류 문명의 진보를 위한 위대한 발견이라고 평가하며 이 상황을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하겠지만,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 그렇지만, 이번 발표를 심각하게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

[ 그렇겠죠. 이건 단순한 세기의 발명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니까요. ]

진행자의 물음에 에드워드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 일단 분명하게 말하자면, 석유 산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원으로의 막강했던 지위를 상실한 석유는 이제 합성 섬유를 비롯한 소재 산업에서 필요한 재료로만 쓰이게 되겠죠. 그렇게 된다면, 전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석유 수요량은 지금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

[ 중동 지역은 이제 과거와 같은 가치를 가진 지역이 아니라는 의미이죠. ]

에너지원으로의 지위를 상실한 석유. 그리고 그것은 곧 중동 지역이 가지고 있었던 막강했던 영향력을 뿌리부터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 과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강대국이 중동 지역에 개입하며 수많은 내전과 혼란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것은 바로 그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석유 때문이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필요로 하는 필수재이자 전략물자인 이 석유를 손에 거머쥐게 되면, 그것은 곧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으니까요. ]

[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류를 일방적으로 끊겠다고 했을 때 저는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인피니티 프로젝트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상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은 이미 미국에 있어 수년 전부터 전략적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는 말입니다. ]

조금의 양보도 없이 강경하게 고수해 오던 미국의 중동 정책.

수십 년 동안 이어 오던 미국의 외교 안보 정책의 핵심축 하나를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을 보며 모두가 경악했지만,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국 정부가 이 기술을 절멸 등급이라고 판단하고 꽁꽁 묶어 두고 왔던 것이겠지요.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하게 된다면, 중동 지역은 그야말로 외세의 지원을 모조리 잃어버리게 되고, 외세의 지원 아래에 정권을 잡고 있던 수많은 중동 국가들은 엄청난 내전에 휩싸이게 되겠지요. ]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나름’ 중동 지역을 생각해 ‘지켜 준’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 말씀하신 내용대로라면, 이번 결정이 곧 중동에 어마어마한 피바람을 불어오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는 뜻이군요. 그런데……. 그렇다면 어째서 미국 정부가 돌연 마음을 바꾸고 이 인피니티 기술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것일까요? ]

변심의 이유를 궁금해하는 진행자의 물음에 에드워드는 정말 모르겠냐는 듯이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그거야……. 당연히 멀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

[ 멀린 말입니까? ]

[ …….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건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확인된 바는 전혀 없으니 알아서 흘려들으시는 것이 좋겠군요. 일단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와 소위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멀린은 과거부터 아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공생 관계……. 아니, 쌍무적 계약 관계라고 보는 게 나을 것 같군요. ]

[ 멀린이 만들어 낸 기술력을 미국에 우선 공급하는 대신, 미국 정부는 멀린을 보호하고 나아가 방해되는 여러 문제를 발 벗고 나서 주는 해결사 역할을 해 준다는 말씀이시군요. ]

에드워드의 설명에 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 멀린의 기본적인 성향은 극단적 환경주의자입니다. 매지컬 컴퍼니를 통해서 개발한 기술들은 친환경적이고, 벌어들이는 수익 대부분을 공격적으로 부동산 매입에 쓰고 있죠. 전 지구적인 규모로 이렇게까지 부동산 사업에 열중하는 기업은 아마 인류 역사상 최초일 겁니다. 이 기세로 사들이다가는, 농담이 아니라 금력(金力)으로 한 나라를 정복할 수준이니까요. ]

마법의 창시자. 최초의 대마법사. 우로보로스의 학장. 매지컬 컴퍼니의 주인.

다양한 칭호로 불리지만, 세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칭호는 따로 있었다.

자기도 인간이면서 다른 인간을 X간이라고 부르는 데 서슴지 않으며…….

