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헤지 펀드 회사였던 오디세이 자산 운용이 보유 자산의 283%의 달하는 운용 손을 보고 파산한 것을 시작으로 금융 업계 전반에 그 충격이 도미노처럼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금융 당국들은 자국 은행에까지 그 충격이 번지지 않을까 긴장하며 신속하게 내부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
자그마치 8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또 운용하고 있었던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파산.
비단 한 회사의 몰락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이들과 거래로 얽혀 있는 금융 회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상황. 특히, 연합의 일원으로 매지컬 컴퍼니의 공격에 합세하거나 힘을 실어 주었던 이들은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파산에 따른 후폭풍을 직격탄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 긴급 속보입니다. 오디세이 자산 운용이 파산하게 된 주요한 이유가 최근 상장해서 주식 시장에 큰 화제가 되었던 매지컬 컴퍼니에 대한 공격적인 공매도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금융 당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디세이 자산 운용이 아직도 정리하지 못한 공매도 물량이 최소 300만 주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들에게 주식을 대여해 준 증권 회사와 헤지 펀드들이 최소 8곳입니다. ]
모든 자산을 청산하고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만을 사들이더라도 절대 공매도 잔고를 청산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버린 주가. 그로 인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오디세이 자산 운용에 빌려줬던 회사들이었다.
[ 도이치뱅크와 크레디트스위스, 그리고 UBS 등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오디세이 자산 운용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일제히 보유하고 있는 예금을 빼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가 여러 크고 작은 소동이 발생했으며 주가는 하루 만에 30% 이상 폭락했습니다. ]
로스차일드가의 주도적인 설계 속에서 이루어진 공격.
그렇기에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는 유럽 쪽으로 집중되어 있었고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에는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이 상황이 사람들의 광기에 부채질이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기름을 통째로 집어 던지는 수준이었다는 점이었다.
- ㅋㅋㅋㅋ 영차. 여엉차.
- 여러분 절대 팔지 마세요. 아직도 남은 공매도 잔고가 2,430만 주입니다.
- 유럽 은행들 전부 파산 가즈아!!!
- 우리가 안 팔면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 매수벽만 두터운 거 보소 ㅋㅋㅋㅋㅋ. 사고 싶어서 진짜 안달이 난 게 보인다.
하락은 유한하나 상승은 무한하다.
어떻게든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한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는 이들의 사정을 알자 귀신처럼 메말라 버린 매지컬 컴퍼니의 매물 속에서 계속해서 경쟁적으로 매수 호가를 높이는 이들.
그렇게 개미들과 이들을 뜯어먹을 기회를 잡은 수많은 헤지 펀드들의 공격적인 매수 속에서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은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수준의 가격대까지 올라가 버렸다.
[ 매지컬 컴퍼니. 92,462달러 ]
첫 상장일에 700달러에 불과했던 주식이 고작 2달 만에 130배가 넘는 가격 상승을 이룩해 낸 경이적인 상황. 시가 총액으로 따지면 그야말로 현 인류의 그 어떤 회사도 감히 비비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었기에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수준입니다……. 광기 그 자체라고요. ]
[ 역시 뉴턴의 말이 맞았습니다. 우주의 원리와 흐름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인간의 광기로 작동하는 주식 시장은 그 누구도 감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매지컬 컴퍼니가 분명하게 그 사실을 보여 주고 있군요. ]
[ 하루아침에 세계의 명실상부한 부호가 된 멀린은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경악, 충격, 부러움, 질시.
수많은 감정이 혼재된 상태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의 대중들.
돈방석에 올라 시시덕거리며 이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상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일상을 보내는 와중이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는군요. Mr. 멀린.”
청와대의 호출을 받고 찾아온 나를 반기는 중년의 백인 여성.
비교적 마른 편이었지만, 주변에 범상치 않은 묘한 기세를 풍기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대번에 누구인지를 알아채고는 그녀가 청한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캐서린 맞죠……? 반가워요.”
