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화.
인간의 광기와 탐욕이 수많은 숫자와 수치로 표현되는 주식 시장.
역사상 뛰어난 과학자로 칭송받는 유명한 학자조차도 크나큰 실패를 맛보고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하게 만드는 이 위험천만한 시장은 수백 년의 역사에 이어서 인간들에게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서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튤립 버블. 검은 월요일. 닷컴 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 이외에도 수십……. 수백 가지의 사례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
[ 모든 파티에는 늘 그렇듯이 끝이 있다. ]
상승이 있다면 하락이 당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언제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방심하지 말고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광기에 빠져 몰락하고 파멸해 버린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서 경고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바로 지금 이 현실에서와 같이 말이다.
[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가 오늘 또다시 4% 급등하며 4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것으로 현재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는 8,256달러인데요, 상장 당일의 가격과 비교하면 자그마치 1,180%의 상승률입니다. ]
[ 매지컬 컴퍼니의 최근 주식 가격과 관련해 과열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미국 금융당국은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부정한 거래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해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 매지컬 컴퍼니의 시가 총액이 현재 8조 2,56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이전까지 시가 총액 1위 기업이었던 앰플의 자그마치 3배의 달하는 수준이며, 이 회사의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는 멀린은 4조 달러를 보유한 역대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습니다. ]
매지컬 컴퍼니의 상장 이후 고작 2달.
그 2달이라는 시간 동안 하락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매일같이 오르기만 하던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은 이미 수많은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 엌ㅋㅋㅋㅋ. 매지컬 컴퍼니 하나로 인생 졸업하겠다. 600% 수익 인증한다.
- 와. 1억 넣고 600%……? 진짜 미쳤다.
- 형님. 형님. 저 피자 좀 하나만 사 주세요.
- 뭐 저런 미친 주식이 다 있냐 진짜…….
- 와……. 진짜 나도 상장하자마자 살걸……. 그냥 구경만 했는데
- 아직도 매지컬 컴퍼니 안 산 흑우 있누?
몇몇 용기와 뚝심이 가득한 투자자들의 성공을 엿보며 밀려오는 강력한 허탈함과 FOMO에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절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40대 중년의 직장인인 양준철이었다.
“X발. X발. 진짜 이 멍청한 병X 새끼.”
핏발이 잔뜩 선 얼굴로 잠도 자지 못하고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준철은 새빨간 양봉으로만 가득한 매지컬 컴퍼니의 일봉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냥 들고 있었으면 나도 6배 먹을 수 있었던 건데 그걸 왜 샀다 팔아서…….”
2달 전에 아파트를 담보로 아내 몰래 대출받은 7억을 매지컬 컴퍼니에 담았던 그.
하지만 그는 매지컬 컴퍼니에 대한 수많은 전문가의 부정적인 평가를 들으며 그리 오래 들고 있지 못했다. 15%의 수익을 보고 1억이라는 거금을 챙기고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을 매도해 버린 준철. 하지만 그날 이후로 정말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 물론 매지컬 컴퍼니가 운영적인 부분에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떠오르게 될 마법 산업에서 우월적이고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한 매지컬 컴퍼니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량의 비중을 투자할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
[ 매지컬 컴퍼니의 환경 복원 사업 프로젝트 중 핵심인 멀린의 정원은 비록 지금 당장의 경제성을 찾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아주 많은 부동산을 매입하고 또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매지컬 컴퍼니의 미래 가치와 잠재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도 봅니다. 마치 맥더날드와 같이 말이죠. ]
[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는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마법은 어떻습니까? 우디 버핏이 추천하는 손자에게까지 물려줘야 할 주식 1위의 기업. 매지컬 컴퍼니. 어디 한번 증권 전문 뮤튜버 ‘윌리 더 월리’와 함께 자세히 헤집어 보겠습니다. ]
분명 부정적인 일면만을 강조하고 있던 사람들이 TV와 뉴스, 인터넷. 어느 것 하나 가릴 것 없이 태세를 돌변해 매지컬 컴퍼니와 관련한 장밋빛 전망만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시작된 매지컬 컴퍼니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미친 듯한 상승세.
