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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99화 (199/242)

199화.

현 우로보로스의 부학장이자 실질적인 실권자인 나의 누나. 김영희.

그녀는 하나뿐인 친동생인 나를 보자마자 마음에 안 든다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미친놈.”

“에이, 그게 오랜만에 본 동생한테 할 소리야?”

“나는 앞뒤 안 가리고 무책임하게 온갖 사고만 다 저지르고 다니는 동생을 둔 적이 없어서 말이지. 우로보로스 하나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만 해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이런 초대형 사고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저질러 놓고 그런 뻔뻔한 소리가 나오냐?”

농담이 아니라 그녀의 커다란 책상 위에 수북하게 탑을 이루며 쌓여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서류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의 사무실 구석에는 이미 다 먹은 특제 회복 물약 병이 수북하게 놓여 있었다.

“기존 약속을 저버리고 화성에 눈독 들이는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 사방에 득시글거리고 있다는데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있어야지. 그래도 누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 안 가게 나름대로 노력한 거라고.”

“네 녀석이 잘도 노력했겠다. 지금 전 세계가 얼마나 난리가 난 상황인지 알기나 하고?”

나름 노력을 했다는 내 말에 영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화성이야. 화성. 단순히 어디 다른 국가의 환경을 뒤바꾼 게 아니라, 행성 하나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고. 도대체 거기서 무슨 짓을 벌이고 온 건데?”

“별건 아니고……. 그냥 나무 심고 온 거지 뭐.”

“……. 나무 하나 심어서 그렇게 되는 거면 우리 인류는 일찍이 태양계 전체에 진출했겠다.”

“내 나무는 조금 특별하거든.”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독립된 신성과 신격을 가진 존재인 세계수.

그 세계수의 힘을 통해서 화성의 환경을 손쉽게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그걸 모르는 인류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을 받은 후였다.

- 멀린……. 그는 신인가?

- 멀린이 멀린했다.

- 농담이 아니라 이건 그냥 창세기 신화에나 나올 법한 상황 아닌가?

- ㄷㄷㄷ……. 진짜……. 어케 했누…….

불과 한 달도 채 안 되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에 완전히 황폐한 죽음의 행성을 수많은 생명이 번성하고 있는 생명력 넘치는 행성으로 뒤바꾼 것을 보며 몇몇 사람들은 나를 향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칭호로 부르기까지 하고 있었다.

- 위대하신 대마법사 멀린 님께서 가라사대. ‘나무가 있으라’라고 하셨다.

- 멀린을 믿으십시다. 여러분. 그는 우리의 선지자입니다!

- 그분께서는 어린아이의 몸으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신의 사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너를 신으로 모시는 사이비 종교까지 생겨나고 있는 수준이야.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 그건 너무 에바 참치인데.”

“아냐? 솔직히 나도 이제 슬슬 네가 진짜로 내가 알던 동생이 맞는지도 잘 모를 정도거든.”

내 말에 날카로운 눈빛을 지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영희. 그리고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하지만, 계속해서 궁금했었던 질문을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찬 얼굴로 묻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그 경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어. 어떻게 평범한 중학생인 네가 그 누구도 알지 못한 ‘마법’의 개념을 정립하고, 또 이렇게 고도로 활용할 수 있었는지…….”

과학과 비슷하지만,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개념인 마법.

그 마법의 지식과 정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나에게서 쏟아져 나와 이 지구 전체에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변혁을 계속해서 가지고 오는 것을 보며 그녀는 한 가지 가설을 계속해서 의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네가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더라고.”

“너, 설마 차원 이동이라도 하고 온 거야?”

판타지 소설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인 차원 이동.

본래 과학도인 영희로서는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코웃음을 쳤겠지만, 차원과 시공간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디멘션 학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그녀는 이제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이 세상은……. 아니, 이 드넓은 대우주는…….

단순히 하나의 우주만이 아니라,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우주로 나누어진, 훨씬 더 드넓은 곳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그건 또 뭔 헛소리야?”

