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92화 (192/242)

192화.

인류가 인공위성을 처음으로 지구 밖으로 쏘아 보내던 시기인 1960년대.

소련과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위성과 유인 우주선 개발에 박차를 다하던 이 우주 경쟁 속에서 조약이 하나 있었다.

그 어떤 집단이나 국가도 특정 행성이나 천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우주 조약. 인류 전체의 공영과 이익에 이바지한다는 원대하고 이상적인 관념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이고 실현 불가능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우주 조약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그 배경을 먼저 이야기해 보죠. 당시에는 다른 천체를 개척하거나 인류가 정말 우주를 탐사한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기에 그 어느 국가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평화적인 조약이 체결될 수 있었던 것이죠. ]

[ 하지만 지금 화성의 식민지 개척이 가시권에 들어온 이상, 이 조약이 과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까요? 우주 개척이 현실로 다가온 이상, 이 조약은 최소한 개정이 불가피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조약의 완전한 폐기도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별다른 반발 없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었던 내용. 하지만 파이오니어가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이 조약에 대한 나라별 입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첨예하게 갈렸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 미합중국 정부는 과거에 맺은 우주 조약에 있어서 제1조와 2조, 4조를 비롯해 총 9개의 조항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와 관련해 국제 연합에서 진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UN의 정식 안건으로 우주 조약의 재개정을 제안합니다. ]

우주 조약의 수정을 요구하며 먼저 첫 신호탄을 터트린 미국.

그리고 이런 이들의 주장에 기다렸다는 듯이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나라들이 있었다.

[ 우주 조약의 개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입니다. 우주의 특정 영역이나 행성은 어느 단일 국가가 점유하거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인류 모두를 위한 공간입니다. 수십 년 전의 과거에 전 세계의 국가가 합의 아래에 정당하게 맺어진 국제 조약을 사사로운 국익을 위해서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러시아는 강력히 규탄합니다. ]

[ 중국 정부 역시 러시아의 뜻에 동의합니다. 우주는 우리 모든 인류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단순히 선점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한 상황을 용인하게 되면, 기술 개발에 따른 국가별 격차를 심화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분란의 씨앗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

UN 안보리의 상임 이사국이자 예전만큼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이 둘이 손에 손잡고 미국의 제안에 격렬하게 반대표를 들고 나서기 시작했고, 그 이외의 다른 국가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 크흐흠……. 독일 정부는 우주 조약의 개정 필요성이 있지만, 세부 조항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 호주 정부 역시 개정의 필요성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류 전체의 이익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이익을 위한 개정이라면 반대할 것입니다. ]

[ 에……. 인도는 아직 관련 내용에 대한 세부 검토 중입니다. ]

현재 기술력으로는 우주 진출은 꿈도 못 꾸는 나라들이 대부분인 상황.

그렇기에 미국의 압박 속에서 억지로 찬성표를 던지는 유럽 국가들 말고는 우주 조약의 개정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이었다.

[ 현재 우주 개척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나라는 스페이스 S를 보유한 미국이 유일합니다. 최근에 파이오니어라는 우주 탐사선을 개발하고 그 직후에 우주 조약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그 의도가 뭔지 너무 뻔한 것 아닙니까? ]

[ 그것만이 아닙니다. 3년 동안 스페이스 S가 매지컬 컴퍼니와 추진할 프로젝트가 화성의 테라포밍이라고요? 우주 개발과 개척은 인류 전체가 함께 짊어지고 또 그에 따른 성과와 업적은 공동으로 누려야만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국 정부가 과욕을 부린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군요. ]

지구를 벗어나 드넓은 우주를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는 다목적 우주 탐사선. 파이오니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최대 백 명이 넘는 인원까지도 수용하고 수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게 설계된 이 우주선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뿐인 상황.

그렇기에 각 국가의 외교 대사들은 미국이 우주 조약을 개정하려는 목적이 너무나도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 목적성은 완전히 달랐지만 말이다.

“역시 생각한 것처럼 일이 쉽게 흘러갈 것 같지는 않군요.”

냉담한 회의실 속 분위기 속에서 작게 귓속말로 이야기하는 미국 UN 대사. 빌.

나를 대신해서 우주 조약 개정의 필요성을 열성껏 주장했지만, 수많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이 문제를 단순한 말 몇 마디로 해결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괜찮아요. 연습한 대로만 해요. 연습한 대로.”

모든 것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였기에 나는 히죽 웃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빌은 묘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두를 향해 선언했다.

[ 미국 정부는 해당 논의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증인 1명의 증언을 요청합니다. ]

이제부터는 내가 이야기할 시간이라고 말이다.

“부디 행운을 빕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미국 대사.

그런 그의 말에 작게 미소 지으며 천천히 걸어 나간 나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원형의 회의실 중심에 자리한 단상에 서서 여유롭게 회의실 모두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 반갑습니다……. 인간 대표부 여러분. ]

[ 저는 대마법사. 멀린입니다. ]

쿠우우우우웅.

그 순간, 회의실 전체에 강렬한 위압감이 퍼져 나갔다.

“크윽…….”

“이게 무슨…….”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절대적이고도 압도적인 힘의 격차를 느끼게 하는 무형의 기운. 어마어마한 마력의 폭풍이 만들어 내는 그 압력을 온몸으로 받으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침음성을 내뱉는 이들 모두에게 나는 미소 지으며 마이크를 붙잡고 말을 이어 갔다.

