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90화 (190/242)

190화.

[ 앞으로 우리 두 회사가 3년 동안 추진하게 될 다음 목표는……. ]

[ 화성의 행성 개조입니다. ]

안 그래도 뜨거운 취재 열기 속에서 전 세계의 언론이 한데 모여 있는 자리에서 폭탄과도 같은 발언을 내뱉은 엘런 더스크.

그리고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사람들은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 ???

- 화성의 행성 개조……?

- 방금 엘런 더스크가 테라포밍이라고 말한 거 맞지?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 내가 알고 있는 그 테라포밍이 맞나?

단순한 우주 진출을 넘어서 화성의 테라포밍을 이어 가겠다는 계획을 들으며 저게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의아해하는 사람들과.

- 엘런이 또…….

- 역시 제정신 아니고 거기에 관심종자 말기인 새끼들이 둘 이상 모이면 세상을 바꾼다니까?

- 드디어 X간의 우주 진출이 시작되는 건가?

- ??? :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는 8,000달러도 거품이다.

- 매지컬 컴퍼니 주가 떡상 가즈아! 팬티까지 찢어발기고 쏴리 질럿!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혹은 순수하게 인류가 드디어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 다른 행성에 진출해 새로운 우주 개척의 역사를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대감을 느끼며 환호하는 사람들.

- 갑자기 SF……?

- 저게 솔직히 말이 되나.

- 너무 나갔네. 테라포밍이 X으로 보이나.

- 솔직히 멀린의 능력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고작 3년에 가능할까?

- 화성까지 편도로 가는 데만 7개월, 왕복만 대략 1년 2개월인데 왕복 2번만 해도 끝날 듯.

거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여러 문제를 늘어놓으며 회의적인 시선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비판적으로 이번 발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까지…….

온갖 종류의 반응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며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혼재하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는 유독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는 이들이 존재했다.

“허어억……. 허억.”

잔뜩 떨리는 숨소리를 내며 연신 헐떡이고 있는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CEO. 워렌 페이지.

이미 한번 광분하며 자신의 집무실을 뒤엎은 탓에 그의 주변에는 온갖 사무 용품과 휘황찬란했던 도자기와 가구들이 산산이 부서지거나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었지만, 감히 그 누구도 워렌의 주변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크크큭……. 크크크크크크크.”

그의 앞에 놓여 있는 대형 모니터에 나와 있는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가격을 보며 워렌은 이제는 실성한 사람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기괴한 웃음을 터트렸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커다랗게 솟아올라 있는 거대한 양봉.

멀린이 파이오니어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부터 단 일말의 조정도 없이 계속해서 말이 안 되는 기세로 올라가기만 하던 주가는 엘런 더스크의 발표 이후로 인해 도무지 가늠할 수조차 없는 수준으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매지컬 컴퍼니 - 28,653달러

16,000달러 정도면 거품이라고 주장하던 전문가들이 무안할 정도로 고작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만에 80%의 추가적인 상승을 해 버린 상황.

상장한 지 고작 1달도 되지 않은 회사가 역사적으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지막지한 시가 총액을 자랑하는 괴물이 되어 버리는 순간을 지켜보며 워렌 페이지는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처구니없군……. 정말 어처구니없어.”

“고작 한 번의 실패로 그것도 3일 만에 수십 년 동안 쌓아 왔던 모든 것이 사라지다니…….”

맨손으로 시작해 자그마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험난하고 비정한 야생과도 같은 금융 시장에서 살아남고 또 독보적인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 내며 자그마치 8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오디세이 자산 운용을 만들어 낸 워렌.

하지만 매지컬 컴퍼니라는 상식을 벗어난 회사에 공매도를……. 그것도 풋 옵션까지 섞어서 건드는 어마어마한 오판을 저지른 덕분에 그가 지금까지 이룩했던 모든 유산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게 생겼다.

“저……. 회장님…….”

“…….”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며 고개를 내미는 비서.

워렌이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자 그녀는 이내 더듬거리는 간략하게 용건만을 전하고는 다시 문을 닫아 버렸다.

“독일에서 회장님을 급하게 찾는 전화가 왔습니다.”

독일.