자신이 이 지구의 환경 보호하고 지구 생태계 전체를 대변한다는 막강한 선민사상을 가지고 있는 에코 파시즘(Eco Fascism)에 찌들어 있는 에코 파시스트. 멀린.

이 멀린이 지금껏 가만히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에드워드는 말했다.

[ 그렇게 환경에 집착하는 멀린이……. 어마어마한 오염 물질을 뿜어내는 석유를 끝장낼 수 있는 인피니티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 냈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보급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건 분명히 중간에 미국 정부가 개입해서 모종의 합의를 본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에코 파시스트 멀린’이 이렇게 수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있었을 리가 없거든요. ]

[ 그 말씀은……. 최근 붉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멀린의 관계가 이런 결과를 가지고 왔다는 말씀이십니까? ]

엘프 아스테리아의 어퍼컷 사건.

그것으로 인해서 한동안 외교가가 떠들썩했던 것을 떠올리며 진행자는 물었다.

[ 네. 그렇습니다. 아마 제 생각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일종의 ‘선’을 넘어 버린 이상, 미국 정부로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래서 이번에 이런 깜짝 사태가 발생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단순히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아니라 중동 전체가 박살이 나게 생긴 상황.

그렇기에 그 중차대하고 심각한 결과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사소하고 초라하기까지 한 시작을 보며 진행자는 연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그건 너무 비약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단순한 외교적 갈등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다니요. 게다가 미국이 단순히 ‘한 사람’의 비위를 맞추겠다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우방국과의 관계를 헌신짝처럼 저버렸다는 주장은 솔직히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

‘이건 상식적으로 너무 말이 안 되지 않냐?’라는 표정으로 소신 발언을 하는 사회자.

하지만 그 말에 에드워드는 진지한 얼굴로 정정해 줬다.

[ 단순한 ‘한 사람’이 아니라 ‘홀로 화성이라는 행성을 개척해 낸 사람’이죠. ]

[ ……. ]

[ 이건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하나의 교훈이 있죠. ]

최초의 인류가 무리를 형성하고 부족, 마을, 도시……. 나아가 국가를 이루게 만든 가장 핵심적인 명제.

아무리 강한 무력을 가지더라도 한 개인은 집단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도 절대적이었던 명제가 최근 뿌리에서부터 심각하게 뒤흔들리고 있었다.

[ 멀린은 이미 러시아와의 선전포고를 통해 전쟁에서 승리하기까지 한 전적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전 세계의 핵심 지도부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무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죠. ]

[ 게다가 그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로보로스에는 이미 천 명이 넘어가는 각성자들이 학생으로 입학해 교육받고 있으며, 수백 명의 3 서클 마법사와 수십 명의 4 서클 마법사들이 있죠.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멀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애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그를 추앙하고 숭배하죠. ]

군대가 마음먹고 침공해도 절대 공략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우로보로스.

멀린보다는 아니지만, 정석적으로 배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들까지 우글거리고 있는 그곳은 이미 미국조차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였다.

[ 그런 그와의 관계를 훼손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옹호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후환이 두려운 것 같습니다. 중동의 테러리스트들이 아무리 막강한 세력을 가지고 위협적이라고는 하지만, 국가의 핵심 지도부들을 모조리 제거할 수 있을 수준은 아닌 것 같거든요. ]

[ 게다가……. 멀린이 운영하는 뮤튜브 채널에서 누군가가 이 상황에 대해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질문의 답변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

- “알빠노?”

그 대답을 듣고 한참을 침묵하던 사회자. 그리고 그는 아까보다는 훨씬 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 그렇다면 정말로……? ]

중동 전체에 파국을 불러올 이 역사적인 결정이 멀린이라는 한 사람 때문에 일어난 것이냐는 물음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자.

그런 그에게 에드워드는 진심을 담아 경고했다.

[ 절대로,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기필코, 멀린을 먼저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

[ 그를 건드리면 모든 상황이 X되는 건 분명하거든요. ]

[ 그 누구든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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