[ 아까부터 조용히 여러분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조금 착각하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가장 먼저 그것부터 정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

[ 이 우주 조약의 개정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제안하는 호의일 뿐이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은 여기서 우주 조약의 개정을 막아설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가 이렇게 물어보고 싶네요. ]

내가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엘런 더스크에 의해서 이미 화성에 진출하고 나아가 개척까지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게 만천하에 까발려진 상황.

그렇기에 내가 노리고 있는 대상이 다름 아닌 인류의 가장 유력한 제1의 식민지 후보인 화성이라는 것을 모두가 뻔히 알고 있었기에 나는 빠꾸 없이 돌직구를 날렸다.

[ 내가 우주 조약이고 나발이고 그딴 거 완전히 무시하고 화성 전체를 통째로 먹어 버리면 너희들이 뭘 할 수 있는데? 그냥 이 악물고 부들대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더 있나? ]

[ ……. ]

평소라면 사방에서 온갖 성토와 질타가 터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이었지만, 감히 그럴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사방에 퍼져 나가는 압도적인 격(格)의 차이에 모두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 그……그 말은 정말로 화성을 통째로 가져가겠다는 말입니까? ]

힘겹게 던진 누군가의 한마디.

그리고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 그럴 생각이긴 한데, 그게 뭐 잘못됐나요? ]

내 물음에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빤히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이들에게 내 요구 조건을 이어 갔다.

[ 아, 그렇다고 해서 설마 제가 맨입으로 화성을 날로 먹겠다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 어쩌면 제가 화성을 먹겠다는 사실에 여러분은 언젠가 저한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화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진보하기도 전에, 아마 이 인류는 환경 파괴로 그 전에 나자빠지게 될 것이 뻔하니까요. ]

테라포밍은 고사하고 원래는 20년을 겨우 버티고 멸망했어야 했을 인류.

그 미래를 뒤바꿔 준 장본인이 바로 나였기에 나는 이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머리 색의 짐승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 애초에 화성은 여러분에게 못 먹는 감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아까워하지 말라……. 이 말이에요. 넘볼 걸 넘봐야죠. 어차피 줘 봤자 생명체도 살 수 없는 그 황무지 땅에서 여러분이 뭘 할 수 있겠어요? 어디 3년 이내로 인공 도시라도 만들 자신은 있고요? ]

어차피 못 먹는 감이었으니 찔러 보지도 말라는 내 조언.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래서……. 만약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또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인 건가요? ]

내 말에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고 물어 오는 러시아 대사.

안 그래도 나에게 선전포고를 당해 나라 전체가 완전히 뒤집힌 전적이 있었기에 그는 내 진심 어린 조언(?)을 비꼬며 물었다.

[ 아니죠. 제가 뭐 수틀리면 일단 전쟁부터 벌이는 그런 야만적인 X간으로 보이세요? 저는 나름 이래 보여도 완전 평화주의자라고요. 평화주의자. ]

[ ……? ]

내 손에 죽어 나간 군인들의 수만 해도 수천이 넘어가기에 그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이번 조약의 거래 조건을 꺼내 들었다.

[ 저도 양심이 있으니까 화성. 딱 화성 하나만 넘겨주세요. 그러면 다른 행성들은 안 건들도록 하죠. 달의 광물 자원을 채굴하든, 금성에 인공 도시를 짓든, 목성에서 뭐 수영이라도 하더라도 여러분이 다른 행성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고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하도록 하죠. 그리고……. ]

[ 이 거래에 동의하는 국가에는 앞으로 3년 후, 스페이스 S와 매지컬 컴퍼니가 개발하는 우주 탐사선을 구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죠. 현재 발표된 파이오니어를 포함해 앞으로 새롭게 개량되고 개발하게 될 우주선까지 전부요. ]

[ 그런!!! ]

우주 개척의 핵심 필수품이 될 파이오니어.

그 전략적 가치를 생각하면 아마 다른 나라에는 절대, 죽어도 팔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 우주선을 고작 3년 후에는 구매할 수 있도록 풀어 준다는 말에 대사들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3년 후에는 본격적인 우주 개발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화성 말고도 다른 행성들도 충분히 경제성은 있는데……. 달만 하더라도 매장되어 있는 희귀 자원의 양만…….’

‘조약 개정에 동의한 국가에만 제한적으로 풀어 준다……. 무시무시한 협박이군.’

화성을 홀로 독식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멀린의 협박.

하지만 그걸 현실적으로 제재하거나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대항한다면 코앞에 다가온 우주 개척 산업에서 철저하고 무자비하게 배제해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멀린의 협박에 각 나라의 UN 대사들은 현실적인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었다.

[ 자, 그러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것 같네요. 여러분의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길 조언할게요. ]

[ 저는 엄청 쪼잔하고 치졸해서 한번 결정한 건 어지간해서는 잘 안 바꾸거든요. 괜히 줄 한번 잘못 섰다가 다른 나라가 우주 진출하는데 옆에서 손가락만 쪽쪽 빠는 안타까운 상황은 없기를 기원할게요. ]

그의 쪼잔하고 치졸한,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로 와닿는 협박을 들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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