비서의 말을 듣자마자 전화를 걸어온 곳이 어디인지 눈치챈 워렌.

그리고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전화기의 1번 회선에 통화가 대기 중인 것을 가만히 내려다보고는 이내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무슨 일이오?”

[ 무슨 일? 지금 그걸 몰라서 묻나? ]

너무나도 평온한 목소리의 워렌과 다르게 잔뜩 흥분한 듯, 날카롭게 들려오는 수화기 속의 목소리는 공격적인 어조로 그를 질책했다.

[ 우리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시간을 끄는 게 지금같이 긴박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는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

단 몇 시간 차이에도 주가 변동률이 수십 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변동성이 큰 장세.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이 곧 전부나 다름없었기에 로스차일드가의 가주인 프린츠는 워렌의 행동에 무척이나 격노한 것 같았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래서……. 저한테 원하는 게 뭡니까?”

쓸데없는 잔소리는 하지 말고 용건만 말하라는 워렌. 그런 그의 말에 수화기 속의 노인은 순간 침묵했지만, 이내 화를 꾹꾹 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연합 내에서도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향후 대응책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네. 매지컬 컴퍼니에 대한 이번 공격으로 인해서 발생한 피해 규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네. ]

“피해 규모 말입니까……?”

[ 그렇네. 지금 당장은 시장이 말도 안 되는 저 계획을 맹신하며 광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격이 올라갔지만, 조만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다시 가격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네. 예상치 못한 이변에 연합 전체가 막대한 손해를 본 상황이지만, 그래도 지금만 버텨 낼 수 있다면, 큰 문제 없이 이번 사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보네. ]

[ 게다가……. 자네의 회사는 나에게서 직접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185만 주를 빌려 가지 않았던가. 그것도 일단 회수해야……. ]

“크크큭……. 크크크크크크.”

프린츠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워렌은 갑자기 자신이 빌려주었던 주식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는 돌연 실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돌변해서는 가슴속에 눌러 담았던 분노를 토해 내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예전부터 생각하던 것이 맞았어. 연합이니 조합이니 하는 이상한 집단을 만들어서 서로 힘을 합치자며 허풍만 가득 든 헛소리만 지껄일 뿐, 실상은 자기 잇속 챙기고 다른 놈들 뒤통수 치기 바쁜 탐욕스러운 사기꾼들의 집단일 뿐이었지.”

[ 지금 뭐라고 했나……? ]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이미 다 끝난 상황에서 무슨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말이지? 그게 아니라 나한테 공매도 치라며 네놈들이 먼저 제안하면서 빌려줬던 주식을 지금 당장 어떻게든 회수하고 싶어서 전화한 거겠지.”

사실 파이오니어가 공개된 시점으로 모든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약간의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공매도 친 이들은 극심한 손해를 입고 빈사 상태로 허덕일 것이며, 관망했던 이들은 아쉬움에 손가락만 쪽쪽 빨며 한탄할 것이고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은 환희의 미소가 입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량의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공매도 친 이들에 앞에 놓여 있는 미래는…….

오직 파멸과 죽음뿐이었다.

“상식적으로 정말 나에게 전화하면서 그 185만 주를 도로 회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나? 완전히 말라 버린 물량과 저렇게 거대하게 쌓여 있는 매수의 장벽을 보고도?”

자그마치 1,200만 주에 달하는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신나게 팔아 치웠던 오디세이 자산 운용. 단순히 보유하고 있던 자본만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보유하고 있던 비유동화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심지어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빌려서 팔아 치우기까지 했으니 이미 그 규모만 해도 오디세이 자산 운용이 보유하고 있던 가치의 5배에 달하는 4,000억 달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 지금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설마……. ]

“맞소. 이미 오디세이 자산 운용의 손실은 보유 자산을 초과한 지 오래요.”

멀린의 발표 이후로 워렌은 미친 듯이 공매도를 정리하고 풋 옵션 잔고를 청산하려고 했지만, 완전히 메마른 물량 속에서 그 어마어마한 물량을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직도 354만 주의 공매도 잔고를 처리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상황.

거기에 천문학적인 손실률이 찍혀 있는 풋옵션들까지 보면서 워렌은 선언했다.