그 상승의 달콤한 과실 대부분을 제대로 먹어 보지도 못하고 그저 조정이 들어가기만을 매일같이 기다리며 어쩔 줄 모르고 구경만 하던 준철은 그 누구보다 참담함을 느꼈다.
“차라리 처음부터 안 샀더라면 좋았을 텐데…….”
처음부터 몰랐다면 모를까, 조금 먹고 팔았는데, 그 이후로 정신 나간 폭등을 해 버리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은 인지상정. 그렇기에 준철은 자기 손으로 내던져 버린 인생 역전의 기회를 앞에 두고는 더욱 허망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매지컬 컴퍼니 - 9,015달러 ]
장이 시작되자마자 또다시 10%의 상승세를 보이며 마의 9,000달러까지 돌파한 상황.
그것을 보며 준철은 광기와 분노, 그리고 절망과 자포자기와 같은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상태에서 웃고 또 웃었다.
“큭……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
[ 매수 체결되었습니다. ]
그리고……. 그는 자신이 놓쳐 버린 기회에 대한 후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매수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 * *
“이야……. 역시 사람들의 광기가 무섭기는 무섭네. 고작 몇 달 만에 1,000달러도 안 하는 주식을 10배나 부풀려 놓다니 말이야.”
자그마치 10,000달러의 벽을 뚫어 버린 매지컬 컴퍼니의 주가.
온통 전 세계가 내 회사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상황을 지켜보며 나는 미소 지었다.
“용용아. 그래서 현재 상황은 어때?”
[ 아직 다 안 끝난 것 같은데? ]
“그래?”
[ 엉. 야금야금 자기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다 팔아 치우고 있기는 한데 그 공매도인가 하는 그건 아직 작업이 덜 끝났나 봐. 한 며칠 정도는 1만 달러 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오늘 오갔어. ]
내 회사를 두고 사람들의 광기를 조장하고 부풀린 작자들.
물론 그 덕분에 내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익을 본 쪽이었지만, 단 한 주의 주식도 팔 생각이 없는 나에게 주가 상승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했다.
“완전히 탐욕과 광기에 빠져 버리고는 일말의 합리적인 이성조차 사라진 채 맹목적으로 오르기만을 기도하는 놈들이나, 그런 멍청한 인간들을 등처 먹으려고 뒤에서 이상한 수작 부리는 놈들이나 어느 쪽이 더 나쁜 건지 모르겠다니까.”
몇몇 강력한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세력에게 휘둘리며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모조리 다 털어 넣어 투자하는 인간들. 물론 그중에서 약삭빠르고 눈치 있는 이들은 재미를 보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서민들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 것이 불 보듯이 뻔했다.
“그렇죠? 아영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완전히 퀭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정신을 거의 놓은 사람처럼 멍하니 키보드를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는 아영. 그녀는 거의 며칠을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눈 밑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 뭘요?”
눈동자조차 돌리지 않고 모니터 화면만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바쁘게 일에만 매진하고 있는 아영. 그런 그녀에게 나는 재차 다시 물었다.
“조금의 하락 없이 미친 듯이 상승하는 주식에 무지성으로 올라타는 침팬지들과 그 상승을 주도하는 운전기사 중에서 사고가 났을 때 과실 비율을 따지자면 누가 더 높냐고요.”
내 물음에 잠깐 키보드를 멈추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 아영. 그리고 그녀는 이내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 잘못이랄 게 있나요?”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불쌍한 이들만 가득 있을 뿐이죠.”
뼈가 가득 담겨 있는 듯한 아영의 말.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며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긴……. 그렇기는 하죠?”
뭐가 되었든 매지컬 컴퍼니의 지분 70%는 나의 영향력 안에 있는 상황.