미국의 외교 수장이자 레너드 행정부의 서열 4위인 국무장관 캐서린 듀란트.
미국의 뜻을 대변하는 그녀가 청와대에……. 그것도 이호준 대통령과 마주 앉아 무언가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며 나는 한쪽 소파에 몸을 푹 기대며 물었다.
“안 그래도 바쁘신 분이 어쩐 일로 이렇게 직접 한국까지 찾아오셨대요? 에밀리를 통해서 전달하지 않고 이렇게 직접 오신 걸 보면……. 뭔가 저랑 중요하게 논의할 이야기가 있으신가 보죠?”
공식적인 일정을 잡고 방한한 국무장관. 표면적으로는 한미 동맹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 주요 의제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맞습니다. 이미 대충 눈치를 채고 있으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불편하시겠지만, 미합중국 정부는 Mr. 멀린에게 몇 가지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부탁이라…….”
그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며 되물었다.
“설마 제 회사 엿 먹이려고 이상한 장난질 치다가 도리어 X 된 놈들 어떻게 좀 구제해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겠죠?”
내 물음에 캐서린의 표정은 살짝 굳어졌지만,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와 관련한 부탁이 맞습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매지컬 컴퍼니를 대상으로 한 여러 금융 회사들의 공격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격에 가담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유럽에 집중되어 있었죠.”
주가를 부풀리고 부풀려 거품을 잔뜩 형성시키고 난 후에 보유 물량을 청산하는 전형적인 작전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유럽의 금융 회사들. 하지만 이들은 그걸 넘어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공매도와 풋옵션까지 건드는 더욱 악랄한 짓을 벌였다.
다시 말해서 쫄딱 망해도 할 말이 놈들만 가득한 상황.
하지만, 문제는 그 망할 놈들이 단순히 오합지졸 수준의 영세 사기꾼이 아니라 유럽의 경제 전반을 떠받치고 책임지는 핵심 금융 세력들이라는 것이었다.
“영국의 연기금이 이번 사태로 인해서 마진콜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도이치뱅크의 잠재적 손실 추정액만 1,5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상승으로 인해서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유럽의 주요 은행과 투자 회사들도……. 비슷한 상황이고요.”
“이러다가 어느 한 회사가 파산이라고 하게 된다면, 그 여파는 유럽 전체로 번져 나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전 세계의 금융 전반에 치명적인 재앙(Catastropic Disaster)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코덱스 바이러스로 인해 진행된 무제한 양적 완화로 수많은 파생 상품과 레버리지를 만들어 내며 부풀려져 있던 세계의 금융 시장. 유기적으로 모두가 연계되고 얽혀 있는 시장에 불러오게 될 유례없을 거대한 경제적 대공황을 우려한 듯,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유럽 연합 측에서 저희를 통해서 Mr. 멀린과의 합의 의사를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는 이 합의안을 받아들이기를 강하게(Strongly) 권고드립니다.”
“합의요……?”
유럽 측에서 나에게 내민 권고안.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물량의 블록딜이었다.
“그러니까……. 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에서 2,500만 주를 팔아 달라, 주당 5만 달러에 팔아 달라는 말인가요?”
시장에서 주당 9만 달러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그것을 절반 가격에 달하는 5만 달러에 자그마치 2,500만 주나 넘겨달라는 유럽 연합의 요구에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현재 유럽의 금융 회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라고 합니다. 현재 가격으로 남아 있는 공매도 자산을 모두 처리하게 된다면 아마 유럽 은행들은 회생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결국 유럽 전체가 파산해서 전 세계에 대공황이 오는 꼴을 보기 싫으면, 주식을 싸게 넘겨 달라. 이 말이네요.”
돈 못 갚으니 배 째라며 드러눕고 있는 유럽.
물론 내가 떼먹힌 돈도 아니니 사실 배를 째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었지만, 동맹국인 유럽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파산해 쓰러지는 것은 미국으로서 절대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내 비릿한 미소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레너드 대통령님도 이번 상황에 있어서는 부득이하지만 멀린 님의 너른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신, 이번 일과 관련해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할 여지가 있으니 혹시라도 요구 사항이 따로 있다면 저에게 말씀해 주시면 적극 고려하겠습니다.”