완전히 잘못 짚은 그녀의 물음에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그렇지.”

“……. 일단 확실하게 말해 두겠는데, 내가 차원 이동하는 그런 시답지 않은 짓을 한 건 아니야.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온 녀석이 따로 있기는 하지.”

“뭐……? 용용이?”

내가 손가락으로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중국산 짝퉁 용가리 인형을 가리키자 일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는 영희. 그러자 그녀의 방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를 통해 잔뜩 분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가 용용이냐! 나는 판달리아를 수호하는 위대한 일족의 수장! 골드 드래곤 로드 페르도스……! ]

“맞아. 우리 용용이가 바로 판달리아에서 온 녀석이지. 나랑 일종의 주종 관계로 묶여 있는 녀석이긴 한데, 드래곤 비슷한 생명체도 없다 보니 하필이면 인형에 들어가 버렸지 뭐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녀석이기는 한데 마나 링크를 통한 네트워크상에서는 이것저것 할 수 있어서 나름 쓸 만하기는 해.”

[ 아! 주인! 쪽팔리게 다른 인간들한테도 용용이라고 소개하지 말라고! ]

“뭐래? 네가 판달리아에서는 어땠을지 몰라도 여기서 너는 누가 뭐라 해도 중국산 짝퉁 용가리 인형. 용용이라고.”

[ 이이이익! 주인, 진짜 이러기야? ]

자기 멋대로 스피커를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고 있는 용용이.

그런 그와 내가 유치하게 툭탁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영희의 눈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 그러면……. 정말로……?”

혹시나 하며 물었던 가설. 그리고 그 가설이 정말로 맞았다는 사실에 그녀의 얼굴에는 충격을 더불어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차원 이동과 관련한 마법은 연구할 생각조차도 하지 마.”

“뭐……?”

“있어 그런 게. 자기 영역에 무단 침입하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존재가 하나 있거든.”

애초에 나랑 계약할 때도 자기 영업장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깽판 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며 되갚아 달라고 부탁했던 이브.

비록 나로 인해서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과학’의 개념을 기반으로 한 이 문명이 또 다른 그녀의 영역에 개입을 시도했다가는 농담이 아니라 이 우주 전체가 반으로 접혀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감히 그 한계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고 아득히도 드높은 신성을 가지고 있는 이브. 그리고 그건 그녀의 힘을 일부 빌려 쓰고 있는 나로서는 아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 이 인류가 아직도 멸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누구인지도 모를 존재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 하나로 이 세계에 지나친 관심을 두고 있는 그녀의 안배 덕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뭔지는 모르겠지만, 좋아. 네가 어떻게 이런 일들을 벌일 수 있게 된 건지는 알겠어.”

아직도 의문투성이인 표정의 그녀였지만, 그래도 분명한 답은 이해가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영희. 하지만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네가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바라보고 지금 이런 엄청난 일들을 벌이고 있냐는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이 세상의 유일한 마법사가 된다면 과연 무엇을 할지 상상해 본 적 있는가?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권력과 명예를, 누군가는 개인적인 복수나 안락을 위해서 그 힘을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욕망을 가진 인간이라면…….

그 마법을 통해 인류 전체를 계몽(啓蒙)시키고 문명 전체를 개혁(改革)하려는 짓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뮤튜브를 통해서 누구든지 마법을 자유롭게 학습하고 배울 수 있게 하고 매지컬 컴퍼니를 통해서 벌어들인 자금 전부를 산림 조성과 생태계 보호에 이용해 지구 전체의 마나 발생량을 높이고……. 이 우로보로스를 통해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정립했어.”

“거기에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는 각성자들을 대신해서 각성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국제 협약을 만들기 위해서 한국을 비롯해 미국의 정치권에 깊숙하게 개입했지. 전혀 관련도 없는 전쟁에 참전해서 불필요한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던 두 국가를 반강제적으로 비핵화시켰지.”

이건 개인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들이 아니다.