그들이 어떤 짓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진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나는 다른 회사의 CEO들처럼 주가 동향이나 주주들의 목소리 따위에는 조금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었다.
주식 가격이 하락하면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끌려가 이에 대한 문책을 당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설사 매지컬 컴퍼니의 주식 가격이 1달러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저, 비싼 가격에 사서 큰 손실을 본 주주들의 곡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지, 나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칠 수 없었다.
“그래도 꼭 하나만 고르자고 한다면……. 운전기사 쪽이 과실이 더 크겠죠.”
“운전기사요?”
“네. 결과적으로 주식 가격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증거가 안 남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일을 벌이겠지만, 결국 그 운전기사들이 매지컬 컴퍼니가 하는 사업 중 몇 개를 엿 먹이겠다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아직 정확하게 그 세부적인 계획이 확인된 것은 아니겠지만, 용용이가 물어와 준 최신 소식에 따르면 매지컬 컴퍼니와 관련해서 핵심 수익 산업 중 몇 개를 건드릴 계획을 하는 이들. 그렇기에 아영은 말했다.
“그래서 그놈들은 당해도 싸다는 말이에요. 어차피 결국 제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이 사업 계획서 하나로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계획들은 모조리 다 헛수고가 될 거잖아요?”
“이……. 파이오니어 프로젝트로 인해서 말이죠.”
프로젝트 파이오니어(Pioneer).
매지컬 컴퍼니를 나스닥에 사장하면서 지분 30%를 공모가였던 720달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거금인 2조 달러를 활용해 추진하기 시작한 프로젝트.
아직은 계획 초입 단계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 줄 수 있는 밑그림을 보여 주기 위한 준비 작업은 이미 마무리되어 있던 상태였기에 나는 이것을 발표할 타이밍만을 기다리며 이 폭풍전야 같은 상황을 한껏 즐기며 관망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이럴 때 보면 멀린 님이 얼마나 악랄해 보이는지 아세요?”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처음부터 막을 수 있는 음모인데도 그냥 알면서도 내버려 두잖아요. 이미 함정이란 함정은 다 마련해 놓고 기다렸다가 걸리기만 하면 아주 처참하게 박살 내 버리는 걸 제가 한두 번 봐요? 가만 보면 멀린 님도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니까요?”
정곡을 찌르는 아영의 냉철한 한마디에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었지만, 이내 히죽 웃으며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 원래 건들기 전까지는 안 말려요. 건들면 그때부터 움직이지.”
“그건 그렇고……. 엘런 더스크 쪽이랑 협상은 어떻게 되어 가는 중인가요?”
“음……. 일단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긴 한데 아무래도 스페이스 S의 지분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왜요? 엘런이 안 팔겠다고 버티던가요?”
“뭐……. 정확히 말하자면 엘런이 처음부터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처음부터 그리 많지는 않았다고 해야겠죠?”
수많은 투자자를 모집하며 만든 엘런 더스크의 항공 우주 개발 회사인 스페이스 S.
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서 대량 매집하려고 했었지만, 이미 지분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 수많은 여러 대형 기관의 손에 있었기에 조용하게 지분을 매집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우리가 스페이스 S의 주식을 매집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그 인간들 귀에 들어가면 안 되니 곤란하게 됐네요.”
“어떻게 그 정도 규모의 회사 지분 100%가 한 사람 손에 들어가 있겠어요? 매지컬 컴퍼니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아영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음……. 차라리 매지컬 스페이스라는 자회사를 하나 더 만들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를 보며 아영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상상만 해도 소름 돋는 소리 하지 마세요.”
그렇게 아영과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때.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간 후에 올라온 어느 한 인터넷 기사를 시작으로 겉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 긴급 속보로 전 세계의 언론사를 강타했다.
- 단독 보도. 매지컬 컴퍼니. 대규모 탈세와 횡령 혐의에 관한 의혹 제기.