피곤한 얼굴로 한숨을 푹 내쉬며 안경을 벗고 매만지는 국무장관. 그리고 그녀의 옆에 앉아서 우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이호준 대통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상대를 압박하고 밀어붙이면 결국 쥐도 고양이를 무는 법이네. 내가 생각할 때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적당히 살 수 있는 길도 마련해 주는 게 좋지 않겠나?”
5만 달러에 2,500만 주.
자그마치 규모만 해도 1조 2,500억 달러에 달하는 블록딜.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상장하면서 확보한 자금 때문에 그리 현금이 아쉬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나는 여러 가지를 득과 실을 따져보며 고민한 끝에 이내 답했다.
“좋아요. 어차피 시장에다 물량 처분하기 시작하면 가격은 순식간에 떨어지기 시작할 테니, 5만 달러 정도에 다 넘겨 버리는 것도 나쁜 거래는 아니겠네요.”
“그렇다면 합의를 받아들이는 걸로……?”
내 말에 화색이 된 얼굴로 다급하게 물어 오는 캐서린.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단, 제 지분은 단 1주도 넘길 수 없어요. 현재 매지컬 컴퍼니의 지분에서 딱 50%를 보유하고 있어서요, 아영이 보유하고 있는 20%의 지분에서 넘겨주는 걸로 하죠.”
나의 든든한 우호 지분인 아영의 주머니에서 나갈 2,500만 개의 주식.
하지만 누구의 손에서 나오건 그건 크게 상관이 없는 문제였기에 국무장관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유럽 쪽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해서 세부적인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또 다른 조건이 하나 있어요.”
“조건이라면……?”
내 사악한 웃음에 무언가 불안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국무장관.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히죽 웃어 보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최근에 조사하다가 알게 됐는데요, 우리 매지컬 컴퍼니와 스페이스 S가 추진하게 될 신규 프로젝트와 있어서 아주 사소한 애로점이 있더라고요?”
매지컬 컴퍼니와 스페이스 S가 공동으로 추진하게 될 신규 프로젝트.
화성의 행성 개조.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아주 과거에 미국이 주도해서 100여 개국과 맺은 조약 하나였다.
외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
그 어떤 국가나 단체, 혹은 개인도 우주 밖의 행성이나 천체에서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일방적으로 점유할 수도 없다는 것이 핵심인 조약.
그 조약을 언급하며 나는 굳은 표정의 국무장관에게 이번 거래에 따른 대가를 요구했다.
“이참에 유럽의 동맹국들이랑 같이 협력해서 이 조약이나 새롭게 개정해 줄 수 있나요? 제가 뭐 호구 새끼도 아니고, 애써 개척하고 살기 좋은 행성으로 만들어 놨는데 어디 굴러먹다 온 인간들이 나중에 기어들어 와서 자기들 멋대로 집 짓고 그러는 꼴은 보기 싫거든요.”
우주 진출 및 화성 개척에 따른 정당한 소유권과 점유권을 달라는 나의 요구.
하지만 현재 화성에 진출해서 개척할 수 있는 나라……. 아니, 집단은 매지컬 컴퍼니와 스페이스 S밖에 없었기에 그 말은 즉.
화성 전체의 소유권을 나에게 넘기라는 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건 조금…….”
내 말의 숨겨진 저의를 눈치챈 국무장관.
그렇기에 그녀도 딱딱하게 굳은 낯빛으로 말을 아꼈지만,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NASA에서 스페이스 S에다가 파이오니어와 같은 우주선 하나 제작해 줄 수 없냐고 물어봤다는데…….”
“이 조약을 우리 국무장관님이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 그 성과를 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 미합중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도록 하죠.”
우주 진출과 개척의 필수적이 될 탐사선인 파이오니어.
그것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미끼를 국무장관은 덥썩 물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