지극히 독선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지구 전체에……. 인류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오히려 헌신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행동들이었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절대 보여 주지 않았을 길을 걸어가는 하나뿐인 동생을 보며 영희는 진지한 눈으로 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나의 근본적인 목적의식을 물어 오는 영희의 질문에 나는 묘한 아이러니함을 느끼며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나.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까?”

“원래의 흐름대로라면 누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없어.”

“뭐……?”

“전에 궁금해서 한번 누나가 가진 운명의 실타래를 들여다봤는데, 누나가 확실히 머리가 특출나게 좋기는 했나 봐. 누가 말해 준 것처럼 누나가 일전에 교통사고로 죽은 건 사고가 아니더라? 누나가 진행하던 연구가 탐이 난 어느 삼자가 저지른……. 사고사로 위장한 살해.”

현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지만, 과거에는 분명하게 일어났었던 사건.

그 죽음의 운명을 타고났던 영희는 나라는 거대한 변수로 인해서 이미 완전히 뒤틀려지며 새로운 운명의 실타래로 짜이고 있었지만, 이 세계는 아직 그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 네 녀석이 있는 세상 말이야……. ]

[ 아직 절멸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

마치 선물을 준다는 듯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이브가 알려 준 정보.

정확하게 앞으로 벌어질 그 미래를 엿볼 수는 없었지만, 이 세계의 인류 전체에 거의 확정적으로 결정된 운명을 뒤트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벌인 일들만으로는 부족한 상태였다.

“너……. 지금 그게 무슨…….”

“내가 지금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나에게는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이 세계의 운명을 뒤틀기 시작한 거대한 분기점인 마법의 등장.

하지만 그것은 무조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만은 아니었다.

[ 오늘 폭주한 각성자가 일가족 5명을 무참히 살해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지고 왔습니다. 각성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경찰 12명과 군인 20명도 희생되었습니다. ]

[ 집에서 마법을 연습하던 9살 어린아이가 마력 폭주에 빠져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뮤튜브를 통해서 연령 제한 없이 모두에게 마법의 개념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

[ 마법으로 인해서 기존의 국가 경제 및 산업 전반에 커다란 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관련 산업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았던 대만은 최근 TSBC의 대규모 구조 조정을 더불어 역대 최대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

본래 발생하지 않았을 범죄가 생기고 비극적인 사고와 참사가 발생하며 불필요한 희생이 생겨났다. 누군가는 마법으로 인해 직장을 잃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졌으며,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커다란 혼란을 경험하기도 했다.

마법이 없었다면,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았을 수많은 비극.

제아무리 전지의 권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하나하나를 모두 다 막아 낼 수는 없었기에 나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이 멍청하고 아둔하고, 열등하며, 자기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어가는 인류 모두를 구제하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 봐야지.”

“…….”

이 세계는 멸망한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다면 정신병자 취급받기에 딱 좋은 헛소리.

마치 종말론자나 입에 담을 법한 이야기였지만, 영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찬 나의 눈빛을 보며 차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앞뒤 안 가리고 사고만 치는 이 정신 나간 하나뿐인 동생의 뒷수습을 대신 해 주는 것뿐이었다.

“하여간……. 너는 어릴 때부터 손이 많이 갔다니깐.”

“앞으로도 계속 많이 갈 예정인 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영희에게 나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됐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 앞으로도 또 무슨 정신 나간 짓을 벌이려고 다니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네 마음대로 한번 실컷 해 봐. 최소한 네가 만들어 놓은 이 우로보로스만큼은 내가 확실하게 지키고 있을 테니까.”

“……. 갑자기 왜 일어나? 무슨 약속이라도 있어?”

내가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얼굴 본 동생 밥은 누나가 직접 차려 줘야지. 밥이나 먹고 가.”

오랜만에 요리를 해 보겠다며 의욕 넘치는 얼굴로 일어나는 영희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그건 좀…….”

그러자 영희도 진심을 담아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 죽을래?”

어디까지나 서로에게 진심인 두 남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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