“오디세이 자산 운용은 파산했소. 나 역시 아직 남아 있는 350만 개의 보유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없으니 안타깝게도 로스차일드가에서 빌린 185만 주의 주식을 돌려주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소.”

나는 죽어도 못 갚으니 차라리 배를 째라고 말이다.

[ …….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

싸늘함이 가득한 살벌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로스차일드가의 가주 프린츠.

헤지펀드나 금융계의 발을 담근 사람으로서 감히 대립각을 세우거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는 아주 위협적이고 영향력 많은 인물이었기에 지금까지 워렌은 감히 그에게 대들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이미 파산해서 남아 있는 것이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이제 워렌에게 있어서 더 이상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100%의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니까 어디 소송을 걸든, 재산을 압류하든, 나를 납치해서 협박하든 마음대로 해 보시오. 그건 전부 시간 낭비의 헛수고가 될 테니 말이오.”

“그런다고 이제는 완전히 사라진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185만 주가 생겨나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전화기를 내려놓은 워렌.

그리고 그는 한참 동안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차트만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만들어 낸 오디세이 자산 운용을 비롯해……. 그 이외에도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헤지펀드와 은행, 그리고 증권사들을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만든 원흉을 말이다.

그렇게…….

전 세계 곳곳에서 비밀리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러 가지 사건들을 만들어 내고 조율하던 연합이라는 세력은 처참하게 무너져 버렸다.

이제 막 상장한 햇병아리 같은 기업 하나 잘못 건드려서 말이다.

* * *

“은우 아빠. 요즘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으응……? 아무것도 아냐. 요즘 잠이 잘 안 와서…….”

아침을 먹던 와중에 잔뜩 수척해진 자신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묻는 아내의 물음에 준철은 화들짝 놀라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아내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핀잔을 주었다.

“계속 새벽마다 잠 안 자고 스마트폰 붙잡고 있으니까 그렇지. 요즘 뭘 그렇게 보길래 그래?”

“으응……? 별건 아니고 그냥 뮤튜브 좀…….”

“그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아내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준철. 그러자 아내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는 한발 물러섰다.

“그래도 적당히 좀 봐. 밤에 잠을 안 자면 출근해서 버틸 수 있겠어? 주말이면 몰라도 평일 새벽에는 좀…….”

온갖 잔소리를 쫑알쫑알 늘어놓기 시작한 아내. 하지만 그 순간, TV에서 들려오는 기자의 목소리가 식탁을 가득 메웠다.

[ 예. 오늘 아주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매지컬 컴퍼니가 오늘 한국의 새벽 시간 동안 80%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시가 총액을 달성했는데요, 자그마치 28조 달러……. 한화로 따지면 3경 원입니다. ]

매지컬 컴퍼니의 폭발적인 상승에 대해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뉴스.

그리고 그 뉴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내는 이내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머머. 저거 상장할 때만 해도 700달러 정도였는데 그럼 도대체 얼마나 오른 거야? 30배?”

“대충 40배 정도지…….”

누구보다 매지컬 컴퍼니의 가격을 잘 알고 있는 준철은 아내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며 대꾸했다.

“우리도 저런 곳에 투자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진짜 아깝다.”

진짜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는 아내를 보며 준철은 무언가 가슴속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꾹 누르며 전혀 관심 없다는 얼굴로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 그러게…….”

자그마치 상장 당일에 아파트 담보 대출까지 받아서 7억이나 넣었던 준철.

하지만 기다리지 못하고 사고팔기를 반복하고 반복하며 이익을 전혀 보지 못한 준철은 하필이면 80%가 상승한 그날, 바로 30분 전에 전부 본청에 매도하고 잠들었었다.

그 사실을 아침에 일어나고 가격을 확인하고 나서야 깨닫고는 통한의 피눈물을 마음속으로 흘리며 절규하던 준철.

어마어마한 스트레스 속에서 은행 이자도 안 될 법한 비루하고 초라한 이익만을 겨우 얻은 것이 전부인 그는 매지컬 컴퍼니의 상장 이후로 계속해서 이어졌던 정신 나간 상승을 보며 깨달았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매지컬 컴퍼니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진정한 X간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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